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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중편 실화소설/파란나비
복이 아버지 김원탁 씨는 일본 유학파 출신이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경찰 공무원으로 지내다 친척들의 강권으로 선거에 출마했었지만 그만 낙선했고, 그 소식을 들은 고향 친척들은 너도나도 나서서 좋은 집 한 채 줄 테니 내려오라며 부추겼고, 그 결과 복이 아버지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여 온 가족을 데리고 귀향을 서둘렀는데, 딸린 식구가 만만찮았다.
마흔넷 김원탁 씨를 위시하여, 열세 살 연하라 불과 서른하나인 그의 아내 김옥련, 그리고 그들의 큰아들인 열 살 상우와 작은아들인 여덟 살 윤우, 거기다 여섯 살짜리 큰딸 유경이와 세 살짜리 작은딸 혜경이, 이렇게 여섯 식구로, 그는 복이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대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귀향하고 보니 친척들의 태도가 싹 변해있었다.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김원탁 대가족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외면해버렸다. 선거에서 낙선은 해도 그래도 좀은 남아있을 줄 알았더니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친척들이 그걸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향이라고 믿고 찾아왔는데 세상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러저러한 현실을 꼼짝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위기의 순간. 대한민국 성씨 중에 명가 반열에 들어가는 의성 김 씨 한 가족이 들판에 이불 깔고 잠을 청하는 단체 노숙자로 전락할 찰나였다. 그래도 일가족 한꺼번에 노숙자 되라는 법은 없는지, 천만다행으로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는 김원탁 가족과는 피도 살도 안 섞였고 친척도 아닌, 후일 복이의 친구인 환수 아버지였다. 환수 아버지가 집도 절도 없는 김 씨 가족의 사정을 딱하게 여겼고, 때마침 사랑방이 비었다면서 집 구할 때까지 들어와 살라고 선심을 베풀었다.
김원탁 씨는 열세 살 어린 자기 아내와 열 살 큰아들 상우 밑으로 윤우, 유경, 그리고 세 살짜리 둘째 딸 혜경이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선 4남매를 데리고 흙먼지 폴폴 날리는 도로변 환수네 사랑방에서 살게 되었고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 그 도로변에서 저 멀리 마주 보이는 300여 호나 되는 건너편 마을과 외따로 떨어져 달랑 두 집만 사는 외진 곳이었지만 김원탁 일가족은 그래도 별 떨기 반짝거리는 하늘을 천장 삼아 잠을 청하는 신세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무지무지 다행이라 여기며 짐을 풀었다.
바로 그 환수네 집 사랑채에서 복이가 태어났다. 복이는 아버지 김원탁 씨 평생에 가장 밑바닥을 친 시점이었던 그다음 해 정월 어느 새벽에 태어난 것이다.
복이가 생후 8개월 되었을 때였다.
복이 엄마 김옥련 씨가 빛 고운 저녁놀을 등지고 키에 곡식을 담아 까부르고 있는데, 웬 삿갓 쓴 시주승이 물을 한 사발 청해 마셨다. 그리곤 보답한다며 무슨 말을 꺼내는데,
“아주머니, 일주일 후에 이사 계획이 잡혀 있지요?”
“아이구, 우리 이사 계획을 생전 처음 보는 스님께서 우째 그래 정확하게 알고 계시능기요?”
김옥련은 화들짝 놀라 키질을 멈추었다.
“그 집으로 이사 가지 마십시오.”
“스님, 와그라시능기요?”
“그 집은 삼살방 위에 앉아 있는 집이오. 그 집으로 이사 갔다 하면 이 귀여운 아기가 죽거나 바보가 되거나 병신이 됩니다.”
김옥련의 얼굴이 일순 어두워졌다.
“우리 바깥양반이 고집이 워낙 세서 제 말은 안 들어줄 낀데 우짜면 좋겠능기요?”
빛 고운 저녁노을로 눈길 주던 시주승이 곧 비방을 제시했다.
“대주께서 방해해서 일이 여의치 않아 이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소승이 있는 암자로 찾아오세요. 그러면 비방을 써서 이 아기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아주머니, 이 아기를 특별히 공들여 잘 키우십시오. 이 아기는 장차 나라의 녹을 먹고 살 아이며, 천기와 글재주를 타고나서 가문에 영광이 될 아이입니다.”
“아이구, 스님! 가시나가 무신 수로 나라의 녹을 먹고 삽니꺼?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된다면 또 몰라도!”
“무슨 녹을 먹고 살지,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입니다.”
스님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종이쪽지에다 자신이 기거하는 암자 주소를 적어주고는 꾸벅 인사했다.
“물 잘 마셨습니다.”
유유히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시주승의 뒷모습을, 그녀는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보았다.
‘암자가 경주에서 가까운 영천에 있네.’
복이 엄마 김옥련 씨는 암자 주소를 한 번 들여다본 후에 몇 번 접어서 고쟁이 주머니에다 잘 쑤셔 넣었다.
온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을 때 복이 엄마는 삿갓 쓴 시주승에게서 들은 얘기를 꺼냈다.
개다리소반 독상을 받아 저녁밥을 먹던 복이 아버지 김원탁 씨, 그가 벌컥 화를 냈다.
“근본도 없는 땡중 말을 우째 믿고 정해진 이사를 안 가노? 그건 다 미신인기라, 미신.”
“아부지, 우리 이사 가지 맙시더. 엄마 말씀을 듣고 보이 기분이 영 안 좋습니더.”
큰딸 유경이의 말에 더 무섭게 화를 내는 김원탁 씨.
“어허이, 시끄럽다 고마. 아~들은 어른들이 결정해놓은 일에 나서는 거 아이다. 돈지 아재가 공짜로 들어와서 살아라고 하는데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식구 많은 우리는 힘들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사 준비 잘하고, 다시는 그 땡중 말은 입에 담지 말그라. 으이?”
“예에, 알았니더.”
맥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유경이 대답했다.
복이까지 보태어 7명 대가족은 결국 대주의 뜻대로 정해진 날짜에 돈지 아재 집으로 이사했고, 그러고 바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매년 마을에서 마을의 안녕을 빌며 동제를 지내는데, 동제 지내고 난 동제 떡을 한 조각 먹은 후 바로 유경이에게 귀신이 붙었다.
회까닥 눈동자가 뒤집혀 제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패악을 부리며 살기등등해서는 낫을 들고 온 집안을 싸돌아다닌 거였다.
“험한 일을 피하라고 미리 일러 주었는데 지지리도 조상의 말을 안 듣는 이놈의 집구석,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말끼다.”
김원탁 씨는 큰딸 유경이가 낫을 들고 설치는 통에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찰 출신, 어느새 냉정해진 그는 자기 딸을 새끼줄로 꽁꽁 묶어놓았다.
그리고는 급히 흰쌀밥과 삼색나물과 막걸리를 준비하게 하더니 대문 앞에 상을 차려놓고 조상들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이윽고 효험이 나타났는지, 유경이가 조용히 잠이 들었다.
그에 힘을 얻은 김원탁 씨는 어디서 귀신 쫓아내는 비방을 듣고 와서는 당장 시행했다. 먹을 진하게 갈아 붓에 적시고는 큰딸 발바닥에다 임금 왕(王)을 썼는데, 한잠 잘 자고 일어난 유경이는 귀신 들려 했던 행동들은 싹 잊어버리고 자신의 팔과 발바닥에 쓰인 한자를 보고 신기해하였다.
“아부지, 이게 뭔기요? 뭔 일 있었능기요?”
아버지는 아무 일 없었다고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재앙이 끝난 게 아니었다. 이사하고 일주일 만에 막내딸 복이가 열이 펄펄 끓고 아픈 거였다. 복이 엄마 김옥련 씨는 친지 잔치에 들어갈 소품 준비를 위해 앉은뱅이 재봉틀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새색시가 입을 옷이랑 신혼 이불 만드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도대체 복이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이는 일주일 내내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그저 끙끙 앓기만 했다. 워낙에 온순한 성격이라 칭얼대지도 않았다.
윗마을에 사는 개동 아지매가 밤마실을 왔다. 잔치 준비는 잘 돼 가는가 묻던 아지매는 가만히 누워있는 복이에게 눈을 주었다.
“아이구, 복이 얼굴은 언제 봐도 달덩이 같네. 이 집은 불이 없어도 야 때문에 대낮같이 훤하데이. 참말로 온순하데이. 어디 한 번 안아보자.”
개동 아지매는 복이를 번쩍 들어 올렸고, 순간 그네의 낯빛이 어둡게 변했다.
“아이쿠, 야아가 와이라노? 여 쫌 보거래이. 아무래도 이 아~가 쪼매 이상하데이.”
열심히 재봉틀을 돌리던 복이 엄마는 깜짝 놀랐다.
“형님, 잘 노는 아 ~가 뭐가 이상하다꼬 그라능기요?”
“아이다. 참말로 이상하데이! 자네, 야 왼쪽 다리를 좀 보게. 기운이 하나도 없이 축 늘어졌다 아이가. 야가 언제부터 이랬드노?”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복이 엄마 김옥련 씨는 일손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 복이를 자세히 살피는데, 일순 그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이구, 이 일로 우짜꼬! 내가 잔치에 쓸 옷들 맹그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한테 신경을 잘 못썼더이, 한 일주일 야가 열이 마이 나면서 끙끙 앓았는데, 워낙 순한 아~라 별시럽게 크게 생각 안 하고 괜찮으끼다 하고 놔뒀더니, 우리 야아가 고마, 다리 빙신이 되고 말았네요. 형님, 이 일을 우짜면 좋겠능기요?”
“아이고, 자네가 지금 그 옷감 잡고 있을 땐가?”
개동 아지매는 정색을 하고 나무랐다.
“퍼뜩 아~를 데리고 가찔 현숙이 엄마한테 가 보거래이. 현숙 엄마는 병원에서 오래 간호원 생활을 했다카이, 고마마, 아~를 보기만 하믄 뭐든 알아낼 거 아이가. 침도 잘 놓는다 카데.”
김옥련 씨는 붙잡고 있던 일감을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곧장 복이를 번쩍 들어 업었다. 눈앞이 하얘져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지만, 그래도 허둥지둥하면서도 가찔 동네 쪽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부티 나고 인상 좋은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쓴 현숙이 엄마가 복이를 세밀히 살폈다.
“오마나, 이 얼라한테 소아마비가 왔나 봅니다.”
“소아마비가 뭔기요?”
