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도의 꿈
[페이지] F01
강도의 꿈
성준기 원작
조수연 각색
[페이지] F02
강도의 꿈
성준기 / 원작
조수연 / 각색
나오는 사람들
사내 (50대)
남편 (40초반)
부인 (40초반)
딸 (20)
무대
어느 가정집의 마루. (응접실) 가운데 응접셋트. 우측에 내실문 하나. 좌측에 냉장고가 보인다. 좌측이
현관이 되고 기타 필요한 장치와 소도구가 보인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무대가 밝아온다. 부인이
초조하고 지루하며 화가 단단히 난 자세로 응접의자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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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미치겠네, 벌써 몇시야?
(초조에 가까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거닌다. 전화 벨소리)
[부인] 여보세요? 미경이냐. 넌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애니? 시계좀 봐. 몇시나 됐나, 다큰 계집애가
날이 새는지 세월가 가는지도 모르고 어딜 그렇게 쏘다니니? 에이그 누가 즈이 아버지 딸 아니랄까봐
타내고 다니는 거니 너? 이 엄마는 날이 밝으나 새나 자식이라고 하나있는것, 그걸 그냥 걱정하고 ---
어머? 얘가? (전화 수화기 보턴을 톡톡 치며) 얘? 미경아, 미경아, (수화기를 놓고 시계를 본다) 어마,
벌써 새벽 한시잖아 못살아, 이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밤이면 밤마다 이양반은 이양반대로 딸년은
딸년대로 --- 안되겠어, 오늘은 뭔일이 있더라도 --- 어디두고 보자. 부녀 지간이 한통속이 돼가지고선
---
사이
이때, 초인종 소리, 들은척도 하지 않고 자세를 고쳐 앉아 별르고 있다.
[부인] 문열렸어요! 흥, 들어다 보라지,
사이 이때 거나하게 취한 그녀의 남편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부인
본체만체하면 --- 남편 건들 건들 들어온다.
[남편] 응? 으헤헤헤 여보, 나왔어. 에이 -, 내가 술한잔 한걸 알고 또 삐쳤군 그래. 꺽, 아니 뭐 나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신줄 아나? 그냥, 목이 말라서 한잔, 스트레스 해소를 한잔, 사업차 한잔,
친구만나 한잔, 입가심으로 한잔, 서운해서 한잔 --- 하다보니까, 이 모양이지, 그거 하나 이해 못하면
어디 이 강팔봉의 마누라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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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흥 그럼 사나이 강팔봉씨 한테 시집올 자격증 있는 여잘 골라봐요.
[남편] 허, (응접실 의자에 털석 주저 앉는다.) 거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하게 하시나?
이제 보니 당신 화가 단단히 났군? 헤, 어디 토라질래면 토라져 보라지, 야 -, 인간 강팔봉이 그런게
겁나면 진작 술 끊고 출세했지, 아닌 말로 이 삭막하고 외로운 세상에 술도 없음, 뭔맛으로 살아.
사이
(남자는 부인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려 한다. 부인이 외면하며 떠밀어내는 남자는 덜컹 나가
떨어진다.)
[부인] 이제사 술이 곤드레 만드레 취해온 양반이 뽀뽀는 무슨 얼어 죽을놈의 뽀뽀야, 오늘밤 같이
잘생각은 아예말고 홑이불덮고 소파에서 주무세요.
[남편] 허, 좋다 이거야, 인간 강팔봉이 죽지 않았어, 술이 취하니깐 정신이 좀 오락가락 해서 그렇지,
그래, 당신 어디까지 저기압인지 두고 보자구.
사이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물어 한모금 넘길때를 부인은 소파에 고개를 젖히고 잠이 든척 한다)
아 -- 아니, 이여자? 다 -- 당신 자는 거야? 하던 전쟁 마저 하고 자야 할거아냐? 당신 정말 자는
거야?
[부인] 그래요, 자고 있어요, 보면 몰라요?
[남편] 헤, 자는 사람이 어떻게 대답을 하나? (부인에게 다시 다가가 포옹을 시도한다)
[부인] 아니, 이이가? 왜이래요, 냄새나요 (코를 쥐며) 막걸리 냄새나 풍기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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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헤헤헤헤, 자 이거 그러지 말고 우리 애도 아직 안들어온 모양인데 단둘이서 --- 이 ---
따스한 밀어를 즐깁시다.
[부인] 그 나이에 주책은
[남편] (더욱 세게 껴안으며) 주책이면 어때? 좋은걸.
[부인] (다시 세게 떠밀며) 왜이래요?
[남편] (나뒹굴며) 아니, 당신 정말 이럴거야? 응?
[부인] 그럼 내가 언제까지나 참고만 있을줄 알았어요.
[남편] 참다니, 뭘?
[부인] 왜, 그걸 몰라요?
[남편] 말해봐, 도대체 내가 뭘 ---
[부인] 못살아, 당신도 양심이 있으면 가슴에 손을 좀 얹어봐요.
[남편] 아니, 뭐, 뭐야? 그래 얹었어.
[부인] 무슨 소리 안들려요?
[남편] 들리지 팔딱 팔딱 심장뛰는 소리.
[부인] 난 몰라 ---
[남편] 아 뭘?
[부인] 당신같은 철면피요.
[남편] 처 - 철면피? 내가 왜?
[부인] 아니면요? 밤이면 밤마다 술에 취해서 이건 열두시도 좋고, 한시도 좋고 ---
[남편] 무슨 소리야? 일찍 들어 왔잖아. 새벽 한시면 -
[부인] 시끄러워요, 난 이제 못살아요.
[남편] 못살면?
[부인] 차라리 보따리 싸들고 우리집으로 가겠어요.
[남편] 헤, 당신 집이 어딘데?
[부인] 울엄마사는 친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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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거기가면 밥 먹여 준데?
[부인] 어쨋든 당신은 상관 할바가 아니고 난 이제 빠이 빠이 예요.
[남편] 빠이 빠이!
[부인] 이혼요, 이혼.
[남편] 헛, 당신 용기로?
[부인] 왜요, 나는 뭐 이혼할 줄 몰라서 않는줄 알아요.
[남편] 애까지 낳은 여잘 누가 데려가나?
[부인] 그런 걱정 말아요 데려갈 남자 없음 평생 혼자 살죠.
[남편] 그러면 이혼해, 하라구.
[부인] 흥! 하라면 못해요, 겁낼줄 알구?
[남편] 그래, 하자구 하, 꼴 좋겠다. 나이 사십이 넘은 여자가 이혼하고 혼자 산다니 --- 하하하.
더군다나 당신같은 여자?
[부인] 뭐요, 당신같은 여자요?
[남편] 그래, 당신같은 여자
[부인] 흥, 당신같은 남자는 어떻구요.
[남편] 뭐, 뭐야?
