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주로(1)
전주에 다녀온지가 10여일이 지났는데 아직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아니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심각한 병이 아닌가 싶다. 아니 허황된 생각을 하고 여기에 대한 뒤치닥꺼리를 못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한 때는 가자, 전주로!를 하면서 수원과 전주에 대하여 조사하고 우리청의 전주로의 이전에 대한 의의, 그리고 우리 청의 전주에서의 비전 등에 대하여 연구사 수준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거창한 꿈을 꾸기도 하였었다. 또한 35살에 두 번째 마라톤에 대하여 나름 장문을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올해가 만 45살이니 시간을 가지고서라도 제대로 써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를 발등에 떨어진 많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하챦은 일들로 인하여 전혀 준비를 하지 못했고, 그리고 또한 끙끙거리다가 정리도 못하고 내년으로 미루느니 부족하더라도 마무리를 짓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을 한다. 해서 기행문 수준에서 그냥 마음가는대로 펜 가는 대로 편하게 쓰기로 한다. 그저 내년에 우리 동호회에서 전주로 달리기를 하면 참고가 될 정도로만 하고, 읽기 편하도록 그림을 많이 넣어서.
글은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빠지는 부분이 있으면 마지막에 추가하기로 한다.
수원-전주 달리기(이하, 가자 전주로!)의 시작은 2013.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부터 국토 달리기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한번 해봐야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경용 형님이 고비시막 355km 달리기에 참가하고 와서 올린 후기 ‘나의 한계를 스스로 가두지마라’를 읽고 나서였다. 처음에는 가슴 찐한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흉내를 내 보고 싶어하는 치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자 전주로! 를 하고 싶다고, 같이 할 사람 있으면 12월 14일에서부터 18일까지 같이 하자고 댓글을 달고 나서부터는 가슴 속에 이에 대한 꿈이 부풀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전주로 기관이 이전하는데 집도 않 구해 놓고 마음에 준비도 않 되어 있고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 함 가보자. 뛰면서 고통을 느끼면서 나의 마음을 전주 모드로 스위치 하자.
가자 전주로! 하면서 좋은 글을 한번 써볼까? 수원과 전주란 도시를 조사해보고 우리 청의 수원에서 전주로의 이전의 의미를 한번 조명해 볼까? 그래서 뛰면서 느끼는 것과 이들을 잘 조화하여 뛰고 남는 시간에 글로 올리면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가자, 전주로! 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 들이 떠올라 혼자 가슴 벅찼으나 현실은 그렇치를 못하였다. 균주관리, 대학원 수업, 그리고 인쇄를 일주일씩이나 밀려가면서 괴롭힌 인테러뱅 등으로 전주에 대한 조사와 우리청의 이전의 의미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력이 없었다(그나마 수원에 대해서는 다행히 주말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간은 다가오고.
회장님의 요청에 의하여 12월 3일에야 겨우 일정을 잡았다. 그냥 대충 하루 50여 km씩. 그러고 나서도 뭐가 그리 바쁜지(지금 무슨 일로 바빳는지 기억이 않나는 걸 보니 그 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던 무지 바빠서 구체적인 경로도 결정하지 못한 채 내일이면 출발을 해야되는 13일의 금요일이 되었다.
지난 주까지 만해도 비교적 온화한 겨울 날씨였는데 이번 주는 영하 9도에 이르는 강추위로 전국이 난리다. 게다가 어제와 그제는 4cm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다. 오늘은 그나마 해가 나서 눈이 녹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도로에 눈이 많다. 출장 차 충주에 내려갔는데 내일 전주 행에 대하여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눈으로 길이 얼어서 갈 수 있을까, 정말?’
‘그래도 일단 한번 부딪혀 보는 거다. 부딪혀 보지도 않고 물러나기에는 우리 인생이라는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
2006년도인가 생공원 마라톤동호회에서 설악산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6월 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도 출발전에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산행을 취소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자고 그래서 안되면 그 때에 포기해도 된다고 밀어부쳤고 막상 당일에는 좋은 날씨여서 다른 사람이 없는 설악산을 독차지 했던 기억이 났다.
술 한잔을 걸치고 충주에서 수원으로 올라오는 길에 마음을 다지며 회원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일단 한번 부딪혀 보자고’.
10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지만 당장 내일의 길이라도 명확히 해야 했다. 다음지도(map.daum.net)로 길을 찾아 나섰으나 자꾸 다운되는 바람에 구글(maps.google.com)지도를 prt sc 기능을 이용하여 다운받아서 ppt에 붙인 다음에 3페이지로 만들어 출력하여 적색 색연필을 이용하여 경로를 표시하였다.
가자, 전주로!의 경로에 대하여 설명하고 넘어 가야겠다. 길을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 지도이다. 요즘 우리는 흔히 다음이나 구글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고 거리를 잰다. 하지만 세부 지역에 매몰되다 보면 지형을 이해하는데 있어 정작 중요한 산과 물을 보지 못하는 수가 많다.
‘산을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에 근거하여 그려진 우리나라 지도가 산경표이다. 산맥과 물길을 이해하는 데는 이 지도 만한 게 없다. 이 지도는 우리나라의 산맥을 1대간 1정간 13정맥 그리고 많은 지맥으로 구분한다.
