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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생활의 법칙
쪼개라
은퇴자산 관리계획을 세워라
생활비 등 인출 비율을 조절하라
자산, 안전과 투자에 적절한 배분을
피하라
창업 보단 재취업을 고려하라
'고수익 보장' 투자 무조건 의심을
급증하는 캥거루족 자녀·황혼이혼
질병 대비한 보험 가입은 필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정방동에는 '서복전시관'이 있다. 중국 진(秦)나라 때 불로장생을 바라는 시황제에게 바칠 불로초를 찾기 위해 제주도에 온 것으로 알려진 서복(徐福)이란 사람을 기념하기 위한 곳이다.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염원이지만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요즘에는 오히려 장수(長壽)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생활 등 경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제한돼 있는데 은퇴 이후에 수십 년을 지내는 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모 헌드레드'(키워드 참조) 시대를 맞아 은퇴 이후에도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산관리 3원칙을 지키고 인생 후반기에 찾아오는 5대 위험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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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지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생활을 하는 ‘현역’ 시절부터 은퇴자산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 토픽이미지
◇'은퇴파산' 면하려면 자산관리 3대 원칙 지켜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은퇴자의 사망 이전에 은퇴자산이 고갈되는 것을 '은퇴파산'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자산관리 원칙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우선 은퇴 후 초기 10년의 운용수익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은퇴 이전에 은퇴자산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은퇴 초기는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시기라 운용 수익률이나 인출률이 자산의 증감(增減)에 많은 영향을 준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초기 인출률이 높거나 수익률이 낮으면 은퇴파산 시기가 앞당겨진다"며 "초기에 인출률과 목표 수익률을 정하지 않고 생활비를 쓰다 보면 나중에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출률을 잘 배분하는 일이다. 인출률은 은퇴 자산에서 생활비 등을 인출하는 비율인데 60세부터 매년 초기자산의 4~5%씩만 인출하면 85세까지 은퇴파산할 위험이 없지만 개인연금 등 추가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매년 7~10%씩 쓰면 85세 전에 은퇴자산이 고갈될 확률이 50% 이상이다. 이 경우 생활수준을 줄이거나 소득활동을 통해 추가 은퇴자산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은퇴자산을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에 적절히 나눠 담는 일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를 밑돌고 있다. 반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소비자물가는 연 평균 3.08%씩 증가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3%를 밑돌고 인플레이션이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 은행 예금에만 맡겨둬서는 자산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송연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년, 3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은퇴준비는 더 빨리 시작할수록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현역' 활동 기간에 연금자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창업보단 재취업, 큰 돈 벌려는 조급증 버려야
은퇴자들에겐 인생 후반기의 안녕(安寧)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는데 크게 보면 창업·사기·질병·황혼이혼·독립하지 않은 성인자녀 등이다. 이들 위험 요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제적·심리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생활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창업보다는 재취업을 우선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 571만8000명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5%, 60대 이상의 비중은 24%로 집계됐다. 그러나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폐업한 자영업자는 18.5%, 3년 이내에 폐업한 곳은 46.9%에 달했다.
특히 은퇴자들이 비교적 쉽게 창업하는 음식점업과 잡화점의 3년 이내 폐업 현황은 각각 52.2%, 53.6%였다. 김혜령 수석연구원은 "자영업의 평균 창업비용은 약 6570만원인데 평균 순이익은 월 149만원에 불과하다"며 "재취업을 할 수 있다면 창업보다 재취업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이상은 금융사기를 당할 확률이 5% 안팎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배 가까이 높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주요 금융사기 수법은 투자원금을 100% 보호하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많다. 작년에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50대의 금융사기 피해액은 평균 3043만원이었고 60대는 무려 8250만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에 대해선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립하지 않은 성인자녀와 황혼이혼도 노후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다. 2011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50~60대 가구의 28.6%는 미혼 성인자녀와 거주하고 있는데 식료품비 등 성인자녀에 대한 부모의 생활비 부담은 월 9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취업난으로 성인자녀의 학업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까지 포함해 은퇴계획을 세워야 한다.
황혼이혼은 최근 계속 증가 추세다. 작년엔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한 부부의 이혼 건수가 3만233건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황혼이혼을 하면 부부가 재산을 분할하게 돼 각자의 노후생활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질병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필수다. 50대 이상 고령자 중 약 절반은 사망할 때까지 암·심혈관질관·뇌혈관질환 등 3대 중증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3대 질병의 연간 의료비 부담은 200만~900만원이어서 보험 등으로 미리 대비를 하는 게 좋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인류의 조상을 호모 사피엔스(homo-sapiens·생각하는 인간)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 100세까지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엔이 2009년 작성한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는 2000년에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31개국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2010년 기준 80.8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