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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02
S#1. 몽타주 / 주유소 일각 거리 (밤)
① 굳은 얼굴의 세훈,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얼마쯤 걷다 휙~ 돌아보는데…
한편, 저만치 세훈의 뒤를 따라 걷던 지은, 멈칫 서는…
그러자 세훈, 깊은 한숨 내쉬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에 지은, 세훈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졸졸 그 뒤를 쫓아가기 시작하고…
그 모습에서 디졸브 되면…
② 지은, 종종걸음으로 세훈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한편, 세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저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앞서 가고 있고…
잠시 후, 세훈의 뒤를 쫓아가던 지은, 힘껏 달려가 세훈의 팔을 잡아챈다. 그리고 세훈의 손을 슬쩍 잡는데…
한편, 복잡한 눈으로 지은을 잠시 바라보던 세훈, 지은이 잡고 있던 손을 차갑게 뿌리친다.
이내 다시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데… 그 모습에서…
③ 붐비는 인파 속… 그 속에 세훈,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다.
한편 지은, 얼마의 간격을 둔 채 세훈의 뒷모습을 쫓으며 놓칠까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로 허둥지둥 따라가고 있고…
그렇게 정신 없이 세훈의 뒤를 쫓던 지은, 결국 세훈을 놓치고 만다.
이에 사방을 둘러보며 세훈의 모습을 찾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그러자 넋나간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리 저리 세훈을 찾는 지은의 모습이 너무도 간절하다.
얼마간 그렇게 세훈을 찾던 지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기 시작하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애처로운데…
한편, 저 멀리 어느 건물 뒤에 몸을 숨긴 세훈, 울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시린 눈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볼 수가 없는지 눈을 감고 마는…
④ 세훈의 동네 골목길, 비 내리고 있다.
우산을 든 세훈,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다. 그리고 얼마쯤 걷다 우뚝 걸음을 멈춰 서는…
시야에 우산도 없이 비에 흠뻑 젖은 지은, 세훈 집 앞 계단에 미동 없이 서 있다.
한편, 세훈을 발견한 지은,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시, 마음이 아픈지 흔들리는 눈으로 지은을 바라보던 세훈, 성큼 성큼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훈을 눈물이 가득 고여 애달픈 눈으로 바라보는데…
잠시 후, 지은을 향해 다가온 세훈, 아무 말 없이 지은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는 외면하며 그저 지나쳐 간다.
한편, 우산을 건네 받은 지은, 휙~ 지나가는 세훈을 보자 당혹함과 서운함에 눈물만 쏟아지는…
⑤ 세훈의 옥탑방 (밤)
굳은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세훈, 일각 창문 너머로
우산을 든 채 여전히 서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오자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파 온다.
순간 그런 지은을 보며 울컥해 의자를 박차고 방을 나가려는…
그러나 지은과 자신은 어차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란 생각에, 이내 마음을 다잡고 못이 박힌 듯 멈춰 선다.
그러다 이런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나는지 책상 위, 책꽂이의 책들을 확~ 쓸어버리는데…
S#2. 세훈의 동네 골목길 (늦은 밤)
세훈, 초췌한 얼굴로 힘없이 걸어오다, 멈춰서는.
한편, 만취한 지은, 비틀대며 골목 일각에서 세훈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세훈을 발견하고 비틀거리며 다가오다 넘어지려는데…
동시, 세훈, 달려와 부축하는.
지은 : (혀 꼬부라져 푸념하는) 나, 술 좀 마셨다! 세훈씨한테 화가 나서 한 잔! 내 사랑이 너무 슬퍼서 한 잔!
그래두 장세훈을 사랑하니까 한 잔! 또 용기를 내자구 한 잔!…
세훈 : (오버랩) 택시 잡아줄게.
지은 : (발끈해, 뿌리치는) 고작 한다는 말이 택시 잡아준단 말이야?
세훈 : (낮은 목소리) 날 자꾸 흔들지마. 부탁이다. (돌아서 걸어가는)
지은 : (잠시 보다, 달려가 세훈의 허리 끌어안는) …
세훈 : (멈춰서는) …
지은 : (세훈의 허리 더욱 꼭 끌어안으며) 가지마, 이대로 가버리면 나 죽어두 세훈씨, 용서하지 않을 거야.
세훈 : (돌아서 보는) …
지은 : (눈물 고여 보는, 자신의 가슴 가리키며) 나 여기가 아퍼! (소리치며) 여기가 너무 너무 아프단 말이야!
세훈 : (더 크게 소리치는) 나두 아퍼! 나두 아프다구! 숨도 못 쉴 정도루 (자신의 가슴 치며) 나두 여기가 아프다구!
지은 : (세훈의 가슴에, 자신의 손 가져다 대는, 눈물 흘리며) 이 속에 내가 있지? 내가 있는 거 맞지?
(세훈의 손 가져다, 자신의 가슴에 대며) 여기에 세훈씨가 있는 거처럼…
세훈 : (그대로 보는, 눈동자 흔들린다) … 이지은!
지은 : (그대로) …
세훈 : (그대로) … (지은을 와락 끌어안고 키스하는데)
어둠이 가득한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서 뜨겁게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S#3. 어느 공원 (낮) - 다음 날
한산한 공원의 풍경… 다가가면 지은과 복자, 벤치에 앉아 있다.
복자 : (기막히다) 너 정말 간 크다. 아무리 사랑에 미쳤다구 해두 그렇지 그런 방법은 아니지!
처녀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애를 덥썩 갖겠다구?
지은 : (오버랩, 당연 당당한) 응, 덥썩 갖을려구!!
복자 : (할 말 없는) 니네 부모님이 이 사실 알면 널 가만둘 것 같애?
지은 : (오버랩) 얘는 누가 울 엄마 아빠한테 광고하구 임신한데니? (확신에 차) 내가 아일 가지면 결국엔 허락할 꺼야!
복자 : (오버랩) 좋아,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치자! 근데 그럼 뭐 먹구 살껀데. 너 알다시피 세훈씨 아직 학생이구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해 간간이 생활하잖아. 둘이서, 아니 셋이서 손가락 빨구 살래?
지은 : (오버랩) 왜 손가락을 빨구 살어? 우리 집에서 도와 줄 텐데…
그리구 나랑 결혼하면 세훈씨두 주유소에서 일 안 해두 되구, 누가 아니? 우리 집에서 유학까지 보내 줄지?
복자 : (오버랩) 과연 세훈씨가 순순히 그렇게 할까?
지은 : (화났다) 넌 왜 자꾸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니? 기집애, 못 됐어!
복자 : (오버랩, 약 올리는) 당신보단 착해.
S#4. 지은의 집 오후 전경
S#5. 지은의 방
지은, 콧노래 흥얼거리며 책, ‘임신의 모든 것’ 읽고 있다.
펼쳐 놓은 페이지엔 ‘정확한 임신을 위한 배란일 계산법’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고…
책을 읽다 문득 손가락으로 날짜 세어보는…
그러다 일각에 있는 달력 집어들어 일요일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짓는다.
순간 뭔가 생각나 수화기 집어드는.
S#6. H 호텔 테라스 (동 시각)
남자②(※한 눈에 봐도 날라리 오렌지)와 마주 앉은 미란, 지은과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다.
미란 : 우리 제주도 별장? 이번 주 일요일? (잠시 생각하다) 그래, 빌려줄게.
지은(전화) : 근데 너 우리 집에 전화하면 안 돼.
미란 : 알았어. By(소리)~ (핸드폰 끊으며, 혼잣말) 얘가, 단단히 빠졌네!
S#7. 지은의 집 거실
이상범, 골프 매트 앞에서 퍼팅 연습 중인.
지은, 옆에 앉아 골프 공 하나씩 연습대에 올려주는.
이상범 : 제주도에?
지은 : 네, 미란이네 별장에서 하룻밤만 자구 올게요. (눈치 살피며, 거짓말 하는) 복자두 같이 가기루 했어요.
이상범 : (공치는) 복자두 간다구?
지은 : (얼른 골프 공 올려주며, 얼버무리는) 네… (눈치 살피는데)
이상범 : (대꾸 없이 골프 공만 치는) ……
지은 : (눈치 보며 골프 공 올려주며, 애교스레 조르는) 아빠아~!
이상범 : (보는) 월요일 몇 시에 올꺼니?
지은 : 오전에요, 오전까지 올 꺼예요! (눈치 보는)
S#8. 락카페
락카페의 풍경.
지은, 세훈, 호진 그리고 복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
호진 : (세훈 보며, 의외다) 정말이야?
세훈 : (말없이 고개 끄덕이고, 겸연쩍은 듯) 지은이가 하두 졸라서…
지은 : (오버랩, 호진 향해 거짓말) 오빠두 알지? 희영이랑 민호! 걔네들 약혼 축하두 할 겸. 커플들끼리 모이기루 했거든.
호진 : (세훈 향해 장난치는) 야! 살다보니 장세훈이 놀러를 다 간다네~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너 너무 변하는 거 아냐?
세훈 : (멋쩍은 듯 빙긋이 그저 웃기만 하는데) …
복자 : (지은을 기막혀 쳐다보다, 결심한 듯 세훈 향해) 저, 세훈씨, 사실…
지은 : (동시, 테이블 아래 복자의 발, 콱 밟아 버리는)
복자 : (윽~결국 포기) 사실은 나도 따라가구 싶다구요, 재밌게 놀다와요!
