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 역사는 참으로 다이나믹하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출발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흥은 엄청난 수준의 행정구역 변화를 겪었다.
지금의 행정구역은 원래 시흥이 아니었던 자투리땅을 억지로 엮다 보니,
북부 따로 남부 따로 노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도 버스터미널이 있겠나 싶겠지만 의외로 있다.
시흥 남부 시화지구 공단 입구에 시흥터미널이 2005년 말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시흥터미널은 사실상 터미널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개통된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노선은 서너 개가 전부이며,
지역 주민들조차 이곳에 터미널이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이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볼까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3C7485C5E84F025)
시흥터미널은 정왕동 상업지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가 있는 큰길(정왕대로)가가 아니라 공단과의 경계선인 옥구공원로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버스터미널로 연결되는 시내버스 노선이 굉장히 부실하여 접근성이 상당히 나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57C4D5C5E85111C)
이곳은 분명 시흥시 남부 시화지구의 상업 중심지이기는 하나,
유동인구가 적고 모텔이 즐비한 뒷골목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가뜩이나 북부에선 시화지구를 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인데,
그 시화지구 안에서도 골목 안에 숨어있으니 터미널을 가려면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 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B98425C5E852526)
시흥터미널은 이렇게 생겼다. 이름 없는 시골 버스터미널처럼 규모가 아담하다.
정문 개념이 없고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희미하며, 승차장이 정면에 있어 무척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최초 계획부터가 매우 작은 소규모로 이용하려 했음을 짐작케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ACB4B5C5E854A28)
어찌나 아담한지 버스터미널과 주유소를 한 공간에 몰아넣어도 위화감이 없을 지경이다.
버스터미널만으로는 부족한지 주요소, 정비소를 같은 땅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자가용을 끄는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 구조가 굉장히 독특하다.
여기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굉장히 신기해할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D584A5C5E856A1A)
사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기하지 않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에는 너무도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다소 충격적인 외관과 부실한 노선 때문에 신랄하게 비판을 했었는데,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시 확인해보고자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뭇 기대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A144F5C5E858030)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럴 수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노선이 늘어나고 활기가 돌 것이라 여겼던 기대가 처절히 박살 났기 때문이다.
10년 전에는 맞이방 오른쪽, 사진 정면에 보이는 공간에서 매표 업무를 봤었는데,
시간표가 떼이고 깜깜한 암흑으로 바뀐 것을 보니 매표소가 철수했나 싶었다.
분명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폐가에 들어온 듯 으스스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884435C5E859028)
당황했던 것도 잠시, 매표소를 옮긴 채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내에 조명이 단 하나도 켜지지 않고, 상점이 들어서야 할 공간은 여전히 꽁꽁 잠겨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딱 한 명 봤을 뿐, 그마저도 버스 표를 예매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강원도 산골에서조차 이렇게 스산한 분위기는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20B3F5C2243670B)
분위기는 이래도 노선이 많으면 그래도 안정적으로 운영을 한다는 뜻일 터.
그러나...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노선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개통 초기부터 이곳은 청주, 광주, 전주행 세 노선이 운행을 했었다.
여기에 성남행 시외버스가 중간에 끼어들었고, 청주행이 구미로 연장되어 운행하였다.
그러나 구미 연장이 폐지된데 이어 2017년 12월 1일부로 청주행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광주, 전주, 성남 가는 노선밖에 없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A403F5C22436831)
심지어 성남행은 정류장 및 운행 패턴이 광역버스와 유사한지라,
터미널 안에서 출발하지 않고 바깥 도로에서 대기한 뒤 출발한다.
그래서 시간표도 따로 붙어있고, 매표소에서 표를 사지 않고 카드로 승차할 수 있다.
즉, 시흥터미널 매표소는 하루 세 번 있는 광주행, 하루 두 번 있는 전주행 전용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8BA435C5E85A321)
시간표를 종합해보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 다섯 대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시흥시가 버스터미널을 지어놓고 관리에 아예 손을 놓은 채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건지,
정말 여러 방면으로 손을 써보았으나 방도가 없어 지금처럼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시흥터미널은 사실상 버스터미널로의 역할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E69465C5E85B72D)
아무리 시흥시가 생활권이 분리된 반쪽짜리 도시라고 해도 인구 40만 명이 넘는 중견급 도시이고,
시화지구 인구만 해도 15만 명에다 배곶신도시 및 서울대학교 캠퍼스 입주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노선 두 개에 하루 다섯 번 운행이 전부라는 사실은 믿기 힘들 지경이다.
