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犬인 파이가 나의 곁을 찾아온 것은 약 6 년은 된 것 같다. 원래 초코라 부르는 마르티스 種인 초코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한 녀석이 또 온 것이다. 적극적으로 반기지 않았지만 아들이 강하게 밀어붙이며 입주를 시도해 내버려 두었더니 이름을 파이라 명명하고 피아노 밑에 초코랑 혼숙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키우는 개로서 주인을 잘 따르는 충견이라고 근사하게 소개하길래 들은 척도 안 하고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한 공간에서 매일 보게 되니 이 녀석이 자꾸 아는 척을 하며 꼬리도 치고 방문 앞에 앉아 있다 내가 나오면 졸졸 따라다니며 관심을 끌려고 애를 쓰는 것이 보였다. 그러려니 하고 관심을 두지 않고 내버려두자 나를 피할 것 같은데 이 녀석은 참 끈질기게 주변을 맴돌고 돈다. 그 녀석이 바로
펨브록 웰시코기(Pembroke Welsh Corgi)라는 개, 바로 이 녀석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끼는 개, 웰시 코키는 영국산이다. 카디건 웰시 코기와 펨브로크 웰시 코기를 두루 부르는 이름이다. 키스혼드·사모예드·포메라니안·닥스훈트와 근연종이며, 머리는 여우처럼 생겼고 귀가 크며 다리가 짧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단 모종이며, 어깨 높이 25~30cm, 몸무게 10~17kg의 중형견으로, 활동량이 많고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쏜살 같이 내달리고 아주 민첩한 녀석이고 산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나하고 종종 산책하면서 이 녀석은 나에게 충견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할 적이 많다. 항상 나의 오른쪽에서 걷다가 맞은편에서 사람이 다가오면 자리를 왼쪽으로 바꾸고 걷다가 지나치면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와 함께 걷는다. 그리고 산책을 멈추는 날이 길어지면 입으로 공을 물고 와 나의 발아래 자꾸 떨어트려 놓는다. 공을 어디런가 굴려 주던지 허공에 날려 달라는 뜻이다.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져 주거나 발로 차서 멀리 보내 주면 나는 살처럼 얼마나 빠른지.... 던져 주면 허공으로 뛰어올라 공을 척척 받아 물고 발로 차 멀리 보낸 공도 쏜살같이 달려 가 물어와 발아래 즉시 갖다 놓는다. 그리고 이 동작을 끝없이 계속하자고 달려드는 녀석이다.
또한 특이한 것은 산책을 하다 배설을 할 경우 산책 길 섶으로 들어가 한 후 꼭 날카로운 뒷발을 이용하여 깔끔하게 흙이나 낙엽 등으로 덮어 놓아 내가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참 많은 녀석이다. 성격도 유쾌하고 적극적이며 친밀 도을 많이 쌓으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는 개지만 하나 단점이 있다면 털이 많이 빠진다는 것이다. 활동성이 왕성하고 털 빠짐이 심한 것을 빼고는 애견용으로 손색이 없는 충견이다. 요즈음 보통 집 주위 숲을 두 시간 이상 걸을 적이 많다. 걷는 방법을 나는 늘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하는데, 하나는 갔던 길을 되짚어 되돌아오는 방법과 원형으로 순환하는 방법을 섞어가며 산책을 한다. 그리고 쉬어가는 곳은 항상 일정하게 습관을 들이고 샘에 들러 꼭 양손으로 손 바가지를 만들어 파이에게 물을 제공해 준다. 이런 것을 기억하고 있는 이 녀석은 때로는 먼저 가거라 얼마나 잘 가는지 보자 하고 격려성 말을 던져주면 앞서가다 꼭 그 자리가 돌아오면 서서 기다리는 녀석이니 영국에서 양이나 소 때 몰이 개로서 인기가 높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개다.
伴侶犬! 우리는 보통 반려견이란 말을 종종 사용한다. 가정에서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개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언어다. 사람은 자기가 처한 삶의 감정 환경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언어의 표현이 바뀌고 표정과 행위에도 변화가 심한 것이 본모습이다. 이러한 관계가 때로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이에 반해 개들은 대부분 주인을 상대하게 되면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주인을 살갗게 맞이해 준다. 너무 비약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때는 사람보다 개가 더 속 편한 친구가 될 적이 있는 것 같다.
영어로 개를 표현하면 Dog이라 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어느 때는 반려견이 나에게 성자처럼 다가올 적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이 상대를 폄하할 때 사용하는 말 -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 떠 올리며 혼자 웃으며 ㅎㅎㅎ
어~~~ Dog를 뒤집어 버리니 God가 되어 버렸다. 이 단어에 기가 막힌 반전이 숨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현실적 철학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며 필을 내려놓는다. 아하~~ 그렇구나.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기를 빌며 행복한 미소를 선물로 보냅니다. 그래도 그러하여도 사람내음이 참 좋습니다 라는 고백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