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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미국 흉내 내기, 경제 파국으로 내몬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
대학선생 생활 30년 넘게 하는 동안 요즘처럼 수치감과 자괴감이 자주 든 때도 없었다. 두 가지만 소개한다. 첫 번째 수치심과 자괴감을 안겨준 것은 지난달 26일 윤석열-바이든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LA Times> 코트니 기자의 (백악관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질문이었다. “바이든, 당신의 최우선 경제 과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 국내 제조업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내세우는 규칙, 다시 말하면 중국에서 (반도체) 칩 제조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당신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를 위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핵심 동맹국(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지 않나?” 질문 내용만 봤다면 한국 기자가 바이든에게 질문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기자들은 대통령 부인과 셀카 찍을 일에만 몰두했던 모양이다. 성공했다면 가문의 영광(?)이 될 사진이니 눈에 띄는 곳에 걸어놓기를 권하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11.15 연합뉴스
수치심과 자괴감은 국민의 몫
두 번째 수치심과 자괴감을 안겨준 것은 최근 외국 친구로부터 “윤석열을 선택한 한국 사람들이 참 순진하다”는 말이었다. 외국 친구의 말은 ‘한국민이 참 어리석다’라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연구하는 친구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한국 검사들이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고, 많은 사람이 언론이 만든 ‘허상’을 좇는다는 것이다. 부부가 평생을 같이 살아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선거가 임박해 갑자기 대중 앞에 등장한 선출직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럴 때 선택의 기준은 그 사람이 살아온 직업 등 살아온 삶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 직업을 오래 가진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른바 ‘직업병’이다. 초등학교 선생을 수십 년 한 사람에게서는 상대를 대할 때나 말할 때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어린애 취급하는 모습이 비치고, 대학교수도 상대를 학생 취급하는 버릇이 있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검사의 직업병을 생각해보았다. (다른 나라의 검사와 달리) 한국 검사는 ‘세속 세계의 제사장’이다. 한국 검사는 자신만이 세속 세계의 선과 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검사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한 증거를 눈앞에 제시하지 않는 한 부인(거짓말)을 한다. 둘째, 증거가 나오면 침묵으로 일관하며 (개)무시한다. 한 식구인 검찰이 수사와 기소하지 않을 것을 믿기 때문이다. 셋째, 실제로 수사를 깔아뭉개거나 대충한다. 이를 따지고 들면 이미 지난 일이며 알고 있는 일이라고 2차 (개)무시한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및 이와 관련하여 (김건희가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고 주가조작범인 이아무개 씨의 거래도 김건희가 직접 컨펌했으며, 투자손실이 난 후 이 씨와 절연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 그리고 (김만배 자금이 투입된) 김만배 누나의 윤 대통령 부친 집 매입에 대해 ‘우연한 거래’라는 해명 모두 거짓말이었고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한동훈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고 지난 일이라며 국민을 (개)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주지하듯이 한국 검사의 일반적 특징은 강제 수사권과 기소 독점권의 편의적 시행이 가능한 데서 비롯한다. 문제는 이러한 권한의 사용을 개인적 특혜를 넘어 타인에 대해, 특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법 질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함으로써) 검찰 자신이 사회질서와 기강의 파괴자가 되고 있다. (개인 혹은 조직의) 사적 이득을 위해 검찰 권한을 폭력적으로 남용하는 정치검찰을 사회가 경멸하는 이유이다. 이들은 자신이 좌표를 찍은 사람에게는 없는 범죄도 만들고 별건수사(이른바 먼지털이 수사)도 서슴지 않고, 수십~수백 차례의 압수수색과 소환 등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여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한다.
이 정도면 자신들을 세속 세계의 제사장이라 착각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 이재명을 만나지 않는 이유가 중대범죄 혐의자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맘만 먹으면 누구든 혐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검사의 사고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생각은 필요 없다. 오직 자신들의 결정을 널리 알리고 지지해줄 언론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보니 외국인 친구의 눈에는 이처럼 검찰이 좌표를 찍고 범죄도 가공하여 언론에 유포하고, 이를 받아쓴 보도 내용을 신봉(?)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순진하게’ 비친 것이다.
검사정권 1년 만에 파국 맞은 한국 경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실질 총소득은 1년 전에 비해 18조 6000억 원 줄어들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3분기 수준에 6000억 원 이상 미치지 못한다. 민간소비나 설비투자도 각각 2000억 원과 6000억 원 이상 미달한다. 특히 수출은 2조 6000억 원 이상 미달한다. 유일하게 증가한 것은 정부지출이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조 7000억 원이나 늘었다. 하반기 예산을 당겨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재정적자는 신기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2월까지 발표된 기재부의 재정지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부의 모든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3.7조 적자였고,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3.8조 적자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적자 규모가 얼마나 끔찍한 수준인가는 다음 표에 정리한 코로나 팬더믹 기간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된다.
