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게 열혈 눈팅회원 DunkT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주제가 이것일줄은 몰랐네요.
1) 먼저 저는 바둑에 한때 미쳤었던 사람으로, 인터넷 바둑은 대략 5000판 정도 둔 것 같습니다.
타이젬에서는 7단, 한게임에서는 9단이 최고 기록이구요, 아마추어 치고는 제법 잘 둔다는 소리를
듣던 정도이지만 저보다 고수님들도 우리나라엔 엄청나게 많으신 것도 사실입니다. 이곳 비스게에도
저보다 고수님들도 계실 겁니다. (현재는 바둑을 안둬본지 3년 이상 된 것 같네요. 바둑TV만 가끔씩
보는 정도입니다.)
2) 사실 바둑을 많이 아시는 분일수록 이번 대결은 이세돌사범의 손쉬운 승리가 아닐까
예상했을겁니다. 왜냐 하면 바둑은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부분적인 사활이나 수읽기 이외에도 형세판단, 불리할때 판을 복잡하게 흔들기, 유리할때 조금씩
양보하면서 마무리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패]의 존재 등 사람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3) 그런데 알파고는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라가보고 최선의 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착점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여 착점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둑 실력을 키워왔다고 하며 그 이전에 기본적인
사활이나 몇십수를 내다보는 수읽기 등은 당연히 가지고 있었겠죠. 프로 기사와 호선 대국이 가능할
정도라는 것은 이미 엄청난 경지입니다. 하지만 바둑이 직업이거나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기계는 기계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했겠죠. 오늘 바둑 초반에 해설한 유창혁사범(바둑TV),
김성룡사범(현장), 박정상사범(KBS) 모두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 초반 멘트에서 드러나더군요.
김성룡사범은 초반에 "알파고는 정석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라고 말했는데,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방법으로 바둑을 배웠을리가 없죠. 다른 해설자들도 은근히 무시하는 말투가 있었고, 바둑TV에
손님으로 나온 김장훈씨는(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시종일관 이세돌사범이 질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더군요.
4) 바둑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저의 경우 30~40수가 진행되던 시점에 "얘는 나보다는 잘두는구나"라고
인정하게 되더군요. 또 대부분 해설자들이 좋지 않은 수로 지적한 백의 80수 (상변쪽 흑 두점을 확실히
잡은 수)로 인해 하변쪽에서 흑이 큰 집모양을 형성할 수 있었고 흑이 편한 바둑이 되었다고 했지만
저로서는 분란의 불씨를 끈 꽤 두터운 수라고 느꼈습니다. 마치 이창호사범이 둔 듯한 수라고 할까요.
초반에 이세돌사범이 알파고를 테스트해보는 듯 다소 무리한 싸움을 걸었고 이를 알파고가 잘 막아냈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형세였다고 봤는데 이제 대등해진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문제는 백이 우변에 뛰어든 102수인데요, 해설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듯 이 수는 프로기사라면
생각하지 않는 수입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엔 이 수가 승착으로, 이 이후에 어떻게
두더라도 흑이 곤란해 보입니다. 이후 알파고의 실착이라고 할만한 수들이 나왔으나, 보기에 따라서는
승리를 굳히는 수였습니다. 유창혁사범이 "지금부터 내가 두어도 이기지 않을까" 라고 했던 멘트는
사실 틀렸습니다. 이미 그시점에 패배가 결정되어 있었죠. 마지막에 하변에 1선 빠진 수로 좌변을 벌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리 되면 좌하귀에 백이 먼저 손이 돌아와서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변에 뛰어든 멋진 수 이후에 흑이 이길 기회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5)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 정리가 안됩니다. 내가 젊은 날 미치도록 좋아했던 어떤 분야, 그리고 그 분야의
최고수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팬으로서 응원하곤 했었던 종목에서 기계가 사람 최고수를 이기다니...
어떤 분 말씀대로 분노의 감정도 들고 무서운 느낌도 듭니다만 이 역시 이미 일어난 일이고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하겠죠. 오늘은 이세돌사범이 초반에 다소 무리하게 싸움을 걸었기에 내일부터는 충분히 유리한 입장에서
싸움을 걸 수 있도록 판을 짰으면 싶습니다. 오늘 본 상대의 실력을 볼 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약점을
찾지 말고 상대도 초고수라 생각하고 사람과 두듯이 [반전무인]의 자세로 임했으면 합니다.
충격이 커서 무슨 말을 쓴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충격입니다.
첫댓글 저도 왠만하면 이세돌이 이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인공지능이 자가진화의 영역에 들어선 이상 한계가 없어져버린 것 같네요. 다음 대결이 정말 기대됩니다.
