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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본적 쇄신을 위한 성찰 1) 승가교육진흥과 인재불사의 시급성에 대하여 2) 제도개혁의 한계와 율장정신 3) 국민들에게 희망 주는 불교쇄신 4) 신행과 전법포교의 일대 전기 5) 정교분리와 자주적 대정부관계 6) 다종교 사회와 민족전통종교로서의 역할 2. 환지본처를 통한 불교중흥 |
1. 근본적 쇄신을 위한 성찰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은 외형적으로 과거에 비해 각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종교적 정체성 강화, 자정능력의 회복 및 승려 자질의 향상, 신도교육의 강화, 종교지도자의 교육 및 관리시스템 선진화, 신도 간의 소통 및 결속력 확보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지난 1985년부터 2005년까지 불교인구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도표와 같이 수도권에서는 불교인구 감소가 두드러져 소수종교로 전락할 지경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연도별 불교 인구 변화<통계청 종교인구 동향조사>
지역 |
1985년 |
1995년 |
2005년 |
증감율 (2005-1995 대비) |
전국 (전체인구 대비) |
8,059,624 (19.9%) |
10,321,012 (23.2%) |
10,726,463 (22.8%) |
+3.9% |
서울 |
1,771,973 |
1,883,243 |
1,642,667 |
-12.8% |
부산 |
1,094,690 |
1,456,358 |
1,378,384 |
-5.4% |
대구 |
558,336 |
811,271 |
821,041 |
+1.2% |
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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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633 |
314,286 |
+6.7% |
광주 |
|
192,733 |
203,429 |
+5.6% |
인천 |
185,721 |
337,291 |
348,361 |
+3.3% |
울산 |
|
|
415,726 |
|
경기 |
827,340 |
1,416,579 |
1,741,401 |
+22.9% |
강원 |
326,813 |
339,234 |
336,293 |
-0.9% |
충북 |
244,565 |
328,571 |
345,972 |
+5.3% |
충남 |
530,435 |
352,057 |
386,082 |
+9.7% |
전북 |
179,019 |
281,827 |
227,364 |
-19.3% |
전남 |
369,088 |
232,325 |
292,747 |
+26.0% |
경북 |
785,070 |
829,786 |
878,509 |
+5.9% |
경남 |
1,019,442 |
1,395,431 |
1,220,542 |
-12.5% |
제주 |
140,131 |
169,671 |
173,658 |
+2.3% |
특히 2005년도 조사결과에서 불교인구는 3.9%정도 증가했지만 전체 인구가 전에 비해 5.5%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1.7% 감소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2005년도 조사자료를 보면 서울과 부산에서 불교인이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 2,250만여 명 중 불교인구는 373만여 명으로, 개신교 501만여 명, 천주교 301만여 명에 비하면 상당한 열세로, 불교가 자칫 소수종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1) 승가교육진흥과 인재불사의 시급성에 대하여
현재 우리 종단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출가자 감소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추세로 나아가다는 사찰에 문화재만 남고 수행과 교화 등 불교 자체의 생명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출가수행자는 한국불교의 교단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교단의 미래를 책임질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도 종단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우리 종단에는 전국 2천5백여개소의 사찰에 모두 1만3천8백여명(사미, 사미니 포함)의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1자녀 가구 증가로 인한 출가자의 고령화가 날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40세 이상 출가자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선을 처음 넘은 이후 이듬해 23%를 기록한 뒤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반면 전체 출가자의 절반 이상을 넘던 20대 출가자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 감소해 20%선까지 낮아졌다.
더욱이 강원을 비롯한 20여개 승가교육기관의 신입 학인 수는 2005년 461명에서 2010년도 344명으로 117명이나 감소하였으며, 이러한 출가자 감소로 인해 사찰 소임자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스님들도 줄어들고 있어 교세 약화의 위험성마저도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미 출가자 부족 상황에 직면한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국스님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대만 사찰들은 불학원에 출재가가 함께 공부토록 함으로써 출가자의 수를 확보하고 있고, 스리랑카에서는 출가를 권장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는 등의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종단은 지난 2010년부터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승가교육 진흥불사를 추진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승가교육이 종단의 미래를 담보하는 대작불사라는 대전제 아래,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승가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승가교육 진흥불사는 ‘소통하는 수행자 실천하는 수행자 양성’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현실공간에서 중생과 함께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치는 스님,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올곧게 살아가되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스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승가교육 진흥과 함께 시급히 추진돼야 할 사업이 바로 출재가를 막론한 종단인재불사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대학생불교연합회를 비롯해 전국 사찰의 청년회와 중고등학생회, 어린이 법회 등 계층포교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논의한 출가자 부족의 문제 역시 이러한 인재불사가 토양이 되어 우수한 출가자들이 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기도 하다.
