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카16~19)
루카 복음 21장 16절은 종말의 기간 동안 성도들이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당할 핍박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이미 가르치셨고(루카12,52.53; 마태10,21.22), 예언자 미카의 예언에도 나오는(미카7,5.6), 종말에 나타날 징조로서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루카 복음사가는 마르코과 마태오 복음 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가족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의 핍박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없는 타인으로부터의 박해와 비교해 볼 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친척, 심지어 피를 나눈 가족의 박해와 배신은 참으로 인내하기 어려운 핍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것은 종말의 기간에 인간 사회를 지탱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끈이요 세포 단위인 가족 관계까지 파괴될 것을 예언한 것이다. 이제 루카 복음 21장 17절에서 종말에 성도들을 핍박하고 박해할 주체가 가족과 친지로부터 모든 사람에게로 확장된다. 여기서 '모든 사람'에 해당하는 '판톤'(panton; all men)는 그리스도인을 미워하는 모든 사람 또는 민족(마태24,9)을 말한다.
그리고 '미움'으로 번역된 '미수메노이'(misumenoi)의 원형 '미세오'(miseo; hate)는 '증오하다', '무시하다'는 뜻인데, 무관심과 업신여김, 멸시, 경시 및 적극적으로 증오하는 미움을 가리킨다. 이것은 원수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데 쓰이는 단어이다(마태5,43).
또한 이러한 박해의 원인이 바로 '내 이름 때문에'라는 표현을 통해 예수님의 이름을 믿는 신앙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루카 복음 21장 18절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믿는 신앙인들에 대한 완전한 보호의 약속도 함께 나온다.
'머리카락'으로 번역된 '트릭스'(thriks; an hair)는 사람의 머리털, 머리카락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성경에서 하느님의 보호하심의 완벽함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마태5,36; 사도27,34; 1사무14,35;2사무14,11; 1열왕1,52).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는 말씀이 앞에 나열된 핍박의 내용과 모순되는 듯이 보이지만, 이러한 하느님의 보호하심은 영적인 의미로 알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성도들이 이 땅에서 육적으로 아무리 심한 박해를 받고 고통을 당한다 할지라도, 존재의 본질적인 차원인 '영혼'은 어떤 상함이나 변형이 없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견해도 있고, 여기서 '너희'를 '교회'로 알아들어 종말에 어떤 박해가 있어도 '하느님의 교회'는 온전히 보호받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끝으로, 루카 복음 21장 19절은 종말 기간 동안 성도들이 받을 고난(루카21,12~19)에 대한 결론인 동시에, 루카 복음 21장 18절에 대한 보충 설명에 해당한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사가는 병행 구절에서 '그러나 끝까지 견디어 내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라고 기록한 반면에(마태24,13; 마르13,13), 루카 복음사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장으로 기록했다.
여기서 '인내'로 번역된 '휘포모네'(hyphomone; patience)는 무거운 짐이나 힘든 시련과 박해의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는 것을 나타낸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사가는 '휘포메이나스'(hyphomeinas)라는 동사를 사용한 반면에, 루카 복음사가는 이 단어의 명사형을 사용했다.
그리고 '얻어라'로 번역된 '크테사스테'(ktesasthe; passess; gain)의 원형 '크타오마이'(ktaomai)는 '소득을 가지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영혼의 참 생명을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루카 복음사가는 종말에 모든 박해를 견디는 '인내'가 곧 '영혼 구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밝혀서, 박해에 직면한 성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 임언기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