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동생을 따라서 양주군 깊고 깊은 산골에 있는 산소를 찾았다.
수십년만에 보는 산소다.
나는 할머니 얼굴도 모른다.
산소의 주인공인 할머니는
근대의 우리나라 역사만큼이나 처절한 사연이 깊다는 것을 엄마한테 들어 알고 있다.
나는 서울 토박이로 성이 전주 이씨 효령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양반이 아닌 중인 신분으로 바뀌었는지 모른다.
하여간 내가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는
고조 할아버지는 충청도 보은에서 대추 등을 갖고 황해도 원산에 팔았고
그리고 원산에서 북어등을 갖고 여기 저기 넘기는 상인이라 했다.
상인치고는 거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내 할아버지는 말을 37필까지 키웠다 한다.
아마도 요즘 개인 택시 37대나 갖고 있는 사장은 된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 할머니도 비록 중인 집으로 시집을 왔지만 아들 둘,딸 둘인 4남매를 낳고
食모 針모 饌모를 두고 젊은 시절 잘 살아오신 모양이다.
그 덕분에 할머니는 음식이 서울 특유의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즐기도록 하였고
우리 엄마 음식 솜씨도 역시 늘 간단하면서도 깔끔한 상차림을 우리들에게 내 놓았다.
뻔하다. 종교는 조상 대대로 믿어 온 샤머니즘 아니면 애니미즘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 고조할머니는 남편이 늘 먼 길을 다니니 초 하루, 보름 날이면
붉은 팥떡 담긴 작은 시루, 그리고 주. 과. 포를 놓고 남편의 안녕을 늘 신께 빌었을 것이고
증조할머니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사연이 있어 선조의 산소를 건드려 移葬을 한 모양이다.
문제는 이와 맞물려 집안이 소름이 끼치도록 물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장할 때 무꾸리를 할만큼 해 가릴 건 다 가리고 좋은 때 방법을 택했을텐데
소용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나라고 집안의 흥망성쇠는 자연으로 꽃이 필 때는 피고 질 때는 어김없이 지나 보다.
할머니 생각에 분명히 명당인 산소를 건드린 이후로 집이 망했다고 했다.
제일 먼저 말이 이유없이 한필 두필 턱턱 쓰러지고
이에 노심초사하던 할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졌다.
큰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딸 둘도 전염병에 걸려 죽었다.
처음엔 슬픔이 가득찬 생활로 넋이 나갔지만 나중에 독이 난 할머니는 죽은 사람들 위해
흘릴 눈물 한방울 씨알조차도 없다며 오직 하나 남은 막내 아들을 건지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한다.
남은 재산이라고는 鍮器그릇인 놋그릇과 도자기 몇점 남았다.
이것을 팔아 초하루 보름이면 상을 차려 놓고 오직 아들. 아들. 막내 아들을 무사하게 살려 달라고
내 아버지를 위해 무당 이상으로 손바닥을 빌며 넋두리를 했단다.
할머니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아버지가 집에 들어 와야 잠을 잔다.
또한 아버지도 천심으로 동네 주위에서 저런 효자가 있나 할 정도로 할머니를 위하셨다.
어쩜 신이 할머니께 마지막 남은 자비를 내려 주셨는가도 모른다.
그 아버지 속에서 내가 나왔다.
할머니의 기쁨은 하늘을 치솟았고 나를 금쪽보다 더 귀히 여겼다.
내가 3살 되던해 돌아가신 할머니는 손녀인 나에 대한 사랑은 정말 끔찍하도록 대단했다.
겨울이면 날이 춥다고 솜 버선을, 솜 옷을 그리고 솜 처네에 나를 업고 방바닥에
내려 놓지 않았으며 밤에도 업고 잤다,
그런 사랑을 받은 내가 할머니 무덤에 찾아 와 떼가 잘 살도록 잡초를 뽑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할머니를 부르며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하고 묘지를 껴안는다.
난 할머니 품에 안기듯 묘지 앞에 앉아 앞을 내다 본다.
툭 터진 앞은 산과 산이 이어지는 푸른 물결과 물결이 일렁이는 초록빛 바다다.
죽은 자와 산 자와의 사랑.
말을 안해도 알겠고 말을 하지 못한 그 사연 속의 애절했던 할머니의 마음이 공감된다.
정서적으로 하나된 두 마음이 어우러져 저 깊은 바닷 속 심연에서 타기 시작한 혼불은
꿈 속처럼 지금 이 깊고 깊은 산 속까지 넘치도록 푸르게 푸르게 활활 뜨겁게 타고 있다.
끝없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부서지는 광선.
그 햇살로 인해 수천 수만 종류로 隆隆히 흐르는 빛. 빛. 빛.