[부인] 이것 보세요, 착각하지 마시라구요, 나같은 여자니까 당신한테 붙어 살지, 누가 이런데서
살아요.
[남편] 뭐, 무엇이 어째?
[부인] 왜요, 내가 틀린말 했어요.
[남편] 좋아, 그렇담 이혼하자구.
[부인] 네, 좋아요.
[남편] 그래 하자구.
[부인] 해요.
[남편] 그럼 당장 이혼장 부터 쓰자구.
[부인] 그래 써요.
[남편] 좋아, 쓰자구 (주머니에서 서류 뭉칠 꺼내며 한장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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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내가 언제 그런걸 무서워 하는 친군가? 내 이런 사태가 있을 줄 알고 항상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지.
[부인] 흥, 어련하실래구.
[남편] 자 쓰라구.
[부인] 당신이 써요.
[남편] 내 - 내가, 취한 눈으로 어떻게 써?
[부인] 난 맹맹한 눈으로 어떻게 써요.
[남편] 그럼 내가 부를테니까 받아써.
[부인] 속터져, (볼펜을 잡는다.) 불러요,
[남편] 그래, 부를거야 (의자에 앉아 담배불을 붙인다.)
[부인] 뭐 해요?
[남편] 다 -- 담배피워.
[부인] 안 불러요?
[남편] 생 --- 생각중이야.
[부인] 언제까지요?
[남편] 허, 일생일대의 이혼장을 쓰는데 함부로 쓸수야 있나?
[부인] 그래서요,
[남편] 일생일대의 명문을 생각중이야.
[부인] 밤새요?
[남편] (갑자기 일어서 객석으로 가며) 아, 생각났어
[부인] 그럼 불러요
[남편] 써요, 어서
[부인] 불러야 쓰죠?
[남편] 글쏀 --- 지금 부르잖아, 자, 오등은 자에 자주독립을 선언하며 차로써 각자가 자유와 평등을
득하고, --- 따로 따로 잘살아 보자고 차로써 - 이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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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여보!! 뭐해요 지금? 말이 안되 있잖아요,
[남편] (다시 의자에 앉으며) 그럼 --- 당신이 써.
[부인] 좋아요, 도장만 찍어요.
[남편] 좋아 쓰라구
[부인] 쓰라면 못 쓸줄 알고.
[남편] 아, 써어 ---
[부인] 자요, 썹어요.
[남편] 그러허이면 도장을 찍어야지
[부인] 그래요, 어서
[남편] 좋아 (주머닐 뒤적거리며) 얼쑤, 도장은 회사에 두고 왔네
[부인] 그럼 인감도장 찍어요
[남편] 아 인감도장이야 당신이 알지.
[부인] 방안 장롱안에 있어요.
[남편] 그럼, 들어가 찍어
[부인] 당신 손으로 찍어요.
[남편] 좋아 가자구
[부인] 그래요.
부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티격대는 소리.
사이
이때, 복면에 식칼든 사나이가 잔뜩 도사린 모습으로 들어온다.
[사내] (주위를 살피며) 아휴, 겨우 한집 찾았네. 난 또 비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라고 첫날 첫사업에
공치는 날인지 알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구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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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그나저나 사지가 오싹허고 벌벌 떨려서 이 직업도 내 적성에 안 맞는 개비네, 안되겠다. 우선
용기약 쪼까 마셔부러야지, (품에서 소줏병을 꺼낸다) 캬, 워미 좋은거. 근디 워째 이버에는 다리가 후들
후들 --- 한잔 더, 한잔 더, 아녀, 한잔더. 웝다. 완전히 돌아버리네, 한잔더. (다시 소줏병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
이때 방문이 쾅 열리며 여자가 바르르 뛰어 나온다.
[부인] 난 몰라, 무슨 남자가 도장은 안찍고 코만 드르릉 -
(사낼 빌까 하고는, 껑충) 에그머니, 여 - 여보!!
여자 벼락치듯 방으로 뛰어드는데 놀랜 남자는 비호같이 달려 나오다가 달려드는 아낼 와락 껴안는데
동시에 술을 마시고 있던 복면의 사내도 동시에 깜짝 놀라 술병을 떨어뜨리고 칼을 들이 댄다.
[사내] 아, 앗다. 선생님, 사모님, 쪼까 진정하시죠.
[남편] 누 - 누구요?
[사내] (식칼을 들이대고) 조용혀, 병신아.
사내 허둥지둥 바닥이 술병을 집어드는데 --- 또 다시 여자가 자지러지는 공포소리.
[부인] 여 - 여보, 저 - 저칼좀 봐요.
[사내] (또 펄쩍) 엄메 기죽어) 조용히혀!! 사람 간 떨어지것네,
(부부는 멍하니)
원, 사람덜이 에치켓토가 있어야지, 그렇게 소릴 지르면 잠든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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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덜이 깨잖여. 날봐, 사람덜 깰깨비 오죽 조심허고 있는가, 워메, 속탄다. 한잔더
(술병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데)
[남편]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다 당신은 누구요?
[사내] (마시다 말고) 벼엉신 (식칼을 보이며) 보믄 몰러?
[부인] (남편의 품에 파고들며) 엄마! 무서워!!
[사내] 워메, 소리좀 지르지 말어, 나까장 무섭쟎아 휴, 또 십년 감수혔네, 겁낼것 까장은 없고 그대로
꼼짝말고 서 있어. 워디 들고 갈만한게 --- (살피는데)
[부인] 어, 없어요.
[사내] 시끄러워. 있는지는 없는지는 나가 찾어 봐야제, 휴, 그나저나 숨좀 돌려야 쓰것다. (의자로
가서) 여기좀 앉어도 되것소?
[부부] ---?
[사내] 엇다. 꿀먹은 벙어린가. 명색이 손님인디 --- 아니, 그나저나 댁들은 여적지 잠 안자고 뭣허고
있었는가 (눈치챘다는 듯) 이 - 인자 봉제로 두꺼비 씨름판 벌리셨고만? 히히히, 야간 레슬링도 좋지만
대충 대충 히둬, 에헴. 뭣이던지 과허면 안좋은것여 (술을 마시려다 술병이 빈것을 알아챈다.) 엇다.
그새 다먹어 부렀네 그러허이면 (품속에서 한병을 다시 꺼내어 들고 어금니로 뚜껑을 따 마시려다가)
앗다.! 바깥양반 우리 동석 협시다.
[남편] (질려서) ---
[사내] (칼을 번쩍 들고) 앗다 오라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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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껑충) 네, 갑니다. (부리나케 가는데)
[부인] (급히 잡으며) 여 -- 여보 ---?
[남편] (사색이 되어 돌아본다) ---?
[사내] 어허 사나이 가는길 예편네가 막는법이 아녀!
