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터뷰대상을 찾기 위해서 입니다.
이런 목적성 글을 올리는 것에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루트가 아니면, 호스피스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접촉할 방도가 없었기에,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학교에서 <성격창조WS>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고, 이 수업의 일부분으로 인터뷰가 있는데
자신이 인터뷰하고 싶은 대상을 한 학기동안 수차례의 만남을 거쳐 알아과는 과정입니다.
인터뷰는 라이프히스토리/동행체험/에피소드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구체적으로 인터뷰하기/마지막인터뷰 등
이렇게 3~4번의 만남이 필요한 과정으로 이루워져 있습니다.^^
인터뷰는 12월 초, 종강전까지 마무리를 해야합니다.^^;
우선 중요한 점은 제가 왜 호스피스 분들은 인터뷰하고 싶은지가 될 것 같습니다.
줄줄이 설명하기보다, 아래 제가 인터뷰 제안서로 교수님께 제출했던 내용을 첨부하겠습니다.^^
사실 인터뷰를 해주시는 분들에겐 소비적인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경솔하게 접근하게 되어, 마음도 편지 않고... 저도 걱정되는 마음이 앞섭니다...
인터뷰를 허락해주시는 분께 제가 학생으로써 해드릴 수 있는 건, 제 전공을 살려 영상촬영이나(동행체험때 인터뷰하는 분의 하루를 비디오를 남기는 일 등) 인터뷰해주신 내용을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전달해드리는 일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런 직업을 가지신, 혹은 이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알아갈 수 있고,
인터뷰를 해주신은 분 또한 얻어가는 것이 있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입니다.
다른 인터뷰 대상을 찾을 수도 있지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기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렇게 민폐스런 글을 올리게 되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제 이메일은 song90-_-v@hanmail.net입니다.
성별도, 나이도 모두 상관없습니다! 제게 몇 번의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 분, 이 인터뷰 과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
본인을 좀 더 꺼내어 주실 수 있는 분들의 연락부탁드립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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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워크 제안서>
3년 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눈물 수십 리터의 근원이었던 호스트 패밀리를 만나게 된다. 호스트 엄마는 그중에서도 나와 가장 트러블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호스트 엄마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환자들이 많은 병동에서 일했기에, 그녀의 직업은 호스피스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에 항상 지치고 피곤해보였다. 병원에 나가지 않는 날엔 그녀 또한 여느 사람들처럼 즐겁고, 친절했지만, 병원에서 업무를 마치고 오는 날이면, 가족들은 모두 그녀의 귀가를 긴장했다. 최대한 그녀가 집에 들어왔을 때 그녀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도록,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해놔야 했고, 자정이 다된 시간 우리에겐 현관문을 밀고 들어오는 엄마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었다. 혹여 우리가 실수라도 하던 날엔 그녀와 호스트 아빠와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였고, 그 싸움은 항상 그녀가 울음을 터트림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자신의 담당인 병실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허다하게 보는 그녀였기에, 병원에서 귀가한 그녀의 얼굴이 밝았던 날은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나는 그녀의 그런 상황과 심정을 이해하기보단, 주기적으로 벌어지던 싸움이 싫어서, 그녀의 히스테릭한 모습이 싫어서, 항상 그녀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자 노력했고, 그녀도 나에게만은 친절했다. 그래서 그녀는 내 교환학생 시절 내게 가장 친절했지만, 나와 눈엔 보이지 않는 거리가 확실히 존재했던 인물이었다. 우린 마음보단, 관계였다. 내가 조금만 그녀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면, 조금이라도 그녀와 내 마음을 나눴다면. 하지만, 진정 그때의 나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현재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을 때,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시절 항상 내 진심을 듣고, 나누는 역할은 호스트 아빠(역설적으로 나와 가장 트러블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였다.)의 차지였고, 그만큼 나와 그녀는 서로 마음을 이야기 할 기회가 적었다. 한 해 동안 그녀와 나 사이엔 어떠한 싸움도, 큰 문제도 없었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추억도 부족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곧바로 이 학교에 입학하고, 호스트 패밀리의 기억이 차차 희미해져갈 즈음. 그러니까 올해 봄쯤이었던 것 같다. (비록 기초WS으로 찍지는 않았지만)호스트 엄마와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구성한 적이 있다. 그렇게 그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그때 그렇게 스트레스를 못 이겨, 슬픔을 못 이겨 가족들에게 소리를 지르던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녀의 외침을 맞받아치는 외침 아닌, 그저 작은 포옹. 혹은 그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 오늘도 누군가를 잃은 그녀를 위한 작은 위로. 우스웠다. 그때는 진심으로 그녀를 이해할 마음도 없었으면서, 이제 와서야 이런 식으로 이해하려 애쓰다니. 자신의 환자, 자신의 사람을 거의 매일같이 잃어가던 그녀가 감당해야 했을 그 슬픔의 깊이를, 나는 연민했지만, 함께 슬퍼하지는 못했다. (이것을 호스트 아빠는 sympathy와 empathy의 차이라 하였다.) 그리고 아직도 그녀와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함께 그 마음을 나눌 자신이 나는 없다. 다만 그 자신이 없다 한들 알고 싶고, 노력해보고 싶다. 그 사람이 감수하는 것들과 얻는 것. 잃는 것. 그리고 그 사람자체... 어리석음을 반복할까 두렵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엔 포기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