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2009. 11. 28(토) 20:00~21:00(KBS 1TV) ■ 진행 : 한상권, 엄지인 아나운서 ■ 연출 : 류지열 PD ■ 글 : 김윤양 작가
1200년 전 12만근의 구리로 빚어낸 신라인들의 염원이자 신의 소리인 성덕대왕신종! 고대 범종 역사를 새로 쓰는 위대한 걸작이다.
우리에게 에밀레종으로 더 익숙한 성덕대왕신종! 그런데 유아인신공양이라는 엽기적인 에밀레종 전설의 본질은 무엇일까? 에밀레종 전설에 얽힌 신라왕실의 비극적인 권력투쟁을 밝힌다.
또한 성덕대왕신종은 통합과 소통의 상징 코드인 만파식적임을 밝힌다.
에밀레종의 설화는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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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 에밀레~’ 소리를 내는 종. 성덕대왕신종의 완성을 위해 어린아이를 희생했다는 에밀레종 설화는 어떤 역사기록에도 찾아볼 수 없다. 성덕대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그의 손자 혜공왕이 이 종을 만든 후 에밀레종의 설화는 천년이 넘게 입에서 입으로 이 땅 곳곳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왔다. 불살생의 교리도 어기고 인륜도 저버린 에밀레종 전설의 진위를 역사적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밝혀낸다. |
설화의 본질은 신라왕실의 권력투쟁
에밀레종의 조성동기와 주종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새긴 종명에는 성덕대왕, 경덕왕, 혜공왕에 대한 찬사와 특이하게 혜공왕의 어머니인 만월부인에 대한 찬사가 두드려진다. 또한 ‘원구’라는 인물의 권력이 강력했음을 나타내는 기록이 있다. 혜공왕대의 실권자 ‘원구’는 과연 누구일까? 신종은 8살의 어린 나이의 왕위에 오른 혜공왕이 15살 되던 해에 완성되었다. 당시 신라는 혜공왕의 어머니 만월부인이 섭정하며 친정오빠인 김옹과 함께 국정을 좌지우지 하고 있었다. 종명에 나오는 원구는 혜공왕의 외삼촌인 김옹이다. 어린 혜공왕은 재위기간 내내 허수아비 왕으로 지내며 반란에 시달리다 김지정의 난 때, 22살 젊은 나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종 만들기의 거듭되는 실패와 어린 아이의 희생이라는 에밀레종 설화에 혜공왕, 엄마인 만월부인, 외삼촌 김옹 이 세 사람을 대입하면 혜공왕대의 정치사와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종 주조과정(쇳물붓기)
에밀레종 설화는 성덕대왕신종의 완성을 보면서 권력다툼으로 죽은 혜공왕에 대한 신라인들의 연민이 아닐까.
세상의 종은 신라종과 비신라종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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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종들은 종고리가 좌우 대칭을 이뤄 가운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신라시대 이래 우리종은 한 마리 용이 대나무를 짊어지고 있는 비대칭 구조의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다. 우리종의 이런 형식은 매우 엄격하게 지켜져왔다. 왜 갑자기 우리나라 종에서만 이런 형식이 나타난 것일까. |
성덕대왕신종은 만파식적!
만파식적! 문무왕과 김유신의 사신인 용이 대나무를 지고 거대한 파도를 가르며 헤엄쳐 와 전해준 피리다. 피리 소리로 나라의 근심과 걱정을 해소시켜준다는 만파식적. 만파식적은 삼국통일 과정에서의 혼란과 아픔을 씻어내고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들을 통합하기 위한 거대한 정치 이벤트였다. 바로 이 만파식적 사건 이후 모든 신라 종에는 한 마리 용이 대나무 통을 짊어진 형상으로 나타난다. 범종에다 만파식적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문무대왕릉
결국 성덕대왕신종은 통일 이후 새 시대에 걸맞는 신라인의 소망을 안고 탄생한 통합과 소통의 상징이었다. 승자인 신라인들의 겸허한 성찰과 패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진실한 소통의 울림으로 성덕대왕신종은 신라를 하나로 묶어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