[남편] (껑충) 네, 갑니다. (급히) 응접실 앞에선다.)
[사내] 워째 그려 꽉 잡어 먹으깨비?
[남편] 네!
[사내] 앉어, 나도 의리와 순정이 있는 놈여 어서 앉어!!
[남편] 네, 네! (급히 앉는다.)
[사내] 이, 그려 안쥔도 이리와서 앉으슈
[부인] (남편에게 구언의 눈길을 던지며) 여 - 여보
[사내] 어허, 부부는 일심동체여, 어서 와 앉어,
[남편] 그, -- 그래 어서, 여보!!
부인 마지 못해 남편의 옆에 가서 앉는다.
[사내] 그려 이자 됐어, 그나저나 이 불청객이 실례가 많소이다. 나로 말허자면 남덜 잠잘때, 안자고
댁을 방문할땐 다 그만헌 사정이 있는 벱여,
[남편] 자, 사정이라뇨?
[사내] 글씨 야그를 쪼까 들어봐, 나로 말을 허자면 나씨 가문 태생으로 이 서울 바닥에 뭣이냐? 이
청운의 꿈을 안고 올라와서 산전 수전 다 겪은 몸여. 근디 살다보니께로 집구석 사정이 삐딱혀서
처자식은 굶어 죽을 판이요 하나있는 여편네는 병이 들어 나자빠져 누운지가 슥달 열흘째 되던날
죽어버렸어, 그러니 워쩌것는가. 배운 공부가 많어서 판검사를 히 볼것이며 그렇다고 머리가 잘돌아가
사기꾼을 히보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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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다고 힘이 좋아 막노동을 히볼것이며 돈이 많히서 장사를 히볼것인가? 삼백사일 연구끝에 옳지
그려, 밑천이라고는 스무살 초반때 끼고 폼잡던 색안경하나 허구 부억컬 하나 쳐들먼되는 이 밤 손님이
되기로 작정을 헌 것여, 근디 --- 엇다 요것도 사업이라고 여간 골치 아픈것이 아녀, 엇다. 뭔놈의
대문은 집집마다 교도소 철대문만 허고 담배락은 워째 그렇게 남한산성만 허냐, 담배락만 높으면 몰러
한 숟가락 더떠서 그놈의 담배락 위에 다가 철조망에다 병쪼가리에다 --- 워메 이건 홍길동이 아니라
길동이 할애비라도 넘어갈 재주가 있나? 그려, 낙심을 허고 발길을 돌려 집구석으로 철수를 헐라고
허는디 --- 우헤헤헤헤 --- 아 이 집앞을 지나는디, 나가 올줄을 워치게 알고 동지 섣달 꽃본듯이
대문이 쫘악 열려 있지 않것는가? 히히히 그리서 염치 불구허고 쪼까 실례를 헛고만, 글씨, 이 각박허고
험악헌 시상에 대문까지 열어두고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것을 감탄허면서 이집에 들어온 것여,
히히히 --- 그런 뜻으루 (술병을 건네며) 한모금 히봐.
[남편] 아, 아닙니다.
[사내] 엇다. 아니긴 부처님께서도 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허는디 이것도 인연 아닌게비! 자, 어서
받어.
[남편] ---?
[사내] (번쩍 칼을 쳐들며) 받어, 어서!
[남편] (급히) 아, 네. (마실려는데)
[부인] (겁에질려) 여, 여보?
[남편] 괘, 괜찮아.
[사내] 괜찮지 않구. 어서 마셔, 히히히.
[남편] (억지로 마시곤 술병을 든 채 멍하니) --- ?
[사내] 엇다. 가는 술이 있음, 오는 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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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 네. (급히 술병을 돌려준다.)
[사내] 그려. (마시더니 다시 내밀며) 자?
[남편] 아, 아닙니다.
[사내] 엇다, 아니긴. 술이야 권하는 맛에 마시는 법인데, 어서 마셔.
[남편] (마지 못해 받아든다.)
[부인] 여, 여보? 당신 취했잖아요.
[사내] 앗다, 취하긴 그 쪽만 취했나.
[남편] 아, 아닙니다. 전 회사 직원들과 삼차까지 하고 왔는데요.
[사내] 어허, 누군. 난 여기 오기 전에 벌써 네 병째니깐, 사차까지 하구 온 몸이여, 마셔! (칼을
집어든다.)
[남편] (펄쩍) 네! (급히 마시곤, 또 멍청히) ---?
[사내] 엇다, 젊은 사람이 주도도 모르는구먼.
[남편] 주, 주도요?
[사내] 어허, 술을 마셨으면 돌릴 줄도 알아야지.
[남편] 아, 네. (급히 내준다)
[사내] 그려. 히, 요상한게. 첫사업이라 그런지 이 용기약을 아무리 마셔두 약발이 안 나.
[남편] 야, 약발이요?
[사내] 어허, 용기 말여. 그저 세상만 뱅글뱅글 돌았지. 어디 용기가 나야지.
[남편] 그, 그럼 더 마시죠.
[사내] 엇다, 그랬다가 나자빠지면 파출소에 신고할려구?
[부인] 어마, 아녜요. 그랬다가 무슨 변을 당할려구요.
[사내] 히히히, 알긴 아는구먼. 그땐 그저 이 식칼루 콱!
[부인] (꽥) 엄마야!
[사내] (벌떡) 오매, 기죽어! 애떨어지것네.
[남편] 그것 봐, 저 아저씨 애떨어진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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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그, 그래요, 여보.
[사내] 휴우. (땀을 훔치면서 주저앉으며) 내 이러게 이 짓두 못헌다니까. 휴.
[남편] 거, 걱정 말고 맘 놓고 드세요.
[사내] 히, 맘 놓고 들 술은 어딨구?
[부인] 어마, 아, 아녜요. 이이 들어오심 드릴려고 저 냉장고에 양주까지 있어요.
[사내] 히, 그걸 내가 마셔서야 되나.
[남편] 아, 아닙니다. 댁도 손님인데요.
[사내] 허긴, 나도 밤손님이니깐, 히.
[남편] 여보, 어서 갖고 와.
[부인] 시, 싫어요. 난 다, 다리가 떨려서.
[사내] 엇다, 댁은 밤손님도 아닌데 다리가 왜 떨려?
[남편] 아닙니다. 아낸 본래 심장이 약해서요.
[사내] 심장이 약해? 그럼, 병원에 가 보지, 그래.
[남편] 아, 아니고요.
[사내] 아니긴. 내 사촌도 지난 가을에 심장병으로 죽었어. 그걸 생각하면 내가 사촌 장례식에 부조돈
삼천 원을 달랑 들고 간 놈이여, 휴.
[남편] 그, 그러세요.
[사내] 그려, 휴. (다시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오매, 벌써 오차두 바닥났네.
