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840)... 이어령 교수 췌장암으로 별세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의 지성’ 故 이어령 교수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知性)’ 이어령(李御寜) 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월 26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췌장암(膵臟癌)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결식은 문화체육관광부장(葬)으로 3월 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 앞서 운구차는 발인이 치러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이어령 전 장관 부부가 설립한 평창동 영인문학관과 엣 문화부 청사 자리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거쳐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영결식 장소를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정한 것은 “문인으로서 평생을 집필 활동에 몰두하고 문화부 장관 재임 시 도서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고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이날 역사박물관 외벽 영상에는 고인을 기리는 ‘대한민국의 큰 스승 이어령 전 장관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라는 추모 문구와 함께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등 고인의 생전 메시지가 등장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의미하는 라틴어 경구(警句)다. 이는 이어령 교수의 평생 좌우명(座右銘)이며, 그의 마지막 저작(著作)의 제목도 <메멘토 모리>이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영인문학관에서 “죽음이란 무시무시한 사자를, 저 괴물을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은총일 수도 있다는 예기도 했다.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살다가 처음 ‘격리’를 경험하면서 넘쳐나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 일상을 예로 들었다.
고인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했으며, 아호는 밤을 넘어선다는 뜻의 능소(凌宵)이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1956년)한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문학석사(1960) 그리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1987)를 취득했다. 1966년 이화여대 문리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출범한 문화부 초대 장관을 역임하면서 학교를 떠났다가 1995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로 강단에 복귀했다. 이어령 교수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여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1972년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논객으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회 및 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에는 동경대학 객원교수로,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시대를 읽는 특별한 안목을 가진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디지로그(Digilog) 시대의 개척자이자 전도사가 되었다.
그의 서재에는 7대의 컴퓨터와 2대의 스캐너, 무선 공유기,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가 자리한다. 그는 7대의 컴퓨터를 직접 네트워킹하며, 직접 자료를 모으고, 검색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지적 회로망에 연결하여, 그가 선창하는 디지로그 세상에 몸소 살고 있다. 저서로는 디지로그(Digilog),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차 한 잔의 사상, 저항의 문학, 축소지향의 일본인, 둥지 속의 날개, 마지막 수업 등이 있다.
과거 그는 무신론자(無神論者)였으나, 위암 투병 중 하늘나라로 떠난 딸 이민아(1959-2012) 목사가 인생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모습에 감명 받아 회심하여 2007년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은 뒤 다양한 교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신앙 여정을 나눴다. 저서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지식인 이어령이 아닌 기독교 신자 이어령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영성(靈性)에 관한 참회론적 메시지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어령 교수는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문체부 전임 장관 등 문화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한 영결식에서 고인이 설립을 주도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프랑스의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의 ‘엘레지(Elegie)’와 국악 조창(弔唱) ‘이 땅의 흙을 빚어 문화의 도자기를 만드신 분이여’를 연주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해는 충남 천안공원묘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췌장암(Pancreatic Cancer)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腫塊, 덩이)이다. 췌장암의 90% 이상은 췌관의 샘세포에 암이 생긴 선암(腺癌)이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膵管腺癌)을 말한다. 선암이란 선세포, 즉 샘세포에서 생기는 암을 말하며, 췌장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췌장암이 대표적인 ‘악성암’인 이유는 장기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있어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020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서 24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다. 그 중 췌장암은 7,611건(남자 4,020건, 여자 3,591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3.1%로 8위였으나, 그 해 췌장암으로 6,306명이 숨져서 사망은 5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합쳐서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1.1%, 60대가 26.2%, 80대 이상이 20.5%의 순이었다.
췌장암은 65세 이후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老人)암이며, 40대에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암 5년 생존율(2014-2018년)은 위암 77.0%, 갑상선암 100%, 폐암 32.4%, 대장암 74.3%, 유방암 93.3%, 간암 37.0%, 전립선암 94.4%, 췌장암 12.6%, 담낭 및 기타 담도암 28.8%, 신장암 84.1% 등이다. 췌장암의 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은 국한(localized) 42.7%, 국소(regional) 17.0%, 원격(distant) 1.9%이다.
췌장은 뱃속 깊숙이 등쪽에 자리 잡고 있는 소화기이며, 길이는 약 15cm, 무게는 약 100g이고 황색의 삼각형이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두부(머리 부분), 체부(몸통 부분), 미부(꼬리 부분)로 나누어지며, 두부는 담즙의 배출 통로인 담관과, 미부는 비장(脾臟, 지라, spleen)과 연결되어 있다. 두부에 췌장암이 발생하면 담관이 막히면서 황달(黃疸)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에는 췌관을 통해 췌장에서 만들어진 췌액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외분비(外分泌) 기능과 호르몬을 혈관 내로 방출하는 내분비(內分泌) 기능이 있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성인의 경우 하루 1-2 리터 정도의 췌액(膵液)이 분비된다. 췌액은 간(肝)에서 분비하여 담낭(膽囊)으로 보내는 담즙과 함께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의 소화 흡수에 관여한다.
