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칙칙하고 끈적끈적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퇴근시간이 다가와도 나가기가 싫어 컴과
장난치고 있는 나의 멍청한 머리를 스치는 "달마야 놀자"의 한 장면에 이끌려 벌떡
일어서 무엇에 홀린 듯 달구지에 올라탄다.
신어산 은하사
최근에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은하사는 오랜 아주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남방불교 전래설을 암시하는 가락국 수로왕비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신화로만 전해져 오던 인도의 아유타국과 가야의 관계를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것을
시청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인도에서 전란 때문에 왕실가족이 배를 타고 떠났
다는 기록이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가야의 황실 문양인 쌍어문이 아유타국의 황실문양이란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가야의 토착세력인 수로왕과 해양를 거점으로 하는 씨족간의 동맹을<br>
결성한 것으로 해석도 하지만 2000 년 전 김해를 중심으로 전개된 멋진 국제결혼,로맨스지 않는가?
허황후가 망산도에 도착한 무렵의 가야의 국가위상을 알 수 있는 기록(물론 역사적
편차가 심해 정설로는 수용되지 않지만)이 삼국유사에 전해오고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신라의 4대왕인 석탈해는 감포 근처의 아진포로 상륙하여 토함산에
기거하다 반월성의 명당을 알아보고 멍청한 집주인에게 미리 묻어 놓은 숯을 근거로
집을 강탈한 후 남해왕의 눈에 들어 신라왕에 오르게된다.
(뭐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세종대왕의 영릉도 광주 이씨의 묘를 빼앗은 것이니...)
후에 문무왕의 꿈자리에 탈해 할배가 현몽하여 "내가 동해를 지켜야겠으니 뼈를 토함산
에 묻어다오"하여 문무왕은 토함산에 사당을 짓고 모시게되니 탈해왕은 자기가 상륙하여
신라로 들어온 길을 내려보며 토함산 산신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견대에서 바라보는 문무왕 수중 산골처, 감응사,만파식적만 알고 있을 뿐 문무왕
이전의 동해를 지키는 탈해왕은 모르고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문무왕은 탈해 할배의 아이디어(?)를 흉내내어, 아니 어쩌면 할배를 못 믿어
동해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잘 못 흐르고 있구먼!!!
원 위치하여 가야의 위상에 대해 설을 풀어보자.
탈해왕이 신라 아진포에 상륙하기전 김해 즉 금관가야에 상륙을 시도했어나 김해의
토착세력들은 건방진 놈이 감히 어디를 들어올려고 하고 있어!
그렇게 탈해왕 일행을 쫒아 버린 것으로 삼국유사에는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가야이건만 피정복자는 말이 없고 정복자는 정복의 기록만 남겼으니 오백년(?)
가야의 사직은 신라 법흥왕에게 무너지고 마지막 10대 구형왕은 잔디마져 거부하고
산청 땅에서 돌무덤 속에서 악몽에 시달리고 있기에 국내의 최대 성씨인 김해 김씨들은
봄가을 영혼을 달래기 위해 향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자! 다시 오늘로 돌아오자.
어둑어둑한 산길을 따라 돌계단이 정겨운 은하사로 들어서니 잡초구덩이로 변한 영지
에는 관음보살이 서 계신다.
허허 저래서야 천진불이 영지에 그림자를 드리우겠는가?
하긴 허황후의 설화가 전해오는 해인사 영지, 지리산 칠불암 영지에도 영봉의 그림자는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려우니...
범종각 누하기둥의 멋드러진 은하사의 절집 분위기가 참으로 좋다.
객도 없고 허무러 질 듯한 대웅전, 세월의 이끼가 정겹기만 한 기와, 다포의 빛바랜
탱화, 대웅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세운 기둥, 금상첨화로 범종각의 범종이 삼라만상
일체중생을 위해 멀리 은은히 법문을 펼치자 법당에서 처연히(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 수 없지만)예불이 이어져 바위에 걸터앉아 시간을 멈추고 예불에 몰입하였다.
대웅전 전각에 관음보살이 모셔져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것은 절집 분위기가
나를 너무도 편한하게 한 까닭이리라.
업소들의 주도권을 놓고 일대 격전을 벌이던 재규일당은 무지막지한 습격을 당하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깊은 산 중의 암자로 몸을 숨긴다. 더 이상 숨을 곳도, 보살펴 줄 조직의 힘도 끊긴 재규 일당에게 유일한 보금자리가 될 그 곳엔...
자비와 진리를 수행 중인 스님들이 살고 있었으니, 그 동안의 모든 일상을 뒤집는 느닷없는 인연은 고요했던 산사를 흔들기 시작한다.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재규일당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스님들은 약속한 일주일의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고... 보스의 연락만을 기다리는 재규 일당의 심정도 편치만은 않다. 절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재규일당의 일과는 사사건건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만 되는데...
한편 이들을 내쫓고 평화를 찾기 위한 스님들의 눈물겨운 대책은 기상천외한 대결로 이어진다. 일대일 개인전에서부터 단체전까지의 결투에서 깨끗하게 승복한 재규일당. 결국 암자에 더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그러나... 머물고 싶으면 수도해라...
스님들과 똑같은 수도생활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달고, 재정비에 들어가는 산사생활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참았던 감정이 폭발한 두 집단은 맞짱과 몇 번의 덮치기 등으로 팽팽하게 대립한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하니 말년 병장처럼 지내던 재규일당의 생활은 이등병 신참으로 추락하기에 이른다. 치사하고 처절하고 눈물나는 수행은 다시 시작되는데... 스님들은 과연, 그들과 홀가분하게 '세이 굿바이'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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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놀자 스토리를 떠올리며 오늘은 비데오라도 빌려 봐야겠다,
스토리 전개보다 절집 분위기를 눈에 담고 싶어서...<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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