“요즘 전국적으로 퍼지는 유행성 감기 비슷한 병, 그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한 번만 싸악 훑고 지나가면 아~들이 전부 몸이 절딴 난다고 하더군요.”
“아이고, 현숙이 엄마요, 제발 우리 아~, 빙신 안 되구로 잘 쫌 고쳐주소.”
“일단 제가 침을 좀 놓아드릴 테니 내일부터는 큰 병원으로 찾아가보세요.”
현숙이 엄마가 부랴부랴 침통을 꺼냈다. 작은 몸 여기저기에 침이 꽂히자, 복이는 아이고 내 죽는다며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그다음 날부터 복이를 업고 용하다는 의원과 병원은 다 찾아다닌 김옥련 씨,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복이의 다리를 고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그 스님이 생각났는데, 스님이 주고 간 암자 주소가 적힌 쪽지를 찾으려고 온 집안을 이 잡듯이 뒤져봤으나 결국 그 쪽지를 찾지 못했다. 그 후로, 복이 엄마는 화나는 일만 생기면 남편을 원망했다.
“안 된다고 그렇게 말려도 이사를 고집하더니 결국 어린 딸 신세를 아비가 망쳤니더.”
아내가 그럴 때마다 김원탁 씨도 덩달아 화를 냈다.
“머시라? 지 팔자 사나워 빙신이 되었재, 그게 와 내 탓이고?”
겉으론 그렇게 화를 벌컥벌컥 냈지만, 하지만 원탁 씨 역시 속이 편치 않았다. 이사를 하자마자 큰딸이 귀신이 들려서 고생했고, 막내딸 복이는 소아마비에 걸려 버렸으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죄책감에 괴로웠다. 모든 게 무능한 자신의 탓만 같아 복이를 볼 때마다 속마음과는 달리 화가 났다.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하고 한 번도 다정하게 웃어주지 않았다.
1964년, 원탁 씨 가족은 한 많은 돈지 아재 집을 떠났다. 텃밭 딸린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을 그 당시 화폐로 15,000원에 매입하여 윗마을로 이사한 것인데, 여기서 막내아들 형우가 태어났다. 양순이네 바로 앞집이었다.
원탁 씨 가족 중 다섯 식구는 다 일을 나갔다. 아직 아기인 형우는 큰딸 유경이가 등에 업고 재 너머 저수지 만드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젖 먹이러 갔고, 텅 빈 집안에는 왼쪽 다리를 못 쓰는 다섯 살 복이 혼자 방안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화들짝 방문을 열어놓은 채 햇살 좋은 봄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렁이는 어린 주인을 쳐다보면서 행여 먹을 것이라도 줄까 바라며 굵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는데, 때마침 사립문 밖에서 앞집 양순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아, 복이 집에 있나?”
“예에, 저 여기 있니더.”
‘복’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복이는 자기 이름을 몹시 싫어했다.
‘복’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유래는 이랬다. 복이 어머니가 복이를 임신했을 때 태몽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허연 긴 머리와 긴 수염에 흰 도포를 입고 구불구불한 멋진 지팡이를 짚은 산신령이 나타나 천둥같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그랬다.
“이 아이는 하늘의 보호를 받는 아이로서 천복을 누릴 아이니 그 이름을 ‘복’이라 부르라.”
그래서 복이 어머니는 호적에 막내딸의 이름을 ‘복’이라 올릴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너무 촌스러운 것 같아 호적에는 ‘경’자 항렬을 따라 ‘복경’이라 올렸다.
나중 일이지만 복이는 자라면서 자신의 이름이 촌스러움의 극치라며 틈만 나면 세련되고 예쁜 이름으로 개명해 달라고 졸라댔는데, 기어이 단식투쟁까지 하여 세련된 이름으로 개명하기에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아무도 복이나 복경으로 부르지 않는다. 아니면 그녀의 이름이 복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잊어버렸다.
양순 아버지는 복이 목소리가 들리는 안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놓았다. 산에서 나무를 한 짐 해온 양순 아버지의 손에는 송이가 오져서 탐스러운 참꽃(진달래) 한 다발이 들려 있었고, 참꽃을 본 복이의 얼굴도 보름달처럼 환해졌다.
“와아, 참꽃이다!”
“그래, 참꽃이다. 진종일 방안에 혼자 있는 복이 너 줄라꼬 내가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참꽃 꺾어 왔데이. 우떻노? 예뿌재?”
“우와아, 참말로 예뿌네요. 양순 아부지, 고맙심니더.”
양순 아버지가 안방 문지방에 앉아 있는 복이의 손에 참꽃 한 다발을 꼭 쥐어주었다.
“복아, 니는 참꽃이 그리 좋나?”
“예에. 지는요 참꽃만 좋아하는 기 아이고 꽃이라카믄 모든 꽃이 다 좋니더.”
“그렇나? 복이 니 마음이 꽃처럼 곱고 예뻐서 그런 기다. 가만 있거라 보자. 그걸 그냥 두면 금세 시들어버릴 낀데 느그 아부지 마시고 난 빈 술병이라도 어데 있는가 함 찾아보자.”
집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양순 아버지는 진초록 큰 소주병 하나를 찾아서 물을 팔 부쯤 채워 들고 왔다.
“복아, 그 꽃 일루 조바라. 내가 꽂아줄끄마.”
“예에.”
복이가 오진 참꽃 다발을 다시 양순 아버지에게 내밀자, 양순 아버지는 참꽃을 보기 좋게 소주병에 꽂아 방 한구석에 두었다. 그리곤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노? 참말로 보기 좋재?”
“예에. 참말로 보기 좋니더.”
양순 아버지와 복이는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양순 아버지는 사실 늘 집에만 있는 복이가 너무 짠했다. 그래서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여기저기 지천으로 핀 수많은 참꽃을 보자 복이 생각이 났고, 그중에서 가장 송이가 오져 보이는 참꽃을 골라 한 다발 꺾어다 준 것이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복이는 온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하고 좋아했다. 그랬다, 양순 아버지는 복이의 그런 모습에 더욱 마음이 짠해졌다.
“복아, 이리 나와 봐라. 오늘부터는 내캉 열심히 걸음마 연습하자. 너처럼 참한 아~가 펭생 방안에서만 생활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기라. 빨리 걸음마 연습해서 학교도 가고 이다음 예뿐 아가씨로 자라서 좋은데 시집도 가서 행복하게 자알 살아야지.”
양순 아버지는 두 팔을 넓게 벌려 복이를 품에 안고 마당 한 켠 작은 평상에 앉혀놓았다. 그리곤 사립문 입구 우측에 있는 머리방 기둥에 대못을 박았다. 그리고 긴 새끼줄을 대못에 하나 묶고 그 기둥과 마주 보고 서 있는 대문 입구 석류나무에 나머지 새끼줄을 묶었다. 새끼줄 높이는 복이가 섰을 때 허리까지 닿았다.
“자, 내가 하는 거 잘 봐라. 이 새끼줄을 요래 잡고 혼자 걸을 수 있을 때꺼정 여기를 왔다갔다 반복하는기라. 물론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꼬. 처음에는 마이 힘들끼지만,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으이? 자, 이제 함 시작해보자. 으이?”
양순 아버지는 복이를 안아다가 새끼줄 옆에 내려놓고는 말을 길게 했다.
“태산이 제아무리 높다 캐도 사람이 날마다 포기하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르면 결국엔 오르는기라. 복이 니도 오늘부터는 밥 묵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여기서 새끼줄을 잡고 부지런히 걸음마 연습을 해래이. 니가 연습을 얼매나 열심히 하는가에 따라서 니가 니 힘으로 빨리 걸을 수 있는 기다. 절대로 게으름 피우몬 안 된다. 으이?”
“예에.”
“내가 집에 가서 점심밥 한술 묵고 올 테니 니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거래이. 오늘부터 니는 내 제자고 나는 너의 걸음마 연습 선생이다. 알것재?”
“예에.”
“그라모 혼자서 열심히 걸음마 연습하고 있거래이. 내 퍼뜩 밥 묵고 또 오꾸마.”
제자의 머릴 쓰다듬어주고야 사립문을 빠져나간 양순 아버지.
양순이 아버지는 복이네와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앞집에 살고 있었다. 이 도랑은 평소에는 물이 말랐지만, 비라도 오면 뒷산 줄기로부터 제법 많은 물이 흘러 내려와 빨래도 하고 머리도 감을 수 있었다. 비 온 뒤에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이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참으로 매끄럽고 윤기가 났다. 복이는 줄곧 그런 생각을 했다.
‘자꾸만, 자꾸만 비가 와서 이렇게 좋은 물에 머리를 자주 감으면 참 좋겠다’
양순이네가 복이네보다 집도 크고 마당도 세 배나 더 넓었다. 복이네 사립문 왼쪽에는 동네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가천댁 우물이 있었는데, 우물이 깊고 물맛이 좋았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결코 마르는 일이 없는 우물이었다. 복이 아버지는 여름이면 이 우물물을 퍼서 커다란 사기 국 대접에 찬밥을 말아먹었다. 밭에서 금방 딴 풋고추 몇 개만 있으면 된장에 찍어 점심을 맛있게 해결하곤 했다.
복이에게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혼자 새끼줄을 잡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끊임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오뚝이처럼 걸음마 연습하는 한편으로 꿈이라는 것을 설계해본 거였다. 이다음에 예쁜 아가씨로 성장해서 좋은데 시집가는 것은 너무 먼 미래 일이라 아직 머릿속에 아무런 형상도 그려지지 않았으나, 여덟 살만 되면 가찔이라는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 갈 수 있다는 그러한 희망이 생겼고, 그래서 더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했다.
책 보따리를 등에 메고 열심히 학교에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는, 그런 상상만 해도 복이는 그저 즐겁고 행복했다.
양순이 아버지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복이를 찾아왔다. 그는 늘 온화한 표정에 목소리는 조용조용한 선비형의 사람이었다.
복이는 앞집에 사는 양순 아버지가 한 번도 화를 내거나 가족을 향해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래서 양순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복아, 걸음마 연습 열심히 하고 있었더나?”
“예에. 쉬지 않고 했니더.”
“그래? 니 참말로 착하데이. 니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이 머잖아 니 힘으로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데이.”