바둑 두시는 분들이 내준 후기 읽으니 감이 더 오네요. 오늘 해설들도 전부 약간 격앙된 상태였던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부디 남은 판들에서는 이겨주길...
오늘 충격받으신 분들은 딥 러닝 인공지능에 대해 유튜브 같은 곳에서 강연 보시면 그럴만 하다고 느끼실겁니다. 과거에 생각하던 인공지능이 아니에요.
내일 2국이 진짜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대국들은 학습하지 않기로 했다하니, 내일은 맨탈 잡고 정석으로 이겨주길 인간의 마음으로 바라는 중입니다.
내일 이세돌이 이기면 역스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일 지면 전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 국대 축구에서 피파 순위로 한참 아래급 국가에 오대영으로 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세돌이 이기길 바랬는데.. 방심의 결과라고 생각했던게 아니라 애초부터 완패였던거였군요..
세계 최고경지의 프로기사가 방심했다곤 할수 없구요 제가 보기에도 글쓰신 분 말 처럼 실력을 알아보다가 오히려 안정적인 운영에 당했다고 봐요
그러게요 바둑에 문외한인 저도 흥미롭게 생각한 대전인데 결과 보니 살짝 놀랍네요
구글에서 인공지능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하든데 ( boston dynamics 같은 회사의 로봇 인상적이더군요)
구글입장에서는 이 정도 대전료라면 굉장히 싼 수업료 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바둑 전혀 모르지만 관심있는 대국이였는데... 덕분에 그나마 조금이나마 알게된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2국은 꼭 이기길 바라겠습니다.
우변 뛰어든 수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수였죠. 유창혁 9단도 프로들이라면 생각은 할 수 있는데 빠른 시간내에 판단을 내린게 대단하다고 평했구요. 근데 우하귀에 두는 것보다 좋은 수였는지 의문입니다.
제 실력이면 무조건 뛰어들지만 사실 그 이후는 어렵지요. 그런데 알파고는 뛰어든 수를 상대가 어찌 대응하는지 본 다음에 그에 따라 우하귀를 처리하려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수가 보여서 무조건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각각의 결과에 따라
그다음 상황도 내다보는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DunkT 그러니까 그 발상 자체는 좋았는데 결과가 실패였으니까요. 더군다나 자충까지 둬서 그 변화 자체도 최선의 응수는 아니었구요. 우하귀뒀으면 알기쉽게 백 우세였고 실전처럼 되어선 오히려 역전이었다고 봅니다.
바둑 5일 연속으로 두면 체력 괜찮을까요?
게다가 첫판부터 져서 심리적압박도 장난아닐텐데
뜬금없는 생각인데요 바둑 기본만 아는 일반인한테 바둑돌 몇개를 먼저 놓게 하면 프로기사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3,40개 먼저 둬도 프로기사들이 이길까요??
네 입문 수준에선 못이깁니다. 아마고수한테도 어렵습니다.
@MJ23LJ 우와 그정도로 ㄷㄷㄷ하긴 프로농구선수 세명이랑 일반인 다섯명 게임해도 질테니 ㅋㅋㅋ
바둑 문외한인 저로써도 큰 충격을 받았네요.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이영호가 컴퓨터에게 1:1로 진 경우와 비슷하겠죠?..
저도.. 바둑을 몰라서.. 크게 피부로 안 와닿았는데... 님 비유가.. ㄷㄷㄷ 최근 아프리카에서 이영호 플레이 보면서 소름 끼쳤던 적이 여러번인데..
김장훈이 아마 9단이라고 하더군요. 이세돌이 랑도 친분이 많구요. 그랴서 특별 해설을 맡은거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나쁘진 않았던거 같아요 어차피 전문적인 해설은 유창혁 9단이 하는거고.. 자칫 무거울수 있는 분위기를 김장훈이 밝게 햐준 부분도 있는거 같아요
정식단으로 아마는 7단까지고 아마5단일 겁니다. 바둑 보급이나 스타트업 같은 좋은 얘기많이해주더군요. 말이 길어지고 가끔 산으로 가는 부분은 자제가 필요한듯 했지만요 ㅎㅎ
@어시왕 코난 저도 아마 5단으로 알고 있었어요. 2012년까진 아마 5단이였는데.. 오늘 방송보니까 유창혁 9단과 해설하시는 분 두분 모두 김
장훈 아마9단..이라고 부르더군요.
@lakers forever~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 단위를 수여한거라 실력은 많이 약할겁니다. 프로기사한테 다섯 점 이상 놓아야 될거에요. 아마 단위는 7단이 최고고 김장훈씨가 바둑계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