시간경과
‘And I lov(소리) you so' 흐르고… 지은과 세훈, 음악에 맞춰 블루스 추고 있다.
세훈의 품에 안겨 춤추는 지은의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하고…
호진 : (블루스 추는 지은과 세훈 보며) 쟤네들 좀 위험하지 않냐?
복자 : (포기한) 아~! 몰라. 남의 애정사에 신경 끌 꺼야! 두 눈이 뻘개 가지구 사랑한다는데 어쩌겠어!
호진 : 하긴 공부하겠다는 놈이랑 연애하겠다는 놈은 말리지 말랬지!
복자 : 형, 지은이 쟤, 지금 세훈씨가 간장을 콜라라구 해두 벌컥벌컥 마실껄!
(손목시계보곤 황급히 일어서며) 나 먼저 일어나야겠다! 아르바이트 가야 되거든.
여진이 그 자식은 내가 일 분이라두 늦으면 행복해 하니까~ 내가 또 그 꼴은 못 보지!
S#9. 여진의 집 밤 전경
복자(소리) : (터프한 목소리) 시속 150!
S#10. 여진의 방
화면에 불쑥 나타나는 복자의 주먹.
여진, 복자의 주먹을 향해 힘껏 머리 날려, 쿵 소리나게 부딪히고는 잔뜩 인상 쓰는.
여진의 곱상한 얼굴에서 장난기 느껴지는데,
책상 위에는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책과 문제집, 등 펼쳐져 있다.
복자 : 짜식아! 너 지금 정신을 어따 팔고 있는 거야? 다시 설명해 줄테니까, 잘 들어.
(연습장에 그래프 그리며 열심히 공식 적는)
여진 : (연습장 보는 척 하다 넋 빠진 표정으로 복자 얼굴만 쳐다보는)
복자 : (연습장의 그래프에 표시해가며) 이차함수 ƒ(x)=x2에서 x가 2보다 작은 값을 가지면서 한없이 2에 가까워질 때,
또는 2보다 큰 값을 가지면서 한없이 2에 가까워질 때, 어느 경우나 ƒ(x)는 한없이 4에 가까워지는 거잖아.
(하다가 자신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여진 보고) 내 얼굴이 그래프냐? 짜식이 지금 어딜 보는 거야!
여진 : (태연한) 나도 다 알아요. 그러니까 이런 얘기잖아요. (또랑또랑 하다)
애정함수 사랑 이콜(=) 여진에서, 남복자가 제자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한없이 여진에게 가까워질 때,
또는 나 여진이 나이 차보다 큰사랑을 가지면서 한없이 남복자에게 가까워질 때
어느 경우나 우리 둘은 한없이 연인으로 가까워진다! 이 말이잖아요!
복자 : 어이, 여씨! 한없이 한 번 맞아볼래? (머리 쥐어박으며) 쬐끄만게 입만 살아 갖구…
닥치시구 25페이지나 제발 좀 펴 주세요!
S#11. 제주 공항 (다음날 오전)
공항을 나서는 세훈과 지은의 다정한 모습.
S#12. 제주도 어느 해안 도로
시원하게 달리고 있는 렌트한 지은의 스포츠카. 그 모습 위로 'All I Hav(소리) to do is Dr(소리)am' 흐른다.
잠시 음악 흐르다 갑자기 툭 끊기는데.
세훈(소리) : (황당한) 뭐? 거짓말이라구!
S#13. 렌트카 안
지은, 핸들 잡고 있고 조수석에 세훈 앉아 있다.
지은 : (눈치보며) … 그래두 뭐, 내 덕분에 오늘 하루 쉬잖아! 제주도두 와 보구!
세훈 : (어이없어 웃음만 나오는) …이 철없는 아가씨를 어떻게 하면 좋지?
지은 : (오버랩) 철없는 아가씨랑 재밌게 놀아주면 되지! 이왕 이렇게 왔으니까 우리 재밌게 놀다 가자, 응?
세훈 : (빙긋이 웃는) 저녁 먹구 마지막 비행기로 올라가는 거야. 알았지?
지은 : (샐쭉해져 대답 없는)
세훈 : (다짐받듯) 왜 대답이 없어?
지은 : (심통난) 들려두 안 들린다구 할거야! (픽 웃는, 그리고 황홀한 눈으로 쳐다보는) 알았어…
(여전히 황홀한 얼굴로 세훈의 얼굴만 쳐다 보느라 운전은 안중에도 없는데)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
세훈 : (전방보고 깜짝 놀라, 핸들 잡아주는) 어, 지은아! 차선 좀 지켜!
S#14. 이상범의 차 안
창 밖으로 도심 풍경과 함께 달리는 차들 스치고…
이상범과 조현숙, 뒷자리에 앉아 있는.
도로 심하게 밀리고 있다.
조현숙 : (짜증났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밀리는 거야! 김기사, 사고났어요?
운전기사 : 촬영하나 봅니다.
조현숙 : (궁금한) 영화 찍나? 나 당신 안 만났으면 아마 배우 했을 거야!
이상범 : (기막혀 보다가 약올리는) 누가 시켜 준대?
조현숙 : (쌜쭉해져) 어머… 이이 말하는 것 좀 봐! 언젠 나한테 오드리 햅번 닮았다고 해놓구서!
CUT - C(전화) 촬영 중인 거리 일각
촬영 장비와 스탭들 보이고, 그 가운데 복자의 모습도 보인다.
이상범의 차가 다가가는 순간, 복자를 부르는 감독의 목소리.
복자, 감독을 향해 재빨리 뛰어가고… 동시 그 앞을 지나가는 이상범의 차.
결국 아슬아슬하게 서로 비껴 가는데…
조현숙 : (투덜거리는) 김장관님 사모님도 오신다니까 당신 얼굴 생각해서 가는 거지, 아유, 난 그런 자리 취미 없어.
이상범 : 조용한 자리니까, 괜히 나서지 말구 품위 있게 행동해.
조현숙 : (토라져) 나야 항상 품위 있지. (하다가 창 밖으로 시선 가는데, 놀라는) 어머, 쟤 미란이 아냐!
CUT - 거리 일각
미란의 스포츠 카, 이상범의 차 옆 차선에 서 있다.
운전석에 앉은 미란, 조수석에 앉은 남자②와 눈 맞춰가며 연신 웃고 있는.
조현숙 : (기가 막힌다) 여보, 쟤 미란이 맞지? 그치?
이상범 : (얼굴 굳으며 미란 보는, 노기 어린 목소리) 김기사, 저 차 세워!
S#15. 몽타주
별장 주방, 가스 렌지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카레라이스.
세훈 : (앞치마 두른 채, 옆에 선 지은에게 수저 내미는)
지은 : (먹은 후, 감탄사 내뱉는) ! 우리 이러구 있으니까 꼭 신혼부부 같다, 그치? 여보?
세훈 : (픽 웃는) 설거진 니가 해야 돼!
바닷가, 지은과 세훈, 바닷가 일각에 앉아 발 담그고 앉아 물장구치고 있다.
세훈 : 사랑과 수영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지은 : (보는)
세훈 : 직접 빠져 보기 전엔 결코 배울 수 없다는 거! (지은을 안아들어 물 속에 빠트리는)
지은 : (까르르 웃으며 세훈을 물 속으로 잡아끄는데)
바다 속에서 장난치며 노는 두 사람의 모습, 너무나 행복하다.
별장 정원, 지은과 세훈, 언덕에 나란히 앉아 바다 내려다보고 있다.
수평선 멀리, 출항하려는 배들의 집어등이 하나 둘 불을 켜고…
어느 새, 하늘은 노을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다바람에 지은의 머리카락이 날리는데…
지은(소리) : (세훈의 어깨 위에 살포시 머리 기대며) 무슨 생각해?
세훈(소리) : 너랑 같은 생각.
지은(소리) : 이 별장 사서 우리 둘이 여기서 살구 싶다는 생각?
세훈(소리) : (빙긋웃는, 농담) 아니. 이 별장 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
지은(소리) : 정말 사 줄 거야? 언제?
세훈(소리) : (생각하다) 한… 십 년 뒤쯤.
지은(소리) : 세훈씨, 여기서 보는 일출이 그렇게 멋있대.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S#16. 별장 방 (저녁)
야시시한 슬립으로 갈아입은 지은, 침대 시트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가방에서 꺼낸 향수 여기저기 뿌려대고, 티 테이블에 준비해 온 촛불 켜고 와인 세팅 해 놓는.
그리고는 가방에서 CD 하나 꺼내 오디오에 넣는다. CD 케이스엔 ‘무드 있는 샹송’ 적혀 있다.
이어 거울 앞에 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심호흡 한 번 하고, 그래도 가슴이 마구 뛰는지 와인 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데…
세훈(소리) : 이제 그만 가자.
동시, 방문 열리고 세훈, 들어서는…
세훈 : (들어서며) 벌써 7시가… (하다가 방안 분위기에 놀라는데) …
지은, 마시던 와인 병 티 테이블에 내려놓고, 비장한 표정으로 세훈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세훈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키스 세례 퍼붓는.
