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경산회 정기산행1회는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월중에 한번더 모여 자유산행 형식으로 다니자고 논한바 있었다.물론 경산회외의 별도 모임이 아니라 동창회와 경산회 활성화에 일조를 하자는 자유모임의 성격이며,정해진 날짜나 시간도 정하지 않고 즉흥적 성격으로 회장,총무등 직함을 가진 사람도 없이,누구라도 같이 하며 회비는 똑같이 나누어 내기로 묵계를 하였다.
경산회 2월 정기모임(청계산)에서 자연스레 비용 및 시간을 고려 선박을 이용,2박3일 한라산을 가기로 즉흥기획 실행에 옮긴 첫 자유산행이었다.(다음 행선지와 시간은 물론 정해진 것이 없으며,매월 가자는 것도 강제사항이 아니기에 그것 또한 자유다.)
1.참석자:박태호,노승일,김성율,김병진,김은,김영중,차재국,권기현,김재한,홍관희(10명)
2.출발장소 및 시간:2008년2월22일 오후4시(서울역옆 파출소 앞)
3.일정:2월22일(금요일 오후)~2월24일(일요일 오전)
4.여행경비:11만원(비수기 10만원)
5.기타 경비:모여서 합의하에 용처를 정해 각자 분담.(4만원 추가부담하여 총15만원 소요)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아 다행이다.인천 연안부두 개인출발한 성율이를 빼고 약속시간전에 모두 모여,직행버스 타고 가기로한 계획을 급히 변경(시간관계)전철 동인천역에서 내려 택시로 가기로 합의,서둘러 출발하였다.
연안부두앞에서 10명 모두모여 준비물 챙기고 저녁식사후 Ohamana호에 올랐다.
모두들 들뜬 표정으로 수다를 떨며 경쾌한 기분으로 2박3일 여행의 출발이다.
배정받은 3층객실은 생각외로 협소했고 잠자리 불편이 예상됐고,순간 모두들 실망하는 빛도 잠시,4층 라운지 복도에 또 하나의 거점을 확보하여 불편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재한이와 단짝인 재국이가 재한이 컨디션이 안좋으니 별도의 침실을 마련해주자고해서 만석이라는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15,000을 추가부담하여 편히 쉬게 해주니 만사오우케이!
저녁7시정각 배는 약간의 미동을 동반,미끄러져 나가듯 밤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승일,재국이 준비해온 위스키 두병과 준비한 먹거리에 귀를 즐겁게 하는 열남자의 쉴새없는 수다를 섞은 정겹고 유쾌한 주공연마(권기현군이 즐겨쓰는 표현)시간의 한편에선, 준비물에 기계(화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흰머리카락이 멋스러운 독일박사 김은이 고스톱연마회원 공개모집에 나섰던 것.
자연스레 酒流,非酒流로 나뉘어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에 섬처럼 떠있는 선박여행의 낭만이 묻혀 버릴뻔 하였으나,밤10시에 외부에서 우리에게 낭만을 즐길 기회가 찿아왔다.
갑판위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는 장내방송에 모두들 뛰쳐나갔다.
행운의 사나이들에게 예기치 않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으니,KBS 오락프로그램“강호동의 1박2일”녹화가 있어 개그맨 이수근,MC몽,가수 이승기와 함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폭죽처럼 터지는 불꽃놀이는 동화의 세계를 만끽하게 해주기 충분했다.
칠흑같은 밤바다에 유유히 떠있는 배,까만 밤하늘을 지켜주는 보석같은 달과 별,그리고 약간은 들뜬 분위기,이 정도의 단어들이면 현실에 쫓기듯 살아온 50대 중반 사내들의 팍팍하고 메마른 가슴을 적셔줄수 있지 않을까?
비행기,버스,기차등과 다른 개방감으로 또다른 일탈을 제공해주는것 같았다.