포교와 역경, 도제양성이라는 종단의 3대 지표는 출가승단에만 국한된 명제가 아니라 출재가를 막론한 불자인재의 양성과 적재적소 활용을 말하며, 사부대중이 합심해 이룩해야 하는 종단 지상과제이다.
2) 제도개혁의 한계와 율장정신
해방 이후 지난한 정화불사를 통해 1961년 출범한 조계종은 이후 1983년 비상종단 출범, 1986년 해인사 승려대회, 1994년 개혁종단의 출범이라는 3차례 커다란 변혁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계기들은 당시의 시점에서 불교 내외의 혁신에 대한 열망을 수용해 이루어졌으며, 불교발전을 도모할 긍정적 성과들을 거두었다는 측면에서 불교사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1994년 개혁종단의 출범 이후 10여 년간 지속된 제도개혁 작업은 승가 본연의 수행가풍과 위계질서, 산중공의제도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도입된 세속적 선거제도로 인해 종단 전체가 급격히 세속화되는 폐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승가 내의 위계문란과 갈등이 날로 증폭되어질 뿐만 아니라, 금권 타락선거 풍토의 만연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종단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적 승자 논리에 따라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징계를 양산함으로써, 종단갈등의 불씨를 키워왔을 뿐 아니라 화합승가 구현의 최대 장애요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종단 각종 선거제도의 개선을 주내용으로 하는 제도개혁특위가 여러 차례 가동되기도 했지만, 문중과 파벌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득권 세력들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승가의 고유한 가풍과 수행전통을 무시한 채 세속의 선거제도를 그대로 이식한 현행 종단의 각종 선출방식은 조속히 전통의 산중공의제도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으며, 현안해결과 정치적 징계의 회복에 있어서도 세속의 법리보다는 율장과 승가전통 수행규범에 의거해 승단위계 유지와 승단화합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진정한 화합종단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종단에 있어 승가 전통공의에 근거한 종단 지도자의 선출, 분쟁의 해결과 갈등의 해소, 한 사람의 수행자도 소중히 생각하는 공평무사한 징계 등에 관해서는 율장에 근거하고 부처님 근본으로 돌아가는 쇄신이 시급한 실정이며, 그 지향점은 잃어버린 교단의 정체성 확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국민들에게 희망 주는 불교쇄신
한국불교는 삼국시대 중국에서 전래 후 고려 말까지 1천여 년간 주류사회의 중심이념으로 자리 잡아 왕조의 통치이념 확립과 삼국통일에 커다란 역할을 다해 왔다. 비록 고려 말에 들어와 부패와 방만한 사원경영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그 또한 조선을 건국한 유학자들이 의도적으로 과장, 왜곡, 폄하한 측면도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5백여 년 조선의 억불숭유 시대에도 민초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면면한 법맥과 법등을 유지해 왔으며, 따라서 현대사회에 있어서도 국민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정신적 의지처가 될 수 있는 자기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인류의 찬란한 여명을 가져온 고대문명들도 일순간에 사라진 전례들이 숱하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한국불교의 가장 큰 문제는 승가공동체 의식이 붕괴되고 세속적인 개인주의가 팽배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도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세속의 정치제도를 맹목적으로 이식해 종단의 세속화를 부추긴 폐해는 시급히 회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처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관한 불교적 접근과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순한 사회운동 논리에 매몰되었던 과거 불교 혁신운동의 방식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불교적 관점에서 첨단 정보화 사회와 기계문명 속에서 날로 소외되어가는 인간존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며, 불교적인 가치와 해결방법을 통해 민족통일과 환경, 각종 사회갈등 요인의 해법과 미래사회의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난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불교의 사회적 역할 증대라는 지표 아래 △포교 활성화 및 사회복지사업 확대 △재가불자의 종단 참여 확대 △인권 환경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불교적 대안 제시 등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실제 1995년 118개소에 머물던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이 2003년에는 469개소로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는 급성장을 이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종단내 권력 분산 및 민주화에 치중한 제도개혁은 교단의 근본적인 의식개혁 사상개혁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말았다.