양순이 아버지 말이 마치 등불 같아서, 복이는 환하게 웃었다. 복이가 웃는 모습은 보름달같이 환하고 참 예뻤다. 양순이 아버지는 복이가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복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나무 한 짐을 해서 지게 꼭대기에 발간 참꽃 한 다발을 꽂고, 복이 아버지 김원탁 씨가 마악 사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석류나무 밑에서 걸음마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복이와 양순 아버지를 발견한 그는 지게를 한쪽 구석에 세워놓고서 터벅터벅 걸어와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이보게 자네, 공연히 얘한테 씰데없는 희망일랑 심어주지 말게. 야는 병신이라 앞으로 사람노릇 하기는 글렀는기라. 내 보기에는 이래서는 뭐가 되지도 않을 것 같네.”
“예끼, 이사람아! 자네는 어린 복이보다 못한 사람이구먼. 복이는 희망을 갖고 이래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자네는 애비되는 자가, 자라는 애 앞에서 그따위 부정적인 소리나 하면 쓰겠는가. 얘를 펭생 방안에서만 썩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쨌든 넓은 세상 구경도 하게 해 줘야지. 그게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네.”
양순 아버지가 점잖게 나무라는 투로 말하자, 복이 아버지는 언짢은 얼굴을 풀지 않은 채 툴툴거렸다.
“설사 복이가 일어나 걸을 수 있다고 치세. 병신이 세상 구경을 하고 돌아댕기믄 가는 곳마다 병신이라고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이 놀림이나 당하지.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자네는 이런 씰데 없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가? 가만히 집구석에 처박혀서 주는 밥이나 처먹고 있으몬 그나마 집안 망신은 안 시키재.”
“허허, 이 사람 참말로 몹쓸 사람이데이. 어찌 애비된 자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단 말이고? 내 자네 심정을 모리는 바 아이나, 자네 그러는 거 아닐세. 이 일을 자네가 방해해서 복이가 펭생 방안에서만 살게 되면 그때 자네는 이 아이로부터 펭생 원망을 듣게 되네. 자네가 최선을 다한 후에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보지도 않고 초장에 이 아이 기를 꺾어버린다면 그것은 안 되는 말이네. 요컨대 죄를 짓는 일이네. 자네가 뭐라꼬 하든 나는 복이가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날마다 훈련시키겠네.”
양순이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하며 탄식했다.
“자네 뜻이 정 그렇다면 내사 말리지는 못하겠다만, 내 보기에는 자네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며 공연한 짓을 하고 있는 거 같네. 치우고 막걸리나 한 사발 마시러 가세.”
“나는 낮술은 안 하네. 아직 할 일도 많고. 이따 저녁에 마시는 거라면 또 몰라도.”
“에이 사람 고집은. 그럼 나 혼자 주막에 가서 한 사발 마시고 오겠네. 자넨 우리 복이한테만 매달리지 말고 자네 일이나 하게.”
“자네는 신경 쓰지 말게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양순이 아버지는 복이 아버지의 태도에 매우 기분이 언짢았지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복이 걸음마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복이도 마찬가지였다. 힘들기 짝이 없는 훈련이어서 턱턱 주저앉기 일쑤였으나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번번이 복이를 일으켜 세우는 건 희망이었다. 훈련만 하면 걸을 수 있다는 희망.
“일어나, 넌 걸을 수 있다!”
“예, 걸을 깁니더.”
“복아, 힘내!”
“예, 힘, 힘을 낼랍니더.”
동네 사람들이 양순이 아버지를 손가락질하였다. 공연히 남의 딸을 가지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뒤에서 구시렁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가족들이 다 포기한 아이를 피도 살도 안 섞인 남이 뭐가 아쉬워서 날마다 아까운 시간들이냐고, 대놓고 말리기 아니면 뒤에서 쑤군댔다.
그래도 양순이 아버지는 왼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복이에게 걸음마 훈련을 시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양순이네 농기구나 멍석을 보관하는 창고에 새끼줄을 묶어놓고 걸음마 훈련을 시켰다. 어린 복이는 그 창고를 보고 대번에 알았다. 양순이 아버지가 얼마나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알았다.
농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흙을 깨끗이 씻어 말려서 보관하고 멍석과 짚으로 엮은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자리나 대소쿠리 같은 것도 참으로 가지런하게 정돈을 잘해두었다.
일본 유학파 출신에 공부만 하다가 늦게 농사일에 뛰어든 책상물림 아버지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랬다, 복이 아버지는 농사일이 서툴렀고 정리 정돈에도 서툴렀다.
넓고 깨끗한 양순이 집 누런 황토 마당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정말 보기 좋았다. 마당을 그렇게 멋지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눈썰미 좋은 양순 아버지의 특별한 솜씨 같았다. 재래식 화장실조차도 다른 집보다 더 크고 안정적이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잘 만들어 둔 것 같았다.
어린 복이는 자신에게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아버지보다 늘 자상하고 친절하고 점잖은 양순이 아버지가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아버질 바꾸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내가 양순이 아버지 딸이면 좋겠다.’
그리만 된다면 훨씬 더 많이 행복할 것 같았다.
양순이 아버지는 언제나 복이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일쑤 자존감을 세워주어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그리고 복이 스스로 꿈과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그러나 복이 아버지는 정반대였다. 복이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밟아버리기, 꿈과 희망 꺾어버리기, 그것도 모자라서 딸의 장애를 부끄러워했다. 단 한 번 다정하게 말해주거나 웃어준 적이 없었다. 늘 화난 얼굴이었다.
아버지만 보면 공연히 심장이 콩콩 뛰는 복이는,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오그라들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우리 아부지는 확실히 친아부지가 아닌갑다. 친아부지라면 나를 이렇게 대할 수는 없다 아이가.’
아닌 게 아니라, 김원탁 씨는 툭하면 복이를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내뱉곤 했다.
‘울 아부진 어딘가에서 잘 살고 계실 거야.’
복이는 멋지고 다정한 친부모님이 잃어버린 딸을 찾느라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그것이 사실일 거라고 단정 짓게 되었다.
‘하루빨리 걸음마에 성공해야지. 양순 아부지처럼 멋진 친아부지를 찾아 나서야지. 그래야지.’
그렇게 아무도 몰래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복이는 가족들의 무관심과 냉대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견뎠다. 양순이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복이에게 걸음마 지도를 했고, 복이도 양순이 아버지만 믿으며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자, 복이는 자신의 왼쪽 다리에 조금씩 힘이 생기는 걸 느꼈고, 그것은 확실했다.
양순이 아버지가 산에 나무하러 간 사이 혼자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하던 복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왼쪽 다리에 기운이 조금씩 가해지면서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이는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야호’ 소리를 질렀다.
“우와, 내가 내 힘으로 걸었데이. 정말 걸었데이. 하나님, 부처님, 잘 보셨능기요? 분명히 제힘으로 걸었습니데이. 하나님, 부처님, 양순 아부지, 고맙습니데이. 참말로 고맙습니데이.”
연거푸 인사를 했다. 보이지 않는 대상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이제 이대로 조금만 더 연습하면 자기 마음속에 꿈꾸고 있던 여러 가지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이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했다.
양순이 아버지가 나무를 해서 집에다 놓고 복이가 연습을 잘하고 있나 보러 왔다.
“양순 아부지, 성공, 대성공입니더. 보이소. 이제 저 혼자서도 잘 걸을 수 있니더.”
복이가 너무 기뻐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덩달아 눈자위가 벌게진 양순 아버지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어디, 어디, 내 보는 앞에서 함 걸어봐라. 진짠가 확인 좀 해보재이.”
양순 아버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복이는 새끼줄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 두 발 걸었다. 그런 복이를 보고 있던 양순이 아버지는 너무 좋은 나머지 복이를 번쩍 안아 올렸고, 그리고 감개무량한 얼굴로 복이의 해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성공했구나. 됐다, 됐어. 그동안 우리 복이 고생 참 마이 했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연습해서 멫 년 후에는 꼭 학교에 들어가거라. 그러면 니가 모르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으이?”
“예에. 그런데 양순 아부지!”
“와아?”
양순 아버지는 다정한 눈길로 복이의 초롱초롱 맑고 빛나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우리 아부지도 포기하신 일을 끝꺼정 해주셔서 참말로 고맙습니데이. 양순 아부지의 은혜는 절대로 안 잊어버릴낍니더.”
“허허. 어린 니가 어른들보다 낫데이. 참말로 철든 소리를 다 하네. 그래, 그런 마음으로 살면 니는 반드시 남다른 인생을 살 끼고 마침내 성공할 끼다. 여자라서 안 된다, 불구자라서 안 된다,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몬 나라에도 개인에게도 우리 복이에게도 발전이 없는기라. 우리 예뿐 복이는 미래만 보고 열심히 살아라. 으이?”
“예에.”
“아이구, 생각할수록 장하고 기특하데이. 이제는 선생 없어도 니 혼자 충분히 연습할 수 있재?”
“예에.”
“그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거나 기죽지 말고 열심히 살고 용감하게 살아라. 으이? 그러면 니 앞날이 밝을 끼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자알 알아 들었재?”
“예에.”
복이는 양순이 아버지 품에 안긴 채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한 번도 이렇게 다정하게 복이를 안아준 적이 없었다. 복이의 기억엔 아버지가 늘 화만 냈던 것 같다. 하지만 복이는 이제 희망에 부풀었다. 친아버지만 찾으면 그동안 속상했던 것, 많이 받지 못했던 사랑, 그런 걸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뻐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저녁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모두 복이가 걷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복이 어머니는 감격해서 울었다.
“아이구, 우리도 돌보지 못한 아~를 이렇게 걷게 만들어주시다니 우전양반은 참말로 고마우신 분이다. 복아, 그 은혜 잊지 마라.”
“응, 엄마.”
“흥, 병신이 걷는다 해서 상황이 뭐가 달라지나? 그 양반이 공연히 어린 아~ 마음에 헛바람을 집어넣은 게지.”
아버지는 영 못마땅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고, 엄마는 ‘아~ 듣는 앞에서’ 너무 그러지 마시라며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머시라? 내 말이 틀리나? 병신은 병신이지. 걷는다캐서 병신 팔자가 뭐가 달라지겠노 이 말이다.”
아버지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고, 엄마도 볼멘소리를 했다.
“복이 야가 이래 된 게 다 누 때문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기요?”
“와? 또 내 때문이라는 말 하고 싶어서 그러나?”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꼬 그때 그 스님이 돈지 댁으로 이사 가면 삼살방이라 아~가 죽거나 바보가 되거나 병신이 된다꼬 우리 보고 이사 가지 말라꼬 얼매나 말렸는데, 당신이 한사코 우겨서 이사했던 거 아닌기요? 멀쩡하고 건강하고 온순하던 야가 일주일 만에 이래 안 됐능기요?”
“그게 우째 내 탓이고? 지 팔자 사나울라카이 그래 된 기재.”
