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여 나오고 패인 세월(歲月)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고민도 깊었지만
그 속에 섞여 표나지 않게 살아온 날들입니다,
그러는 이 순간에도 강물은 바다로 끝없이 흘러가고
구름은 잠자리 날갯짓하듯 어디론가 떠갑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 게 없으니
아니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구식이 되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미쳐 따라기가 버거운
오늘을 살아가는 화두입니다,
큰 욕심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고
아주 하찮은 것도 아니하게 무시하지 않고 살아온 삶이
너무도 평범해서 섞여 있으면 있는지조차 찾기 전에는
모를 정도입니다,
어쩌면 이런 게 난 좋고 그런 삶을 즐기는지도 모릅니다,
괜히 나서서 있는 것 없는 것 신상 다 털리고 상처만 남는
것보다 조용히 혼자 피는 꽃이 얼마나 더 아름답습니까,
걸림이 없으니 부딪칠 곳도 없습니다,
경계를 긋지 않으니 자유롭습니다,
가볍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나는 좋습니다,
비어 있는 여백이 많을수록 나는 좋습니다,
비워내서 만든 충만,
잘 데운 차 한 잔을 들고 창가에서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행복의 파도가 내 가슴을 치고 심장을 뛰게 합니다,
살아있어 나를 느끼는 시간입니다,
감성의 울림,
외로움을 알기에 그리움을 알고 기다림을 압니다,
태어난 곳을 떠나 그 넓은 바다를 헤엄치다 귀소본능
(歸巢本能)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하찬은 동물도 죽을 때 태어난 곳으로 머리를 두는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처럼,
비록 고향을 떠나 타관 객지에 살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향에 머물기를
겹으로 돌로 싸인 저 먼 산 넘어 내 살던 고향이 있고
바다와 맞닿은 긴 강 저편에도 내 어린 시절이 머뭅니다,
늙어가는 삶은 보내는 하루하루가 추억이고 그리움입니다,
멀어질수록 그리움은 더 짓게 따라오지만
더러는 지쳐 노쇠한 기억들은 그만 슬그머니 살아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너무 그리워 지나온 시간을 파헤쳐 보지만
잔인한 세월은 죽어 사체 하나 없이 지워낸 허무에
끝내 눈물 훔쳐 냅니다,
풍찬노숙(風餐露宿)
세월의 잔매에 나도 어느새 늙어가는 세월에 삽니다,
맷집 하나로 버티기에는 그마저 그냥 두지 않습니다,
나만은 나 하나쯤 했지만 힘 한번 쓰지 못한 괜한 허세였습니다,
나를 따라 걷는 그림자도 등 굽어 갑니다,
허허로운 이 세상,
우연히 길에서 한동안 못 본 지인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순간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합니다,
야! 이게 누구야 반갑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냐,
옛날 그대로다 야, 그러자 친구도 지지 않으려고
너는 어떻고 더 젊어진 것 같다야,
옛날 그대로이긴 입에 침이나 좀 바르고 거짓말해라,
너나 나나 무슨 재주로 세월을 피해 가겠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것을,
한바탕 거짓말 소동을 끝내고 돌아서는데 왜 그리
세월이 밉든지,
인생 지기 위해 피는 꽃처럼인 것을,
생자필멸(生者必滅 )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언젠가는 우리 모두는 그렇게 될 것을,
그래도 사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오늘이 시작하는 날인 동시에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멋지게 살고 행복하다 죽자!
사랑한다 아이 러브 유 아름다운 나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