따라서 향후에는 일반 사회운동권 논리와 방식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족통일과 인류평화 실현을 위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불교적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4) 신행과 전법포교의 일대 전기
불교중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는 역대 불교사의 위기와 전환기마다 구현됐던 결사(結社)와 혁신의 사례들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검토를 통해 교단의 근본적 개혁안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불교개혁에 있어 세속의 정치제도와 사회운동 이념은 원용의 대상이지, 그 자체가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해 포교원이 독립된 별원으로 승격되자 분야별 포교영역이 확대되고, 기복불교 중심의 신행형태가 수행중심으로 변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공무원과 교사, 직장인 등 직능별 불자회의 창립을 통해 사찰 중심의 신행형태가 직장, 가정법회로 확산되었으며, 포교 관계법의 개정과 신도법 제정 등의 성과도 있었다.
포교원은 ‘포교 10개년 청사진’을 마련했으며, 신도등록제도를 통해 신도들의 수계와 재적사찰 등록을 유도하는 한편, 중앙신도회를 결성하고, 불교세가 약한 지역에 전법도량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 포교사단과 국제포교사회를 활성화 했으며, 각급 불교학생회를 재정비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불교발전을 이끈 인재배출의 산실이었던 대학생불교연합회와 각급 청년회, 학생회 조직들은 오히려 급속히 위축되고 있으며, 포교역량도 지방별, 사찰별로 커다란 편차를 보이고 있어 한국불교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교구본사의 일선 사찰 포교활동 지원 역량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으며, 1980년대 이후 불교대중화를 견인해 온 도심포교당 운동의 쇠퇴 또한 심각한 현상 중의 하나이다.
재가운동의 확산과 재가단체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종단 운영에 대한 재가자의 소외는 조계종의 오랜 숙제 중 하나이다. 개혁종단이 중점을 두어 추진해 온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한 신도들의 사찰운영 참여도 일부 대형 사찰을 제외하고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종단의 각종 기구에 재가자들의 참여도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신행과 전법포교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신행혁신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종단 차원의 지원확대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재가신도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종단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5) 정교분리와 자주적 대정부관계
종단이 정부에 요청한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삭감을 계기로 촉발된 민족전통문화 수호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개신교 장로인 대통령의 개인적 신앙과 연관된 종교편향 시비는 서울과 대구의 범불교도대회 개최라는 홍역을 치렀지만, 근본적 개선의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대구와 울산을 비롯한 일부 개신교 단체들의 터무니없는 불교계 전통문화보존예산 시비는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불교의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가 정부의존에서 벗어나 재정 자립과 건전성 실현을 통한 자생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불교는 기독교와의 교세경쟁에 휘말려 대형불사와 대형법회를 통해 건물만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또한 사찰재정에 있어서도 신도들의 보시에만 의존하다 보니 공룡화된 가람의 유지보수 비용을 조달하기에도 허덕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해방 이후 1950년대 정화불사 과정을 통해 형성돼 온 한국불교의 정부의존 관행은 이후 불교재산관리법과 전통사찰관리법으로 이어지는 불교규제 법령의 틀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10ㆍ27법난으로 불교계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와 상처를 입은 바 있고, 종단 위기나 분규 때마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 해결되는 오점을 남긴다.
