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
아침 산책길,
별을 안고 떠오르는 금음에 가까운 손톱달과
그 언저리에 있는 더 밝고 덜 밝은 별들로
깔끔한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 산뜻한 아름다움으로 금방 차오르는 기쁨,
저것만 볼 줄 알아도 삶은 얼마나 넉넉하지를 헤아리며 걸었습니다.
길이 깔끔하니 평소보다 조금 더 걸었으면 좋았겠지만
할 일이 적지 않아 아쉬움 뒤로 하고 되짚어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두 지팡이 짚고 위태롭게 걸음 옮기는 노인을 봅니다.
저쯤이면 삶을 포기할 것도 같은데
아직 놓지 못해서 새벽마다 걷는 노인을 볼 때마다
생명을 향한 의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 의지를 존경하게 하지 않을 수 없음을 확인합니다.
돌아와 늘 하는 일상대로 쌀쌀한 날씨에 식은 수돗물로 냉수욕을 합니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아 한 해만 해 보겠다고 시작했지만
그냥 할 만하여 두 번째 겨울을 이렇게 이어가고 있는데
한창 피 끓던 나이에 해 봤던
그 때의 겨울 냉수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합니다.
열아홉인지, 스물인지 정확하게 기억에는 없습니다.
아무튼 한해 겨울 냉수욕을 해 보겠다고 시작할 때에는
나름대로의 얄팍한 계산이 있었습니다.
춥지 않을 때 시작하여 날마다 하게 되면
겨울에 가까이 갈수록 조금씩 추워질 것이고
그러면 적응이 되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것이 계산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하다가 그 계산이 어림도 없는 것임을 알게 된 건
어제까지는 어려움 없이 잘 했는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느닷없이 닥친 맹추위
당황했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해 보자며 나갔을 때 꽁꽁 얼어붙었던 개울
돌멩이 갖고 얼음 깨고 들어갔을 때의 그 시린 기억,
그렇게 그 때 한 해 겨울 냉수욕을 했던 일과
몸에 와 닿던 시린 물의 느낌은 지금도 그대로 생생합니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이런 냉수욕은 사실 말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었다고
냉수욕 후에 두어 시간은 몸이 식어 냉큼 열이 나지 않다가
활동을 하면서 천천히 체온을 회복하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내를 일터에 태워다 주고
시간에 약간 틈이 있기도 하고, 마침 설 밑이기도 하여
쌍화탕 두 갑 사 들고
지난 번 자동차 수리를 성의있게 해 준 수리점에 들러 인사를 하고
간단한 회의가 있는 오창의 주성교회로 향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나와 사무실에 출근했습니다.
설맞이 인사말과 함께 선물들을 나누어 주고
점심 먹은 뒤 책을 읽다가
최용진 군이 전화를 하고 오겠다고 하여 기다렸습니다.
조금 후 도착한 용진 군과 함께 온 김태건 군와 인사를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갔고
다시 책을 읽다가 퇴근 무렵에 일어서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넷째 처제가 들러 함께 저녁을 먹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 피곤하여
자리에 두고 혼자 일어나 잠자리에 든 하루,
내일도 산책 때 어제 그 별과 달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오늘 이름은 ‘하늘로부터 받은 기쁨’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