한편, 세훈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결국 지은, 세훈의 목을 꽉 끌어안은 채 침대로 털썩 쓰러져버린다.
일각에 놓여진 지은의 가방 속에선 핸드폰, 계속 진동음 울리는데…
S#17. 제주도 도로 위 택시 안 (동 시각)
이상범 : (경직된 표정으로 핸드폰 들고 있다, 지은 핸드폰 받지 않자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 이마에 힘줄 돋고…)
조현숙 : (흥분한 목소리) 아직두 안 받아요? 얘가 미쳤어, 미쳤어! 아니, 남자랑 단 둘이 어딜 놀러가!
미란이 아니었으면 감쪽같이 속을 뻔했잖아. (기사 향해 신경질적으로)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빨리 못 가요!
(머리 짚으며) 아휴, 머리 아퍼!
S#18. 별장 방
세훈과 지은, 하얀 시트 덮고 침대 위에 나란히 기대있다.
세훈의 팔을 벤 지은, 행복이 가득한 눈으로 세훈을 바라보지만 세훈의 얼굴은 굳어있다.
세훈 : (착잡한데)
지은 :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 다 알어. (심각한) 근데 나 이럴 수밖에 없었어.
세훈 : (보는) …
지은 : (눈물 글썽이는) 모르지? 내가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운지… 세훈 내 옆에 있어두, 꼭 날아가 버릴 것만 같구,
우리 집에선 반대할 게 뻔하구, (흐르는 눈물 훔치고) 하지만 난 무슨 일이 있어두 세훈씨랑 헤어질 순 없구…
(서럽게 울먹이며) 우리가 헤어지지 않으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단 말이야!
세훈 : (눈물 닦아주는)
지은 : (이불에 얼굴 파묻고 훌쩍이며) 몰라, 이제 세훈씨가 나 책임져야돼!
세훈 : (안쓰럽고 미안해져 지은의 어깨 살포시 감싸안는데)
이때 방문 벌컥 열리는…
이상범 :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날카롭다) 뭐 하는 짓들이야!
순간, 지은과 세훈, 얼굴 하얗게 질리고.
이상범과 조현숙, 방문 앞에 서서 분노에 찬 표정으로 노려보는.
S#19. 별장 거실
이상범, 소파 상석에 앉아 있고, 조현숙, 씩씩대며 팔짱 낀 채 앉아 있다.
그 옆에 지은, 앉아 있고, 세훈은 맞은 편에 죄인처럼 앉아 있다.
조현숙 : (기가 막혀 지은을 마구 때리며, 울먹이는) 미쳤어, 미쳤어!!
어디서 주유소에서 일하는 저런 그지 같은 인간한테 넘어가! (여전히 마구 때리며) 차라리 죽어! 나랑 같이 죽자, 응?
너 혹시 저 놈한테 당한 거니? 그렇지? 저 놈이 덮친 거지?
세훈 : (동시, 모멸감에 얼굴 굳는) !
지은 : 엄마,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먼저 좋아했어요. 오늘두 내가 작정하구 세훈씨 데려온 거야.
조현숙 : (기절 일보 직전이다, 소파에 기대며) 여보, 얘 말하는 것 좀 봐. 돌았어. 완전히 돌았어.
지은 : (이상범 향해 간청하듯) 아빠, 저…
이상범 : (동시, 지은의 뺨 힘껏 후려치는)
지은 : (휘청하고는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상범 보는)
세훈 : (굳은 얼굴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상범 : (세훈 쏘아보며) 책임? (비웃음) 뭘 책임져? (차갑다) 니가 뭘 책임질껀데? (비아냥대는) 이제 좀 솔직해져보지 그래!
니가 지은일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널, 책임져주길 바라는 거겠지!
세훈 : (모멸감에 얼굴 굳는) …
이상범 : 근데 말이야, 너 계산 착오했어. 이런 비열한 방법으로 지은이 발목잡고 늘어졌어도,
난 추호도 너 따위 책임질 생각 없으니까!
세훈 : (모멸감 참으며 간절한) 지은이 사랑합니다.
이상범 : (오버랩, 날카로운) 지은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지은이의 조건을 사랑하는 거겠지!
(비아냥대는) 보아하니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우리 지은이 보다 돈인 거 같은데 얼마면 돼?
세훈 :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모멸감에 공격적인 눈빛) 지은일 사랑한 대가가 얼맙니까?
이상범 : (매섭게 쏘아보는) …
세훈 : 얼마나 돈이 많으신진 모르겠지만 저라면 딸을 놓고 흥정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이상범 : (얼굴 굳어 노기 어린) 건방진 놈, 아무것두 없는 놈이 오만으로만 가득 차 있군!
(노려보며) 난 너 같은 놈을 잘 알지! 그 오만함 뒤에 비겁함이 감춰져 있다는 거. (지은의 팔, 잡아끌며) 가자!
지은 : (버티며) 싫어요. 못 가요!! (세훈 쪽으로 다가서는)
세훈 : (동시, 지은을 끌고 나가려는 이상범을 막아서는)
이상범 : (순간 세훈의 뺨을 거세게 올려붙이는 그리고 협박하며 거칠게 지은을 잡아끌어 세훈에게서 떼어놓는)
경고하는데 다신 내 눈앞에 나타 나지마! 그땐 오늘처럼 점잖게 끝내진 않을 테니까.
지은, 눈물 범벅이 된 채 세훈의 이름을 절규하듯 부르며 이상범에게 붙들려 끌려나가고…
조현숙, 아직 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세훈을 쏘아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 컵 들어 세훈의 얼굴을 향해 확! 끼얹는다.
동시, 세훈의 얼굴에 쏟아지는 물…
이어 조현숙, 찬바람이 휙~ 느껴질 정도로 매섭게 나가버린다.
한편, 세훈, 모멸감을 느끼지만 그저 미동 없이 서 있는데…
홀로 덩그러니 남은 세훈, 절망에 굳은 얼굴로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않고 마는…
S#20. 몽타주
지은의 방 침대에 걸터앉은 지은, 침대 위를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청 거북이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이때, 방문 열고 들어선 이상범, 지은 앞에 보스턴 행 비행기 표 툭 던지고 나간다.
비행기 표를 본 지은의 눈엔 눈물 고인다.
지은의 집 앞 골목 (밤)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세훈, 저 멀리 지은의 불 켜진 창문만 아련하게 쳐다보는데…
그 눈빛, 공허하고 슬프다. 이어 한숨 내쉬고, 고개 떨구고 돌아서는…
지은의 방 지은, 조현숙 매서운 얼굴로 일각에 서 있고…
한편 슈트케이스에 옷들을 챙겨 넣던 지은, 순간 서러움이 밀려와 들고 있던 옷에 얼굴을 묻고 울어대는데…
그 모습 처절할 정도로 안쓰럽다.
세훈의 도서관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세훈, 집중이 안 되는지 창 밖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고 책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여전히 집중이 안 되는.
결국 더 이상 안 되겠는지 가방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은의 방 욕실 지은, 기대에 찬 눈으로 임신 테스트해 보지만 임신 표시 나타나지 않는다.
임신 테스트기를 원망스레 쳐다보며 한숨 내쉬는…
S#21. 지은의 방
지은, 심난한 얼굴로 창 밖만 내다보고 있는데…
이때 들어선 영은, 수화기를 내밀며 뚱한 목소리로 “복자 언니야!“
시간경과
지은의 옷을 입은 복자, 황당한 얼굴로 마주 선 지은을 쳐다보는…
한편 복자의 옷을 입은 지은, 긴장된 얼굴로 복자의 모자까지 뺏어 푹 눌러쓴다.
그리고는 복자를 억지로 자신의 침대 위에 눕히고는 후다닥 방을 나서는.
반 강제로 침대에 누운 복자, 황당하고 어이없어 방문만 쳐다보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이불 휙 뒤집어쓰는.
S#22. 세훈의 산동네 일각 (늦은 밤)
지은, 일각에서 골목 입구를 내다보며 세훈 기다리고 있다.
이때, 터덜터덜 걸어오던 세훈, 지은 보고 놀라 멈춰 서는…
S#23. 세훈의 동네 공원
세훈과 지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지은 : (꺼칠한 세훈의 얼굴 매만지며 속상한) 얼굴이 이게 뭐야! 반쪽이 됐잖아!
세훈 : (지은의 머리카락 쓸어 넘겨주는) …
지은 : (애틋한 눈으로 보며) 나… 내일 세 시 비행기루 가. 엄마가 나 때문에 실어증까지 걸렸었거든.
세훈 : (그 말에 얼굴 어두워지는)
지은 : (오버랩) 걱정 안 해두 돼, 지금은 괜찮아! 그래서 나 더 이상 고집 부릴 수 없었어.
(세훈의 품에 안기며) 날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 난 어떻게든 세훈씨랑 다시 만날 방법을 찾을 테니까!
세훈 : (다독) 너 졸업하고 나 자리잡으면 우리, 그때 다시 만나는 거야!
지은 : (고개 끄덕이고) 이번 겨울 방학 때 못 나올지도 몰라. 편지할게.
세훈 : (가방 뒤적이다 만년필 꺼내 지은에게 건네며) 너한테 뭔가 주고 싶은데… 줄게 이거밖에 없다.