그 사이 개신교계는 세 차례 장로대통령 집권을 기회로 삼아 정관계에 걸쳐 폭넓은 종교편향 행태를 일삼았고, ‘성시화 운동’으로 대변되는 정교유착 고리로까지 발전했다. 반면 정부의 지리정보 시스템에서 전국의 사찰들이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종교편향 사태를 비롯해,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정부의 정당한 전통문화보존예산 지원에 대해 개신교계가 부당한 시비를 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에 쟁점으로 부각된 템플스테이만 해도 2010년 말까지 전국 109개 템플스테이 사찰을 찾은 참가자는 내국인 14만2035명, 외국인 1만9273명으로 모두 16만1308명이었으며, 2009년도 참가자에 비해 15% 이상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관광 프로그램 중 ‘한국을 소개하는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개신교계는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전통문화의 선양’이라는 템플스테이의 본래 취지를 ‘정부의 불교계 선교지원’이라고 왜곡 비난하고 있으며, 자신들도 전국 기도원에 3천억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소위 ‘처치(church)스테이’를 추진하겠다는 ‘생떼’를 쓰고 있다.
국가의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불교계가 민족전통문화 유산을 계승발전 시키는 국가의 의무를 대행하기 위해 정당하게 지원받는 예산에 대해서 정부와 국회,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하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 예산에 의지한 대형불사를 지양하고, 자생적 불사기반을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도 대다수 사찰에서 선언적 차원에 머물고 있는 ‘사찰운영위원회의 실질적 활성화’를 통해 사찰재정 공개와 신도 운영참여를 이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사부대중 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 불교재정 자립의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1983년 비상종단운영회의 당시 핵심 개혁안의 하나로 추진된 ‘신도 교무금’ 부과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대부분의 사찰이 신도들의 기도비나 불사 시주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재정운용에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종단 발전과 사찰운영을 위해 신도들이 수입의 일정 부분을 정기적으로 보시하는 ‘신도 교무금’ 제도의 도입이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현행 ‘신도 교무금제도’는 최초 신도등록시 1만원의 교무금을 납부토록 하고, 매년 1만원의 신도증 재발급 수수료를 부담토록 하고 있으나, 사실상 최초 등록시 1만원의 가입비 이외에는 재등록율이 낮아 지속적인 교무금 납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사회 전반적으로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는 추세 속에서, 기도비나 불사비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상황을 고려해, 신도 교무금 납부에 은행예금 자동이체제도(CMS)를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실제로 모 단체의 경우 ‘삼보수호비’ 등의 명목으로 수만명의 신도들이 은행자동이체를 통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있는 사례를 종단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신도 교무금’의 수입 대비 부과 비율은 경전과 율장정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단적으로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수입의 10분의 1을 부담하는 개신교의 ‘십일조’ 수준은 아니더라도, 수입의 30분의 1 정도를 내는 가톨릭 교무금 납부 사례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분명히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조건은 ‘신도 교무금 납부제도’의 도입 등 신도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만큼 사찰운영위원회 등의 활성화를 통해 사찰과 종단 운영에 신도참여를 보장하고, 사찰재정 운영의 투명화와 건전화를 통해 신도들과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6) 다종교 사회와 민족전통종교로서의 역할
대다수 불자들은 이번 정부 들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종교편향 시비와 장로 대통령의 위세를 등에 업은 일부 개신교계의 부당한 불교계 공격을 지켜보면서 매우 불안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다종교 사회인 우리 한국사회에서의 종교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걱정 때문이다.
