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명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슬로우 리트릿
공부에 지쳐, 일에 치여 바쁘게 살다 보면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는 여유를 갖고 싶어진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느린 여행, 리트릿(retreat)이 하나의 방법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물러나 휴식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여행이다. 슬로시티 서천에서 갈대밭 산책, 문헌서원에서 명상과 요가를 즐기며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물한다.
내면에 집중하는 리트릿 여행
충남 서천에서 현대인을 위한 ‘슬로우 리트릿(slow retreat)’ 여행을 선보였다. 리트릿 여행에 서천이 지닌 지역 콘텐츠를 더해 호서대학교와 사회적 기업인 (주)자이엔트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신성리 갈대밭, 문헌서원, 한산모시, 한산 소곡주 등을 결합해 서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리트릿이 탄생한 것. 이름도 슬로시티 서천과 리트릿에서 영감을 받은 ‘슬로우 리트릿’이다. 유독 자연이나 생태와 관련된 여행지가 많은 서천이기에 더욱 기대된다.
리트릿 여행에 서천의 특색을 더해 슬로우 리트릿이 되었다.
슬로우 리트릿에서는 어떤 걸 경험하게 될까? 바닷바람을 느끼는 비치요가, 사운드 또는 아로마테라피, 갈대밭 속 힐링 요가, 한산 소곡주 만들기 체험, 한산모시 짜기 체험, 문헌서원에서 명상, 전통차 마시기, 묵언이나 피크닉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모든 일정을 급하게 진행하는 건 아니다. 하루에 한두 개 정도로 느긋한 일정을 짠다. 1박 2일이나 2박 3일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되고 길게는 일주일이나 한 달도 가능하다.
자연과 생태가 살아 있는 서천은 리트릿 여행지로 마침하다.
느린 여행지로 딱 좋아, 충남 서천
서천 슬로우 리트릿의 시작은 가을바람과 갈대가 만나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해내는 신성리 갈대밭이다. 금강 하구에 자리한 이곳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가 빽빽한 숲을 이룬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숱한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갈대밭 사이를 걸으며 산책을 한다. 빠르지 않게 천천히. 숨소리도 죽여가며 조용히 걷는다. 그래야 자연의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작은 바람에도 서걱서걱 흔들리는 갈대의 소리, ‘쿵쿵쿵’ 낮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 인기척에 놀라 급히 날갯짓하는 철새의 소리. 신성리 갈대밭이 여행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덕분에 미로처럼 뻗은 갈대숲 길을 따라 구불구불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벼운 산책으로 기분전환을 했으니 문헌서원으로 이동해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차례다. 문헌서원은 서원의 역사적인 의미도 좋지만 그 앞에 완만한 잔디밭과 주변에 꾸민 공원이 근사하다. 숙소로 사용하는 문헌전통호텔도 문헌서원 입구에 자리한다. 문헌서원에서는 잔디밭에 앉아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한다. 요가는 강사의 지도 아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본 동작 위주로 실시한다. 호흡에 신경 쓰면서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게 된다. 모든 동작을 마친 후 누워서 쉬다가 감은 눈을 떴을 때 시야 가득하게 쏟아지는 푸른 하늘이 감동이다.
대자연 속에서 하는 요가는 훨씬 자유롭고 열린 마음이 된다. 탁 트인 공간이 주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요가를 즐길 수 있고 서원을 둘러싼 솔숲의 새소리, 맑은 공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요가는 문헌서원 잔디밭뿐만 아니라 장항송림해변이나 신성리 갈대밭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요가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도 있다. 나무 아래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른바 ‘멍 때리기’ 시간을 갖기도 한다. 빈백이나 캠핑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마음 요가 혹은 힐링 아트라고 불리는 젠탱글(zentangle)을 그리기도 한다. 젠탱글은 단순한 패턴을 반복해 그리는 그림이다. 우리 삶에 지우개가 없듯 젠탱글도 지울 수 없는 펜으로 그린다. 잘못 그은 선도 지우지 않고 계속 그려나가면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 되어 어우러진다. 마음을 비우는 데 젠탱글만한 것도 없다고 한다. 꽃잎이나 나뭇잎을 주워 모아서 마음 내키는 대로 배열하는 꽃 만다라 역시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색이나 모양, 분포 등을 보고 심리치료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그 모든 것을 떠나 알록달록한 꽃잎을 만지고 정성껏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한산모시관에서는 모시팔찌 짜기를 한다. 지역 어르신이 요령을 알려주고 여행자는 그대로 따라 하는 거라 어렵지 않다. 모시팔찌 하나를 완성하려면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아담한 크기의 베틀에 색색의 날실을 걸고 씨실을 넣었다 뺐다 하면 조금씩 팔찌가 만들어진다. 짜는 동안 병든 부모를 낫게 해준 모시할매 전설을 들려주는데, 모시팔찌를 짜는 동안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이루어진다고 한다.
전통차 마시기도 참가자들이 좋아하는 일정 중 하나다. 정원을 곱게 가꾼 카페에서 주인이 직접 만든 대추차, 오미자차, 생강차 등을 마신다. 진한 대추차 향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갖는 다담. 서로 간에 오가는 사소한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속 답답함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매일 정성껏 끓여낸 대추차와 꼼꼼하게 손질해서 약 기운 가득 담은 생강차, 오랜 시간 잘 재운 오미자차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처럼 슬로시티 서천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찾아간다.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낸 대추차 역시 슬로우 리트릿에 어울린다.
카페 다향에서 즐기는 전통차는 깊은 맛을 선물한다.
슬로우 리트릿은 야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랭이 많아 날씨와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 대지의 기운이 태동하는 봄부터 단풍이 화려하게 물드는 가을까지 진행하고, 겨울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2019년 프로그램은 마감을 했다. 봄이 오면 업그레이드해서 새롭게 시작하니 자연과 내가 온전히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지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서천 슬로우 리트릿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삶이 바쁘다고 여행도 분주할 필요는 없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이듯, 정신없는 일상이 있다면 한갓진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세상이 더욱 빠르게 돌아가는 패스트라이프 증후군이 심화될수록 서천의 슬로우 리트릿이 빛을 발할 것이다. ‘한 박자 느리게, 한 걸음 뒤에서 천천히’ 내일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필요한 나를 위해 서천으로 여행을 간다.
여행 정보
슬로우 리트릿
문의 : 041-555-0329(느-린여행사)
✔ 주변 음식점
모시원 : 돌솥밥 /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한마로 18 / 041-951-0021
할매온정집 : 아귀찜·아귀탕 /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서로47번길 20 / 041-956-4860
천방맛집 : 우렁쌈밥 / 충남 서천군 판교면 종판로 882-8 / 041-951-3396
✔ 주변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