[남편] 그, 그럼 제가 육차로 양주병을 가져올까요?
[사내] 히, 초면에 그래두 되겄어.
[부인] 아, 아녜요. 이이 땜에, 양주 맥주 얼마든지 있는 걸요.
[사내] 그려? 아, 미안해서 그러지, 그렇담 어디, 딱 한 병만.
[남편] 네, 그러죠 (일어서는데)
[부인] 여보, 가, 같이 가요. (남편을 붙잡는데)
[남편] 어허, 저기가 냉장곤데.
[부인] 누, 누가 그걸 몰라서요. (사내의 눈치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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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그, 그래 그럼.
부부, 냉잔고로 가는데 ---
[사내] 엇다, 누가 부부는 일심동체 아니랄까봐.
남편, 냉장고에서 술병과 술잔을 찾아 오는데, 아내 남편에게 매달리다시피 따라온다.
[남편] 여, 여깅읍니다.
[사내] 그려. 이건 정말 이름만 듣던 양주 아녀.
[남편] 마, 맞습니다.
[사내] 그려, 앉어.
[사내] 아, 아닙니다.
[부인] 저어, 이인요? 본래 술에 취해 들어왔어요.
[사내] 히, 누군 이집에 맨 정신으로 온줄 알구. (슬쩍 식칼을 쳐들며) 잔말 말고 앉어.
[부부] (펄쩍) 그, 그래요. (급히 앉는다)
[사내] 자, 한 잔 받어.
[남편] 아, 아닙니다. 그 쪽이 먼저?
[사내] 그려. 장유유설 아는 걸 보니 뼈대는 있는 가문이구먼.
[남편] 아, 아닙니다.
[사내] 히, 아니긴. 그래, 성씨가 뭣이요?
[남편] 성씨요?
[사내] 참, 이거 통성명을 못 했구먼. (엉거주춤 일어서며) 나는 성씨가 나주 나씨여. 이름은 한강 할
적에 강자에 수도 할적에 도자, 나강도여.
[남편] (엉거주춤 인살 받으며) 저는 강자. 팔자. 봉자. 강팔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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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아따 유식헌체. 짜짜짜짜 허고 있네. 그럼, 새댁은 본관이 어딘고?
[부인] 네. 미, 밀양 박씨예요.
[사내] 그려. 우리 증조 할머님이 밀양 박씨였어. 그러구보니 인척이구먼. 이것두 인연인디, 언제 시간
있으면 내우지간이 우리집에 한 번 댕겨가.
[남편] 지, 집을 알아야?
[사내] 우리집? 알고보면 찾기가 쉬워. 여기서 고개 하나 넘으면 삼양동 아녀. 그 삼양동 버슬 타고
쭉 가면 (개나리 약방)이 나와. 그 개나리 약방에서 좌측방으로 한 마장쯤 가면 (오복 복덕방)이 나와.
그 복덕방 쥔 양반이 나한곤 지면이 넓은 오씨 영감이여. 그오씨 영감 복덕방에서 요렇게 한참
가다보면 전봇대가 하나 나와. 그 전봇대에 보면 (셋방 있읍니다) 하는 쪽지가 있을거여. 좌우지간 그
전봇대서 여나믄 걸음 쪽 따라가다 보면 요만헌 골목길이 나올거여. 그 골목길에서 언덕받일 한참만큼
올라와. 그럼, 거기 담배가게가 있어. 그 담배가게서 이 동네 나강도씨 자택이 어딨소, 물어봐. 그럼,
모르는 놈 빼놓곤 날 다 알아.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그 동네서 미쟁이 생활 십오 년을 해 왔으니깐,
내가 그 동네선 유지라면 유지여. 그럼 알겠는가?
[남편] 네, 알긴 알겠는데 찾질 못하겠는데요.
[사내] 원, 젊은 사람이 이렇게 총기가 없어서야.
[부인] 이인 보, 본래 길 찾는덴 그래요.
[사내] 이런. 그것두 병이여, 한약방에 가서 약이나 두어첩 사다 먹어 보쇼 (술마시려다가) 그나저나
이놈의 색안경 땀시 답답히서 죽것네. 시상이 온통 새까맣고만.
[부인] 어마, 그럼 벗으세요.
[사내] 히. 벗엇다간 들통나게?
[남편] 앗다. 통성명까지 한 처지에 어떻습니까?
[사내] 히, 허긴 그런디 ---
[페이지] 015
[부인] 그래요. 벗어요.
[사내] 그래요. 초면인디 실례가 안될까 ---
[남편] 시, 실례는요. 맘 푹놓고 벗으세요.
[사내] 그려! (벗어서 주머니에 넣으며) 웝다. 광명천지가 밝어왔구만 그려, 아, 글씨 색안경을 끼고
있잉게. 시상이 온통 쌔까맣더란 말이시
이때 현관을 통해 딸이 등장 복면을 하고 장난감 권총을 들고 들어온다.
[딸] 모두들 꼼짝들 마세요.
[남편, 부인] 힉? (사내에게) 여, , 여성 동업자 ---
[사내] 뭐, 뭣여? (딸을 보고 곧바로 썬그라스를 쓰며) 너 너 --- 너의 정체는 뭣이냐?
[딸] 그러는 당신의 정체는?
[사내] 나? 나나 --- 나는 손님.
[부인] 오매야 내팔자. 하룻밤에 강도가 듀엣으로 들어 왔네.
[남편] 이 --- 이럴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
[딸] (복면과 썬그라스를 벗으며) 아빠, 나야 ---
[남편, 부인] 히 - 익? 에이구 저 원수
[사내] 그 - 그럼 당신들 딸램이란 말여?
[딸] 호호호 --- 그래요. 근데 아저씨는 누구예요?
[남편] 응, 이분은 우리집에 갑자기 들어온 밤손 ---
(사내가 칼을 번뜩인다) 애비, 치 -- 친구다.
[딸] 흥. 꼴에 이밤에 썬그라스까지?
(사내의 안경을 벗긴다.)
[페이지] 016
[사내] 힉? 워메.
[딸] 이렇게 보니까 아저씨 참 멋있다. 이 개성있는 제스춰, 귀여운 얼굴, 떡 벌어진 어깨, 아, 나는
언제나 이렇게 운동장 같은 남자 가슴에 안겨 볼까?
[남편] 저, 나선생 우리딸애가 한말은 지나가던 암캐가 짖는 소리로 생각하시고 술이나 드시지요.
[사내] 그 --- 그려 아니 근디 워째 이렇게 장성헌 딸이 있능가?
[남편] 헤헤 실은 우리 부부는 대학교 2학년 봄에 결혼해서 3학년 가을에 --- 저애를 낳았죠.
[사내] 이 - 헤헤헤 긍게 긍게 뭣이냐, 결혼덜을 일찍 허셨고만. 히히히 - 그 부모의 그 딸이로구만.