복이 아버지가 마구 툴툴거렸다.
이러다 또 큰 싸움으로 번지겠다고 걱정한 큰딸 유경이가 밥상 밑으로 가만히 엄마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엄마는 꿀꺽 울분을 삼켰다. 할 말이 태산 같았으나 단지 싸움 나는 게 두려워 참는 눈치였다.
‘엊저녁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바지 주머니에 잔돈 200원을 분명히 넣어두었는데, 돈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복이 아버지는 급한 걸음으로 복이 어머니를 찾는다.
“내 바지 주머니에서 돈 200원이 없어졌는데, 혹시 아나?”
“유경이 족쳐 보소. 우리 집에 가 말고 누가 그런 짓 하겠능교?”
복이 아버지가 묻고 복이 어머니가 대답했다.
복이 아버지는 복이 어머니 말을 듣고 우선 호리낭창한 싸리 회초리부터 준비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딸 유경이가 마침 책 보따리를 허리에 두르고 명랑하게 사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니 내 쫌 따라와 봐라.”
유경이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아버지 손에 들린 싸리나무 회초리와 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겁도 났지만, 화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버지를 쭈뼛쭈뼛 뒤따라갔다. 아버지는 논둑 높이가 신작로에서 보면 10미터가 넘고 호두나무가 있는 논둑 쪽에서 보면 2미터쯤 되는 언덕 아래 요오댁 논으로 유경이를 데리고 갔다.
“유경아, 아부지 전직 직업이 형사다. 아부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돈 200원이 감쪽같이 없어졌는데, 니가 가져갔재?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를 할 것이고, 끝까지 거짓말하면 발가벗겨 놓고 실토할 때까지 때릴 테니 바른대로 말해봐라. 니가 아부지 돈에 손댔재?”
“아부지 바지 주머니에 돈 있는 사실을 지가 우째 아능기요? 전직 형사가 생사람을 이래 잡아도 되능기요? 밖에 있는 큰 도둑들은 안 잡고 만만한 내만 가지고 이래도 되능기요? 아부지라 카는 사람이?”
유경이는 원래 반항아 기질이 강하고 불의를 보고는 못 참는 다혈질이었다. 큰딸의 말에 아버지 눈이 위로 치켜졌다.
“버르장머리없구로! 당장 꿇어 앉거래이! 그럼 아까 무슨 돈으로 꽈자를 사먹었노? 니가 아침에 학교 앞에서 꽈자 먹는 거 봤다는 증인도 여러 명 확보해 놨데이.”
“그것은 가찔 현숙이 엄마 아들 상곤이가 한 개 조서 먹었니더. 상곤이한테 가서 물어 보이소.”
“대그빠리 피도 안 마른 것이 벌써부터 거짓말만 살살 하고 안 되겠데이. 오늘 아부지한테 좀 맞자. 무릎 꿇고 앉거라.”
큰딸이 가을 추수 끝난 차가운 겨울 논바닥에 무릎을 꿇자마자, 아버지는 싸리 회초리를 들었다. 그리고 어린 딸의 여린 허벅지를 때렸다. 아팠다, 딸은 아프고 분하고 억울했다.
아버지 김원탁 씨는 전직 형사답게 집요하고 끈질겼다. 추운 겨울 논바닥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큰딸 유경이를 상대로 2시간이나 심문했다.
춥고 아프고 억울하고 분해서 유경이는 벌러덩 겨울 논바닥에 드러누워 항거했다. 불의에 맞섰다.
“아부지, 지가 그래 미우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때려 죽이삐리소. 어린 딸에게 도둑 누명이나 씌우고 고생이나 시킬라꼬, 그래서 내를 낳았능기요? 내가 안 가져간 돈을 아부지가 때린다고 거짓 실토 하라꼬요? 죽어도 몬합니더. 지도 이 더러븐 세상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까 퍼뜩 죽여 죽이소.”
큰딸 유경이는 똑똑하고 반항아 기질이 강했다. 워낙 강하게 나오자 이윽고 김원탁 씨가 추궁을 포기했고, 그리고 부엌에서 저녁밥 준비하는 아내에게 항복 선언을 했다.
“아무리 때리고 얼르고 추궁해도 유경이는 범인이 아인 것 같다. 2시간이나 추궁해도 지가 안 가져갔다고 하더라.”
“그라모, 가가 지가 가져갔다고 실토할 아~ 인교? 끝까지 추궁해 보이소.”
“증거를 잡자.”
원탁 씨는 가찔에 있는 상곤이를 만나러 갔다.
“니 오늘 아침에 참말로 유경이에게 꽈자를 줬나?”
“예, 맞심더. 줬심더.”
상곤이의 대답 한마디로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유경이는 도둑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이 일이 어린 유경이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는데, 하지만 그 누구의 관심도 없이 차차로 잊혀갔다.
마침내 복이가 걸음마에 성공했을 때 가족 중에서 가장 좋아해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던 유경. 평소에 복이를 유난히 예뻐해주던 큰 언니 유경이가 고향을 떠나 머나먼 서울로 갔다.
똥구녕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에 입이라도 하나 덜어보자며, 가난이 지긋지긋한 복이 엄마가 부자 친척에게 가서 흰 쌀밥이라도 원 없이 배 터지게 얻어먹고 살라며 큰딸을 서울 고모네 애 보기로 보낸 것이다.
원래 세 딸 중에 얼굴도 가장 예쁘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팔방미인이던 유경이는 문장력도 탁월했다.
유경이는 외롭고 힘든 서울살이를 고스란히 편지에 담아서 엄마에게 보냈고, 엄마는 온종일 힘든 일 끝내고 와서 큰딸 유경이가 보낸 눈물 젖은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엄마는 편지지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눈물을 쏟아내며 울었다. 그렇게 큰딸이 보낸 편지를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유경이는 그 당시 신곡으로 등장한 이 노래를 편지에 적어 보냈는데, 복이 엄마는 이 노래를 눈물을 흘리며 부르고 부르고 또 불렀다. 복이도 그랬다. 슬픔이 뭔지 그 뜻도 잘 모르면서, 복이는 엄마가 부르는 그 구슬픈 노래를 들으며 이불 속에서 숨죽여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예쁘고 상냥하고 친절하던 큰언니가 그리울 때면 복이는 늘 엄마가 울며불며 부르던 그 노래를 부르곤 했다.
서울로 간 유경이 언니는 자주 편지를 보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울 때면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그림의 예쁜 카드를 동생들에게 한 장씩 공평하게 보내주었다.
볼거리, 들을거리, 읽을거리가 없는 시골구석에서 큰 언니가 보내준 편지나 카드는 정말 기다려지는 행복한 선물이었다. 언니들이 다 집에 있어서 편지나 카드를 전혀 받지 못한 복이 친구들이 그 당시 복이를 어느 정도 부러워했는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복이 큰언니 유경이는 서울 고모님 댁 아기가 다 먹고 난 분유 빈 깡통이나 하얀 플라스틱 분유 숟가락, 예쁜 스카프 등도 보내주었다.
큰언니가 보내준 분유 빈 깡통은 복이 아버지 담배꽁초 모으는 통으로도 사용되었고 복이 막냇동생 구슬이나 딱지 모으는 통으로도 사용되었으며 복이 엄마는 그 통에다 미숫가루를 담아놓고 입이 심심할 때면 마른 미숫가루를 하얀 플라스틱 분유 숟가락으로 떠먹기도 했다.
복이는 큰언니가 보내준 그 귀한 빈 분유통으로 친구들과 양지쪽에 앉아 소꿉놀이 도구로 사용하거나 실핀을 모아두는 통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빈 분유통이 그 당시 시골에서는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복이 친구들은 복이가 갖고 있는 빈 분유통을 매우 부러워했다.
그해 겨울 아침이었다. 복이보다 두 살 어린 양순이가 산토끼를 잡아 끓인 맛있는 국을 한 그릇 가지고 양지쪽 담장 밑으로 복이를 불러냈다.
“복아, 이 국 함 무바라, 지인짜 맛있데이.”
양순이가 복이에게 산토끼 국이 담긴 헌 스테인리스 국 대접을 내밀며 말했다.
“우와, 이게 웬 국이고?”
“울 아부지가 새벽에 산에 가서 산토끼를 잡아왔다 아이가.”
“그라모 산토끼로 국을 끓인기가?”
“하모. 지인짜 맛있데이. 함 무바라.”
양순이가 내민 산토끼 국에는 복이가 평소에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하얀 쌀밥까지 잔뜩 말아져 있었다. 복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금세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무, 대파, 마늘,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고 끓인 산토끼 국은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정말 꿀맛이었다.
“어떻노? 맛있재?”
“응. 참말로 꿀맛이데이. 내 평생에 요래 맛있는 국은 처음 묵어본데이. 양순아, 요래 맛있는 국을 조서 참말로 고맙데이.”
“고맙기는. 우리는 친구 아이가.”
양순의 말에 복이는 환하게 웃었다. 얼큰하고 시원한 산토끼 국을, 복이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맛나게 해치웠다.
“양순아, 잘 뭇데이.”
복이가 깨끗이 비운 빈 그릇을 양순에게 내밀며 말했다.
양순이가 빈 그릇을 받으며 슬금슬금 복이의 눈치를 살폈다. 복이는 뭔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물어봤다.
“와? 니 내한테 뭐 할 말 있나?”
“복아, 빈 분유 깡통 남은 거 혹시 없나?”
빈 분유 깡통은 복이 친구들이 소꿉놀이할 때 늘 눈독 들이며 한 개씩 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양순이도 그 분유 빈 깡통이 갖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꼬 울 아부지가 늘 그랬으니까네 내가 특별히 양순이 니한테만 빈 통 한 개 주께.”
“우와, 참말이재?”
“하모. 요기 기다리고 있어바라. 퍼뜩 가지고 나오께.”
복이가 분유 빈 깡통 한 개를 가지고 나와서 양순에게 건네자 양순이는 세상을 다 얻은 양 좋아했다.
사는 형편이 복이네보다 훨씬 좋은 양순이는 복이가 준 그 분유 빈 깡통에 건빵이나 왕눈깔 사탕을 담아 다니면서 아이들이 자기 마음에 들게 할 때 크게 선심 쓰듯 하나씩 꺼내주곤 했다.
다 살림살이가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평소엔 그런 색다른 군것질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양순이가 가진 군것질거리에 홀딱 넘어가서는 날마다 눈독을 들이며 양순에게 잘 보이고자 노력했다. 그것을 얻어먹으려고, 아이들은 눈물겹게 알랑방귀를 뀌어댔다.