연두 청록 초록빛깔이 바람 불 때마다 파란 음계로 '솔라시도'하며 절로 음을 탄다.
새들이 그 음을 줏어 노래하며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를 날아다니다 하늘을 높이 오른다.
원래 산 자의 안부를 죽은 자에게 전하는 것이 새들의 임무이기에...
첫댓글 이 글을 볼려고 그랬는지 어제밤 꿈에 우리 할머니를 뵈었네요!
불효손은 엎드려 용서를 빕니다!
솔바람소리님 안녕하세요 일찍 인사를 드립니다.
그래도 꿈에 할머니를 보시고 이 댓글에 주셔서 할머니 생각하는 마음 공감이 갑니다.
불효손이라니요,
별생각을 다 하십니다.
요즘에 다 그렇지요,
간간이 생각하는 것도 찾아 뵙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오랜만에 할머니 산소를 찾으셨군요
앞쪽의 할머니에 얽힌 집안이야기도 그렇고
뒷쪽의 할머니와의 교감하시는 부분도 그렇고
대단한 낭만선배님의 필력에 감탄합니다
아무나 이런 글 쓸 수 없지요
저도 엊그제 부모님 산소엘 다녀 왔지만
낭만선배님같은 감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할머님도 좋은 곳으로 가셨을겁니다
낭만선배님 잘 살고 계신 게 그 증거입니다
청솔님 일찍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 청솔님 글에 댓글 못 드린지가 며칠 된 것같습니다.
늘 모든일에 철처히 준비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이십니다.
그리고 청솔님 글도 상세하게 진솔하게 이끌어 나가시어 정말 잘 쓰십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가슴이 박차 오름니다. 카페 회원들을 위하여 자주 글을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카페창을 열면 같은 동아리 활동 사진만 우후죽순 처럼 올라오니 읽어볼만한 것이 별로 없어 안타갑습니다.
회원 이만명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좋은글도 많이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소리새님 안녕하세요 일찍 새벽인사를 드립니다.
소리새님 제 글을 칭찬해 주시네요,
황송하기도 하면서 최송하기도 합니다.
눈부신 오월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훨훨 날아다니십시요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아직도 조상의 묘를 찾은적이 없으니 불효 막심하군요
낭만님의 글을 읽노라니 단편 소설를 읽은듯 합니다
진골님 새벽인사를 드립니다.
전 원래 새벽잠이 없어 지금 댓글을 드립니다.
그리고 불효라니요.
요즘 같은 세상에 간간이 생각하고 계시면 되지요.
그리고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지키세요,
그러면 그것이 효도하는 것이겠지요,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낭만 선배님~
옛날에는 명당 산소를
중요시 생각했습니다
말이 있을 정도는 아주 부유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자세하게도 들으셨네요.
할머니께선 간절한 정안수 빌어주심
좋은 곳으로 가셨겠어요.
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오래 만에 샛별사랑님과 주고 받는 글 같습니다.
우선 샛별사랑님 닉만 봐도 반가움에...
5월입니다.
눈부시고 아름다운 5월을 맘껏 즐기시며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늘 예쁘시고 고우신 분 존경합니다.
선배님 글 읽으며
요즘 인기절정인 영화 (파묘) 생각 납니다
곱게 키우고 사랑해주신
할머니가 참 대단하신 분 이셨군요
저의 할머닌 아들 선호로
오빠만 이뻐 하셨답니다 ㅎ
안단테님 일찍 인사를 드립니다.
오랫만에 뵙는 것같아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파묘를 봐야겠어요,
이렇게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어 화사하도록 눈이 부신 5월 맘껏 아름다움을 즐기십시요,
참좋은글에 머물고갑니다
김창근달인님 반갑습니다. 아침 인사를 드립니다.
5월입니다.
주위는 능청거리는 실록으로 아름답고
햇빛덩어리인 꽃꽃꽃 색색색 빛빛빛으로 눈이 부십니다.
바라건데 이 5월을 가슴이 넘치도록 즐기시기를 기월합니다.
울낭만선배님께서 정이 많으신 이유를 오늘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사랑을 받고자란 사람이 베풀 줄 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울낭만선배님 사랑합니다!!! ^^♡
수피님 일찍 아침인사를 드립니다.
이름만 불러도 정겨운 까페의 귀염둥이이신 수피님이십니다.
열심히 여기저기 참석하시고 댓글주시느라 늘 바쁘실 것입니다.
바라건데 이 아름다운 5월을 맘껏 가슴에 희열이 넘치도록 즐기시기 기원합니다.