지은 : (만년필 건네 받으며, 환하게 웃으며) 내 꺼랑 똑같은 거지?
세훈 : (고개 끄덕이는, 씁쓸한) 우리 아버지 유품이야…
지은 : (내심 놀라는, 그리고 만년필 손에 꼭 쥐며) 잘 간직할께.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세훈씨한테 쓰는 편지만 이걸루 쓸께.
(환하게 웃지만 슬프다)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을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만나게 된대.
(자신의 만년필 건네며) 자, 세훈 내 꺼 갖구 있어!
S#24. 산동네 골목
택시 서 있고, 지은 뒷좌석 문 연 채 세훈과 마주 서 있다.
지은 : (애써 밝은 목소리) 밥 잘 챙겨 먹구, 아프면 안 돼! 안녕이라구 말하진 않을래. 우린 다시 만날 거니까! (택시에 오르는)
세훈 : (희미한 미소지으며 고개 끄덕이고는 택시 문 닫아주는)
택시 출발하고… 세훈, 우두커니 서 멀어지는 택시 하염없이 바라본다.
뒷좌석에 앉은 지은, 몸 돌려 뒷 차창 너머로 멀어지고 있는 세훈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한편, 가로등 밑, 미동 없이 서 있는 세훈의 모습은 점점 더 멀어져가고…
S#25. 김포공항 낮 전경
S#26. 공항 내 게이트 앞
지은, 어두운 얼굴로 게이트 들어서고 있다.
일각에 서 있는 이상범과 조현숙,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하는…
한편, 지은, 뭔가에 이끌리듯 자꾸 뒤돌아보는데…
CUT - 공항 일각
세훈, 애틋한 눈빛으로 출국 게이트로 들어서는 지은을 바라보고 있는…
세훈내레이션 : 잘 다녀와. (결심한 듯) 두 번 다시 초라하게 니 뒷모습만 보고 서 있진 않을 거다!
S#27. 공항 일각 거리
세훈, 쓸쓸히 걷고 있다.
허탈하게 걷고 있는 세훈의 모습 위로 ‘And I lov(소리) you so' 흐르고…
S#28. 보스턴 행 비행기 안 (동 시각)
좌석에 앉아 세훈의 만년필 만지작거리는 지은의 모습 위로 ‘And I lov(소리) you so' 이어지는…
어느 새 지은의 눈엔 눈물 고여 있다.
애틋한 눈빛으로 창 밖 내다보며 한숨 내쉬는… 창밖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서울의 전경에서…
S#29. 몽타주 - 보스턴 Y대학 캠퍼스, 서울 00대학교 캠퍼스 교차
자막 - 그로부터 한 달 뒤
- 지은, 세훈의 만년필로 편지 쓰는…
- 세훈, 캠퍼스 일각을 뛰어가는…
- 지은, 편지지에 키스 마크(빨간 루즈) 하는…
- 세훈, 전자공학과 과사무실에서 편지 건네 받는…
- 지은, 세훈의 대학교 주소 적은 편지봉투를 파란 우체통에 밀어 넣는…
- 세훈, 과사무실에서 나오며 편지 읽는 모습 위로 지은의 목소리 흐른다.
지은(소리) : 우리 첫 키스했던 유람선 기억나? 내가 유람선에서 뛰어 내릴 거라구 세훈씨 협박 했었잖아,
- 캠퍼스 일각에 앉아 편지 읽는 세훈의 모습 위로 이어지는…
지은(소리) : 사실 그때 나 뛰어내릴 생각 없었다! 바보같이 속았지? 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세훈씨가 여기까지 날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 세훈의 얼굴에 환한 미소 스치고, 이어 똑같은 만년필 꺼내 엽서에 답장 쓰는.
세훈(소리) : 옛날 옛날에 너무 이쁜 한 여자가 살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그 이쁜 여자는 별 볼일 없는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됐거든.
- 보스턴 캠퍼스 일각, 지은, 벤치에 앉아 행복한 표정으로 세훈이 보낸 엽서 읽고 있다.
그 모습 위에 세훈의 목소리 이어지는…
세훈(소리) : 그런데 바보 같은 그 남자는 덜컥 겁이나 그 여자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대.
하지만 여자는 죽을 각오로 난간에 매달려 자신의 사랑을 남자에게 증명해 보였어.
그 바보 같고 겁쟁이인 남자가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키스를 보내!
- 지은, 빙긋이 웃으며 엽서 뒷면을 보면, 불새 그림(※1부 42에서 K문고에서 샀던)이 인쇄되어 있다.
S#30. 지은의 대학 캠퍼스 일각
색색의 단풍들이 물든 가을 색이 완연한 캠퍼스 풍경.
지은, 벤치에 앉아 미니 카세트 이어폰으로 노래(All I hav(소리) to do is dr(소리)am) 듣고 있다.
순간, 지은의 이어폰 낚아채듯 뽑아버리는 손.
이에 지은, 놀라 올려다보면 미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서있다.
미란 : (앉으며) 지겹지도 않니? 맨날 그 노래만 듣구 있잖아. 너 그 남자 진짜 사랑하나 부다?
지은 : (이어폰 챙기며 대답 없이 생각에 잠기는) …
미란 : (표정 살피며 의외다) 사랑하는 거 아냐?
지은 : 나, 지금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완벽한 표현을 찾으려구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미란 : (곱게 눈흘기며, 진지한) 지은아, 그 남자 가진 게 아무것두 없다며?
남자는 말이야. (잠시 생각하다) 음… 신발하구 같은 거야!
지은 : (무슨 소린가 해서 보는) …
미란 : 신발을 살 때는 마음에 들 때까지 신어보잖아, 그런 것처럼 이 남자 저 남자 만나 봐야 돼, 그리구 명품을 신으면
남들이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것처럼 남자두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조건을 갖구 있어야 된단 얘기야.
지은 : (단호한) 윤미란, 그러니까 니가 사랑을 못 하는 거야!
미란 : (샐쭉해져)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난 말이야,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꼭 찾아낼 거야!!
완벽한 조건을 가진 남자!
지은 : (오버랩) 그건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지! (일어나며) 나 수업 있어!
S#31. 보스턴 거리
가로수 낙엽들 떨어져 거리에 흩어지고…
지은, 전공 서적과 노트 등을 옆에 낀 채 걷고 있는.
이때, 지은의 시야에 저 일각에서 금발의 꼬마 여자아이에게 나뭇가지에 걸린 풍선을
왼손으로 내려주고 있는 한국인 남자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 P CUT / G 백화점 명품관 앞 (※1부 28)
풍선 잡는 남자의 왼손.
지은, 돌아보면 세훈이다.
지은 : (동시, 환한 표정으로 남자를 향해 다급하게 뛰어가 팔을 잡아 돌려 세우는) 세훈씨!!
순간, 지은이 들고 있던 노트 안에서, 엽서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동시,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남자, 한국인 유학생, 서정민이다.
지은 : (그제야 정신이 들어, 세훈이 아님을 알지만 실망하는)
정민 : (엽서 주워 무심결에 보고는, 건네주는데)
지은 : (받아들고 목례한 후 돌아서는)
정민, 멀어져 가는 지은의 뒷모습 한참 바라보다 돌아서 가는…
한편, 거리를 걷던 지은, 어지럼증에 휘청거리는데…
시야에 소용돌이치듯 거리의 풍경들이 빙빙 돌아가기 시작하고…
S#32. 욕실
화장실 변기 속의 물, 소용돌이치며 돌아가고 있다.
변기 앞에 엎드려 헛구역질하던 지은, 갑자기 손가락 꼽아보다 멈칫하는…
그리고 환희에 찬 표정으로 천천히 자신의 배 쓸어보는데…
S#33. 지은의 기숙사 룸
지은, 옷장 문 확 열어제치는.
그리고는 옷들 꺼내 슈트케이스에 마구 쑤셔넣는.
S#34. 세훈의 대학 밤 전경
S#35. 세훈의 대학 도서관
학생들 드문드문 앉아 있다.
그 가운데 공부하고 있는 세훈의 모습 보인다. 초췌한 모습으로 공부에 열중하는데…
순간 책상을 똑똑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
세훈, 의아한 얼굴로 고개 들어 보면, 방긋 웃고 서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온다.
놀라는 세훈의 얼굴에서…
S#36. 세훈의 캠퍼스 벤치
세훈과 지은 나란히 앉아 있는.
잠시 침묵 흐르는…
지은 : (무릎 위에 올려진 핸드백 줄을 베베 꼬고 있다)
세훈 : (심각한 표정, 한숨 내쉬는)
지은 : (실망한) 기쁘지 않아?
세훈 : (머뭇거리는) …
지은 : (서럽다, 눈물 고이는) 나두 첨엔 무섭구 두려웠어. 하지만 세훈씨의 아기니까 아니 우리 아기니까 난 기뻐!
세훈 : (잠시 생각하다가 차마 아기를 지우라는 말은 못하지만 어렵게 입 여는) 우리… 그럴 수 없는 상황이잖아.
지은 : (뭐가 문제냐는 듯) 결혼하면 되잖아!
세훈 : (철없는 말에 막막해 담배 하나 꺼내 불 붙이려다 순간 지은의 배를 쳐다보고, 담배 다시 넣는)
지은 : (눈치 보며) 우리 결혼하면 안돼? 나 세훈씨랑 같이 살고 싶어!