시흥시는 급격하게 커지는데 버스터미널은 고사 직전이라는 걸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D39465C5E85E622)
경기도 홈페이지에는 여객자동차터미널 현황이 공개가 되어있다.
여기에는 시흥터미널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는데,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여 명이다.
아마 군 단위 터미널에서도 이 정도로 이용객이 적은 곳은 몇 없을 듯 싶다.
게다가 서울, 인천, 수원, 부산, 대구, 대전, 강릉 중 하나 정도는 노선이 있을 법도 한데,
이들 중 그 어떤 곳으로도 단 한 번도 노선이 개통된 적이 없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B76485C5E85F619)
이렇게 된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시흥시의 무관심 혹은 방치가 아닐까 싶다.
처음 위치 선정부터 잘못되어, 시내버스 및 전철 접근성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단 근처에 세워졌다.
시화공단 근로자를 위해 터미널을 지었다고 변명할 수 있으나 시내교통 접근성은 생명이다.
시내교통 접근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시외교통 시설이 폭망한다는 사실은 그간 숱하게 증명되어 왔다.
이는 시흥시가 터미널 부지부터 철저한 계획·조사에 의해 선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정작 개통해놓고 유치한 노선은 광주, 전주, 청주, 성남행 시외버스가 전부였다.
이러니 시흥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있어도 배차 간격이 너무 나쁜데 왜 여기를 와야 하는가.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0E14F5C5E860D31)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사업주가 시흥버스터미널㈜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하루 100여 명의 이용객들로 사업이 유지될 리가 없기 때문에,
주유소 및 정비소 임대료 + 시흥시 보조금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사업주는 폐지를 하고 싶어도 시흥시에서 반대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명색이 시인데 대표 버스터미널 하나 없으면 안 되지'라는 마인드로 억지로 끌고 가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시흥은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런 마인드라면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퇴보할 것도 없는데 오히려 노선이 줄어든 것을 보면 말이다.
황야에 버려진 낙타처럼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시흥터미널,
과연 그에게 미래라는 것이 있을까 싶을 만큼 안타까운 현실이다.
첫댓글 엊그제인가 시흥ㅡ광주 15시차 21명 타고 가더라구여 막차는 8명 첫차는 모르겠지만
15시차는 제법 승객이 있었네요 ㅎㅎ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터미널이 아니라 간이 승강장같은 느낌이드네요..
정식 버스터미널치고 너무 공간이 좁죠..
시흥터미널이 살 길은 한가지밖에 없겠네요.
정왕역이 가까우며 접근성 좋은 대로변으로 이전해서,
안산까지 들어오는 시외노선들을 연장해 끌어오는 방법만이 살 길이겠네요.
좋은 입지로 이전한다고해도 시흥시 단독으로는 노선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요가 창출될 가능성이 없어보이네요.
시민들의 시외대중교통 민원에 부응하고자하는 시흥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동감합니다. 안산으로 들어오는 시외노선을 끌어올 필요성이 절실해 보입니다.
아니면 파주시처럼 시내의 여러 곳(은행동-연성동-정왕동)을 경유하는 시외노선도 괜찮은 방법이겠고요.
배곶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 민원이 계속 들어올테니 대책이 필요할텐데 말이죠.
주말이나 공휴일 광주행 또는 광주발 시흥행은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거 같은데 평일은... 생활권때문에 안산으로 가는 승객들도 많더라고요
네, 사실 시흥 남부는 안산에 많이 의존을 하죠.
자세한건 수땡이님이 아시겠지만 원래 시화터미널로 인가된 노선이 더 있는데 운행을 안하고 있는거 같더군요. 시화-대전도 인가는 나있는데 운행을 안하고있구요
그렇군요. 인가가 있음에도 운행을 안하는 건 수익 문제 때문이려나요.
수도권의 시 단위 지역 터미널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수준입니다. 노선 개수도 별로 없고 입지도 좋지가 않아 보이네요. 저 곳이 고속도로와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모르겠으나 심각하게 이전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입지에서는 추가 노선을 끌어오기가 요원해 보입니다.
이전을 해도 시흥시 도시 구조상 얼마나 승객을 끌어올지 의문스럽긴 합니다. 제2서해안고속도로와 거리는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터미널 이정표도 없었고.. 터미널이 있다는 존재를 모른분이 많았었죠..
광주발에선 예전에 막차가 19시였는데 안산 18시45분차 놓치면 시흥 19시차로 많이 타셨는데 그 시간마저 감차되서 없다는게 아쉽네요...
횟수가 너무 적으니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렵겠네요... 지금도 터미널이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