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택한 직업이 기자였다.
학생 때 옛 동대문야구장에 몇 번 가보고
아는 야구지식이라고 해봐야
스포츠신문, 스포츠주간지의 글과 방송에서
해설가들이 했던 이야기를 들은게 전부였다.
책을 준비하면서 다시 야구 공부를 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야구 아는 만큼 더 재미있다
저자 김종건은
<주간야구> 창간 멤버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스포츠서울>로 자리를 옮겨
야구, 축구, 연예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2005년부터 3년간 언론을 떠나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홍보마케팅 팀장을 맡아
프로스포츠구단의 실무를 경험한 바도 있다.
2008년 <스포츠동아> 창간 멤버로
다시 기자로 복귀하여 레저생활부장, 체육2부장을 거쳐
현재 부국장 겸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그가 현장기자로
그라운드를 지킨 것은 2001년까지였고,
10년 넘게 떠났던 현장을 다시 찾았을 때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은
이제 감독, 코치 혹은 은퇴한 야구인이 되어 있었다.
그들로부터
아날로그 시절의 야구를 그리워하는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젊은 날 열정을 바쳤던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작고한 이종남 기자가 번역했던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와
조지 윌의 <맨앳워크>를 참고로 했다.
평생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했던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의 가치를 철학적 수준으로 높였고,
조지 윌은
야구를 타격, 수비, 피칭, 감독 등으로 분류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야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었다.
이 책은
야구경기의 매력,
야구선수로 산다는 것,
야구감독의 의미,
투수의 피칭,
타격의 예술,
수비, 전술과 작전, 베이스러닝,
그라운드 밖의 야구 등 9개 장에 걸쳐
모두 55가지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야구가 10배 더 재미있어지는
그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보자.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희노애락과
에피소드의 순간처럼
야구 또한 페넌트레이스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야구경기는 자신이 알고 느끼는 만큼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야구는 실패의 경기입니다.
야구에서는
가장 잘 치는 타자도 65%를 실패합니다.
연단에 있는 저도
팀의 한 시즌보다 더 많은 경기를 졌습니다.
의원 여러분은
야구 선수들보다 더 많은 성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왼손투수 최다승(363승 245패)에 빛나는
워런 스판이
1980년대 어느 날 워싱턴에 있는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이다.
이처럼
야구는 실패를 전제로 시합하는 경기이므로
변수가 정말 많다.
오늘 100 : 0으로 이긴 팀도 내일 0 : 1로 질 수도 있다.
●30%의 확률로 성공을 인정받는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감히 드문 일이다.
큰 점수차는 곧 실력차다.
약한 팀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점수차가 좁혀질 뿐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야구는 실패의 경기이기에
아무리 약팀이라도 어지간하면 3할의 승률은 보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도
5할을 치지 못했으며,
3할을 치면 잘했다고 인정받는다.
어떤 스포츠도
30%의 성공 확률에 칭찬하지 않는다.
오직 야구뿐이다.
스포츠 전문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를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책 <야구란 무엇인가>의
머리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야구는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확실한 인간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언제나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자연의 법칙은 흐트러지는 경우가 없으며
이를 부정하려고 대들다간
언젠가 패배만 맛볼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여기에도
어떤 원리와 원칙이라는 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당사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필자의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디테일에 강한 야구가 승부에서도 강하다.
디테일에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상대편의 습관을 알아채는 것이다.
예상문제를 풀어본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성적차가 나는 것과 같다.
일본에선
이를 '쿠세'를 읽는다고 말하며
온갖 장비를 활용해 상대의 습관 분석을 통해
자신들의 전술을 짜는데 이를 활용한다.
1994년 한국시리즈
최초의 끝내기 홈런을 친 엘지의 김선진 선수도
연장 11회
태평양 돌핀스의 김홍집 투수의
슬라이더를 미리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수가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던질 때
글러브의 위치가 달라짐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1990년 해태 타이거즈의 선동렬 투수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김용철 선수에게 피홈런을 허용하고 무너졌다.
이 또한 글러브의 위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하는 것 또한
야구에선 비일비재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김응룡 감독이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상대팀은
사인을 잘 훔치기로 유명한 일본이었다.
그들은
예선 때부터 한국 벤치의 사인을 분석했다.
김 감독은
리틀야구 같은 간단한 사인을 보냈다.
코를 만지면 번트,
귀를 만지면 히트앤드런 등 이런 식이었기에
일본은 김 감독의 영리함을 모른 채
내심 쾌재를 외쳤다.
그러나,
결승전 때는 전혀 다른 사인으로
일본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프로야구 불문율 십계명
1.상대에게 모욕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
2.큰 점수차가 났을 때
리드하는 팀에선 도루나 번트를 삼가라
3.홈런 치고 너무 좋아하거나 베이스를 천천히 돌지 말라
4.타석에서 포수의 사인을 훔치지 말라
5.삼진을 잡은 투수는 미친듯이 기뻐하지 말라
6.투수가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을 진행중일 때
기습번트를 대지 말라
7.도루시 스파이크를 높이 쳐들지 말라
8.타자의 머리 뒤로 공을 던지지 말라
9.피홈런 후
투수는 다음 타자부터 일부러 맞히지 말라
10.상대팀 슈퍼스타를 보호하라
입을 조심해야 하는 프로야구,
칼보다 더 무서운 게 입이다.
혀가 칼보다 무서운 사례는
프로야구의 역사에서 많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즌 초에 있었던 한 인터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날아간 경우도 있었다.
1934년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전신)의
빌테리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뉴욕 자이언츠는
내셔널리그의 강팀으로 맨해튼이 연고지였다.
당시 브루클린에 있던 다저스는
시즌 내내 꼴찌를 벗어나기도 힘든 팀이었다.
