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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기. (完) 온전한 여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의 말대로 같이 살고 있는 그녀의 하루 하루는 똑같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끔씩 자고 가는 그가 이제는 매일 밤과 아침을 함께 한다는 정도? 아직까지는 재운이 몇가지 필요한 짐들만 챙겨 그녀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였다. “네, 어머님. 이번 주말에 휴가내서 재운씨랑 같이 찾아 뵐게요. 네. 들어가세요!” 정혜와 통화를 끝낸 세진이 쇼파에 앉아 TV만 보던 재운의 옆으로 축 늘어지듯 자리를 잡았다. 재운의 무드없는 프로포즈 후, 오고가는 결혼 얘기로 양가 부모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급해져 이것저것을 알아보기에 바쁜데 정작 당사자들은 저렇게 태평하다. “어머님이 주말에 와서 결혼식 날짜 좀 잡자 하시는데? 우리 엄마도 같이 오셨으면 하시구.” “그래?” “응. 예식장도 몇군데 알아봤다고 같이 들러 보자고 하시네.”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는 재운은 여전히 TV만 보고 있었다. 뭐야, 진짜. 먼저 같이 살자던 사람이 누군데! 재운에게 기대었던 몸을 일으킨 세진이 이내 쇼파에서 일어나 그를 잡아 끌었다. 일주일만에 돌아온 휴무를 이렇게 집에서 TV만 보는 남자친구 옆에 붙어서 보낼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도 모처럼만에 같은 휴무인 날에. “왜, 나 이거 지난주에 못봐서 봐야 돼.” “무슨 남자가 나도 안좋아하는 드라마를 그렇게 재방송까지 챙겨 봐?” “요즘 드라마에 남자 여자가 어딨어. 너도 봐. 손님이랑 대화할때 알아두면 좋잖아.” “나는 손님보다 재운씨가 더 중요하다구.” 내가? 그럼 그냥 TV보게 해줘. 세진에게 잡힌 손을 빼낸 재운은 TV의 볼륨을 하나 더 올렸다. “재운씨 정말 이럴거야? 우리 둘이 같이 쉬는 날이 맨날 있는 것도 아닌데에!” “앞으로 같이 살면 휴무가 맞아도 보고 안맞아도 볼텐데 뭘.” “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이거 왜 이르셔!” 재운에게 등을 돌린채 방으로 들어온 세진은 화장대 앞에 앉았다. 속았어, 아주. 그것도 된통! 같이 안살겠다고 하면 당장 저 멀리 사랑의 도피라도 할 것처럼 하더니만 벌써부터 저러는데 식이라도 올리면. 으악! 어떻게 된 사람이 프로포즈 하기 전 보다 더 소홀해 지냐구.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세진은 간단하게 기초 화장을 마친 후, 뜨거운 햇빛에 피부를 보호차 야구 모자를 꾹 눌러 쓰고서 방을 나왔지만 여전히 TV만 보고 있는 재운의 모습이 심하게 거슬렸다. 저런 사람을 내가 앞으로 믿고 살아야 돼? 엄마한테 속풀이나 해야지. 이참에 늦기 전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안잖아? “어디 가?” 운동화를 신는 세진의 인기척에 재운이 물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TV를 향해 있었다. “남이사!” 남자가 무슨 드라마야? 제목도 이상하더만! 여왕님은 내조 중? 보고 배우라는거 아니냐고, 지금. 꼬일대로 꼬여버린 생각과 마음이 제 자리를 찾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을 참기가 힘들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주머니 속에 넣어야만 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고 벌써부터 서운한 마음을 친정 엄마에게 속풀이 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집을 나선 이유가 요즘 들어 몸이 많이 허해진 그를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해주기 위함이니. 흥분되어 급하게 나오느라 차키도 챙기지 못해 운동화를 소리내어 걸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세진의 옆으로 길다란 그림자 하나가 더해졌다. “뭐야. 왜 왔데.” “시장 가려고?” “남이사. 드라마나 계속 보지 뭐하러 나왔어?” “방금 끝났거든.” 말이라도 안하면! 끓는 세진의 마음을 뻔히 다 아는 재운은 재미가 더해져 되지 않는 표정 관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루 하루를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놀리며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새삼 느껴버렸는데 요즘에는 너무 느꼈는지 놀리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차 타고 가자. 키 갖고 왔어.” “됐거든요.” “그럼 같이 버스타고 가지 뭐.” “왜? 가서 TV 보라니까?” “끝났데도.” 끝까지 아주. 끓는다 끓어! 약이 오를대로 오른 세진이 앞장서 걷고 그 모습을 뒤에서 빤히 바라보는 재운은 뜨거운 햇빛 아래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 시장에 들어선 뒤로 온통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찾는 세진의 옆에서 묵묵히 짐을 들어주던 재운은 이내 제 힘을 다했는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시장이 작은 규모도 아닌데다가 당근 하나를 사더라도 이곳 저곳을 들러 가격을 비교해보고 질좋고 값싼 것을 선호하는 세진을 뒤따르다보니 왔던 곳을 몇번을 왔는지도 모를 판이였다. “이제 다 사지 않았어? 그만 가자.” “응? 잠깐만~.” 아직도 뭐가 남았어? 미리 적어온 리스트를 확인하고 체크해가며 장을 보는 꼼꼼함마저 사랑함은 물론 존경하고 있지만 이 더위에 그건 아니잖아?