<두발로 읽은 산경표 참고, http://user.chollian.net/~park56eh/>
설명하면 이렇다. 수원과 의왕은 인접한 도시이지만 지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왜냐면 의왕에 모인 물은 안양천을 따라 한강으로 흘러가지만 수원에 모인 물은 황구지천을 따라 진위천으로 해서 아산만으로 흘러간다. 즉 두 도시는 다른 강 수역에 존재하는데 이것의 원인이 되는 산맥이 한남정맥이다. 이는 한강의 남쪽을 가르는 정맥으로서 안성의 칠장산에서 출발하여 용인을 거쳐서 광교산, 백운산, 수리산을 지나 강화도와 마주보는 인천의 문수산까지 간다. 즉 한강의 남쪽 산맥이 물을 한강과 진위천으로 갈랐고 물은 이 산맥을 넘지 못하였다.
정맥이 강을 가른다면 지맥은 천을 가른다. 예를 들어 백운산에서 우리가 오대종주를 하는 바라산, 청계산, 그리고 관악산 등은 관악지맥을 형성하는데 이는 한강의 지류인 안양천과 탄천을 가르는 지맥이다.
수원이 한강 수계가 아니라는 것은 수원의 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 강은 물자 순환의 중요한 통로이자 전쟁 시에도 중요한 침입로였다. 한양을 침입함에 있어 한강을 통하여 서울에 침입하는 것이 물론 최고의 방법이지만 아산만을 따라 진위천을 따라 육지에 진입하여 서울로의 침입도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이에 유형원은 반계수록에서 수원의 군사적 중요성에 대하여 주장하였으며 정조가 수원에 화성을 구축하고 장용영 외용으로 설치할 때에 이를 중요하게 참고하였다고 한다. 수원의 옛지도를 보면 이러한 면이 잘 나타나 있다. 수원의 산과 물에 대하여 시간이 된다면 한번 더 언급하면 좋겠다.
<수원부 지도, 아래의 아산만에서 시작하여 진위천을 따라 올라가면 맨 위에 산이 광교산 그리고 그 아래에 화성과 수원의 4개의 천을 볼 수 있다. 1800년대의 수원 유수부의 지도인데 당시의 수원의 지리적 관점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당시의 지도를 보면 산이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원본 규장작 소장>
<위 그림 중에서 현 수원 위치만 강조. 수원화성박물관; 1800년대에는 현 수원, 오산, 화성이 모두 수원 유수부 소속이었다. 1700년대말까지 현 화성, 오산, 수원은 수원부였으며 이를 통치하는 관아가 현 융건릉 위치에 있었으나 1789년 사도세자의 릉을 쓰기 위하여 팔달산 아래의 화성으로 위치를 옮기면서 수원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 되었다>
수원에서 전주까지는 진위천에서 시작하여 금강을 넘어 만경강에 이른다. 즉 금강 수역을 건너야 하는데 그 경계가 되는 곳이 금강의 북쪽 경계는 호서정맥(또는 금북정맥)이고 금강의 남쪽 경계는 금남 정맥이다. 호서정맥은 천안에서 공주넘어가는 차령터널을 통하여 넘게 되며 금남정맥은 익산의 여산면 원수지에서 왕궁면의 왕궁저수지 건너는 고개이다. 논산천이라는 큰 내가 금강과 합류하는데 둘 사이에는 계룡산이 포함된 금남기맥이 있고 이는 논산을 공주, 대전과 나눈다. 각 하천은 도시를 품게 되는데 진위천의 상류인 수원에서 진위천의 하류 평택, 그리고 곡교천 상류인 천안, 그리고 금강의 협곡에 자리한 공주, 논산천을 바탕으로 한 논산평야에 자리한 논산, 다음으로 만경강 수계로 가서 익산을 거쳐서 전주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략 4-50km를 지나면 다음 시군이 나온다. 이번 여행에서는 도시로는 수원, 오산, 평택, 천안, 공주, 논산, 익산을 거쳐서 전주에 다다르게 되는데 수원에서 오산까지가 약 20 km 오산에서 평택까지가 약 20km 평택에서 천안까지가 약 20 km, 천안에서 공주까지 50km, 공주에서 논산까지 약 35 km, 논산에서 전주혁신도시까지 50 km에 달한다.
이동과 잠자리 등을 가만하여 첫날은 천안의 성환역까지 약 50km, 둘째날은 천안 외곽을 둘러서 공주시의 정안면까지 약 50 km, 셋째날은 공주를 거쳐서 논산시까지 약 45 km 그리고 마지막은 논산에서 익산을 거쳐서 전주 혁신도시까지 50 km로 결정하였다.
대충의 경로를 아래에 표시한다.
실제달린 상세 경로를 11장으로 나누어서 게재합니다.
1. 농진청-오산
2. 오산 - 송탄
3. 송탄 - 평택 - 성환
4. 성환 - 천안삼거리
5. 천안삼거리 - 차령산맥
6. 차령산맥 - 공주시
7. 공주시 - 공주시 계룡면
8. 공주시 계룡면- 논산시
9. 논산시 - 익산 왕궁저수지
10. 익산 왕궁저수지 - 전북 혁신도시
첫댓글 우리나라 역사, 정치, 지리, 산맥, 문화를 통틀어 공부하였습니다. 특히 수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어느 책보다 소상하게 정리되지 않았나 싶네요. 2탄이 기대됩니다. 바로 읽으로 가야겠어요.
대단한 홍박이네
글도 마라톤도 멋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