시즌 초반
자이언츠 담당 기자들의
"다저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다저스가 아직 내셔녈리그에 있나"라고
감독은 대답했다.
극성맞은 다저스 팬들은
이 모욕을 결코 잊지 않았다.
시즌 막판에 두 경기를 남겨놓은 다저스는
8개 팀 가운데 6위였다.
당시 뉴욕 자이언츠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공동 선두였다.
마지막 두 경기는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경기였다.
다저스 팬들은
폴로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원정 2연전에
모두 모여 격렬하게 응원했다.
다저스 팬들의 서슬에 질린 자이언츠는
2연패를 당하면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날아가고 말았다.
일본에서도
1989년 일본시리즈에서
긴데쓰가 요미우리를 상대로 3연승하면서
우승에 1승만을 남기고 있었다.
3차전 승리투수 가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요미우리 계열사인
니혼TV 기자의 유도성 질문에 휘말려
답변을 잘못함에 따라
다음날 신문에
'최약체팀 롯데보다 요미우리가 약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요미우리 선수들은 분개했다.
이후 시리즈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7차전에 등판한 가토는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이 말은 야구팬들을 엄청 짜증나게 만든다.
물론
인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실수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실수로 승패를 뒤짚는다면
누가 이를 용인하겠는가 말이다.
최근에도 오심이 몇 차례 연속되면서
급기야 관중이 운동장에 난입해
과거 오심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근영 심판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발발했다.
이젠 영상 판독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심판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방송사의 카메라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야구의 인기 상승에 발맞추어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중계 방송 기술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첨단 방송 장비로
미세한 장면까지도 포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옳을 때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지만
내가 틀리면 아무도 까먹지 않는다.
- 더그 하비,
메이저리그에서 31년 동안 활약한 명심판
●새가슴이라면 야구하지 마라
연습경기 등판에선 에이스이지만
실전에서는
무기력하게 포볼을 남발할 때 새가슴 투수라고 평하듯이,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회에 약한 선수를
새가슴 선수라고 말한다.
이는
유독 위기나 찬스에서 실수를 연발하므로
배짱이 약한 것처럼 보여
붙여진 불명예스런 칭호다.
'승부사'란 별명의
한대화 기아 수석코치의 말이다.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을 다 써서
득점을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배트를 거꾸로 잡고 치더라도
주자를 불러들인다는 생각만 가지고 타석에 들어갔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나온 역전 3점 홈런은
그런 마음가짐이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만루 또는 득점 상황이 두려운 선수는
상대팀 투수와의 대결이 버겁다.
상황이 주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나쁜 공에 배트를 휘두르며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만루 위기에서 자신의 공을 뿌리지 못하고
포볼을 남발하는 투수들이 있다.
이런 멘탈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야구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조지 윌은
<맨앳워크>에서 감독의 업무를 이렇게 정의했다.
"선수로 하여금 경기를 준비시키고,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최대한 우리 팀에 유리하도록 이용하며,
이를 위해
과거의 기록을 통해 우리 선수들의 능력치를 잘 알고
또한
상대 선수들의 능력도 알아야 한다"
엔트리에 들어갈
1군 선수를 잘 구성하고,
2군에서 기량이 향상된 선수를 자주 발굴해 올려야 한다.
그리고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 팀에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고,
신인 스카우트를 잘해서 항상 밝은 미래를 만들어
팀 전력을 꾸준히 상위권으로 유지하면서
팀 컬러에 맞는 야구스타일을 확립해야
비로소 좋은 감독이다.
올바른 선수를
올바른 장소,
올바른 상황에 투입하는 것이
좋은 감독이 해야 하는 일이다.
- 얼 위버,
1970년대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전성기를 이끈 명감독
감독이 선택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투수 교체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내려야 하는 중요한 판단이지만
강판당하는 투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그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의 성원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그 경기가 시리즈의 우승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경기라면
감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베테랑 감독과 초보 감독의 차이가
가장 드러나는 대목도 투수 교체라고 했다.
감독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도 투수 교체다.
어떤 때는 참고 기다려야 하고,
어떤 때는
피도 눈물도 없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고,
정해진 이론도 없다.
오직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만 있을 뿐이다.
●신인 같지 않아 신인상을 못 받는다?
1982년에는
처음 프로야구를 출범했기에 신인상은 없었다.
1983년에 첫 신인상을 배출했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영광의 주인공은 오비의 박종훈 선수였다.
타율 3할1푼2리에 3홈런 24타점
(안타 1위, 출루율 5위)이 시즌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는 따로 있었다.
1982년 세계 야구선수권대회 출전 때문에
프로 진출을 1년 미루었던 선수들이
대거 1983시즌에 합류했다.
고인이 된 삼성의 장효조 선수는
3할6푼9리에 18홈런 62타점
(타격 1위, 홈런 3위, 득점 2위, 출루율 1위, 최다안타 1위)을 기록했다.
성적으로만 보자면 장효조가 월등했다.
그러나
투표인단은 아마추어 시절에 수립한
장효조의
화려한 경력 때문에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른 선수를 선택했던 것이다.
프로선수는 기록을 먹고 산다.
선수가
무슨 과일도 아니고 왜 신선도를 따졌는지,
이는
횡포임에 분명하다.
숨겨진 또 다른 이유는
언론과 비친화적인 장효조라서
기자단이 비토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렇게
저급한 역사는 만들어졌다.
비이성적인 이런 투표는 이젠 사라져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발전에 방해만 될 뿐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 요기 베라
앞으로도
야구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와
우리 야구팬들이 더 깊은 눈으로 경기를 보고,
이해한다면 우리 야구문화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야구는
자신이 아는 만큼 더 재미가 있는 경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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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식 전 감독, 현 KBO 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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