그럴 때면 복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구, 더럽어라. 머잖아 내 친부모만 찾으면 저따위 건빵이나 왕눈깔 사탕은 그야말로 새 발에 피가 될 끼다.’
양순이가 가지고 으스대는 건빵이나 왕눈깔 사탕보다 더 값지고 우아한 선물을 복이는 친구들에게 자주 후하게 나눠 줄 것이라고 날마다 속으로 속으로 다지곤 했다.
복이는 남달리 의지가 강했다.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해서, 이제는 들이고 산이고 가리지 않고 잘 걸어다녔다. 그런 복이를 보면서 동네 어른들은 ‘저게 다 우전양반 작품’이라며 한마디씩 했다. 그 소리 들으면서도 복이 아버지는 속이 편치 않았다.
복이 나이 일곱 살. 복이는 처음 걸음마 연습을 할 때부터 마음먹었던 일을 이제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복이처럼, 나름대로 자기 집에 불만이 많은 꼬마가 몇 명 있었다. 한두 살 어린 귀숙이, 양순이, 석바우, 그렇게 세 명과 함께 복이는 계획을 짰다.
아이들은‘친부모를 만나기만 하면 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아침 일찍 길을 나서자고 약속했다.
거사를 앞두고 아이들은 모두 결의에 찬 표정으로 두 눈을 빛내며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만장일치로 결정된 일이니,”
“만장일치가 머꼬?”
“모두 뜻이 같다 이 말이다.”
“우와아, 복이 니 참 똑똑하다. 만장일치라는 말은 한마음이라는 그 뜻이재?”
“그래, 맞데이, 내일 새벽 다섯 시에 모두 가천댁 우물 앞으로 모여라. 다들 시간 잘 지켜야 된다. 알았재?”
“응.”
아이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조무래기들은 드디어 친부모를 찾아 길 떠날 생각에 흥분되고 가슴이 설레었다. 영 잠이 오지 않았다.
꼬끼요!
새벽 네 시쯤 첫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 시간 후에 벽시계가 다섯 시를 알리자, 복이는 제일 먼저 가천댁 우물가로 갔다.
아직 새벽이라 사위는 희붐한데, 아침밥을 준비하려는 아낙네들이 물을 길으러 하나둘씩 우물가로 모여들었다.
“아이구, 복이가 웬 일고? 니는 회사에도 안 가고 밥도 안 하면서 더 자지 뭐할라꼬 이래 일찍 일어나서 우물가에 나와 있노?”
양순 어머니였다. 슬하에 3남 2녀를 낳고 몸도 빼빼 마르고 얼굴도 쭈글쭈글해서 남편보다 한 십 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양순이 어머니였다. 그녀가 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 올리다가 말한 거였다.
“학교 구경 갈라꼬요.”
복이는 엉겁결에 그렇게 대답했다.
“내년이면 핵교 갈 텐데 니는 핵교가 그래 가고 싶나?”
“예에.”
“그래도 우리 양순 아부지 덕에 니가 이래 잘 걸어댕기니 내사마 을매나 좋은지 모리것다.”
그녀는 쭈글쭈글한 얼굴이 환하게 펴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양순 아부지가 좋은 일 해서 틀림없이 복 마이 받을낍니더.”
“우리야 괜찮다만 복이 니가 복을 마이 받아야재. 이름도 복이고 생긴 것도 복스럽게 생겼고, 그라이 복이 니는 마, 복 마이 받을끼다.”
그 말에 벌써 많은 복을 받은 것 같아 복이는 기분이 좋았다.
양순이 어머니가 물동이를 이고 집으로 들어간 후 귀숙이, 양순이, 석바우가 우물가로 나왔다. 서로들 비밀스러운 눈빛을 교환한 후 얼른 그 자리를 떴다.
동구 밖에 있는 동숙이네 논 옆을 지나는데, 복이 아버지가 동숙이네 논에서 엎드려 새벽부터 피를 뽑고 있었다.
자박자박 도란도란 아이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복이 아버지가 논에서 일어나 허리를 쭈욱 펴며 말했다.
“느그들 새벽부터 우~ 몰려서 어데 가노?”
“학교 구경 가요.”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기운도 남아도는갑다. 그 먼 데까지 하릴없이 뭐할라꼬 가노? 쪼매 있으몬 날도 더워질 낀데 갔다가 날 덥기 전에 퍼뜩 돌아오너래이.”
“예에.”
아이들, 합창하듯 대답하자, 다시 허리를 굽혀 피를 뽑기 시작하는 복이 아버지.
학교가 있는 가찔에 도착하자 학교 앞에는 제법 큰 구멍가게가 세 개나 있었다. 아이들의 동네에는 조그마한 구멍가게 하나밖에 없어서 모두 눈이 둥그레졌다.
미닫이 유리문으로 된 가게 안에 울긋불긋 각종 사탕과 과자가 즐비하게 쌓여 있어서 아이들은 군침을 흘렸다.
“우와, 사탕도 많고 꽈자도 억수로 많데이. 저 왕눈깔 사탕 하나만 먹어보면 소원이 없겠데이.”
양 볼이 사과처럼 발그레한 석바우가 가게 유리문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고, 그 말에 아이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나도 나도 했다.
“자꾸 쳐다보면 군침만 돌고 배고파지니까네, 퍼뜩 학교에나 들어가 보재이.”
복이 말에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와와와 함성을 지르며 한달음에 운동장으로 달려 들어갔다. 넓은 운동장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 같았다. 똑같이 감개무량한 얼굴로 기뻐 날뛰었다.
학교 안의 넓디넓은 화단에는 각종 나무와 초여름 꽃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해바라기, 다알리아, 마리골드, 봉숭아, 분꽃, 채송화 등등.
“야들아, 이거 뱀초(마리골드)아이가?”
노란색 주황색 마리골드 꽃이 예쁘게 무리 지어 핀 걸 보고 복이가 소리쳤다.
“맞다, 뱀초다. 우리 집 꽃밭에도 이 뱀초 꽃 피어 있다.”
귀숙이가 맞장구쳤다.
“귀숙아, 느그 집에 꽃 많나?”
“억수로 많다. 우리 큰 언니한테 말하면 쪼매 나눠줄 끼다. 필요하면 나중에 와서 우리 큰언니한테 꽃 좀 달라캐 봐라.”
복이 말에 귀숙이가 으스대며 대답했다.
“복아, 우리 집에도 꽃 많다. 나중에 내가 꽃 마이 줄끄마.”
양쪽 볼이 사과처럼 붉고 예쁜 석바우가 말했다.
“참말이가?”
“내가 언제는 거짓말하드나?”
복이의 거듭된 확인에 석바우가 새초롬하게 대답했다.
아이들은 새벽이슬을 맞아 싱그럽게 피어 있는 꽃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거리며 꽃구경을 하고 있었다.
“야들아! 느그들 거기서 뭐하고 있노?”
어디선가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일제히 목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학교에서 일하는 소사 아저씨였다.
소사 아저씨 손에는 청소도구가 들려 있었다. 소사 아저씨는 얼굴이 넙데데한 것이 한눈에 봐도 사람이 선해 보이고 잘 생겼다.
“아저씨, 안녕하신기요?”
인사성 밝은 복이가 먼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래. 너 참 인사성 밝구나. 느그들은 처음 보는 아~들인데 어데서 왔노?”
“우리 아부지가 가정 1리 이장입니더.”
복이는 대답 대신 묻지도 않는 말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소사 아저씨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 내 가정 1리 이장 잘 안다. 느그 아부지는 이 학교 교감 선생님하고도 친구 아이가. 그런데 야들아, 여기는 이래 일찍 뭐할라꼬 왔노?”
“학교 구경하러 왔니더.”
복이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래, 학교 구경 마이 했나?”
“예에.”
“느그들은 어린 아~들이 참 잠도 없다. 잠이나 더 잘 일이재 뭐할라꼬 이래 일찍 학교 구경을 오노? 학교 운동회하는 것도 아인데……, 쪼매 있으모 학생 아~들 마이 몰려온다. 인자 마, 학교 구경을 실컷 했으모 퍼뜩 가거래이.”
“예에.”
아이들이 동시에 합창하듯 대답했다. 소사 아저씨는 청소도구를 든 채 학교 모퉁이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앞모습만 선해 보이는 게 아니고 걸어가는 뒷모습도 선량하게 보였다.
“아이구, 큰일났다. 이러다가 우리 친부모도 못 만나고 하루해가 다 가겠데이.”
문득 정신이 번쩍 든 복이가 그리 말하자 모두 제정신이 돌아온 표정으로 복이를 쳐다봤다.
나머지 아이들이 대답했다.
“퍼뜩 가자.”
“그래, 퍼뜩 가자.”
교문을 벗어나자 귀숙이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복아, 나는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데이. 나는 배고픈 걸 도저히 못 참는데 친부모는 나중에 찾고 고마 집에 가서 밥이나 배터지게 묵을란다. 오늘은 느그들끼리 갔다 온나.”
그러자 석바우도 ‘나도’ 하면서 귀숙이를 따랐다.
“우와, 느그들 이래 나오면 배신이다 배신.”
“배신이 뭐꼬? 배 탈 때 신는 신발이가?”
석바우가 돌아보며 물었다.
“바보야. 배신은 배 탈 때 신는 신발이 아이고, 약속을 밥묵듯이 저버리는 나쁜 인간들한테 붙이는 말이다.”
약간 화가 난 복이가 말했다.
“그라모 우리가 나쁜 인간이가?”
귀숙이가 홱 돌아보며 화를 내며 물었다.
“머라꼬? 철석같이 약속해놓고 약속을 어기는 인간이 그라모 좋은 인간이가?”
“사람이 살다보모 사정에 따라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재. 우리는 배고파서 집에 밥 묵으러 간다 아이가.”
“느그들 배만 배란 말이가? 우리들 배는 배 아이가? 우리도 배고프지만 참고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아이가.”
복이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귀숙이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배신도 좋고 나쁜 인간이라캐도 좋데이. 우리는 집에 갈란다. 느그 둘은 친부모 만나서 맛난 음식 마이 얻어 묵고 오너래이. 가자, 석바우야.”
그러고 석바우 손을 잡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는 귀숙이.
뒤에 남은 복이는 화가 나서 씩씩대고 양순이는 황당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우와, 뭐 저런 아~들이 다 있노? 그쟈? 우리 아부지가 저런 아~들하고 큰일을 도모하면 큰일난다 캤다.”
