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초여름 무더위를 피하기에 좋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숲이다. 숲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 시원할 뿐만 아니라 운치까지 있다. ‘나무의 도시’라 불리는 충북 보은으로 간 까닭이다.
소나무 명소, 오리숲길
충북 보은에는 소나무와 관련된 명소가 여럿 있다. 속리산 자락의 오리숲길도 그 가운데 한곳이다. 속리산터미널에서 산기슭으로 향하면 잔디밭을 메운 조각품들과 그 옆을 흐르는 하천이 눈에 들어온다. 숲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오리숲길은 법주사까지 연결된 길이 10리의 절반인 5리(약 2㎞) 정도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숲길 양옆은 아름드리 소나무·떡갈나무·참나무 등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위로는 우거진 가지와 잎사귀가 하늘을 가려 그늘을 준다. 그러니 무더위는 결코 이곳까지 쫓아오지 못한다.
숲길 옆에는 속리산 천왕봉(해발 1058m)을 상징하는, 1058명분의 비빔밥을 만들 수 있는 대형 그릇도 눈에 띈다. 그 1058명 중의 일원으로 비빔밥을 먹어보는 상상도 이곳에서만 할 수 있다.
상상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법주사 일주문과 마주한다. 여기서부터는 조선시대 세조가 요양차 속리산을 왕래한 데서 유래한 세조길이 펼쳐진다. 오리숲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숲길이다. 이를 알아차리려면 직접 걸어보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800여년 세월 이겨낸 정이품 소나무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연(輦·임금의 가마)이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신통한 소나무가 있다. 세조가 바로 그 자리에서 육조판서에 오를 수 있는 ‘정이품’이라는 높은 벼슬을 이 소나무에 내려 정이품송이라 불린다.
조선 후기 법주사 전도에 표시될 정도로 명물인 이 거목은 법주사를 향하는 2차선 도로와 달천 사이에 당당히 서 있다. 울퉁불퉁한 나무 기둥은 성인 서너명이 팔 벌려 에워싸야 그 둘레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하지만 나이가 600~800년으로 추측되는 나무도 모진 세월을 피해가지는 못했나보다. 태풍 ‘볼라벤’ 등으로 부러진 굵은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소나무의 기상만은 꺾이지 않은 듯해 보기만 해도 듬직하다.
휴식·체험·학습 삼박자의 솔향공원
보은은 소나무를 주제로 한 공원이 있을 만큼 소나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소나무 홍보관, 생태체험 4D 영상관, 스카이바이크가 갖춰진 솔향공원은 이 고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축구장 정도의 면적에 꾸려진 공원은 소나무와 조형물이 어우러져 아늑한 풍경을 자아낸다. 공원의 소나무가 만들어낸 그늘도 일품이지만, 걸터앉거나 누울 수 있는 작은 정자도 꽤 매력적이다. 만약 야외 그늘에서의 휴식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면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자. 전시관에 진열된 소나무로 만든 다양한 식재료와 농기구 등을 보다보면 소나무가 단순히 그늘만 제공하는 나무가 아님을 알기에 충분하다. 그 사이 더위는 저절로 사라진다.
보은=김동욱, 사진=김덕영 기자 jk815@nongmin.com
보은에서 꼭 맛봐야 할…
대추·산나물 조합 ‘대추한정식’ 맛·향 모두 잡은 ‘능이칼국수’
◆대추한정식
충북 보은은 대추의 고장이다. 그래서 한정식도 특별하다. 대추를 고명으로 올린 돌솥밥과 20여가지 반찬으로 차린 대추한정식이 별미다. 기본 반찬으로는 속리산 자락에서 나는 취나물·고사리·더덕·목이버섯·싸리버섯·표고버섯 등 각종 산나물과 버섯이 가득 차려진다.
가격대에 따라서 대추를 재료로 한 반찬이 추가된다. 맛깔난 반찬들을 하나하나 음미하기에는 달큼한 대추향 풍기는 돌솥밥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다.
◆능이칼국수
능이버섯은 여러 버섯 가운데서도 맛과 향이 단연 돋보여 ‘일능이·이송이·삼표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능이버섯이 듬뿍 들어가는 능이칼국수는 한끼 식사로 제격이다. 능이가 진하게 우러난 칼국수 국물은 맛과 향이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