[딸] 호호호 --- 그래서 저도 요즘엔 연애중예요. 근데 요즘엔 남자애들 하구 사고방식을 맞출래니깐
힘들어요. 담배 배워야죠.
[남편] 다다담배?
[부인] 에그머니.
[딸] 뿐이예요, 춤도 배워야죠.
[남편] 뭐, 뭐야?
[부인] 여보, 나 기절해요.
[딸] 술도 배워야 된다구요.
[남편] 수수 - 술? ---
[부인] 여보, 나 기절했어요.
[사내] 이 - 글고 봉게 이 집구석도 꼴이 말이 아니구만 그려,
[딸] 아! 아저씨 한곡 추실까요?
[사내] 나가 워치게.
[딸] 가르쳐 드릴께요.
[페이지] 017
[사내] 서툴러서 ---
[딸] (잡아 끌며) 자 - ( 부둥켜 안고 춤춘다) 하나, 둘, 셋, 아저씨 -- 나, 휴학할래요, 우리 자주
만나요.
[남편] 아이구, 잘 논다. 얼씨구
[사내] (갑자기 뿌리치고 되돌아와 칼을 잡고) 헐수 없구만 그려, 나도 인자한 내 본래의 직업으로
돌아가야 것어. (딸의 핸드백을 집어든다) 이럴때일수록 냉정허야지 --
[딸] 어마, 아저씨 --- 강도구나,
[사내] 보면 몰라? (핸드백에서 양담배를 한갑을 꺼낸다) 어! 요것이 뭣여?
[딸] 현대 여성의 필수품.
[사내] (또 다른 약을 꺼내며) 이건 뭣여.
[딸] 어머? 그게 거기 있었네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냉정하게) 피임약, 역시 필수품.
이때 남편 뛰어 들어 딸의 뺨을 때린다.
[딸] 악, 왜 때려?
[사내] 어허, 요것이 무신놈의 불상사여
(딸은 훌쩍이며, 사내는 칼을 들고) 저쪽으로 가서 앉어, 자식 교육은 그렇게 시키는 것이 아녀.
[남편] 아니, 그래도 그렇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그렇지. 저래도 되는 겁니까?
[사내] 저럴수는 없는 것이제.
[부인] (고개를 들며) 아이구, 내딸 (훌쩍이며) 어쩌면 저렇게도 ---
[사내] 자고로 윗물이 맑어야 아랫물이 맑은 법여.
[페이지] 018
[남편] 꼭 못된 것은 지미 닮아서 ---
[부인] (훌쩍이다가 갑자기) 뭐예요? 날 닮어요.
[남편] 내가 뭐 말 잘못했나?
[부인] 아니 그럼 쟤가 나만 닮았어요?
[남편] 어허, 누가 꼭 그렇다나?
[부인] 아니면 뭐예요, 뭐냐구요?
[남편] 아니, 근데 소린 왜질러?
[부인] 소리 안지르게 샌겼어요? 당신은 꼭 재가 나 닮아서 그런거라 ---
[남편] 아닌말로 -
[부인] 아닌 말로요?
[남편] 당신이나 나나?
[부인] 그래요, 당신이나 나나요?
[남편] 우리 솔직히 말해 보자구.
[부인] 좋아요, 솔직히 ---
[사내] 어허, 그러다가 싸우겠네.
[부인] 아녜요, 아저씬 상관 마세요. (사내를 떠민다) 당신 말해보세요.
[남편] 난 당신이 이런 여잔줄은 몰랐어.
[부인] 이런여자요오 -?
[남편] (딸에게) 야, -- 넌 방에 가 있어.
딸은 일어나 포르르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 그래, 남편이 사업차 술 한잔 하고 왔기로서니, 그걸 트집 삼아 그렇게 앵도라진 그런 옹졸한
여잔줄은 몰랐다, 이거야.
[부인] 나야말루, 당신이 그런 무책임한 남잔줄은 몰랐어요.
[남편] 뭐, 무책임?
[페이지] 019
[부인] 그래요, 당신이 언제 집에서 밥상 차려놓고 기다리는 아내 생각, 손톱만큼이라도 해본
사람이예요. 그리고 애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단 1분이라도 신경 썼느냐구요. 그래도 난 당신이 누구보담
가정에 충실한 남잔줄 알았어요.
[남편] 내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게 뭐야?
[부인] 이이 좀 보라구요, 아니, 그래서 밤마다 술타령에다 걸핏하면 초상집이다 밤낚시다, 외박하기
일쑤고 -.
[사내] 어허, 그럼 쓰나. 날 보라구. 이래뵈두 난 오십 평생에 외박이라곤 모른 남자야. 가끔 밖에서
자고 들어오긴 했어두.
[부인] 그것 보라고요.
[사내] 볼 것 없어. 양주 마시기두 바쁜 판에 ---. (마신다)
[남편] 하, 이거야말루. 당신이 언제 내 입장을 생각이라도 해 보고서? 내가 술을 마시면 마시고 싶어
마시는 줄 알아? 그냥, 목이 컬컬하니깐 한 잔 하고 오는거야. 거기다 외박은 하고 싶어 하는줄 알아?
[부인] 그럼요?
[남편] 다 못 들어올 사정이 있어, 외박하는 거야.
[사내] 그 말은 맞어.
[부인] 맞긴 뭐가 맞아요.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들 생각은 손톱만큼도 못하는 남자한테 -.
[사내] 그 말두 맞어.
[부인] 맞지 않고요. 그걸 생각하면 내가 왜 당신하고 결혼은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 난다고요.
[남편] 누가 할 소릴. 나야말루 하루에두 열두 번 내가 왜 ---
[사내] 그 말도 맞다. 사나이 한평생에 그런 생각 안나는 놈은 사내대장부가 아니여.
[남편] 누가 아닙니까. 아저씨도 보십시요.
[사내] 글쎄 볼 새 없어. 이 양주 마시기두 바쁘다니깐. (마시곤) 말이 났으
[페이지] 020
니 말이지, 나두 장가만 안갔어두 총각일 텐데 말이여. 여편네는 (술한모금 마신후 훌쩍이며) 홀라당
죽어번지고 ---
[남편] 허, 자식들은 없읍니까?
[사내] 자식 얘기에 대해서는 나가 인물여,
[부인] 인물은?
[사내] 암. 남들은 다 아들 딸 구분하여 아들 하나만 낳는 판에 나는 딸만 쪼로록 일곱을 낳았어.
그러니 남들이 날더러 인물이라 헐 만두 허지.
[남편] 하, 딸만 일곱이요?
[사내] 어디 뿐인감 여편네 죽기전에는 여편네두 여자니깐, 집구석에 여자만 겨우 여덟였어.