개신교계의 가장 심각한 태도변화는 이전의 단순한 ‘교세(敎勢)경쟁’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민족전통 종교를 ‘우상숭배와 타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절을 불살라 버려야 한다”면서 ‘종교전쟁’도 불사할 태세로 나오니, ‘민족상잔 6.25’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우리 민족이 종교 때문에 서로에게 칼을 겨눌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데올로기 경쟁체제의 붕괴 이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종교분쟁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이 종교문제로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것은 겨우 2백여 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개신교 세력은 “기독교 전래 이전의 역사와 민족전통문화는 모두 갖다버려야 할 구악(舊惡)”이라는 편협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개신교계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의해 대구 팔공산에 만들기로 했던 역사문화공원이 백지화되고, ‘KTX울산역(통도사)’ 표기에 통도사 부기가 제외되는 등 종교편향을 통해 상대적으로 불교계를 탄압한 사안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2천여 년간 일어난 세계전쟁의 70% 이상이 종교전쟁이며, 불교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전쟁은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서 우리 종단과 불자들은 민족전통종교의 자부심을 갖고 지나친 피해의식과 경쟁의식 보다는, 한 차원 높은 입장에서 타종교를 포용하면서 화해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대승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2. 환지본처를 통한 불교중흥
금강경에 보면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 종단과 한국불교가 지향해야 할 불교중흥의 지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본래의 부처님법에 근거한 개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는 해방 이후 왜색불교 잔재 청산을 위한 정화불사, 불교의 사회적 역할 증대를 위한 민주화운동 참여, 종단의 민주화를 위한 개혁종단 출범 등 다양한 형태의 혁신불사를 경험해 왔다. 그러한 자기혁신의 노력을 통해 한국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교세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고, 교단운영과 신행체계 역시 상당한 현대화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의지한 종단정화와 사회민주화 운동이념 및 정치제도의 맹목적인 도입은 종단의 세속화를 부추겼고, 승가 전통수행가풍의 붕괴와 갈등심화라는 역작용을 낳고 있다. 자연히 수행공동체의 위계질서와 화합은 무너지고 말았고, 세속의 명리를 추구하는 개인주의와 문중 파벌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가장 유명한 공화국인 밧지연맹 지도자들에게 한 나라가 번영할 수 있는 덕목으로 칠불퇴법(七不退法)을 설하시고 계시다. 칠불퇴법을 살펴보면 1. 서로 모여 나라 일을 잘 상의할 것, 2. 서로 협력하면서 해야 할 의무를 잘 지킬 것, 3. 훌륭한 전통과 규율을 잘 지킬 것, 4. 노인들을 잘 봉양할 것, 5. 부녀자를 잘 보호할 것, 6. 조상을 잘 공경할 것, 7. 성자와 공부하는 자들을 잘 봉양할 것 등으로, 부처님께서 설하신 칠불퇴법의 조항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민주적인 나라 운영의 기본이며, 오늘날의 정치감각으로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들이다. 부처님께서는 또한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당시 나라간의 분쟁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모습을 보이셨다.
이러한 부처님의 현실적인 가르침은 이후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법(正法)으로 전세계를 다스린다’고 하는 이상적 제왕상인 ‘전륜성왕(轉輪聖王)’ 개념으로 발전하였고, 인도 아쇼카왕의 통일왕국 건설과 한국 신라의 삼국통일 이념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니, 당시로서는 최고의 국가 통치이념이자 사회운동 이념으로서 작용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전에서는 또한 이 칠불퇴법을 승가운영에 적용시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1. 비구들이 자주 회의를 열고 회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한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2. 비구들이 함께 집합하고 함께 일을 시작하고 함께 승가의 제반 행사를 치르는 한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3. 비구들이 이전에 정해진 적이 없는 것을 정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것을 깨뜨리지 않으며 모든 학처(學處=戒本)에 따라 행동하는 한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4. 비구들이 출가한 지 오래되어 경험이 풍부한 장로비구들, 승가의 어른들, 승가를 이끄는 사람들을 모두 존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5. 비구들이 이미 생기(生起)해 있는 재생(再生)을 초래하는 갈애(渴愛)에 지배되지 않는 한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6. 비구들이 숲속의 좌와소(坐臥所, 수행처)에 있기를 원하는 한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7. 비구들이 각자 자신의 마음을 단련하고 또 착한 수행자들을 거기에 오게 하고 또 거기에 오고 있는 수행자들을 편안하게 머물러 있게 하는 한, 비구들에게는 틀림없이 번영이 기대되고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승단을 운영함에 있어 비구들이 자주 회의를 열고 회의에는 많은 비구들이 모이는 것, 비구들이 공동으로 승가의 제반 행사를 치르는 것, 정해진 학처(學處)에 따라 행동하는 것, 원로를 존중하고 봉양하는 것 등은 오늘날의 종단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는 외형적으로 이룩한 성장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종파난립의 문제, 출가와 재가의 문제, 사찰의 경영과 법회운영의 문제, 승려 자질의 문제 등이 심각한 고민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정능력의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교계의 내부적인 분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과 대중들의 외면 또한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2천6백여 년간 교단을 유지하게 해준 토대인 율장과 청규에 근거한 청정한 수행가풍의 회복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환지본처를 통한 불교중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