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암(1573~1645) 선사는 일본의 10대 선사에 드는 훌륭한 스님이다.
단마국(지금의 兵庫縣)의 출석 사람으로
아버지는 출석 성주 야마나 쇼오젠의 가신이었다.
택암은 호이며, 법명은 종팽이다.
어느 날 도꾸가와 이에미쓰 장군이 택암 선사가 머물고 있는 동해사를 찾아왔다.
도꾸가와 이에미쓰는 도요또미 히데요시가 죽은 뒤 에도
막부시대를 연 도꾸가와 이에야스가의 제3대 장군이다.
그는 전국시대의 다른 장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토淨土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하였기에,
평소 스님을 존경하며 찾아다녔다.
일본에서는 니찌렌日蓮 스님의 ‘예토를 싫어하고 정토를 좋아한다厭離濊土 欣求淨土’는 것을
장수들이 따르게 되어 그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택암 선사와 장군이 담소를 나누다가 공양 때가 되었다.
시봉 스님이 공양거리를 걱정하여 선사에게 묻자,
그는 누구에게나 그랬던 것처럼 늘 먹던 그대로 차려오라고 했다.
시봉이 미안해 하며 올린 상에는 밥 한 그릇과 간장,
그리고 말린 무우로 만든 반찬이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선사와의 법담에 마음이 가 있는 장군은 맛있게 공양을 하며 연신 맛 칭찬에 바빴다.
“참으로 맛있는 대접입니다. 이게 무엇입니까?”
“맛있기는…… 무말랭이요.”
“무말랭이라? 호오! 이걸 어떻게 만듭니까? 양념은?”
“어떻게 만들기는… 그저 쌀겨와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될 뿐…”
장군은 병영에 돌아가서도 입맛이 없을 때면
동해사에서 택암 선사와 먹었던 무말랭이가 그리웠다.
그래서 부하에게 시켜서 만들어 먹어보니 여전히 맛이 있었다.
산해진미에 익숙하고 갖가지 양념에 맛들여 있던 입맛에
담백한 무말랭이 맛이 새로웠던 것이다.
그래서 장군은 부하에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택암을 가져오라고 하면 이것을 가져오너라.”
택암澤庵을 일본말로 발음하면
‘다꾸안’인데, 그 말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다꾸안, 다꾸앙, 닥꽝, 닥광’ 등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순 우리말은 ‘단무지’이다.
단무지는 ‘단 무 김치’라는 말인데,
그 옛날 도시락 반찬에 빠질 수 없었던 추억의 반찬이며
지금도 전 국민이 애호하고 있다.
그런데 단무지에 이렇게 수행승의 청빈한 삶이 담겨 있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글: 법현스님
사진: 정임순/ 창원 성주사지장전옆 연못에서 찍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