(눈물 고여 울컥하는) 우리 아이도 낳아서 이쁘게 키우고 싶구…
세훈 : (잠시 바라보다 결심한 듯) 가자!
지은 : 어딜?
세훈 : 허락 받아야지!
지은 : (너무나 행복하고 신난다)
S#37. 택시 안
세훈과 지은, 서로의 손 꼭 잡은 채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지은, 세훈의 어깨에 머리 기대며 행복하게 미소짓는.
세훈 : 하나만 약속해. (부드럽지만 단호한) 니네 부모님 도움, 절대 안 받겠다구!
지은 : (고개 끄덕이며 별 생각 없는) 약속할게. (자신만만한) 이제 울 엄마 아빠두 허락할 거야!
S#38. 지은의 집 앞
지은과 세훈이 탄 택시, 지은의 집 앞에 미끄러지듯 도착해 선다.
지은과 세훈, 택시에서 내리는…
잠시 망설이던 지은,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초인종 누르는.
S#39. 지은의 집 거실
영은 : (한 손에 초콜릿을 든 채, 인터폰 화면에 지은의 얼굴 들어오자 두 눈 휘둥그래지며 놀라) 엄마!!
시간 경과
지은과 세훈, 거실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이상범, 지은과 세훈을 외면한 채 굳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고, 사색이 된 조현숙, 소파에 앉아 세훈을 노려본다.
한편, 영은, 초코릿을 먹으며 이층 계단에 숨어 앉아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이 모든 상황을 훔쳐보고 있다.
거실엔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세훈 : (어렵게 말 꺼내는) 책임지겠습니다. 허락해…
순간, 분노한 이상범, 테이블 위에 놓인 대리석 재떨이, 세훈 향해 집어던진다.
날아간 재떨이 세훈의 이마 스치고, 이내 세훈의 이마에서 피, 흐르는…
지은 : (동시, 세훈의 이마에 흐르는 피 보고 경악하며, 이상범 향해) 아빠!
이상범 : (동시, 벌떡 일어나 소리치는) 당장 나가!!
세훈 : (꼼짝 않고 앉아 있는) …
지은 : (울며, 하지만 단호한) 제발 허락해 주세요, 우리 결혼하면…
조현숙 : (오버랩, 벌떡 일어나 소리치는) 결혼? 누구 죽는 꼴 보구 싶어!
세훈 : (간절한) 허락해 주십시오, 저 지은이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상범 : (오버랩, 세훈을 쏘아보며, 싸늘한) 파렴치한 자식! 계획하고 접근한 너 같은 놈, 사위로 받아들일 생각, 추호도 없어!
(지은의 손목 잡아 끌며, 이성 잃었다) 일어나! 당장 병원부터 가자. 지워! 당장!!
세훈 : (순간, 더 이상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나, 이상범 손에 붙들려 있는 지은의 손을 힘껏 낚아채는, 그러다 순간 주춤하는데)
이상범 : (기가 막혀 매섭게 보는)
세훈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그대로 보는)
지은 : (복잡한 눈으로 아버지와 세훈을 잠시 번갈아 보다 결심한 듯 세훈의 손잡아 끌고 나서는)
조현숙 : (악을 쓰는) 너, 거기 안 서!
이상범 : (냉정하고 단호한) 지금 그 놈 따라나가면, 다신 이 집에 발 들여 놓을 생각하지마!
지은 : 용서하세요. 나 이 사람 없이 살 수 없어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세훈을 잡아끌고 현관 나선다)
조현숙 : (동시, 힘없이 소파에 털썩 쓰러져 버리며 통곡하는)
이상범 : (관자놀이 지긋이 누르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데)
S#40. 들판 (낮)
따사로운 햇살 비추고… 여기 저기 화사하게 핀 꽃들, 그 풍경 아름답다.
하얀 원피스 차림에 들꽃으로 만든 부케를 든 지은과 말끔하게 양복을 입은 세훈, 소박한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하객으론 호진과 복자 그리고 여진을 비롯한 세훈의 몇몇 친구들만 보이다.
세훈 : (바라보며) 나, 장세훈은 이지은을 아내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하는데서 지은의 모습으로 디졸브 되면)
지은 : (지은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세훈 바라보며) …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대 곁에 언제나 함께 하며…
세훈과 지은, 행복한 얼굴로 서로에게 소박한 반지 끼워주는.
한편, 지은의 시야에 저 멀리 일각에 정차한 조현숙의 벤츠 들어온다.
CUT - 조현숙의 차안
뒷좌석 유리문 열리면, 화려하고 넓은 챙 모자를 쓴 조현숙 쓰고 있던 선글라스 올리는,
그리고 기막히다는 시선으로 잠시 지켜보는.
조현숙 : (기사 향해, 맥없다) 가요!
조현숙의 차, 출발하는…
한편, 사라지는 조현숙의 차를 바라보는 지은, 얼굴 잠시 굳어지다 이내 행복한 표정으로 세훈을 바라보는데…
41. 세훈과 지은의 신혼 옥탑방 몽타주
- 창문 위에 드리운 커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행복한 얼굴로 잠든 지은의 모습 위에 쏟아지고…
옆에는 청거북이가 느릿느릿 기어다니고 있다.
이때, 주방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도마질 소리…
부스스 눈 뜬 지은의 시야에 좁은 세훈의 옥탑방 풍경, 들어온다.
나름대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빼곡이 들어 찬 살림살이들로 인해 어수선한데…
지은 : (하얀 시트 몸에 감고 일어나 앉아 주방 향해 장난스럽게) 여보!! 잘 잤어? (킥킥 웃어대는) …
세훈 : (쑥쓰러우면서도 장난 맞춰주는) 당신, 일어났어?
지은과 세훈 서로 쳐다보며 킥킥 웃어대는…
- 세훈, 지은의 볼에 뽀뽀하고 현관문 열고 나간다.
지은, 행복한 미소로 세훈 배웅하고 돌아서다, 냉장고에 붙은 포스트잇 발견하는.
포스트잇 떼어내 메모 읽는, 지은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 번지고…
세훈(소리) : 비좁은 방에 너 혼자 두고 나갈 때마다 나 많이 미안해. 지은아, 우리 조금만 참자!
- 어스름한 저녁, 창문 너머로 하얀 눈 소담하게 내린다.
지은, 창문 열어 손 내밀면 지은의 손바닥 위로 쌓이는 하얀 눈, 세훈 다가와 지은의 어깨를 감싸는데…
세훈(소리) : 올 해 첫눈이네! 눈처럼 하얀 백설 공주 같은 딸이었으면 좋겠다!
지은(소리) : 난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아들이었으면 좋겠는데!
세훈, 지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창문 너머 내리는 하얀 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And I lov(소리) you so' 부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 현관 앞에 마주 서 있는 지은과 세훈.
지은 : (옷매무새 다듬어 주며 삐진 척) 일요일인데두 나가야 돼?
세훈 : (장난스럽다) 너 먹여 살려야지.
지은 : (투정) 나 그럼 두끼만 먹을까? 이게 뭐야? 결혼해두 같이 있는 시간이라곤 잠잘 때뿐이잖아.
하루종일 나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세훈 : (안쓰러운) 일찍 들어올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지은 : (생각하다, 철없다) 음… 랍스타!!
S#42. 주유소
세훈, 일각에 서 있는 자동차, 닦는 중이다.
그 옆에는 호진 서 있는데…
호진 : 컴퓨터 수리?
세훈 : (일하며) 아무래두 혼자 살 때보다 생활비도 배로 들구. 주유소 월급만으론 힘들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될 것 같애…
호진 : (걱정스러운) 니 수입 빤한데 두 사람 먹구 살긴 벅차지. (어깨 툭 치며) 게다가 댁의 사모님께서 돈을 번다는 건
지팡이에서 싹 나는 것보다 어렵다구 본다! 곧 2세두 태어날 텐데… 이제 당신, 등골 휘겠어!
S#43. S백화점 식품부
분주한 백화점 내부의 풍경들.
세훈, 해산물 코너 앞에 서 있다.
각종 해산물들 사이에 큼지막한 랍스타 보이고 가격표엔 15만원이라 쓰여있다.
세훈, 주머니에서 돈 꺼내보는데 넉넉지 않자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S#44. 밤거리
일 톤 트럭에 영덕 게라는 현수막 붙어 있고, 짐칸에 실린 찜통엔 삶긴 영덕 게들 진열되어 있다.
세훈, 영덕 게가 든 검은 봉지 받아 들고 터덜터덜 걷기 시작하는데, 그 발걸음 힘겨워 보인다.
S#45. 세훈의 옥탑방
세훈, 영덕 게 살 바르고 있고, 한편 마주 앉은 지은은 먹기에 정신 없다.
지은 : (영덕 게 먹으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두 모른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겠다!
(애교스런) 우리 신랑 사랑이 담겨서 그런지 랍스타 보다 훨 더 맛있어! (철없다) 근데 여보야는 왜 안 먹어?
세훈 : (영덕 게 살 발라 지은 앞에 놓인 접시에 놓아주며) 너 먹는 거만 봐두 난 배불러.
(장난스레) 이담에 돈 많이 벌어서 바닷가재 잡는 배 한 척 사야겠다!
