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38) - 역답사(용궁역)
1. 경북선의 마지막 역을 답사했다. 정말로 작은 <개포역>은 다른 간이역과 따로 정리하고,<용궁역>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용궁역>은 경북선 역 중에서 가장 인상이 남을 역이다. 역과 주변 분위기의 정갈함에서, 역과 지역시장 그리고 역을 둘러싼 문화적인 인상에서, 역에서 출발하여 ‘회룡포’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용궁역>은 특별한 인상을 가진 역으로 기억될 것이다.
2. <용궁역>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플랫폼에서 바라본 용궁역은 간결한 선과 공간을 포함하여 안정된 풍경과 구도를 지니고 있었다. 주변에 풍부한 볼거리도 갖추고 있었다. ‘용궁’이라는 특별한 이름처럼, 12지신상이 세워져 있고, 예술전시도 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마을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누각도 볼 수 있다. 주차장은 여유로웠고 역 주변에는 전통식당이 있어 먹을거리도 풍부했다. 이곳은 ‘순대’로 유명하다고 한다. 점심에는 순대국밥을 저녁에는 ‘황태구이’를 먹었다. 나에게는 순대보다 ‘황태’가 특별했다. 바삭하게 구어진 ‘황태’는 다른 어떤 곳에서 먹어본 황태보다 식감도 맛도 훌륭했다. 황태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여기와 같은 ‘황태’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음식일 것같았다.
3. 용궁역에서 ‘회룡포’까지 걷기로 했다. 35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였지만, 여름의 색깔을 제대로 관찰하기로 했다. 거리는 약 7km 정도였고 하늘은 장말로 청명했다. 차가 많지 않은 도로를 따라 파랗게 익어가고 있는 논들을 바라보며 걸었다. 탁트인 전경과 산과 들의 조화가 청량한 하늘과 함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길은 단순하지만 중간에 문화적인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마을 입구에 만들어진 고려시대 <석조여래좌상>과 탑이 있었다. 보물로 지정되진 않은 불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편안한 인상이 오히려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4. 약 2시간이 걸려 회룡포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는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지난 장마 때 무너진 다리는 수리 중이었다. 예천의 ‘회룡포 마을’은 7월 장마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 중 하나였다. 당시 회룡포 마을을 덮친 장마의 위력이 기억난다. 덮고 힘들지만, 회룡포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등반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왕복 1시간 30분 정도의 약 6km 거리로 특별하게 힘이 들지는 않지만 여유로운 코스만도 아니었다. 한참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보였다. 물이 빠져서 회룡포 마을은 정상적인 모습을 찾고 있었다. 하천의 ‘감입곡류’의 흐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낙동강 상류의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한다. 하천 중간에 만들어진 마을은 그 자체로 특별한 공간이다. 정돈된 길과 논과 밭 그리고 집들이 유토피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5. <용궁역>에서 시작한 역답사는 회룡포 마을까지 기분좋게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날씨가 덥지 않다면 다시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등산까지 하고 난 상태에서는 무리였다.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시간표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도 버스운행에 대한 정보를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콜택시를 불러 이동했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 노선에 대한 안내도, 버스 운행사에 대한 소개도 없는 지방행정이 불만스러웠지만, 예천의 ‘용궁’ 그 자체의 좋은 기억 때문에 이번 역답사는 경북선 답사 중에서 ‘베스트 답사’로 기억될 것이다.
첫댓글 - '삼강주막'이라는 이름에 끌려 막걸리잔을 들어올리던 기억이 아스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