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후리지아꽃은 미나가 들고
무거운 배상자는 아빠가 들고
엄마는 호박을 넣어 만든 호박떡과
깨강정, 식혜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반석의 집으로 찾아 갔어요.
반석의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그림같은 집이지요.
"어서오세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 온다는 연락을 미리 받았다고 하면서
원장님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미나도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지요.
"차암, 예쁘게 생겼구나.
이왕 왔으니 할머니 할아버지들 심심하지 않게
웃음 보따리 풀어놔라."
"저, 잘 못하는데..."
원장님의 말씀에 미나는 괜히 쑥쓰러워졌어요.
"진달래 할머니는 안 보이시네요."
아빠가 두리번 거리며 할머니를 찾았어요.
"아예, 진달래 할머니는 폐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중입니다."
원장님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아빠와 엄마를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들 방으로
안내를 했어요.
"미나야 뭐해!
들어오지 않고..."
미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침대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만화나 인형극 속에 나오는
무서운 마녀 할머니 같다고 순간 생각 했어요.
포동포동한 살 대신 쪼글쪼글한 살 껍데기에
검은 얼룩 무늬가 있는 할머니들 모습이였거든요.
"미나가 처음 이라서
무서운가봐요."
원장님이 미나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미나에게 걱정말라며
손을 잡아 주었어요.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소화는 잘 되시구요.
어디 아픈곳은 없으시구요."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들의 손과 발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긋방긋 웃으며 만져 주며 이야기를 했어요.
"아휴~! 냄새.
엄마 이게 무슨냄새야
머리가 띵해지려고 해.
엄만 괜찮아."
미나는 엄마에게 귓속말로 조용히 말했어요.
"나이 많은 냄새란다."
"나이 많은 냄새?"
"그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나는 냄새야.
미나야,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사랑으로 섬기면 나이 많은 냄새도
역겹지 않고 향기롭단다,
미나도 이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미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공경하며
정성을 다해 섬기는 엄마와 아빠가
천사라고 생각했어요.
"미나야,미나도 섬김의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겠니?"
겁먹은 얼굴로 엄마만 따라다니는 미나에게
아빠가 말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요,뭐."
"없긴. 왜? 없어.
어깨주무르기, 성경책 읽어주기,
등 긁어주기,손톱깍아주기 ....찾으면 할일은
얼마든지 있단다.
미나가 하고 싶은 것부터 해보지 않겠니?"
아빠가 미나에게 살포시 윙크를 보냈어요.
그제서야 미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미나는 착한 마음을
가졌구나."
곰팡이 무좀이 걸려 손톱이
볼품없게 자란 할머니 손톱을 미나가
손톱깍기로 자르자
원장님께서 대견해 하시며 칭찬해 주었어요.
할머니의 손은
빼빼 말라 꼭 겨울 나뭇가지 같았지만
미나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을
생각하며 어깨도 주물렀고
나이 먹으면 난다는
고약한 냄새을 맡으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성경책도 읽어 주었어요.
저 건너편 방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힘을 합해
똥을 싼 할아버지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있었지만
미나는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꾸욱 참았어요.
'그래, 그거야.
사랑은 내마음에 살고 있었어.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하면
사랑은 병이들고 죽을지 몰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랑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
불쌍한 사람들에게도
웃음과 소망을 줄 수있도록
나도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해야겠어.'
미나는 가만히 두손 모아 기도를 했어요.
후리지아꽃이 꽃병에 세워졌어요.
은은한 후리지아 향기가
거실에 펴지자 꽃을 좋아신다는
할렐루야 할머니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어요.
"천천히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아버님,어머님들 사랑합니다."
아빠와 엄마가 정성스럽게 가져온
배, 깨강정,호박떡 그리고 식혜를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서
흐뭇해 하시며 맛있게 드셨어요.
반석의 집에 평화로운
시간이 무르익어가고 있었어요.
-인형사랑 박용환 집사 드림-
|
첫댓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예쁜 글이네요. 애들한테 보여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