내분비와 관련된 췌장 세포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마치 섬(島)처럼 산재해 있기에 췌장섬 또는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ets)이라고 부른다. 췌장섬에서 혈당(血糖)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이라는 정반대 기능을 가진 두 가지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여 혈당치(血糖値)를 조절한다. 따라서 이 두 호르몬은 당뇨병(糖尿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췌장에 생기는 종양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양성 종양, 그리고 예후(豫後)가 매우 나쁜 악성 종양 등 유형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낭성종양(囊性腫瘍, 물혹)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악성으로 바뀌는 것도 있으며 여러 종류가 있다. 낭성종양에는 장액성과 점액성 남성종양, 췌관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假)유두상 종양, 림프 상피성 낭종과 낭종성 기형종 등이 있다. 악성 종양으로는 췌장 외분비 종양인 췌관선암종, 선방세포암종,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조기 진단이 어려운 까닭은 췌장암의 발생 기전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몇 가지 위험요인이 밝혀졌거나 추정되고 있는 정도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케이라스(K-Ras)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으며, 환경적 요인 가운데는 흡연(吸煙)이 발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췌장염(膵臟炎, pancreatitis)이 있으면 췌장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췌장암의 원인 질환으로 본다. 만성 췌장염은 정상적이던 췌장 세포들이 염증을 앓는 가운데 섬유조직으로 변해가면서 췌장 전체가 딱딱해져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처음으로 만성(慢性)형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반복적인 급성(急性) 염증이 만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구(西歐)에서는 10만 명당 5-10명이 발생하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飮酒)이다.
췌장암의 증상 가운데 많은 부분은 췌장 질환이나 소화기계 장애에서도 나타는 비특이적인 것들이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췌장의 두부(머리 부분)에 생긴 췌두부암 환자들은 황달 증상을 보인다. 췌장암의 60-70%는 췌장 두부에 발생하며, 인접한 총담관의 폐쇄와 관련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의 암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어서 시간이 꽤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임상적 증상이 위(胃)나 간(肝)에 질환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므로 이들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암 진단을 위해 임상에서 사용하는 검사에는 혈액검사,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초음파검사,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복강경(腹腔鏡)검사, 조직검사 등이 있다.
췌장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세우기 위해 암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병기(病期, stage)를 판정한다. 췌장암의 병기 결정은 TNM 분류법을 따르며, T(tumor)는 원발 종양의 크기와 침윤 정도를 나타내고, N(node)은 주위 림프절로 퍼진 정도를, M(metastasis)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나타낸다.
TNM 분류법(classification)의 세 요소를 조합하여 췌장암 병기를 1-4기로 구분한다. 췌장암 1기는 암이 췌장에 국한되어 있고 전이가 없는 경우이며, 암이 주변 장기로 퍼져 있지만 주요 동맥 혈관의 침범이 없는 경우는 2기, 암이 주요 동맥 혈관을 침범하여 국소적으로 진행됐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3기, 그리고 암이 폐나 복막, 간 등 먼 장기로까지 전이했다면 4기로 분류한다.
췌장암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경우에 따라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하고, 여러 요법을 병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반응 평가 후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예후 또한 평균적으로 다른 암들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수술 등 치료를 마친 후에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하지는 않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수술 후의 재발은 1-2년 사이에 주로 일어난다. 재발 시에는 환자의 상태와 재발 위치 및 범위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하며, 대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며 경우에 따라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당뇨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인슐린 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하는 장기이므로 췌장암 환자들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식욕이 떨어지고 치료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구역질, 구토 등으로 음식물 섭취가 힘들어지는 수가 많으므로 지방 섭취를 줄이고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고열량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췌장 건강을 위하여 꼭 지켜야 할 세 가지는 ▲채소를 자주, 많이 먹는다, ▲비만을 방지한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한다 등이다. 채소 섭취량을 늘리면 당 지수가 상승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비만 체질에서는 인슐린 분비량을 늘려야 하므로 췌장이 쉽게 피로해진다. 건강검진은 췌장 컴퓨터단층촬영(CT)이 좋지만, 초음파 검사로도 징후 체크가 가능하다.
그리고 절대 피해야 할 세 가지는 ▲잦은 음주가 특히 나쁘다, ▲흡연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밀가루 음식을 덜 먹는다 등이다. 췌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만성췌장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잦는 음주이며, 흡연은 췌장뿐만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다. 음주-흡연을 하면 췌장암 위험도 커진다. 밀가루 음식은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고 혈당을 올려 췌장 기능을 약화시킨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840) 202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