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을 해주려고 이렇게 땡볕을 돌아다니게 만드느냐 말이다. 과일가게 앞에서 물건을 고르는 세진을 보고 기다리다 지친 재운이 그 앞에 있는 작은 천막으로 이루어진 분식 노점의 의자에 참지 못하고 앉아 버렸다. 이대로 서있다간 금방이라도 제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가 풀려 쓰러질 기세였다. “총각. 뭐 줘?” “예?”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재운은 자신이 앉은 곳은 물론 그 목소리의 의미를 생각해냈다. 우선 노점 아주머니께 주문한 얼음이 동동 띄어진 시원한 식혜 한 컵을 들이키며 이제서야 물건을 골라 계산을 하는 세진을 흘기며 이번에는 떡볶이와 김밥을 주문했다. 오늘 내 몸보신은 이거다, 세진아. “재운씨? 뭐해?” “몸보신.” 알 수 없는 재운의 말에 우선 그의 옆에 앉기는 하였으나 도통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뜸 떡볶이에 김밥을 먹으며 몸보신 이라니. 배가 고팠는지 잘도 먹는 그의 모습을 보던 세진이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나 따라다니느라 많이 힘들었어?” “말이라고 해? 몸보신 시켜준다더니 이 뜨거운 땡볕에 먼저 구워낼 계획이였지?” “아니야~. 진짜 맛있는거 해줄려고 그랬단 말이야.” 혼자서 떡볶이 1인분과 김밥 한줄을 해치운 재운을 보다가 그녀 역시 식혜 한 컵을 주문해 시원하게 들이켰다. 이런 맛에 가끔은 마트대신 시장을 오곤 한다. 마트보다는 조금 더 사람들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함으로. “재운씨.” “엉?” 반 쯤 남은 세진의 식혜마저 남김없이 다 마신 재운이 이와 이 사이에 어디 불이 난 곳이 없는지 확인해며 대답했다. “우리 그냥 결혼식 하지 말까?” 세진의 의외의 질문에 놀란 재운의 시선이 빠르게 그녀에게 닿았다. “재운씨가 평생을 살면서 무드 보여준다고 했잖아.” “응. 근데?” “그냥.” 조금씩 부는 뜨겁고 무거운 바람 사이를 거니는 사람들을 보는 세진이 말을 이었다. “길가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객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않나 싶어서.” 옆에서 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느냐고,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냐고. 노점 아주머니의 말에 세진의 옅은 웃음이 드러났다. “너는 하기 싫을지 몰라도 나는 하고 싶어.” “....” “나는 할거야.” 꼭 이세진, 너랑.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결혼식 날, 새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너와 깔끔한 턱시도를 입은 내가 나란히 서서 많은 하객들 속에서 사랑을 다짐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나는.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을만큼 나는 너를 갖고 싶어. 완전한 나의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 .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기. “벌써 자려고?” “응. 내일 일찍 나가야 돼. 생각해보니까 아침부터 올림머리 손님 예약되어 있거든.” 저녁 식사로 재운의 몸보신을 해준 후, 그가 씻고 나왔을때는 먼저 침대 위에 누운 세진의 눈이 벌써 반쯤 감긴 상태였다. 하? 이 여자가 지금 장난하나. “진짜 자려고?” “그렇다니까? 내일 8시 30분까지 나가야 된단 말이야.” 평소보다 1시간은 더 빨리 나가야 하는데 지금 안자면 어떻게 하라구. 자신의 앞쪽에 걸터앉은 재운을 흘기던 세진은 뜨고 있던 눈을 마저 감았지만 이내 전해지는 따뜻함에 다시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왜? 뭐 필요해? 아니면 무슨 할 말 있어?” “응. 할 말도 있고 필요해.” “뭐가?” 떼어지지 않는 그의 체온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우선 필요한 건 너고.” 나? 아직까지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세진의 두 눈에서 조금씩 잠이 사라지고 있었다. “할 말은.” “....” “금방 해줄게.” 무슨 말-..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 지길래 무슨 심각한 말인가 싶어 긴장도 되고 걱정이 앞섰지만 모두 헛된 것이였다. 여유조차 주지 않고 점점 깊어지는 그의 입술과 맞닿은 자신의 입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 세진은 저도 모르게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몸보신을 해준 답례인건가, 아니면 몸보신의 위력인건가. 그녀의 입술을 지나 타고 흐르던 온 몸이 뜨거워진 재운이 다시 세진의 얼굴 앞에 멈춰섰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마주 하고 있는 그의 두 눈에는 여자의 무기인 두 볼에 홍조로 붉게 물든 그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사랑해.” 내가 하고 싶었던 말. 너를 필요로 했던 내가 몇번을 더 해줄 수 있는 말. “영원히.” 너만을. 평생토록‥. .안녕하세요 님들! 오늘로 사사말은 끝입니다 유후. 음 무언가 달달한 소설을 쓰고 싶어서 솔직히 무작정 지른 소설인데 역시나 중간에 콱 막히더라구요. 그래서요 이렇게 일찍 끝내요 흐긍흐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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