“도모가 뭔데? 두부?”
“두부가 아이고, 기냥 믿을 수 없는 인간들하고는 뭔 일을 같이 하지 말라는 뜻 아이가. 양순이 느가부지는 그런 말도 안 갈케 주시더나?”
얼굴이 하얀 양순이가 방그레 웃었다.
복이는 양순이 얼굴을 걱정스레 들여다보았다.
“양순아, 니도 억수로 배 고프재?”
“어.”
“울 아부지가 펭소에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는기라. 고진감래라꼬, 고생 뒤에 즐거움이 온다는 뜻이라카데. 우리가 오늘 친부모를 찾는다꼬 쪼매 고생을 하면 친부모가 우리가 한 고생에 대해서 백배로 다 갚아주신다 아이가. 양순아, 니는 할 수 있재? 배 고픈 거 쪼매 참을 수 있재?”
복이가 어른스럽게 묻자 복이보다 두 살 어린 양순이는 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니는 착하고 참을성도 있어서 이다음에 크게 성공할 끼다. 이제 퍼뜩 우리 갈 길로 가보재이.”
복이는 어른스러운 결단을 내리고서 비틀비틀 앞장섰다.
교문을 벗어나자마자 양순이가 물었다.
“복아, 니는 우째 그래 유식하노?”
“우와, 유식이란 말 그거 어려운 말인데, 양순이 니가 내보다 더 유식하데이.”
두 아이는 서로 얼굴을 들여다보며 까르르 웃었다.
“양순아, 우리 아부지가 성질은 쪼매 더럽어도 마이 배운 사람 아이가. 마이 배운 사람들은 보통 말할 때도 유식한 표시가 줄줄 흐르는 기라. 만날 보고 듣는 게 그 유식인데 내가 우째 안 유식해질 수 있겠노? 아이구, 마이 배우면 또 뭐하노? 양순이 느그 아부지처럼 인간이 먼저 돼야재.”
“그럼 느그 아부지는 인간 아이고 개나 돼지가?”
양순이가 놀랍고 신기하고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간처럼 생겼다꼬 다 인간이 아이라꼬 우리 엄마가 만날 얘기한 기라. 인간다운 인간이 참 인간이라 카데.”
“참 인간이 뭐꼬?”
“쉽게 말하면 말다, 양순이 느그 아부지 같은 사람을 보고 참 인간이라카는 기다.”
복이 말에 양순의 얼굴이 환해졌다.
“복아, 와 우리 아부지가 참 인간이고?”
“니도 참 답답다, 양순아. 내가 걸을 수 있도록 맨날맨날 연습시키 준 사람이 울아부지가? 느가부지가?”
“그거사 동네 개들도 다 아는 일 아이가? 니를 요래 잘 걸을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은 바로 우리 아부지재.”
양순이가 어깨를 활짝 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바로 그래서 느그 아부지가 참 인간인기라. 울아부지는 내가 방안에서만 뭉개고 있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쓴다. 느가부지가 내한테 걸음마 연습시킨다꼬 씰데없는 짓 하지 말라카면서 오히려 느가부지를 말린 사람인 기라. 이런 사람을 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나? 양순이 니 생각은 우떻노?”
“참말로 느그 아부지가 그랬나?”
깜짝 놀란 양순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모, 참말이재. 참말 아이모 와 우리 아부지를 냅두고 내캉 피도 살도 안 섞인 느그 아부지가 내한테 걸음마 연습을 시킸겠노?”
“아이구, 참말로 이상타. 복아, 내는 이 세상의 모든 아부지들이 다 울아부지처럼 착하고 자상하고 점잖고 친절한 줄 알았다 아이가.”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양순이 니는 참말로 복 많은 아~인 줄 알거래이. 내는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세상천지에 느그 아부지처럼 훌륭한 아부지는 없다꼬 생각한데이. 니 느그 아부지 딸로 태어난 걸 하늘에 감사해야 된데이.”
양순이 행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시방 찾으러 가는 우리 친아부지도 아마 양순이 느그 아부지처럼 좋은 사람일 끼다. 친아부지를 찾기만 해봐라. 만날 나한테 화만 내는 울아부지는 그날부터 안 봐도 되능 기라. 그래도, 지금까지 내한테 밥 멕여주고 옷 입혀준 공이 있으니, 우리 친아부지 만나더라도 그 공을 생각해서 일러바치지는 않을끼다. 집에 있는 아부지가 내한테 함부로 대한 거 말이다.”
“복이 니 참 착하데이.”
“착한 기 아이고, 그기 바로 인간다운 인간인기라. 내는 비록 몸이 이렇지만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은 기라.”
“복아, 우리 아부지가 니는 몸은 불편해도 참 착하고 똑똑한 아~라고 펭소에 늘 말씀하시더라.”
“참말로 느그 아부지가 그런 말씀을 다 하시더나?”
“하모, 밥 묵을 때마다 하신다 아이가.”
“우와, 내 칭찬해서 하는 말이 아이고, 느그 아부지 진짜 멋진 사람이데이. 그렇재, 멋진 사람이니까 내한테 걸음마 연습도 갈케 주시고 그랬재.”
복이와 양순이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고천이라는 동네를 지났다. 고천을 지나고 현곡을 지나고 금장까지 오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죽을 지경이었다.
어디 우물이 있나 찾아봐도 주변에는 넓디넓은 논만 펼쳐져 있었다. 복이는 바작바작 목이 탔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논 옆으로 흐르는 도랑으로 내려갔다.
“니 시방 거기는 뭐할라꼬 내려가노?”
더위에 지친 양순이가 물었다.
“내 목이 너무 타서 도랑물이라도 쪼매 마셔볼라꼬 그런다 아이가. 양순이 니는 거기 기다리고 있거래이. 내가 먼저 마셔보고 안 죽으모 그때 니도 마셔래이.”
“그래, 알았다. 조심해라 니도.”
복이는 두 손을 오목하게 오므려서 손으로 도랑물을 떠서 갈증이 해소될 때까지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자 환해진 얼굴로 양순이를 향해 어서 도랑으로 내려오라고 손짓했다.
양순이가 조심조심 도랑으로 내려와서는 걱정스레 묻는다.
“참말로 괜찮나 으이?”
“하모. 나도 안 죽고 요래 잘 살아있다 아이가. 퍼뜩 한 모금 마셔바래이.”
도랑물을 실컷 마시고도 죽지 않은 복이를 보고 양순이는 안심했다. 비로소 용기를 얻어 조심스레 두 손을 오므려 도랑물을 마셨다. 기운 차린 두 아이는 금장을 벗어나 나원까지 갔고 경주 공설운동장까지 들어가 봤다.
“우와, 이 운동장 억수로 크데이. 아마 우리 친아부지 집 마당도 이렇게 클끼라.”
복이의 말에 양순이가 까르르 웃었다.
“니 와 웃노?”
“복아, 니 친아부지 마당이 이래 크면 좋나?”
“하모. 클수록 좋재.”
“마당이 크면 마당 쓸 때 고생한다 아이가.”
“하하하. 친아부지 집은 억수로 부자라서 머슴들이 천지뻬까리로 많을낀데 뭐할라꼬 마당 쓰는 걸 걱정하노?”
“하하하. 복이 니 말이 맞대이. 복이 니 친아부지 집은 마당 넓어서 땅따묵기 놀이하기도 좋겠데이.”
“하모, 하모.”
두 아이는 넓디넓은 공설운동장 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보기고 운동장에 누워서 뒹굴어보기도 했다.
“복아, 오늘은 나원까지만 오고 다른 동네는 나중에 다시 가재이. 내는 이자 고마 배고프고 지쳐서 더는 못 가겠데이.”
“그래, 내도 배고파 죽겠데이. 우리 오늘은 고마 집에 가도록 하재이.”
갔던 길을 되돌아 올라오고 있었던 두 아이는 학교 앞에 있는 가찔까지는 겨우 버티고 왔다.
어찌어찌 젊은 과부인 영희 엄마가 운영하는 신발가게 안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때마침 고무신 냄새가 엄습하였고, 둘 다 픽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집이었다.
하루 진종일 빈속에다 더위를 먹고 지친 두 아이가 영희네 마루에 쓰러져 있는 걸 영희 엄마가 발견했고, 마침 지나가던 동네 아이를 시켜 연락했고, 양순이 아버지가 헐레벌떡 리어카를 가지고 왔으며, 그리고 까무룩 정신 놓은 두 아이를 집까지 실어왔다.
그날부터 두 아이는 더위 먹은 일로 한 일주일을 고생했다. 복이 엄마는 이른 새벽에 삼베를 들고 벼논에 들어가서는, 벼줄기에 묻은 새벽이슬을 삼베에 받아 그 물을 복이에게 마시게 했다. 더위 먹은 데는 그 물이 비방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두 아이는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고, 연신 꽥꽥, 구토를 할듯말듯 하면서도 정작 토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더윗병이란 게 일주일 내내 아이들을 괴롭혔다.
식구들 모두 일 나가고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였다.
복이 아버지는 소가 먹을 풀을 한 망태기 베어다 놓고 골칫거리 셋째 딸 복이를 보았다. 더윗병에 들어 머리방에 홀로 누워서는 오리처럼 꽥꽥거리는 복이. 복이 아버지 원탁 씨는 불끈 화가 치밀었다. 그는 장독대 소금항아리로 가서 소금을 한 줌 집어 왔다. 그리고 복이 입에다 강제로 처넣으며 말했다.
“병신이 육갑해도 분수가 있지. 대체 이기 뭐하는 짓이고 으이? 주는 밥이나 받아 처묵음서 집안에 가만히 처박혀 있을 것이재, 와이래 힘들게 하노? 너 같은 건 고마, 차라리 죽어삐라.”
아버지의 처사가 너무 야속하고 서러워서, 복이는 입안에 빽빽이 들어찬 소금을 웩웩 뱉어내며 엉엉 울었다.
“퍼뜩 아가리 안 닫나? 뭐 잘한 기 있다꼬 아가리 처벌리고 우노?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짓거리 해서 어른들 욕 먹이모, 니는 마, 이 집구석에서 쫓겨날 줄 알거래이.”
잔뜩 화가 난 아버지의 말에 복이는 맘대로 울 수도 없었다. 울음을 속으로 속으로 삼키며 ‘지금은 힘이 없으니, 내 젊고 아부지 니 늙을 때 보자’라고 다짐을 하며 서러움과 분노를 가라앉혔다.