거기에 서로를 든든히 지켜주는 보석같은 친구들이 함께하니 50대의 뜨거운 열정,환희,그리고 시공을 뛰어넘는 우정이 외로운 밤바다를 달래주었다.시간은 자정을 넘어 내일의 한라산행을 걱정하리만치 빨리 지나갔고,아쉽지만 담요한장에 몸을 의지해 각자 누울곳을 찿아 누우니,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날(2월23일 토요일)한라산 오르기
인천항을 떠난 배는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전8시30분에 새로운 풍경의 제주항에 입항.
선상에서 맞이하는 새아침을 여는 일출은 쾌청한 날씨덕에 차가운 바람마저 감미롭다.
배를 어루만지듯 가벼이 일렁이는 파도,제주바다 내음을 머금은 푸른공기,수평선을 박차고 떠오르는 태양은 언제나 그렇듯 새롭고 힘찬 감동이다.재한이와 병진이는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컵라면과 김밥으로 구성된 아침준비하며 한라산행의 마음다지기에 들어갔다.
아참!어제밤 벌어진 고스톱연마(점당100원,은이는 더 큰판을 요구했음.ㅎㅎㅎ)의 승자는 김은이라는 아침속보가 들어왔다.
김은이는 경영학박사가 아니라 고스톱박사라는 새로운 사실이 친구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햇다.(은이야!네가 고생하며 공부한 내공을 부정하려는건 아니니 절대 오해 없으시길...)
점잖게 생긴 풍모와달리 승부사 아니 도박사(?)의 기질도 품고 있다니 놀랍구나.
이 역시 자유스런 여행에서 얻어지는 인간적 면모가 아니던가?
한라산을 향해가는 버스에서 바라보니 하얀 눈을 뒤덮어쓴 한라산을 바라보니,탄성과 함께 반드시 백록담을 딛겠다는 결의를 눈빛으로 교환했다.
아침8시30분에 안전산행하라는 학준이의 문자메시지에 모두가 사기충천.
9시30분 성판악휴게소 도착,월동장비 챙겨 출발,바람이 약간부나 우려의 수준은 아니고,추위 및 날씨 또한 견딜만하다.여행사에서 마련해준 도시락마저 챙기니 몸도 맘도 든든.
진달래대피소를 12시까지 통과못하면 정상에 못오른다하니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그 이유는 정상등정후 산악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로 통제하고 있다함.)
그래서 혹시 못갈것 같은 친구는 진달래대피소 유턴키로 하고 격려하며 나아간다.
나뭇가지 형태에 맞춰 핀 雪花,외로운듯 하나 이 겨울을 딛고 꿋꿋이 선 나무들을 벗해가며재한,재국,김은이를 아쉽지만 진달래대피소에서 뒤로하고 7명이 12시경 통제소 통과 눈밭에서 불편한 상태로 점심 도시락을 여는 순간,밥이 즉시 얼어 들어간다.
입 주위가 얼어 발음에 불편을 느낄정도로 산의 날씨가 급변하니,순간 어!이게 아닌데 하는 당혹감이 일행의 얼굴에 번진다.장갑을 벗고는 젓가락질을 못할 정도이며,발이 시리다.
언 밥을 먹는둥 마는둥 입속에 우겨놓고 다시 출발,높이 오를수록 기온은 낮아지며 바람도 더욱 사나워지고,반대편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정상부근의 상황이 안좋다고 만류한다.
그래도 굳센 전진하나,생각과 달리,바람에 몸이 휘청거리며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출벌전 하체부실 운운하며 엄살떨던 노승일,예쁘게 솟아오른 우아한 배불뚝이 박태호가 선두대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 투혼에 날씨도 고개 숙이는 듯 하다.
정상에 임박하니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도 없이 왼쪽으로는 흰눈을 덮어쓴 낭떠러지 바위,설치된 줄을 잡지 않고선 위태위태한 상황이다.몸이 바람에 쓸려갈 것 같다.
난 겁 없이 아이젠도 안했고,스틱도 없이,교만으로 윈드쟈켓도 걸치지 않았다.(배낭안에 다있으나 배낭을 내려 놓고 할수있는 상황이 도저히 아니었다.)아!물밀듯 밀려오는 후회란...