[부인] 에그머니.
[사내] 허, 놀랠 거 없어. 거기다, 우리집에 키우는 강아지까지 암캐여.
[남편] 허허, 야아.
[사내] 어허, 놀랠 거 없다니깐. 밤중에 쐬주라두 한 잔 걸치구 들어가, 문짝이라 열어보면, 여자만
여덟이 일렬횡대루 자빠져 있는 걸 보면 남자라곤 오죽 나 혼자 뿐이여. 그러니 내가 오죽
고독혔것능가?
[남편] 그거 이해가 가는데요.
[사내] 가긴, 뭘 가. 그러니 내가 이 술을 안마시면 속에서 천물이 나.
[남편] 네에.
[사내] 속 모르는 남들은 날더러 모주 꾼이라지만, 내가 평소 이 술이 좋아서 마시면 사람이 아니여.
[남편] 알만 합니다. 하하하하.
[사내] 웃지 말어. 남은 속에서 천물이 나는데.
[남편] 앗다, 천물이야 왜 아저씨만 납니까.
[부인] 당신은 왜 또요?
[남편] 왜, 그걸 몰라서?
[부인] 모르다뇨, 뭘요?
[남편] 허허, 참.
[페이지] 021
[부인] 웃지만 말고 말씀하세요.
[남편] 왜? 몰라서 물어?
[부인] 글쎄, 말씀하시라고요.
[남편] 보시라고요, 아저씨?
[사내] (마시며) 글쎄, 상관 말고 그쪽 얘기나 해, 난 양주나 마실 테니깐. 오메, 마누라가 그립구만.
[남편] 도대체 여자들이란 왜 이렇게 남자들 세곌 모르죠?
[사내] 그거야, 여자들이 알지, 남자인 내가.
[부인] 남자들 세계모르는 게 뭐예요?
[남편] 그래서 이혼장이야?
[사내] (마시다 말고) 무슨장?
[남편] 보십시요. 이 이혼장이요.
[사내] 어디? (나꿔채서) 이게 이혼장이란 게야?
[부인] 네에.
[사내] 난 또. 이혼장이란게 대문짝 만한 줄 알았더니, 겨우 편짓장 만허네. 허.
[남편] 앗다, 크기가 문젭니까?
[사내] 그럼, 너비가 문젠가?
[부인] 문제가 문제죠.
[사내] 뭔 문제?
[남편] 그 속에든 내용이요.
[사내] 뭔, 내용?
[부인] 뭔 내용인지 읽어보세요.
[사내] 엇다, 공자 앞에 문자 쓰네. 이래뵈두 내가 학교 문전에두 못가본 일자무식이여. 그건 그렇구,
이혼은 왜에?
[남편] 글쎄, 제 얘길 좀 들어보십시요. 이 사람이 오죽하면 제가 ---
[부인] 아녜요. 제 얘기부터 들어보세요. 글쎄, 이이가 말이예요.
[페이지] 022
[남편] 글쎄, 당신은 가만 좀 있어!
[부인] 당신이야말루 가만 좀 계세요!
[사내] 스, 스톱! 여긴 어디까지나 자유의 나라니깐, 언론의 자유가 있어.
[부부] 맞습니다!
[사내] 맞지 않구. 그러니깐 순설 지켜.
[남편] 그러니깐, 순서대로 가장인 제가 먼저 -.
[부인] 아니죠. 어디까지나 레디퍼스트, 여자인 제가 먼저 -
[사내] 시끄러워. 손님인 내가 먼저야.
[부부] 네?
[사내] 글쎄, 내가 먼저 말할 테니깐. 우선 묻는 말에나 답해봐.
[남편] 묻는 말이요?
[사내] 어허, 언론의 자율 막지 말어. 그러니깐, 바깥 양반은 무슨 생이야?
[남편] 무슨 생이요?
[사내] 어허, 갑자을축, 그것두 모르면 무슨 띠?
[남편] 허, 쥐띠요.
[사내] 쥐띠, 그럼, 안쥔은?
[부인] 전 소띠예요.
[사내] 그러니 티격태격할 수 밖에.
[부부] 네에?
[사내] 어허, 생각들을 해봐. 소가 있는 외양간에 쥐 한 마리가 들락거리면 서로가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날 봐. 내가 명색이 양띠여. 거기다 우리 여편네가 꼴은 새양쥐같지만 그게 범띠여. 아, 범이면
호랑인디, 호랑이 앞에 양이면, 내가 늘 호랑이밥 아닌감. 그러니, 명색이 내가 평생을 여편네 호랑이 밥
쳐멕인다구 이 등 뼈가 다 휘인 눔이여. 그러니 그 쪽들두 보아허니, 평생 티격태격생이여.
[부인] 티격태격생이요?
[사내] 암. 새댁은 소띠라 뒷발길로 남편인 쥐 잡을랴 뒷발질이요 -
[페이지] 023
[남편] 맞습니다.
[사내] 맞지 않구. 또 남편 양반은 쥐띠인 터에 그 빠른 몸에 미련한 암소 뒷발에 체일 턱이 있남.
[부인] 맞아요.
[사내] 맞지 않구. 내가 관상쟁이는 아니더래두 자주팔자는 볼 줄 알어. 그러니 평생 두 사람이
티격태격 속 썩이며 잘 살어, 그렇게 살다보면 이럭저럭 세월 가구, 이럭저럭 세월 가다보면 여편네가
공사장서 엎어져 죽으면 이렇게 팔자에 없는 양주동 공짜루 얻어먹을 날이 있는 법이여. 그러니
이혼장이니 뭐니, 이런거 쳐들구 속상해 할 거 없어. 다 살다보면 잊힐 날이 있는 법이여.
[부인] 잊히긴. 당장 속에서 불이 나는데 ---.
[남편] 어떻게 잊힙니까.
[사내] 아니, 그럼 어쩔 셈이여?
[남편] 어쩌긴요. 당장 그 이혼장에 도장 콱 찍고요 ---.
[부인] 그래요. 도장 콱 찍고요.
[사내] 그래. 도장 콱 찍어선?
[남편] 갖다 대는 거죠.
[사내] 어딜?
[부인] 가정법원이요.
[사내] 가정법원이면 재판소?
[남편] 네에.
[사내] 배부른 소리하구 자빠졌네.
[부부] 네에?
[사내] 엇다, 그 돈 있으면 쐬주라두 사 먹지. 재판소 돈이 한두 푼이던감.
[남편] 허, 돈이 들어도 할 수 없죠.
[사내] 허, 그럼, 그 돈은 있구?
[부인] 지금 당장이야 없지만.
[페이지] 024
[사내] 그럼, 내일 당장은 있구?
[남편] 그거야 만들어야죠.
[사내] 만들다니. 돈 만드는 기계라두 있담?
[남편] 그런게 어딨읍니까?