일자리는 어떠한가?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분 중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규모가 100%를 넘는다. 60세 미만에서는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음을 뜻한다. 윤석열 정권이 시작된 지난해 5월만 해도 5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증가하여 올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132%와 117%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여 올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13만 명과 9만 명이 줄어들었다. 아래 그림은 지난 1년간 일자리가 얼마나 악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파국은 한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개념으로 설정할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중국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결과 지난해 2분기부터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였고, 4분기에는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도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이 있었던 2020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전까지 (상해 봉쇄가 있었던 4월을 제외하면) 중국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였고, 반도체 수출 감소는 8월부터 시작하였다. ‘중국 자급화’를 끌어대는데 이는 후진타오 정권 때부터 진행되었으니 갑작스러운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를 핑계 대는 것은 너무 유치하다.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입에 옮기기도 유치한 ‘혼밥 타령’은 차치하고) “지난 정부에서 친중(親中) 정책을 폈는데 중국에게 얻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대통령의 심기(?)를 배려한 비겁한 주장이다.
한국 경제를 미 안보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검사 세계관
윤석열 얘기에 대해 지하철 내에서 한 여성분이 옆에 있는 분에게 “문재인 때는 중국 교역에서 손실은 보지 않았잖아”라고 반문한다. 그런데 오늘은 이 점에 대해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 즉 한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 개념으로 스스로 편입시킨 것이 검사 윤석열의 가치관과 세계관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난 1년간 윤석열의 외교를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국민이 이해해 보려고 무던히 애쓰는 최초의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가치관과 세계관을 기준으로 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는 쉽게 이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한국 검사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검사의 가치관은 사람을 범죄자와 비범죄자로 구분한다. 직업 중 특히 검사가 세상을 선과 악, 흑과 백 등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기 쉬운 이유다. 윤석열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 자유와 자유민주주의, 연대 등에서 드러난다. 그에게 자유는 선이고 백인 반면, ‘악’이나 ‘흑’은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나 공산주의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자유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닌 반공주의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반면 반공주의는 이분법의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즉 윤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는 다름 아닌 (자기의 주장만이 진리라고 믿고 자신과 다른 생각은 부정하는) 절대주의 세계관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자유와 함께 강조하는 연대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연대가 아니라 미국이 만든 규칙과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을 공산주의나 전체주의 등으로 규정한 후 이들을 제압하기 위한 반공(자유) 진영의 연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반공주의자 윤석열’에게 미국은 ‘선’이고, 북한은 최고의 ‘악’이다. 이러한 사고의 연장선에서 미국이 만든 규칙과 국제질서에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을 굴복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윤석열은 사실상 ‘악’의 세력으로 규정한다. 세계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연대해 제재할 것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적 지원을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그리고 대만해협을 넘어 남중국해에서 자유 수호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한 배경이다.
윤 대통령의 많은 발언이 (미국 헤게모니 유지를 위해) 중국을 공격하는 워싱턴 정치인들이나 일본 극우 정치인들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유도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을 향해 “한미가 워싱턴 선언에서 핵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라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게만 가혹한 탈중국 피해
그런데 세상은 선과 악, 흑과 백으로 단순히 구분되지 않는다. 많은 희생을 치르고 오늘날 국제 사회의 대다수 지식인은 이분법과 흑백론이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세계관이란 점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윤석열은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단정하는, 한 나라 지도자에게 매우 위험한 말버릇을 갖고 있다. 아마도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누리던 버릇에서 연유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사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비틀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해서 한국도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중국을 상대할 때 사실에 기초하고 중국의 공격거리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고 통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협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중국은 바로 “중국은 국제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한반도 문제의 책임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무시하는 미국에 있[고,]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는 제재 조항만 있는 게 아니라 대화 지지, 인도적 지원, 제재 완화의 가역(되돌릴 수 있는) 조항도 있다”며 반박과 동시에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를 전면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훈수까지 덧붙였다. 중국의 주장은 북한 제재의 근간이 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기초한다. 중국을 이렇게 관리한다는 것은 북한 문제를 힘의 대결로 풀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탈중국으로 입을 피해의 정도에서 한국은 미국과 비교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2월~5월 초까지 원/달러 환율과 달러 지수의 상관계수는 0.95로 달러 강세(약세)는 원화 약세(강세)를 의미하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 상관계수는 –0.12로 관계가 사실상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탈중국 강화의 결과 달러 지수와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지난해 0.78로 달러 강세(약세)는 위안화 약세(강세)와 일치하였으나 올해에는 0.28로 관계가 크게 약화, 마찬가지로 사실상 관계가 없어졌다. 반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지난해 0.79에서 올해는 0.85로 더 강화되었다. 즉 위안화 강세(약세)는 원화 강세(약세)가 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에서 ‘미국의 탈중국’과 ‘한국의 탈중국’은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설픈 미국 흉내 내기가 한국 경제를 파국으로 밀어 넣는 이유이다. 한국에서 세속 세계의 제사장 역할은 가능할지 몰라도 세계 자유를 수호하는 세계 경찰 놀이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출처 :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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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세속 세계의 제사장 역할은 가능할지 몰라도~~ㅎㅎ
세계 자유를 수호하는 세계경찰은 미국이 포기하고 있죠.
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빚쟁이(약3경) 국가라 이자내기도 힘들잖아.
그런데 한국이??
경제력, 군사력의 부국강병이 필요한데요.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