산과 자연을 가벼이 여기면 큰코 다친다더니,내가 지금 그 모양 그 꼴이다.정말 후회막급!
체면 모두 내려놓고 진달래대피소 回軍한 세친구를 따라 갔어야 했다는 자괴감마져 든다.
이제 정상은 눈앞 50여미터 전방.해발은 1940미터쯤 되려나?
조금 뒤처진 성율이를 제외한 다섯명이 山頂會議 끝에 下山決定.
아쉽기도 했지만 모두들 최선의 선택에 만족하는 듯 하다.
어휴!이젠 살았다.
둘째날 한라산 하산, 그리고 셋째날(2월23일 오후에서 2월24일 아침까지)
“산행의 첫째 덕목이 의리인데 기현이 홀로 정상을 넘어보낸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에베레스트 조난 관련 영화 또는 뉴스등이 필름처럼 돌아갔으며,정상을 눈앞에 두고 부득이 하산할 수밖에 없는 전문 산악인들의 쓰라린 심정이 떠올랐다”는 일행 전문산악인 냄새가 나는 영중이의 독백이 가슴에 와닿는다.그래!사고보다는 안전산행이 우선 아니냐고 自慰한다.
날씨가 너무 추워 잰걸음으로 모두 하산,기현이도 무사히 관음사쪽으로 하산완료 했단다.
기현이야 산꾼이니까 그렇다치고,이번 한라산 자유산행의 M.V.P.는 산행의 두,세계단을 훌쩍 뛰어 넘어선 노승일,박태호가 아닌가 한다.물론,모두 고생했지만...
일찍 하산한 재한이가 오늘밤 일행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배의 탑승순위 앞자리를 확보하고 우리를 반겨 맞이한다.(재한이는 모든 모임의 작전사령관으로,그의 작전은 항상 완벽하고,한치의 어긋남도 허용치 않으며,만반의 준비를 소리 없이,그리고 편안하게 해내는 우리들의 믿음직하고,듬직하고,탁월한 작전사령관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배에서 밤에 먹을 생선회와 향토주인 한라산 소주를 제주의 친구에게 사전 부탁,인계 받고재한의 작전명령에 의거,그와 나는 쏜살같이 부두를 마구 내달려 3층 객실과 4층 라운지를
제대로 확보하고,동시에 다른 친구들은 면세점에서 글렌피딕위스키를 준비했다.
이틀째 주공연마 시간.어제완 달리 밤바다에 바람이 심해 풍랑이 인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니,배가 약간은 흔들리며 출발한다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코로 전해져 오는 위스키향과 제주 바다내음을 몸에 품은 방어회를 한점 입안에 넣으니.그향이 입안 전체에 퍼져오며,산행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준다.
그 절묘한 어우러짐이 가히 환상적이다.
그래도 입가심은 한라산 소주로 해야된다는 박태호의 제안에 모두 동의,그 또한 별미.
은이는 고스톱연마의장을 펼쳐 수익금을 맥주기증으로 和答한 가운데,4층 레스토랑에선 old pop과7080음악이 라이브로 흘러나와 귀까지 호강 시켜준다.
이제 이밤이 지나면 집으로 가야하는 기쁨과 헤어짐이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그래도 가족을 그리며 잠을 청한다.
인천 연안부두(2월24일 일요일 9시30분 도착)
드디어 2박3일 일정이 건강하게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아침 해장국으로 허기를 달래며 이번 자유산행을 결산해본다.
첫 자유산행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모두 자기일 처럼 알아서 움직여주고,격려와 칭찬으로 잘 보낸 것 같다.
다음 자유산행은 어디가 될지?또 누구랑 가게 될지?은근히 기대해 본다.
고생 많았고,애썼고,분위기 아주 좋게 보낸 것 같아 幸福했다.
고맙고 사랑한다.친구들아!!!