지은 : 자기두 랍스타 좋아해?
세훈 : (씁쓸하지만 내색치 않는) 난 안 먹어 봤어.
지은 :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황당한 얼굴로, 철없다) 정말? 랍스타도 안 먹어 봤어?
세훈 : (그저 피식 웃고 마는)
지은 : (씁쓸한 표정을 보지 못한 채, 들고 있던 게살 세훈의 입에 넣어주며) 서방님! 자 아~ 해?
시간 경과
침대에 걸터앉은 지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세훈을 심드렁하게 보고 있다.
지은 : (갑자기 일어나, 다가오는, 그리고 세훈이 보고 있는 책을 탁 덮고, 짜증스런 목소리로) 공부 좀 그만 해!
세훈 : (다시 책 펴며, 달래는) 기말고사 기간이잖아.
지은 : (삐졌다) 그럼 오늘두 또 밤새야 돼?
세훈 : (돌아보며 달래는) 먼저 자!
지은 : (투정부리는) 맨날 공부만 하구, 신부를 혼자 재우는 신랑이 어딨어? 너무해!
(샐쭉해져 이불 뒤집어쓰고 누우며) 불 좀 꺼죠. 눈부시면 나 못 잔단 말야.
세훈 : (일어나 불 꺼주는 그리고 후레쉬 켜고 다시 공부 시작하는)
S#46. 지은의 집 아침 전경
조현숙(소리) : 아줌마, 나 커피!
S#47. 지은의 집 주방
조현숙 : (커피 잔 들다 식탁 위에 놓인 옥돔 보며 긴 한숨 내쉬는) …
이상범 : (못마땅하다) 아침부터 밥상머리에서 웬 한숨이야.
조현숙 : 우리 지은이 옥돔 좋아하는 거 당신두 알잖아. (다시 한숨 내쉬고) 애 가졌을 땐 잘 먹어야 되는데…
지은이가 날 닮아 입이 짧단…
이상범 : (오버랩, 젓가락 내려놓으며 화난) 내 앞에서 지은이 얘기 꺼내지 말랬지!
밥을 먹든 죽을 먹든 그 자식이 먹여 살리겠지.
조현숙 : 여보, 이제 그만 용서해 주자. 당신 정말 지은이 안 볼 작정이야?
이상범 : (단호한) 안 봐! 내 앞에서 지은이 얘기 다시 꺼내면 그땐 당신두 안 봐! 분명히 경고했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린다)
조현숙 : (뜨끔해지는, 그러다 시선 돌리는데, 영은 개의치 않고 여전히 밥 먹고 있다, 순간 짜증이 치미는)
너는 이 판국에 밥이 들어가니?
영은 : (먹다가 퉁명스럽게) 엄만, 나 구박할려구 낳았어?
S#48. 세훈의 옥탑방 (동 시각)
싱크대엔 그릇들 쌓여있고 집안은 엉망인 채 너저분하다.
지은, 침대에 누워 킥킥대며 만화책보고 있는… 침대 일각 지은 옆에는 청거북이가 웅크리고 있다.
세훈 : (서랍을 뒤적거리다가) 양말 없어?
지은 : (힐끗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세탁기 안 돌렸는데! (이내 다시 만화책 보는)
세훈, 빨래통에 그득히 쌓여있는 빨래감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맨발로 운동화를 신으려는데,
이때 시야에 신발장 위에 놓여진 공과금 고지서와 잔돈까지 맞춘 42,400원이 들어온다.
세훈 : 공과금 왜 안 냈어?
지은 : (만화책에서 눈도 떼지 않으며) 어제 추웠잖아. 귀찮아서 안 나갔어.
세훈 : (조금 화나는) 어제가 마감일 이라고 했잖아. 연체료…
지은 : (오버랩) 돈 천 원뿐이 더해?
세훈 : (그 말에 화난, 낮은 목소리로, 엄하다) 지은아!
지은 : (보는)
세훈 : (설득하려는) 이건 돈 문제가 아냐. 난 개념 없는 사람 싫어. 당연히 내야하고, 또 충분히 낼 수 있는데 왜 미뤄!
지은 : (오버랩, 약간 짜증스레) 알았어. 오늘 내면 되잖아!
세훈 : (고지서와 돈, 주머니에 넣으며) 내가 갖다 낼게… (현관문 열고 나가려는데) 갔다 올게…
지은 : (침대에 누운 채 고개 돌려 빠꼼히 보며) 몇 시에 와?
세훈 : 좀 늦을 거야.
지은 : 그럼 오늘두 저녁 또 나 혼자 먹어야 돼? 일찍 오면 안 돼?
세훈 : 미안해. 주유소 일 끝나구 교수님 연구실에 가봐야 돼. 전화할게… (나가는)
지은 : (웅크리고 앉은 청거북이 보며) 감옥 같은 이 옥탑방에 갇혀 지내는 내 신세나 니 신세나 처량 맞다! 그치?
2(소리) : 핸드폰 벨 소리
지은 : (핸드폰 받으며) 엄마?
S#49. 호텔 라운지 커피숍
조현숙, 핼쑥해진 지은 보자 속상하고 울화 치미는지 얼음물 들이키고 있다.
조현숙 : (얼음물 다 마시고 잔 내려놓으며 신경질 났다)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살아! 얼굴이 반쪽이잖아?
대체 그 자식은 널 굶기는 거니?
지은 : (톡 쏘는) 사위한테 그 자식이 뭐야? … 나 잘 먹구 행복하니까 걱정 안 해두 돼. 우리 세훈씨가 나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조현숙 : (오버랩, 쏘는) 그럼 남의 딸 훔쳐간 놈이 잘 하는 건 당연하지. (긴 한숨 내쉬며) 아휴~ 머리 아퍼!
그 놈 얘기만 하면 내 머리가 더 아퍼! (일어서는) 일어나! 얼른.
지은 : 왜?
조현숙 : (보며) 머리 꼴이 그게 뭐니? 미장원 갔다 쇼핑이나 가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사줄 테니까. (앞서 걸어가는)
지은 : (신나 따라 나가는)
S#50. 국방부 건물 입구
이상범 자신의 중형 세단 기다리고 있다.
이때, 미끄러지듯 도착하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서문수 내려선다.
서문수 : (반가운 척 능청부리는) 아랫사람 안 보내고 높으신 자네가 웬일인가?
나야, 직접 발로 뛰어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지만 자네처럼 높으신 양반이… 의왼데!
이상범 : (쏘아보는, 대꾸하기 싫다) …
서문수 : (시선 맞추며, 비아냥) 이번 입찰 때문에 공장 또 하나 매입했다며? 요즘 자금도 잘 안 돌텐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이때, 주차장에 있던 이상범의 중형 세단 다가와 멈춰서고…
이상범 : (차에 오르며, 서문수 향해 싸늘하게) 자네 이러는 건 관심이 아니라 간섭 같군!
이상범의 중형 세단 출발하는…
서문수 : (멀어지는 이상범의 중형 세단 쳐다보며 비릿하게 웃는) 간섭이 아니라 경고지!
S#51. 세훈의 옥탑방
세훈, 수리 의뢰 받은 컴퓨터 들고 들어선다.
시야에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져있는 커피 잔들, 여기저기 널려져있는 만화책 등,
난장판인 방안 풍경 들어온다.
한편, 지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세훈, 들고 온 컴퓨터 내려 놓으며 한숨 내쉬는.
그리고 바닥에 널려 있는 만화책 집어들며 청소 시작하는데…
시간 경과
어느새 방안은 말끔히 정돈되어 있다.
창 너머로 짙은 어둠이 깔리고, 벽시계는 밤 9시가 넘었다.
세훈 : (통화 중인) 곧 들어오겠죠… 복자씨, 지은이 들어오면 전화하라고 할께요. 네… (수화기 내려놓고 세탁기로 가는)
세훈, 세탁기 돌리려는데 가루비누가 다 떨어지고 없다.
그러자 열쇠 들고 나가는…
S#52. 산동네 골목 (밤)
세훈, 어두운 골목길을 터덜터덜 내려가고 있는데… 순간 환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세훈을 비우며 다가온다.
한편, 세훈 옆에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서는 벤츠. 차 창 내려지고, 지은 얼굴 내미는데…
지은 : (빠꼼히 보며) 어디가?
세훈 : (기막혀 쳐다보는)
S#53. 세훈의 옥탑방
세훈, 한아름의 쇼핑백 들고 들어서는,
한편, 지은 그뒤를 종종걸음으로 들어오는…
지은 : (정돈된 방 보고 미안해져 눈치보며) 일찍 들어왔나 보네?
세훈 : (말없이 쇼핑백들 놓아두는데)
지은 : (눈치 살피며, 쇼핑백 한켠으로 밀어두는) 별 거 아냐. 내가 사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엄마가…
엄마가 싫다고 하는데두 자꾸 사주잖아.
세훈 : (단호하지만 설득하려는) 어머님이 사준다고 해두 절대 받지 말았어야지.
풍족하진 않지만 우리 먹구 사는 덴 아무 문제없잖아.
