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비용 20~30% 급증…기업 후원도 줄어 이중고
주최 측 "축제가 벌어들이는 세금 수입이 지원금보다 훨씬 커"
밴쿠버 시 "자체 예산 압박…주정부·연방정부 지원 절실"
밴쿠버의 여름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빛의 축제(Celebration of Light)'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주말 수십만 인파의 환호 속에서 막을 올렸지만, 축제 이면에서는 치솟는 비용과 바닥을 드러낸 지원금 문제로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팬데믹 이후 운영비가 20~30% 급증한 반면, 핵심 자금줄이었던 정부 지원금과 기업 후원이 동시에 끊기면서 사실상 축제를 지속할 동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금 삭감이다. 불과 2년 전 70만 달러에 달했던 지원금은 내년에 10만 달러로 85% 이상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조직위 측은 "줄일 수 있는 모든 비용을 줄여봤지만, 축제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다"며 한계 상황에 이르렀음을 토로했다.
조직위는 이러한 지원금 삭감이 경제적으로도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빛의 축제'가 매년 주정부에 안겨주는 세수입이 평균 40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십만 달러의 지원금을 아끼려다 그 열 배에 달하는 세수입을 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이 정부에 더 큰 손실이라는 점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 속에 기업 후원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수입은 급감하고 지출은 급증하는 최악의 재정난에 부딪힌 것이다.
밴쿠버 유일의 대규모 공공 불꽃놀이 행사인 만큼, 밴쿠버 시는 경찰력, 교통 통제, 청소 등 행정 지원을 줄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 역시 자체적인 예산 압박 문제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은 어렵다는 한계를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재산세 부담을 고려해야 하기에 시에 여유 자금이 없다"며 "결국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공은 상급 정부와 기업 후원사들에게 넘어갔다. 조직위원회는 현재의 재정 상황이 내년까지 개선되지 않는다면, 밴쿠버의 여름을 상징했던 '빛의 축제'는 영원히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수십만 시민의 즐거움이 걸린 축제의 운명이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