첫댓글 관희 수고 많았다 ㅎㅎ 다음은 지리산 아녀 ?
Big Man!네가 앞장서면 어디든 따라간다.수고 너도 많았다.
등산이 꼭 정상에 선 다는 것만은 다는 아니겠지..거대한 자연에 순응하며 빽하길 잘 했다 그래도 기현이가 완주하였으니 우리 경산회 친구들이 한라산 먹은 것은 맞네...다들 장하다! 다음에도 부담없이 이런 자유산행 많이 기획하기 바란다 산행 기록해준 홍관희에게 감사~~
학준회장님!다음 자유산행땐 뒤에서 지시만 하지 마시고 동참하셔서 後學들에게 한수 가르침을 주시고,길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ㅎㅎㅎ
관희, 수고했다. 정상을 불과 50미터도 못남기고 회군했지만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만치 감동이 있었다. 친구들 덕에 나는 아랫도리가 회춘한 거 같어, 나도 이제는 밤이 무서버! 이거 혼자서 기나긴 밤을 어쩌나? ㅎㅎㅎ 그리고 다음 자유산행은 병진이 말대로 4월 중순쯤에 지리산 가기로 한 거 아닌가?,
승일아!너는 자유산행의 스페셜리스트다.왜냐구?소주와 막걸리에 찌든 잡초들에게 가끔 위스키 단비를 내려주니까...숭구리당당,숭당당!!!졸업한겨?기나긴 밤이 두려우면 영중이와 불수사도북이나 뛰어라.야간산행이 스릴있다고 하더라.지리산 가자꾸나!
관희야 수고많이 했어 산행했던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 ~~
독야청청 권기현!악천후를 뚫고 홀로 백록담을 지나 관음사로 하산한 그 기개에 경의를 표한다.장하다!박수!짝짝짝!!!
아주 자세한 산행기가 동참한 느낌까지 들게한다. 멋진 모임이었구나~
창연아!찍사랑도 기회되면 합동으로 판 벌여 보는게 어때?
아냐 ! 이건 자세한 산행기가 아녀 너무 많이 빼먹었어 추록해 관희야 ㅎㅎㅎ
정말 멋진 산행했구나~ 몇해전 나도 제주에 근무할 적에 성판악~관음사 코스로 한라산 두어차례 등산한 적이 있어. 눈덮인 산 오르던 추억 새삼 떠올려 지는구나.
진섭이 친구!그렇지 않아도 한라산행 버스에서 누군가(아마 김성율이었던 것 같다.)제주 근무했다고 이야기하더라.추억이 떠올랐다니 반갑구먼.
관희 재미있게 잘읽었다. 잘지내고있지? 얼마전 성판악갔다가 9시이후에는 한라산못올라간다고해서 그냥돌아온 아쉬운추억이 있다. 그래도 제주에서 마라도,우도까지 다구경하고왔으니 아쉬운대로 OK---
봉훈이 잘지내니 반갑다.네가 미국에 있는 사이 그 빈자리를 승일이가 메워주고 있다. 자유산행 예행연습 많이 해뒀다가 네가 한국에 들어오면 잘모시마.볼때까지 늘 건강하고 부인께도 안부 전해줘!!
홍관희 수고 많다. 이번 산행에서 관희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잘 치루지 않았나 생각이든다. 관희 화이팅!!!
성율아!다같이 수고했지.산행어디든 너는 꼭 필요한 존재겠더라.배에서 자리잡을때도 네 덩치보고 옆에서들 찍소리 못하더라.든든한 내 친구여!!!앞으로도 많은 산행정보 부탁.
관희 ! 소리없이 차분하고도 치밀하게 수고많았다... 역시 봉사하려는 너의 마음과 자세가 빛나는 여정이었다
아니?이게 웬소리야!몸이 불편한데도 억지로라도 참석한 네가 수훈갑이지.어느 자리에서나 은은히 밝게 비춰주는 네가 짱이다.
야~~호!! 오랫만에 댓글이 스무개가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