고민하던 복이 엄마는 장날을 택해 셋째 딸 약을 구하러 갔는데, 그 당시 귀하디귀한 수박과 얼음을 사 온 거였다. 그렇게 얼음 수박화채를 먹이자 복이는 씻은 듯이 더윗병을 물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시기, 양순이도 일어났다. 얼음 수박화채를 먹고.
친부모 찾기 여행에서 고생을 너무 심하게 하여 더윗병에 걸렸던 일은 큰 사건이었다. 그 후로 두 아이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친부모 찾겠다는 말에 대하여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삼동네 시끌벅적하게 했던 친부모 찾기 대소동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복이는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생활이 너무 기쁘고 즐거워서 복이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 귀숙이, 석바우, 양순이를 만나면 언제나 학교자랑을 하며 신이 나서 학교 얘기를 들려주었다. 애들은 침을 삼키며 어서 커서 학교에 가야지하고 말했다.
집에서도 학교 놀이, 담장 밑에서도 학교 놀이, 산에 가서도 학교 놀이, 들에 가서도 학교 놀이를 하며 놀았다. 언제나 선생님 역할은 먼저 학교에 들어가 학교에 대해서 잘 아는 복이가 맡았다.
학교놀이를 하며 연극을 하며 소꿉놀이를 하며 그렇게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봄에는 산에 가서 진달래를 따먹고 여름에는 직천댁 집 앞 농수로에서 수영을 하고 가을에는 뒷산에 가서 떨어진 밤을 주워 먹고 겨울엔 앞 냇가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아이들은 즐거운 유년을 보내고 있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건 하나가 터졌다.
복이가 학교 우물에서 물을 마시려고 하는데, 선배 남학생 한 명이 복이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며 놀려대기 시작했다. 복이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 6년 동안 이 학교를 다녀야 되는데, 이런 꼴을 당할 때마다 가만히 참고 있으면 저눔들은 나를 지 밥으로 생각하고 계속 놀려대겠지? 이런 놈들은 초전박살을 내놔야지. 그래야 앞으로 6년 학교생활이 편해지겠지?’
이런 결론에 도달하자마자 복이는 신고 있던 검정 고무신을 벗었다. 그리고 남학생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남학생 두 콧구멍에서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코피를 본 남학생은 겁을 집어먹어 울음을 터뜨렸고, 그것을 본 다른 남학생이 교무실로 달려가 이 상황을 보고했다. 복이는 자기를 놀린 남학생과 둘이 같이 교무실에 불려가게 되었다. 복이 담임선생님께서는 이 상황을 육하원칙에 의해 설명해보라고 하셨다.
복이는 우물가에서의 일을 차분하게 설명하자,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선배로서, 몸이 불편한 후배가 있으면 마땅히 보호해주고 도와줘야 하거늘 어찌 후배의 아픈 곳을 놀려댔단 말인가? 부끄럽지도 않으냐? 복이에게 정중히 사과해라. 앞으로 이런 일이 한 번 더 발생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얼른 사과해라.”
그래서 선배 남학생은 복이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복이는 먼저 누구를 공격하고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을 까닭 없이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것이 복이의 생각이었다.
복이가 3학년 때 추운 겨울 등굣길이었다. 걸음걸이가 느린 복이는 언니랑 남동생이랑 함께 등교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혼자 뒤처져서 비틀거리며 등교하고 있었다.
마룡굴이라는 아랫마을에 도착했을 때 네댓 명의 선후배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동네 입구로 나오고 있었다. 혜경 언니와 같은 반인 6학년 동옥이었다. 그들은 혼자 느릿느릿 등교하는 복이를 발견했고, 발견하자마자 다짜고짜 살얼음 낀 논바닥으로 확 떠밀어버렸다. 1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논둑 아래로, 복이는 속절없이 떠밀려 나동그라졌다. 짜악! 살얼음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복이에게 덤벼들었다. 따다닥, 이가 마주쳤다, 바들바들 떨리게 시린 얼음물에 엉덩이와 바지가 몽땅 젖어버렸다. 그러나 복이는 절대로 당황하지도 울지도 않았다. 대신 조용히 생각했다.
‘내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꼴을 또 당하겠지? 악은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지도 사람이니 한 번은 소변 보러 화장실에 오겠지? 나는 걸음이 느리니 도저히 따라잡을 수는 없고, 대신 화장실에 숨어서 범인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끼다. 그래서 머리채를 나꿔챌끼다. 등굣길에 부린 행패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를 받아야겠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실행하는 아이가 복이였다.
그래서 지독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재래식 여자 화장실에 끈질기게 숨어있는 복이. 동옥이가 소변보러 나타날 때까지 무한 인내심으로 기다렸다. 마치 거미가 거미줄에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는 것처럼 복이도 그렇게 기다렸다. 그 시간이 꽤 길었지만 복이는 끈질기게 기다렸다.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를 잘도 견디며 동옥이를 기다렸다.
마침내 동옥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화장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복이는 심호흡을 했다. 드디어 동옥이가 사정거리 안에 왔을 때, 복이는 화장실 문을 왈칵 열었고, 여는 동시에 잽싸게 동옥이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동옥이는 화들짝 놀랐다.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내 머리, 머리 좀 놓아라!”하고 빽빽 소리만 치다가 나중에는 소변부터 먼저 보자고, 조용히 얘기하자며 통사정했다.
“안 놔! 니가 아까 내게 저지른 잘못을 정중하게 사과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 손을 놓을 생각이 없데이. 니가 오줌을 바지에 싸든지 말든지 그것은 내 알 바 아이다.”
기어이 바지에 오줌을 싼 동옥. 창피하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미칠 것 같은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동옥이의 담임선생님과 복이의 담임선생님을 모셔왔고, 동옥이와 복이는 나란히 교무실에 불려갔다.
복이의 담임선생님이 복이에게 물었다.
“왜 너는, 하늘같은 선배에게 그런 일을 저질렀나? 육하원칙대로 설명해봐라.”
복이는 전혀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동옥이에게 당했던 일을 설명했다.
동옥이의 담임선생님이 있는 자리였지만 아무 말이 없었고, 복이 담임선생님은 대번에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리고 동옥이를 향해 낮지만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동옥, 복이가 방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이야?”
동옥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동옥, 부끄럽지 않으냐? 몸이 불편한 후배가 있으면 도와주고 보호해주는 게 선배가 할 일이지 너는 어찌하여 복이를 괴롭혔느냐? 복이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약속해라. 앞으로는 복이를 누가 놀리거나 괴롭히는 학생들이 있으면 이동옥 네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보호해주거라.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겠다. 약속할 수 있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옥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동옥이는 복이에게 먼저 정중하게 사과하고, 둘이 화해의 악수를 한 뒤 각자 교실로 돌아가도록 해라.”
그날 저녁 복이네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동옥이와 한 반인 혜경이 언니가 아침에 학교에서 있었던 그 사건을 입에 올리며 불평했다.
“앞으로 복이 때문에 쪽팔려서 학교 못 다니겠니더.”
복이는 아침 등굣길의 사건을 가족들에게 설명했고, 복이의 큰오빠가 박수치며 말했다.
“부라보! 우리 복이 아주 잘했데이! 앞으로도 너를 놀리거나 너에게 부당하게 대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오늘처럼 그렇게 너 자신을 지켜래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아무도 복이 너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 아이가. 너 스스로 너를 지키고 너 스스로 힘을 길러래이. 상대가 힘이 너무 강하고 너는 힘이 부족하면 불독처럼 물고 늘어지면서 끝까지 너 자신을 지켜 내거래이. 가족들이 일일이 뒤따라다니며 복이 너를 지켜줄 수는 없다 아이가. 내 말 명심 해래이.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카더라.”
‘큰오빠는 역시 내 편!’
큰오빠가 복이의 편을 들어주자 복이는 기분이 좋았다.
그 뒤로 동옥이는 복이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고, 다시는 복이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복이에게 매우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대해주었다.
그날 이후로 이 일이 학교 전체에 소문이 나서 아무도 함부로 복이를 놀리거나 건드리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하교할 때, 뒤에서 어떤 남학생이 말하는 소리가 또렷이 복이 귀에 들어왔다.
“야들아, 복이 저 가시나 아부지가 전직이 형사라카더니만, 저그 아부지를 닮아서 화장실에 잠복근무가 전문이라카더라. 저런 가시나는 건드리면 본전도 못 찾는데이. 느그들도 절대로 저 가시나는 건드리지 마래이. 선생님들도 모두 저 가시나 편이데이.”
칠월 한낮의 땡볕이 쨍알쨍알 이글거리고 있었다.
복이, 관식이, 현준이, 형식이, 귀숙이, 석바우, 양순이 등 조무래기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구절양장으로 펼쳐진 논둑길 사이로 난 오솔길을, 일렬종대로 서서 노래 부르며 흥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빼빼 말라라
빼빼 장구 말라라
검정 고무신을 벗어 귀에다 대고는 마치 휴대 전화기로 전화를 하듯이, 아이들은 이 알 수 없는 두 줄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며 직천댁 집 앞에 있는 농수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녕하신기요?"
동네 어른이었다. 싸리나무로 엮은 지게에 소 먹일 풀을 베어 한 짐 가득 지고 가는 어른이었다.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이야, 그래. 아이구, 야들아! 더위 묵으면 우짤라꼬 이 땡볕에 뭐할라꼬 이래 싸돌아댕기노?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소꿉놀이나 하고 놀지.”
“너무 더워서 멱 감으러 가는 중입니더.”
관식이가 대표로 대답했다.
“덥다꼬 물에서 너무 오래 놀면 안 된데이. 적당히 놀고 집에들 가거래이.”
“예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대답했다.
김씨, 박씨, 이씨, 최 씨가 많이 살았던 복이의 동네는 큰 저수지 아랫마을이었고, 대부분 논농사나 밭농사를 짓고 있었다.
부농 김씨 댁에 얼굴이 작고 동그라며 피부색은 가무잡잡하고 키가 날씬한 중키 정도의 머슴이 하나 살고 있었다.
그 머슴을 마을 사람들은 그냥 부르기 좋게 사이상(サイさん)이라고 불렀다.
‘사이상’은 우리말로 ‘최씨’라는 뜻이다.
그 시절엔 사람들이 그 머슴을 왜 그렇게 부르는지 복이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어른들이 ‘사이상, 사이상’ 하니까, 마을의 꼬마들도 전부 그 머슴을‘사이상, 사이상’ 하고 불렀다.