[사내] 그럼, 뭔 재주로?
[부인] 뭔 재주든 만들어야죠.
[사내] 배부른 소리들 허지 말어. 옛부터 말이 있어. 돈 만드는 구멍이 죽을 구멍이라구. 아, 우리
여편네만 해두 그렇지. 그놈의 여편네는 등짐지구 공사장은 왜 올라갔는데. 그게 다 돈구멍 땜
아니었던감. 그런 것이 하필이면 공사장 꼭대기서 거꿀배기루 쳐백히는 바람에 등골이 와싹 허지
않았는감. 아, 그러니 자나새나 여편네 푼돈이나 뜯어서, 자구새구 술이나 마시던 이 나씨 인물이 대신
돈구멍을 찾아 나설 수 밖에. 말 말어. 사흘밤 나흘낮을 돈구멍을 찾아 궁리궁리 하던 끝에 결국 밑천
안드는 이 밤손님으로 나선 거여. 허지만 이 짓두 쉬운 일이 아니여 생각을 혀봐. 요새 세상이 어떤
세상이여. 자나 깨나 도둑조심 자는 도둑도 다시 보자아. 그런 세상에 첫 사업이라 처억 나서보니
사방에 깔린 것이 방범대원이요. 제법 잘 사는 집구석은 담장이 만리장성이여. 거기다 웬만큼 사는 집은
집집마다 철대문이요, 좀 빠듯한 집은 가가호호 똥개가 지켜. 섣불리 들어갔단 엉덩이에 광견병 물리기
일쑤여. 여차 했단 미친개 되기 십상이구, 그럼 약값이 더 들어. 어디 뿐인감. 어쩌다 이렇게 부부가
이혼장 써놓구 대문 열어놓은 집은 공짜루 양주나 퍼맥여 밤새 사업 못하게 훼방놓지. 그러니 이 짓두
못헐 것이여. 이도 나같은 놈이나 헐 짓이지, 댁에선 어림두 없어. 그러니, 이혼장이니 뭐니, 집어치우구,
한 오백 년 잘 먹구 잘 살어.
[남편] 허, 그걸 누가 모릅니까.
[사내] 어허, 아는 작자가?
[부인] 오죽하면 이혼장이겠어요.
[페이지] 025
[사내] 그 말은 맞어. 오죽허면 나두 밤손님이겠어. 속에서 천물 나긴 피장파장이여. 그저 그 천물에는
이 술이 약이여.
[부인] 그래요, 아저씨. 그 술 한 잔 주세요.
[사내] 그려, 마셔.
[남편] 어, 이 사람 봐라.
[부인] 왜요. 당신은 자고 새고 술인데, 나라고요.
[사내] 맞어. 오늘같은 개명천지엔 남녀가 평등이여. 그러니 막 쳐먹어.
[부인] 네네. 그러믄요. (마신다)
[남편]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빼앗는다)
[부인] 놔요!
[남편] 인내!
[부인] 아저씨이?
[사내] (남편에게) 관 둬. 밥 먹는 개두 안 빼앗는 법이여.
[남편] 개요?
[사내] 어허, 술은 음식 아닌감.
[남편] 아니, 술이 왜 음식입니까?
[사내] 엇다, 무식은. 목구멍으루 넘어가면 그게 다 음식이지.
[부인] 누가 아녜요. (또 마시는데)
[남편] 당신 정말 이럴 거야!
[부인] 왜요. 나라고 술 못마시란 법 있어요?
[사내] 맞어. 어디까지나 남녀평등이니깐. 거기다, 난 무식해서 모르지만 헌법 조문에두 여자가 술
마시지 말란 법은 없어.
[부인] 맞아요. 법대출신인 당신도 육법전서에 그런 조문 봤어요? 봤냐고요!
[남편] 허허허.
[사내] 대답을 못허는 걸 보니, 내 말이 맞긴 맞았구먼.
[부인] 그래요, 아저씨. 또 마셔야지. (마시는데)
[페이지] 026
[남편] (뺏으며) 이것 봐. 헌법 조문에도 여자만 술 마시란 법은 없어.
[사내] 맞어. 자네두 마실 권리가 있어.
[남편] 네에. 남녀동등이니깐요. (마시는데)
[사내] 거기다, 부부는 일심동체요 -
[부인]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법. 왜 당신만 마셔요. 인줘요. (빼앗는데)
[사내] 엇다, 그쪽 둘이만 독과점인감. 이쪽두 한 모금 돌려.
[부인] 네, 아저씨도 한 잔 하셔요. (내주는데)
[남편] 하, 잘한다.
[사내] 잘 허지 않구. 이걸 두구, 상부상조란 거여. (마신다)
[부인] 그래요. 마셨음, 저도 한 잔 줘요.
[사내] 그려. (내주며) 이걸 두구 협동정신이란 거여.
[부인] 그래요. 협동정신이요. (마시는데)
[남편] (뺏으며) 당신만 협동정신이야. 나도 협동정신 좀 하자구.
[부인] 왜 이래요. 당신이 언제 협동정신이나 알고서요?
[남편] 글쎄, 모르니깐 배우자는 거 아냐.
[사내] 어허, 싸우지들 말구 다정다정 협동정신들 발휘해.
[부인] (남편 마시는데 뺏으며) 당신만 왜 협동정신예요.
[남편] 글쎄, 이거놔!
[사내] 어허, 이 쪽두 협동정신 좀 혀봐.
[부인] 그쪽까지 협동정신 갈 거 없어요. (마시는데)
[남편] 허허허.
[사내] 이거야, 원. 짝 없는 외기러기 서러워서 살겄나.
[남편] (뺏으며) 이리 내!
[부인] 왜 이래요. 아직 반 모금도 못 마셨는데.
[남편] 당신 정 이럴 거야!
[부인] 이럼, 어쩔 거예요?
[남편] 끝장이야, 끝장!
[페이지] 027
[부인] 그래요, 끝장이요, 끝장!
[사내] 어허, 끝장은 그 쪽 사정이구, 술병은 이리 내.
[남편] 아저씬 가만 좀 계세요.
[사내] 가만 좀 계시라니. 명색이 밤손님인 나만 뒷전이구, 그쪽만 끝장이야?
[남편] 글쎄, 아저씬 상관 말라니깐요.
[사내] 상관 말라니! 술 꾼이 술병을 앞에 두구, 어떻게 상관을 말어! 차라리 미쟁이더러 연장을 뺏어.
그 술병 이리 내!
[부인] 안돼요! 이혼장까지 쓴 처지에 이깐 술이 문제예요.
[사내] 글쎄, 이눔의 이혼장은 그쪽 문제구! (이혼장을 아무렇게나 구겨서 찢는다 벌떡 일어나 술병을
나꿔채며) 이거야 원! 에치켓토가 있어야지! 나도 명색이 손님인디 손님앞에 놓고 저희들끼리 처먹어?