지은 : (못마땅한) 알았어…
세훈 :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가 컴퓨터 고치기 시작하는)
지은 : (이내 기분 좋아져 콧노래까지 부르며 쇼핑백에서 물건들 - 낮은 굽의 구두, 핸드백, 임신복, 화장품들, 영양제,
명품 부부 커피 잔, 세훈의 코트- 꺼낸다, 코트 들어 보이며) 디자인 괜찮지? 세훈씨 코트 없잖아, 한 번 입어봐! 응?
세훈 :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수리에 열중하려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차 키는 내일 당장 돌려 드려.
지은 : (오버랩, 단호한) 싫어!
세훈 : (화 치밀어 오르지만 애써 참는) 너희 집 도움 절대 받지 않기루 한 약속 잊었어?
지은 : (오버랩) 사준 것도 아니고 원래 내가 타던 차야.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냐? 세훈씨도 타구 다니면 좋잖아.
세훈 : (오버랩, 어이없는) 주유소 아르바이트하는 나한테 외제차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배달원(소리) : 이지은씨 댁이죠?
세훈 : 누구세요? (현관문 여는데)
배달원 : (들어서며, 식기세척기 내려놓는) 식기세척기 배달 왔습니다
지은 : (눈치보며) 저… 저기다 놔주세요.
배달원 : (나가는)
세훈 : (식기 세척기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차갑게) 이건 또 뭐야?
지은 : (난감해 우물쭈물하는) … 그게…
세훈 : (돌아서며 단호한) 차 키는 돌려드려! 분명히 말했어!!
S#54. 지은의 집 거실
조현숙 소파에 앉아 여고 동창과 통화 중이다.
조현숙 : (수화기 들고) 내가 뭐 주식을 아니? 니가 시키는 대로 한 거지. 그래… 우리 그이 몰래, 서산 땅 처분한 돈이니까
너 신경 바짝 써줘야 돼. 니 덕에 우리 그이한테 나, 큰 소리 한번 좀 쳐보자.
우리 큰딸 아파트 잔금두 치러야 한단 말이야. 너만 믿을 테니까…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린다)
우리 그이 들어오나 부다. 나중에 통화하자. (얼른 수화기 내려놓는)
S#55. 지은의 집 안방
조현숙, 이상범의 양복 상의 받아주며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이다.
이상범 : 웬일이야? 당신이 옷을 다 받아 주고.
조현숙 : (곱게 눈 흘기는, 양복 걸며) 이이는… 내가 아프니까 그렇지 컨디션만 좋아봐, 내가 당신을 위해 무슨 짓을 못할까!
여보, 조만간에 당신 나한테 고맙다구 큰절하게 될 껄!
이상범 : (무슨 소린가 해서 보는데) …
조현숙 : (기분 좋다) 당신 아직 저녁 안 했죠? (방문 열고 나가는)
S#56. 산동네 골목 (다음 날)
화려한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쓴 조현숙, 자신의 벤츠에서 내려서는… 산동네 둘러보고 기가 막힌지 한숨 내쉬는…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 눈에 띄는 조현숙의 차림새에 흘깃흘깃 쳐다보는…
S#57. 세훈의 옥탑방
조현숙, 기막힌 얼굴로 집안 둘러보고 있고,
지은, 테이블 위에 커피 잔 내려놓는다.
조현숙 :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내려놓는) 싸구려 인스턴트지? 이런 걸 어떻게 마시니? 주스 없니?
지은 : (퉁명스레) 없어. 근데 웬일이야? 갑자기?
조현숙 : 병원 갔다 집에 가는 길에 너 어떡하구 사는지 한 번 보려구 왔다!
지은 :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볼게 뭐 있다구…
조현숙 : (오버랩, 버럭 소리지르는) 그래 자랑이다! 볼게 없는 건 둘째치구 눈 뜨구 봐 줄 수가 없네! 이것두 집구석이라구…
넌 이런데서 사랑 타령하면서 살구 싶니? 내가 너 때문에 요즘, 십 년은 더 늙었어! (핸드백 열어 돈 봉투 건네는) 자!
지은 : (받고 싶지만 세훈 생각나 힘없는 목소리) 나 안 받을래.
조현숙 : 왜? 벼룩도 낯짝이 있다구 미안하긴 하니? 발바닥에 흙 한번 안 묻히고 키워 났더니…
(한숨 내쉬며 돈 봉투 밀어 놓는) 이제 입덧두 안 하는 거 같던데 먹구 싶은 거 있으면 사 먹어. 궁상떨지 말구.
말라 비틀어 져서 못 봐 주겠어 정말!
이때, 현관문 열리고 세훈 들어서다, 조현숙과 시선 마주치자 멈칫하는…
시간경과
세훈, 조현숙과 지은 앞에 앉아 있다.
세훈 : (단호한) 싫습니다.
조현숙 : (화나 쏘아붙이는) 생각했던 거 보다 평수가 작아서?
자네가 무슨 생각으로 우리 지은이 발목 잡고 늘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두 감지덕진 줄 알어!
세훈 : (모멸감에 얼굴 굳어지는)
지은 : (당황해 말리는) 엄마…
조현숙 : (발끈하는) 왜? 내가 뭐 못 할 말했니? (세훈 향해) 자네가 우리 지은이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아파트 아니라 천막도 얻어주기 싫지만, 우리 지은인 이런 데서 못 살아! 손끝에 물 한 방울도 안 묻히고 키웠는데,
자네 때문에 얘 구질구질해진 것 좀 봐. 눈 달렸으면 알 거 아냐! (차갑게 보며) 조만간 이사 갈 준비나 해!
세훈 : (여전히 단호한) 저희 이사 안 갑니다.
조현숙 : (파르르 해 쏘아보며 비아냥거리는) 쥐뿔두 없는 게 자존심만 살아 갖구!
그렇게 잘났으면 왜 발바닥에 흙 묻히고 걸어 다녀! 날아 다니지!!
(지은을 향해 쏘아붙이는) 잘난 놈이랑 사는 니 팔자, 안 봐두 훤하다! (문 쾅 닫고 나가버리는)
지은 : (속상하고 안타깝다) 엄마!! (따라나가려다 세훈을 쏘아보며) 그냥 감사합니다 하구 받으면 안 돼?
울 엄마가 생각해서 사 주겠다는데 꼭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해야 돼?
세훈 : 그럼 넙죽넙죽 받을까? 너희 집에서 날 무슨 꿍꿍이나 갖구 있는 놈으로 취급하는데,
넌 날 배알두 없는 놈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너네 집 거라면, 먼지 한 톨도 받고 싶은 생각 없어!!
지은 : (톡 쏘는) 자격지심 아냐?
세훈 : (오버랩, 싸늘히 얼굴 굳는) 그래, 자격지심 맞아! (화나 소리치는) 너희 집 도움 따윈 필요 없다고 했잖아!
지은 : (더 이상 뭐라 말 못하는데) …
세훈 : (흥분 가라앉히며) 우리, 이사 안 가는 거야! 분명히 말했어. (비참한 기분에 문 확~ 열고 나가는데)
지은 : (나가는 세훈의 등뒤에 대고 소리치는) 어디 가? 계단 입구에 전등 나갔어. 올 때 전구 사 와!
시간 경과
- 세훈, 책상에 앉아 컴퓨터 수리하고 있고,
지은, 팔짱 낀 채 서 식기 세척기로 설거지하고 있다.
- 지은과 세훈, 등 돌린 채 침대에 누워 있는.
S#58. 지은의 집 아침 전경
S#59. 지은의 집 거실
이상범, 수화기 들고 통화중이다.
그 옆엔 조현숙, 통화 내용 귀기울이며 서 있고.
이상범 : (날카롭고 예민한)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알았어. 출근 전에 은행부터 들릴 테니까, 박 이산 공장으로 먼저 내려가.
그 동안 받아먹은 게 있으니까, 지점장이 시간을 좀 주겠지. …서산 땅 매각 할거니까 좀 알아 보구. (수화기 내려놓는)
조현숙 : (큰일났다, 조심스레) 여보, 서산 땅 팔려구? 그건 내 껀데?
이상범 : 이번 계약만 성사되면 다시 사줄게. (나가는)
조현숙 : (불안한 얼굴로 소파에 주저앉아 이마 누르는) 아휴~ 머리 아퍼…
S#60. 산동네 골목길 (낮)
한 걸음 한 걸음 빙판 길을 조심스레 내딛는 다리 위로 거친 숨소리 들리는…
다가가면, 검은 봉지를 든 지은이 입김을 내뿜으며 구불구불 비탈진 좁은 산동네 골목길을 힘겹게 걸어 올라가고 있다.
숨이 찬지 휴우~하는 한숨과 함께 멈춰서 잠시 숨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때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들의 전경과 담벼락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연탄재와 여기 저기 나뒹구는 쓰레기들,
그 구석에서 먹을 것을 찾아 뒤적이는 더러운 개 한 마리,
그리고 일각에서 딱지치기하고 있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순간 구질구질한 그 모습이 지겹고 너무나 싫은데… 그러다 이내 체념한 듯 다시 힘겹게 발걸음을 뗀다.
그와 동시 딱지치기를 하고있던 한 아이가 지은을 툭 치고 뛰어 간다.
이에 지은, 빙판길이라 중심을 못 잡고 잠시 휘청거리는… 그러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나,
나머지 아이들, 우르르 지은의 곁을 뛰어가며 다시 한번 지은을 툭 하고 건드린다.
