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우리들의 생활을
전혀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바꿔 놓는다.
그렇다고 한 세기 정도의 세월도 아닌
고작 해야 반 세기도 되기 전에
이렇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세상....
물론 예상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 였을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의 겨울은
유난히 빗자루의 소비가 많아진다.
그래서 예전에는 미리미리 빗자루를 준비 했다.
산의 싸리나무들이 노랗게 단풍이 들 무렵
산에가서 싸리나무를 잘라다 널어 놓는다.
잎이 말라 떨어질 때가 되면
싸리나무를 탈탈 털어 잎을 제거하고
싸리 빗자루를 매 놓는다.
그것도 한 두 자루가 아닌
많으면 이십여 자루를 매 놓는다.
일년 쓸 빗자루를 가을에 매 놓는다.
빗자루는 헛간에 잘 간수하고
가을 걷이를 할 때부터 사용이 된다.
마당질을 할 때마다 쓰이는 게 빗자루고
눈이 내리면 사용하는 게 빗자루다.
물론 평상시에도 마당을 쓰는 데 많이 사용되지만
그래도 빗자루가 많이 쓰이는 때는
흰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다.
그런데 지금은 빗자루를 매서 쓰는 이도없고
빗자루를 맬 싸리나무도 없다.
나무를 많이 해 땔 때에는
새로 자란 싸리나무가 탄탄하고 질기게 자라서
싸리 비를 맬 수 있는 나무지만
지금은 나무를 해 때지 않고
숲이 무성하게 우거지고 있으니
싸리나무는 그늘 속에서 고사하고
싸리 자체가 귀해졌다.
게다가 있는 싸리나무는 고목이 되어서
싸리 빗자루 감으로도 적당치가 않다.
그래서 전혀 생산 되지도 않는 이런 곳에서도
대나무 빗자루가 사용이 되고
플라스틱 빗자루가 사용이 된다.
그런데 그런 빗자루들을 사용해 봐도
예전의 싸리 비 처럼 잘쓸리지도 않고
오래 쓰지도 못하는 것 같다.
눈이 앞으로도 또 내릴텐데
빗자루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