나, 이런 집구석이서 술 못마셔, 글고 말여, 자네덜 보아허니 낫살깨나 먹은 것 같은대 정신덜 챙겨.
다큰 딸램이가 뭘 본보것는가? (방에 소리치며) 샥시! 샥시! 일로 나와 봐.
딸이 나온다.
자네 말여, 나가 이 부억칼들고 사업헌다고 히서 쓰레기 취급허면 곤란혀 한때는 나도 만주로, 현해탄
건너로, 청춘을 불살르고 댕겼었어. 허지만 청춘은 짧고 인생은 긴 것이여, 나가 이 나이에 마누라
죽이고 딸 일곱 디리고 (훌쩍이며) 흐이구, 나가 결국은 이짓까지 힛지만 -- 나, 이거 못히묵것네,
그리고 이렇게 장성하는 딸램이가 있고 단란허게 사는 집을 보면 월매나 나가 초라히 지는지 몰러.
나도 인자 새출발을 히야것네.
[남편] 나 --- 나선생. 우리 집에서 같이 삽시다.
[페이지] 028
[딸] 그래요, 아저씨.
[부인] 그러시지요.
[사내] 아 --- 아녀, 이 나강도가 없이 살어도 상식과 윤리는 아는 뇜여. 집에 딸년만 일곱 찌르라니
두고 나가 여기서 살것는가?
[남편] 그럼 따님들 까지 데려와서 같이 사시쥬.
[딸] 아가씨, 그래요, 아저씨 착한분 같애요.
[사내] 나 --- 나야 원래가 심성은 곱다고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이름이 난 사램여, 근디 ---
[남편] 근디는 무슨 근딥니까? 자 그러지 마시고 우리 같이 삽시다. 부인도 안계시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소. 내 --- 밤새 나선생하고 얘길하면서 내가 가장으로서 너무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읍니다. 내가 좋아서 웃고 있는 동안 어느곳에 선가는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
나선생 ---
갑자기 밖에서 방범대원의 호르라기 소리,
사내 펄쩍뛰며 -
[사내] 오매야, 나 살리쇼.
[남편] 나 --- 나선생 ---
(사내는 이내 달아난다)
[남편]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는데 ---
[딸] 나두
[부인] 넌 빠져.
[남편] 아참. 그사람 누구지?
[페이지] 029
[부인] 가 --- 강도.
[남편] 뭐야! 강도!
[딸] 강도야.
[남편] (부인에게) 아니 이 여자가 강도가 들어왔는데 뭘하고 있어.
[부인] 당신이 전화해요. 넌 뭐해?
[딸] 내가 뭘 ---
[남편] 아니 지금 이상황에서 말싸움 하는거야? 어서 전화해.
[부인] 아니고 알았어요. (전화번호부를 찾는다) 여보세요, 거기 파출소예요? 예, 여기 강 --- 강도가,
뭐요? 가축병원요? 아이고, (전화를 끊는다.)
[남편] 이 --- 이런 여편네하고는 이리줘 (전화 번호부를 뒤적거려 전화를 건다) 아, 여보쇼, 파 ---
파출소죠? 네 아이구 수고 많으십니다. 네, 근데 여기 강도가 들었어요. 빨리 좀 와요. 빨리요, (전화를
끊고) --- 휴우 걱정 말어, 조금 있으면 순경이 올거 --- 가만, 아이구 여기가 어디라는 걸 얘기
안했어.
[딸] 잠깐, 아빠. 엄마. 여기 강도가 어디있죠?
[부부] 어?
[남편] 어? 헤헤 --- 헤헤, 아무도 없잖아.
[부인] 정말이예요. 강도가 들어왔다가 그냥 갔어요.
[딸] 왜 없어요.
[부부] 뭐야?
[딸] 양주 2병이 바닥났잖아요.
[남편] 아. 임마 그게 문제야? 우리 이혼 문제는?
[페이지] 030
[부인] 없던일이죠, 뭘.
[남편] 그럼 우리 미경이 문제는?
[딸] 아빤, 저도 이제 정신차리는 거죠. 뭐 ---
[남편] 그 --- 그래! 헤헤 --- 헤헤 ---
(암전)
무대위로 사내 헉헉대며 달려나와 주저 앉는다. (훌쩍인다) 주위에는 새벽 안개가 피어 오른다.
[사내] 워메, 십년은 감수 혔네.
[소리] 강도야, 웬소란이냐, 아이구 남살스럽다.
[사내] 아 --- 아이고 이건 무슨 날배락이냐.
[소리] 놀랄것 없다. 나는 임꺽정 귀신이다.
[사내] 그 --- 근디 나한테 무신 용무가 있다요?
[소리] 내 너에게 여자를 하나 줄터이니 데리고 잘살아 봐라. 여태껏 수많은 후배를 봐왔지만 너처럼
순진한 강도는 보질 못했느니라, 즉, 너적성엔 안맞는단 말이다. 일찌감치 손 씻고 열심히 살아보아라.
자, 여기 네 여자가 있다.
딸이 고운드레스를 입고 꽃을 든채 등장한다.
[사내] 워메, 너는 ---
[소리(여자)] 여보. 당신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아이들 걱정마시고 열심히 일하세요. 아이, 저좀
불러보세요.
[사내] 여 --- 여 ---
[소리(여자)] 아이. 어서요.
[사내] 여 --- 여보 (달려가 여자를 안고 춤을춘다.) 워메, 좋은거
암전
잠시후 무대는 공원 벤취에서 사내가 부억칼과 깡통을 들고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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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후 무대 밝아지고 자동차 클랙숀 소리 계속 잠꼬대. 갑자기 깬다.
[사내] (일어나 눈 비비며) 앗다. 썩게도, 뭔놈의 꿈이 이렇당가? 어젯밤에 나가 첫출근을 허는 날인디
공원에서 초저녁 부텀 잠들어 번져 갖고 그 긴꿈을 꿨고만, (담배불을 당겨 붙인다) 그려, 나한티는
역시 이직종도 적성에 안맞는 개비네.
이때 꿈에서 나타났던 남편과 부인 딸이 거지가 되어 공원으로 맥이 풀린채 들어온다. 옆의 벤치에
앉는다.
[딸] (부부를 앉히며) 아버니. 어머님 조금 기다리세요. 좀 있으면 그이 올거예요.
[남편] 그 --- 그런데 담배 ---
[부인] 으이구 몸도 성찮아서 무슨 담배예요?
[사내]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려다가 건네며) 선상 이거 피우던 것인디 침을 안 묻혔응께. 피우쇼.
[남편] 아이구 고맙소.
받아 피우는데 사내 깡통과 칼을 버리고 웃는데 막 내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