결국 지은의 손에 들린 비닐 봉지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지고 그 순간 봉지 속의 달걀과 콩나물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한편 그대로 선 채 뛰어가는 아이들을 잠시 원망의 눈빛으로 보다 깨진 달걀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콩나물을 쳐다보는데…
자신의 신세가 그저 한탄스럽고 서러워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는.
S#61. C(전화) 촬영장
C(전화) 촬영장의 부산한 풍경들… 일각에 지은과 복자, 앉아 있다.
지은 : (땅이 꺼져라 한숨쉬며 울먹이는)
복자 : 한숨 좀 그만 쉬어라, 세트장 무너지겠다!
지은 : (눈물 맺혀 울먹이는) 사는 게 생각했던 것하곤 너무 많이 달라.
세훈씨는 잠만 자러 들어오는 하숙생 같구, 난 집 지키는 멍멍이 같구…
복자야, 나 너무 힘들어, 세훈씨도 점점 꼴 보기 싫구, 옥탑방에서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두 정말 지겹워…
복자 : (다독이는) 너, 그 정도 고생할 각오두 없이 세훈씨 선택한 거야? 발목을 잡은 건 너였지 세훈씨가 아니잖아?
지은 : (할 말 없는) …
복자 : 말은 안 해두 세훈씨두 너만큼 힘들꺼다! 공부하기도 바쁜 사람이 생활까지 책임진다는 게 쉬운 줄 아니?
(안쓰럽지만 내색치 않는) 야,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구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서방님을 니가 이핼 해야지.
지은 : (철없이 발끈하는) 그러니까 우리 집 도움 받으면 좋잖아.
복자 : 나두 아는 세훈씨 성격, 니가 몰라서 지금 그딴 소릴 재잘대고 있는 거냐? (장난스레 타이르는) 사모님!
가슴에 손을 얹구 생각이라는 걸 좀 해보세요! 당신 부모님한테 온갖 수모 다 당했는데 그 도움을 받고 싶겠어요?
지은 : (깊은 한숨 내쉬며 할 말 없는) …
복자 : 내가 볼 땐 장세훈 같은 사람 하늘 아래 없어! 너 같은 마누랄 누가 데리구 사냐?
살림두 엉망에다 밥을 할 줄 아나, 빨래를 하나, 심지어 넌 청소두 안 하잖아! (짓궂은) 여보~ 가서 집이나 좀 치워!
S#62. 편의점 (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라면 보이고… 그 앞에 세훈과 호진, 서 있다.
호진 : (라면 먹으며) 야, 지은인 니 밥두 안 챙겨주냐?
세훈 : 내 밥까지 챙기려면 너무 힘들잖아. 내가 알아서 챙겨 먹으면 되지.
호진 : 짜식~ 공처가 다 됐구만!
세훈 : (픽 웃는, 들고 있던 컵 라면 내려놓는)
호진 : 왜? 점심도 안 먹었다며?
세훈 : (식은땀 닦으며) 안 들어가네.
호진 : (걱정스럽다) 너 요즘 얼굴 색이 너무 안 좋아. 피곤에 쩔었어. 좀 쉬어가며 살아라.
세훈 : (쓴웃음) 쉬긴. 예전처럼 공부 못하는데… (옅은 한숨 내쉬며) 장학금 놓칠까봐 걱정이야!
호진 : (조심스러운) 너 혹시 후회하니? 지은이랑 결혼한 거?
세훈 : (빙긋 웃는) 형, 지은이 잘 때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거 보면 너무 이쁘다.
호진 : (다행스럽다는 듯 장난스레) 미친 놈, 별 게 다 이쁘네.
S#63. 세훈의 옥탑방 밤 전경
S#64. 세훈의 옥탑방
걸레 든 지은, 먼지를 닦아내며 청소 중이다.
지은 : (문득 손 멈추고 부어오른 손가락 보는. 그리고 부은 손가락에서 간신히 반지 빼며) 왜 이렇게 붓지!
한 손으론 걸레질하며, 손가락에서 뺀 반지 화장대 위에 올려놓는데, 반지 그만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순간, 반지는 또르르 굴러 책상 아래로 들어가 버리고…
이를 본 지은, 반지를 주우려 몸 굽혀 책상 아래로 들어간다.
한편, 굴러 들어간 반지는 엉켜 있는 컴퓨터 전원 선 사이에 끼어 있고…
지은, 반지 꺼내려 컴퓨터 선들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는데…
그 순간,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는 위태롭게 흔들리다 결국 모퉁이까지 밀리는…
동시, 책상 아래 지은, 엉킨 선들 사이에서 간신히 반지 잡아 꺼내려다 그만 컴퓨터의 전원 선을 확 잡아당기고 마는데…
동시, 책상 위에서 위태롭던 컴퓨터는 결국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고…
바닥으로 떨어진 컴퓨터,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동시, 내장된 칩들, 튕겨져 바닥에 나뒹구는.
이때, 쾅하는 소리에 놀라 화장실에서 나오던 세훈, 부서진 컴퓨터보고 당혹스러운…
세훈 : (다가와 지은을 밀치며 바닥에 떨어진 컴퓨터부터 보는) 안 하던 청소는 왜 갑자기 한다구 해서…
지은 : (당황해) 그게 아니라…
세훈 : (오버랩, 참지만 화난 목소리다) 이거 물어주려면 우리 한 달치 생활비 고스란히 들어가야 된단 말이야!
지은 : (오버랩, 발끈해 쏘아붙이는) 걱정 마! 내가 물어 줄 테니까!
세훈 : (그 말에 기막혀 매섭게 보는)
한편, 일각의 서랍으로 다가간 지은, 돈 봉투 꺼내는데 이때 돈 봉투와 함께 아파트 계약서 봉투 딸려 나와 바닥에 툭 떨어진다.
동시, 세훈의 시선 바닥에 떨어진 계약서 봉투에 머물고…
한편, 지은은 당혹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는…
계약서 집어 든 세훈, 봉투 열어 보면 자신의 예감대로 계약자 이지은이란 이름이 적힌 아파트 계약서 들어있다.
그 순간 얼굴 싸늘히 굳어지는…
세훈 : (쳐다보지도 않으며, 무거운 목소리) 이게 뭐야?
지은 : (찔리지만 애써 당당한 척) 뭐긴 뭐야, 아파트 계약서지.
세훈 : (매섭게 보며) 그걸 누가 몰라? (분노가 극에 달하지만 애써 참는, 무섭도록 낮은 목소리)
분명히 우리 이사 안 간다고 말했잖아!
지은 : (외려 큰소리치는) 엄마가 막무가내로 주고 가는데 그럼 어떡해!
세훈 : (화난, 차갑다) 잊었니? 아니 잊고 싶은 거니? 너희 집 도움 절대 안 받겠다고 했던 약속!
지은 : (설득하려는) 왜 도움이라고 생각해? 그냥 내가 받을 유산, 미리 좀 받은 거라구 치면 되잖아!
(울먹이며) 이 좁구 구질구질한 옥탑방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으면 얼마나 답답한 줄 알아?
세훈 : (격해지는) 너 두고 나갈 때마다 내 맘은 편한 줄 아니? 그럼 어떻게 할까? 맨날 니 손 붙잡고 놀기만 할까?
지은 : (설득하려는) 그러니까 우리 집 도움 조금만 받자! 응? (자조적인) 세훈씨는 모를꺼야.
나 여기서 정말 살기 싫어! 냄새나고 구질구질한 산동네 지겹구 더러워!
세훈 : (충격 받은) … 지겹고… 더러워? (비참한 심정에) 내가 지겹고 더러운 건 아니구?
지은 : (그 말에 화 더욱 치미는) 쓸데없는 자존심 좀 그만 부려! 아무 때나 발동하는 세훈씨 자격지심, 이제 넌더리나!
세훈 : (매섭게 노려보는) 항상 니멋대로인 너, 나두 신물나!
지은 : (오버랩, 격해져) 신물난다구? 내가 누구 때문에 다 버리고 집까지 뛰쳐나왔는데!
세훈 : (냉정한) 너한테 집 나오라구 말한 적 없어!
지은 : (서럽고 기막혀 소리지르는) 그래, 내가 세훈씨 발목 잡았어! 내가 작정해서 임신까지 해 세훈씨 붙잡았어!
그래서 내가 원망스럽지?
세훈 : (대답 없는) …
지은 : (대답 없자, 더욱 격해지는) 나두 내가 한 짓 후회해! (악에 바쳐) 이 결혼 정말 넌더리나게 후회한다구!
세훈 : (차갑고 단호한) 그랬니? 그런 거였니? 그럼 너희 집으로 돌아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지은 :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다 울음 터트리며 뛰쳐나가는)
세훈, 담배 꺼내 무는 순간, 지은의 비명소리 들린다.
놀라는 세훈의 얼굴에서…
지은(소리) : 계단 입구에 전등 나갔어. (※2부 57)
경악한 세훈, 후다닥 달려나가고…
S#65. 계단
계단에서 굴러 정신을 잃은 지은, 쓰러져 있고… 계단 맨 아래 일각엔 붉은 피 핏자국 보이는…
한편, 후다닥 계단을 내려선 세훈, 당혹한 얼굴로 지은을 끌어안는.
세훈 : (당혹한) 지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