@낭만
울낭만선배님 배려 덕분에 수피는 빛나는 5월 마음껏 누리겠습니다. ^^♡
@수피 하늘이 주신 천상의 화원을 이룩하는 5월입니다.
가슴에 넘치는 기쁨과 희열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낭만님의 샤머니즘이
윗 조상님 대대로 내려온 전통 신앙이군요
산소자리는 후손들이 발복한다 해서 풍수께 의뢰해서 좌청룡 우백호 명당자리로 정하지요
함부러 이장도 안되고요
미신도 과학이다
뭔가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불가사의한게 있는거 같아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금빛님
화진포에서 장민호의 노래앞에서 찍힌 멋진 사진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전 장민호를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금빛님 외에 금송님의 모습도 사진으로나마 뵐 수 있어 넘 좋았어요,
늘 건강하십시요,
@낭만 마침
낭만님이 장민호 팬이라니 빅뉴스 잘 올렸네요
조각미남 얼굴도.인성도 천재로 복받아서 인생 로또를 맞은거지요
요새는 명 사회자로 뜨고 각광을 받고 있지요
@금빛 금빛님과 같이 장민호팬인 것이 넘 좋습니다.
시원한 키 선한 눈빛 그리고 그의 외모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인물이죠.
금빛님이 그 앞에서 멋진 사진을 보여주시니 기쁠수 밖에요,
정말 두 분 다 사랑합니다.
낭만님은 우리 어머니와 동성동본이시군요?
우리 어머니는 출가하시자마자 시아버님의 권고로 신앙생활을 시작하셔서
교회 권사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친정에서는 그러면 집안 망한다고 난리를 쳤다는데,
그래서인지 친정은 망하고 우리 집은 名門家를 이루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라신 낭만님은,
그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라신 분 답지 않게 겸손하시면서도
섬세하고 자애로우심이 놀랍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집필활동을 하셨으면 합니다
자유노트님
어머니와 제가 동성동본이라 하시니 반갑습니다.
일찌기 교회를 나가신 것을 뵈오면 어머님께서는 일찍 깨이신분 같습니다.
평생을 둔하게 산 전 어머님이 부럽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두신 분이시라 자유노트님께서도 글을 보면 판단과 사리 분별이 정확하신 분 같습니다.
화사하고 좋은 5월입니다.
맘껏 즐기시며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부모님 산소에
가서 자주 이야기 나눕니다 자리깔고
앉아 이런저런 말씀드리다가 나도모르게 잠들기도합니다
미풍은 어머님의 손길 같고 햇빛은 아버님의 사랑같아 그냥 잠이든답니다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파묘 영화가
떠오릅니다
항상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미풍은 어머님의 손길 같고 햇빛은 아버님의 사랑같다고 하신 표현이 절창이시네요,
역시 글을 잘쓰시는 분이십니다.
늘 재미있는 글로 즐겁게 해주시고
웃게 해주셔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희정님의 글을 대합니다.
화사한 5월 맘껏 연애도 하시고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어린시절 다복한 가정에서 성장을 하셨군요.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나기전 조부모님은
이세상에 아니 계셨으니까요
좋은 글 잘읽고갑니다.
오랫만에 뵙는 망중한님 반갑습니다.
저도 망중한님과 비슷합니다.
할머니가 3살에 돌아가셨으니 얼굴도 모르고 기억도 없습니다.
5월이 되니 사진 찍으러 다니시려면 바쁘시겠습니다.
이럴 때 댓글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낭만선배님 오랫만에 친정
할머님 산소를 찾아뵙군요.
옛어른들 말씀에 조상님
묵은(오래된) 산소 이장은
함부로 못한다고 들었네요.
명당자리를 손을데서가
아니고 아마도 산소 이장
하는 시와 날과 방향이 안
맞아을수도 있을것 같네요.
그시대 풍수지리에 덫붙
인다면 산소 이장은 잘해
야 본전이라는 설도 들었
고 아니면 3대가 잘못 된
다는 엄중함도. 들었네요.
오랫만에 조상님 이야기에
관심있게 잘 봤습니다.
아! 뿌드리님
좋은 지적을 해 주셨어요,
전 단순히 땅이 길지인가 흉지인가만 알았는데
시와 날과 방향과도 관계가 다 있네요,
귀한 얘기를 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낭만선배님 한편의 단편입니다
특별한 사랑 주신 할머니 의 무덤 갸 에서 잡초 뽑는 낭만(손녀)선배님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옛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 갑니다
건필 하셔요
전 모처럼 복매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렇게 일상적인 글을 자주 올려주세요,
글도 잘 쓰시고 내용도 좋고요.
눈이 놀래고 귀가 놀래도록 화사한 5월입니다.
맘껏 여기 저기 즐기며 기쁨에 넘치는 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