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온 98년, 별일 없었던걸로 기억된다.학교 복학해서 학교다니
고 그냥 미국가기전 무료했던 내 삶으로 다시 돌아온거 같았다. 항상 그
래왔듯이 소개팅 미팅은 나와는 무관했다. 다들 짝들 찾아 바삐 돌아다
닐 때 난 그냥 집에서 뒹글뒹글 놀았던거 같다.그래서 뭔가 발전적인 일
을 하나 하자 해선 시작한 것이 영어과외 아르바이트와 조깅이었따.
암튼 다른 건 아무것도 안해도 이 두가지는 열심히 했던거 같다. 살도
더 많이 빠졌다. 이상하게도 미국갔다와서 많이 이뻐졌다는 말을 듣는다.
아무래도 테디가 준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암튼 98년
엔 아무런 일이 없었다. 스스로 나를 다지는 만드는 시간으로 생각하자
고 위로 했던거 같다.
그리고 99년 여름, 또 여름이 되었고 어김없이 방학이 시작되었다.
난 너무 심심했다. 친구들은 졸업이라고 취업준비,논문준비,몇몇은 결혼
준비로 바빴다.그러나 난 어느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설마 졸업 못하겠
어? 설마 취직 못하겠어?? 설마 시집 못 가겠어?
이게 바로 (수지) 나였다.
세 번째 아이 J:
여름 방학이 되었는데도 너무 무료해 채팅을 시작했다. 그것도 영어 채팅
을. 부모님이나 동생이 뭐하냐고 하면 영어공부한다는 멋진 이유를 대며
당당히 영어 체팅에 맛을 들이게 되었다. 나의 아이디 "soondae". 영어방
에 자주 들어가다보니 한 아이디가 눈에 띄었고 그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
게 되었다. 그의 아이디 "SK07767"(?)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에스케
이는 확실하다. 밤마다 만나서 이야길 거의 일주일은 한거 같다.일주일
을 하루에 4시간씩...와...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내가 그런 끈기를 발
휘할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정보. 나랑 동갑인 76년생,초등학교때 가족이 다같
이 아빠회사 발령으로 미국에 거주.가족은 5년전에 귀국했으나 그만 미
국 유펜 대학에 남아 학부과정 한학기만 남겨두고 있다는거.내가 알고 있
던 바로는 미국의 유펜이면 one of 아이비리그학교로써 동부명문대로 하
바드나 엠아이티공대등과 함께 어깨를 겨룬다고 들은적이 있었다.오~호~
아이비리그?? .지금은 방학이라서 한국에 잠시 귀국했고 연세대 어학당에
서 일어강좌를 듣고 있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한번도 사귀어본적도 없고
여자를 개인적으로 만나본적도 거의 없다고 했다.여자들이 자기처럼 컴
앞에만 있고 공부만하는 사람은 싫어하는거 같다고 했다. 이번에 귀국해
서 며칠전 엄마친구의 딸의 친구(서울 E여대 기악과)를 소개받아 2번 만
나본상태이고 사는 집은 강남구 청담동이라고 했다.
그러다 그러다 말로만 듣던 "벙개"이야기가 나오고 말았다.그때 까지만
해도 벙개는 날날이들 그리고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만남을 하고 싶
어서 하는거라고 생각했다.스스로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
었는데 1주일간 SK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왠지 안심도 되고 솔직히 미국
명문대 다니는 애는 어떤지 궁금했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둘이
맘이 짝짝꿍이 되어 돌아오는 7월 11일 금요일날 2시 강남역 타워레코드
에서 만나기로 덜컥 날을 잡아 버린 것이다.(난 그날 처음으로 강남역에
갔다..믿거나 말거나...). 벙개하는 것이 내 스스로 생각하길 만약 정말
너무 너무 부담되면 그냥 안나가면 돼지?하고 생각도 했었던거 같다.
아직도 기억난다.그를 만나기전 목요일에 명동에 "성현아 미용실"에 가
서 머리도 다듬고 명색도 다시했던것을.(너무 웃긴다...)암튼 떨리는 마
음으로 내 일생 최초로 벙개 장소로 갔다.
타워 레코드 앞에 사람 무지 많더라.그래서 난 그냥 안 매장에 들어가서
씨디를 구경하고 있었던거 같다. 그날 거기서 그를 기다리면서 10년전쯤
인기좋았던 new kiDs on the block의 맴버였던 Jordan Knight의 새 앨범
(give it to you)을 구입했던걸로 기억된다. 이앨까? 저앨까? 먼저 말을
걸어볼까? 뭐라고 물어보나? 나 (순대)인데 니가 SK냐? 라고 묻나.어쩌
나...암튼 나같은 순딩이가 그런 모험을 한다는건 정말 너무 힘든일이 었
다.차라리 소개팅을 하지..(그동안 난 어색하고 쑥스럽다는 이유로 친구
들이 소개팅이나 미팅건을 알아다줘도 거절했었었는데....)2시가 지났다.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100번도 더 들었다. 그날따라 손님도 별로 없
었다.
1층 매장에 나만 여자였고 남자손님이 4명정도 있었던걸로 기억된다. 챗
하면서 안 사실에 의하면 키가 180이라했으니 땅딸이 2명은 제외 시키구
나머지 둘중에 한명일텐데.고민하다가 흙끗 나를 바라보던 남자애 쪽으
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도 내쪽으로 다가오는듯했다. 그러다 가까워지자
서로의 얼굴을 보며"니가......" 동시에 말했던거 같다. 그리곤 그가 일
단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을 했고 우리는 그 근처 피렌체라는 카페로 옮긴
걸로 기억된다.타워레코드를 나서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졌
다.
우산을 켜고 피렌체쪽으로 걸어가면서 슬쩍 슬쩍 그를 봤다.그냥 면티에
반바지에 스니커즈 그리고 쌕을 울러맨 그냥 24살의 건강한 남자애로 보
였다.절대 미남은 아니지만 아주 못생겼다는 생각도 들진 않았다.미국애
들 같이 좀 퉁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피렌체로 옮겼다.마주 보고 앉으
니 쑥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서로 통성명을 하고 쳐다봤다.챗으
로 이야길 많이 해서 그런지 존대말을 쓰진 않았다. "한국에 잠시 귀국한
거라 했지? 글면 언제 미국들어가?".그가 9월 초경에 학기 시작해서 그때
쯤 들어간다고 했다.그가 피식 웃더니 그런다."너 이쁘다.근데 착하게 생
기진 않았다 솔직히. 채팅해서 사람 만나면 다들 못생겼다고 하는데 이
쁜 여자도 있구나" .민망해져 일부러 난 영어과외하는 애들이 물어봤던
질문을 생각해내고 그에게 물어보기시작 했다.이런거 저런거 이야기하고
는 밥을 먹고는 포켓볼을 치자고 해서 생전처음 당구장에 가봤고 동아극
장(지금의 주공공이)에서 영화"런어웨이 브라이드"를 보고나자 거의10시
가 되었다. 만나서 반가왔고 채팅또 하자고 약속을 하고는 헤어지는데
또 소나기가 후두둑내리기 시작했다.
지루한가요??? 그래도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