인상 좋고 사람 좋은 사이상은 꼬마들이 ‘사이상, 사이상’ 하고 불러도 ‘어, 그래’하고 기분 좋게 대답은 해줄지언정 생전 화 한 번 내는 법이 없었다. 동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사이상은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엘리트로서 잘나가다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머리가 돌아버렸다는 것이다.
사이상은 부농 김 씨 댁 사랑채에 딸린 머슴들의 방에 기거하고 있었다. 그는 새경(품삯)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철 따라 바꿔 입을 옷 한 벌과 제때 배부르게 밥만 주면 다른 욕심을 더 내지 않는 순박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원래 머슴들이 다 그런지, 사이상은 잔꾀 한 번을 부리지 않고 새벽이면 일어나서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부지런히 일했다. 일하다 캄캄해지면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곤 했다.
칠월의 무더운 여름날 오후. 예닐곱 살 먹은 고만고만한 사내아이 계집아이-복이까지 포함해서-예닐곱 명이 저마다 검정고무신을 벗어서 귀에다 대고 누가 지었는지는 확실히 모르는 노래를 불렀다.
빼빼 말라라 빼빼 장구 말라라
그런 짧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신나게 부르며 가르마 같은 논둑길을 따라 물이 지천으로 흘러넘치는 농수로(저수지 수문을 활짝 열어두는 날이면 농수로에는 많은 물이 흘러내려온다)를 향해 1열 종대로 서서 가고 있었다.
동네 꼬마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농수로를 향해 다가가는데, 때마침 사이상이 홀로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지게에다 풀을 한가득 채워서 지게 작대기로 받쳐 논둑에 기대놓고, 부지런히 몸을 씻고 있었다.
멋모르고 지나가던 꼬마들은 그저 ‘사이상’을 만난 게 반가워서 죽은 조상이라도 살아 돌아온 양 반갑게 소리소리 지르며 ‘사이상이다! 사이상, 사이상’하며 사이상을 향해 달려갔다.
동네 꼬마들을 본 사이상이 멈칫하였다. 그는 여유만만하게 즐기던 목욕을 포기해버렸고, 자기가 벌거숭이인 것도 자각하지 못했는지, 얼른 물 밖으로 나와 논둑에 섰다.
그 순간 아이들이 하나같이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눈길은 죄다 사이상의 아랫도리에다 집중하고서 입을 하아 벌렸다. 모두 넋 나간 표정으로 사이상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꼬마들 전부 여섯 또는 일곱 평생에 그렇게 크고, 길고, 굵고, 검은 남자 어른의 거시기를 처음 보았던 것이다.
아이들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는 단체 사진 같은 화면에서 정지되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중에서 가장 짓궂은 사내아이 하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와! 사이상 고추 크다!”
그날 이후로 동네 꼬마들의 노래 가사가 달라졌다. 검정 고무신을 귀에 대고 불러대던 ‘빼빼 말라라, 빼빼 장구 말라라’는 노래가 이렇게 변한 거였다.
사이상 고추는 말 고추
사이상 고추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추
사이상 고추는 억수로 커
누가 먼저 지었는지도 모를 이 세 마디의 노래를 낮이나 밤이나 부르며 동네 골목이나 논두렁 밭두렁을 온통 휘젓고 다녔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낯 뜨겁기 짝이 없는 이 노래를 듣고는 아이들을 나무랐다.
“예끼, 이놈들. 너희들이 사이상 고추를 봤냐? 무슨 그런 해괴한 노래를 부르며 다니냐?”
“봤니더, 우리가 저쪽 농수로에서 분명히 우리 두 눈으로 사이상 고추를 똑똑히 봤니더.”
한 꼬마가 그렇게 대꾸하자, 같이 있던 꼬마들이 까르르 웃었다.
“예끼, 이놈들! 아무리 봤어도 그렇지. 어른을 놀리면 못쓴다. 다시는 그런 노래 부르지 마라.”
어른들이 호통쳐도 소용없었다. 본시 아이들의 눈과 입은 막을 도리가 없다. 아이들은 한동안 스스로 흥미를 잃고 지칠 때까지 그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새로운 흥밋거리가 나타나자마자 어느새 새카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복이가 귀숙이, 석바우, 양순이와 함께 버드나무집 도순이네 집 앞 냇가에서 나무로 만든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복이 아버지 김원탁 씨가 나타났다.
갈색 중절모에 하얀색 두루마기를 입고서 지인 잔치에 다녀오던 참이었던 그는 얼굴을 잔뜩 우그러뜨렸다.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복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불뚝불뚝 화를 내며 성큼성큼 얼음이 두껍게 언 냇가로 내려간 원탁 씨. 그는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복이를 확 잡아 거칠게 일으켰고, 냇가의 평평한 바위에 앉혔다. 그리고 주변에서 놀고 있는 둘째 딸 혜경에게 말했다.
“혜경아, 퍼뜩 집에 가서 새끼줄 갖고 오너라.”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서, 혜경은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서 새끼줄을 들고 왔다. 아버지 김원탁 씨는 둘째 딸에게서 새끼줄을 확 나꿔챘고, 그리곤 셋째 딸 복이를 큰 돌과 함께 꽁꽁 묶어버렸다.
“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니는, 니가 좋아하는 얼음판에서 이대로 묶인 채 꽁꽁 얼어 죽어라. 느그들 아무도 복이를 풀어주지 말거래이. 풀어주는 사람이 있으모 내한테 혼날 줄 알거래이.”
얼음지치기를 하고 노는 많은 아이들에게 엄포를 놓고서, 복이 아버지는 몹시도 화난 걸음걸이로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집으로 가버렸다.
얼음판 돌 위에 새끼줄로 꽁꽁 묶여 있는 복이를, 아이들은 처음엔 모두 구경했다. 동정 어린 눈빛으로 힐끔힐끔 보며 구경만 하더니, 그것도 시들해지자 각자 스케이트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복이는 자기가 몇 시간을 얼음판 돌 위에 묶여 있었는지 어림잡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속으론 후회했다. 일곱 살 그 여름날에 친아버지를 끝까지 찾지 않았던 것을 입술을 깨물며 후회했다.
어둑어둑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나둘 일터에서 돌아온 엄마들이 아이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온 동네가 저녁밥 먹으라고 외치는 소리로 가득찼다.
아이들이 자기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둘 집으로 다 들어가고 나중에는 복이 혼자 어둠 깔린 겨울 냇가 커다란 돌에 꽁꽁 묶여 있었다. 질끈 아랫입술을 깨문 채, 복이는 눈물을 삼켰다.
그동안 아버지의 구박이 무수히 떠올랐다.
‘하지만 오늘 이 일만은 그냥 못 넘겨. 친아버질 만나면 반드시 일러 줄 거야. 저 못된 가짜 아버지를 혼내줄 거야.’
텅 빈 시냇가 차가운 돌 위에 새끼줄에 묶여 홀로 앉아 있는 복이는 춥고 배고프고 무서웠다. 하느님은 도대체 이럴 때 뭐하고 계시는지 복이는 참으로 궁금했다. 저렇게 나쁜 가짜 아버지에게 왜 벌을 안 내리시는지, 어린 복이는 하나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발 저 나쁜 아버지 좀 잡아가시라고 하나님한테도 빌고 부처님한테도 빌었다.
복이가 속으로 연신 빌고 있는데 혜경 언니가 혼자 몰래 살금살금 와서 묶인 새끼줄을 풀어주었다. 혜경이는 복이 손을 잡고 누가 보는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아버지가 뒤따라온 건 아닌지, 잠시도 경계심을 놓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며 복이 손을 잡고 가천댁 골목으로 데리고 갔다.
“복아, 미안하데이. 언니가 진작 와서 니를 구해조야 되는데 아부지 눈치 보느라고 이제사 왔데이. 요기서 꼼짝하지 말고 이 주먹밥 묵고 있어라. 아부지 잠들면 데리러 오께. 니도 그때까지 얼어 죽으모 안 되니까 이 작은 이불 잘 덮고 있거래이. 절대로 잠 들어뿌리면 안 된데이. 알았재?”
혜경 언니는 가지고 온 작은 이불을 복이에게 둘러 씌워주며 복이를 위로했다.
“복아, 니가 아부지 잘못 만나 이런 걸 누구를 원망하겠노. 다 니 팔자가 더러버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묵고 있어라. 이 주먹밥은 급하게 묵지 말고 천천히 꼭꼭 씹어 묵어야 된데이. 알았재?”
“알았다. 언니야. 내 오늘 언니의 이 은혜는 죽는 날까지 절대로 안 잊어버리께.”
“가시나가 지랄한다. 형제간에 은혜는 무슨 은혜고? 당연한 일이재.”
“언니야. 내 우리 친아부지 만나면 언니가 내 생명을 구해줬다꼬 꼭 얘기해주꾸마. 혜경이 언니는 내한테 친절하게 잘 해줬다꼬. 그라모 우리 친아부지가 언니야 한테 많은 상을 내려주실끼다.”
방그레 웃음을 머금은 채 동생 복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혜경이 집으로 돌아갔다.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 가천댁 골목에 숨어서 다 식어버린 주먹밥을 먹으며, 복이는 춥고 외롭고 서러워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눈물 젖은 주먹밥을 먹었다.
하루빨리 부자인 친아버지를 만나야 이 모든 억울한 일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에 시꺼먼 멍을 안은 채 그 겨울이 그렇게 지나갔다.
복이네는 빚을 많이 지고 부산으로 이사 가는 필숙이네 집을 싼 가격에 샀다. 윗말에서 아랫말로 이사한 것이다.
필숙이네 집은 마당도 넓고 기와집에다가 대문 입구에서부터 뒤란으로 일곱 그루나 되는 아름드리 감나무들이 한 바퀴 멋지게 에워싼 것이, 마치 군사처럼 집을 지키고 있었다.
장독대 옆에는 등나무처럼 가지가 서로 배배 꼬인 사철나무도 있었고 석류나무도 있었고 무궁화 꽃나무도 있었다.
마당이 넓어서 꽃밭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필숙이네 집으로 이사 온 게 복이는 정말 좋았다.
‘이 정도로 넓은 집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꽃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무한정 기쁘고 행복했다. 더구나 윗말에 살 때는 한 그루도 없었던 감나무가 집안에 일곱 그루나 있어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앞집 향아네 집과의 경계선 안쪽에 우물도 하나 있었는데, 황토 물에 물맛까지 안 좋다고 얼마 전에 메꾸어 버렸다고 한다.
‘아깝다! 생각도 없이 메꿨다고?’
가천댁 우물을 많이 부러워했던 복이, 집안에 우물이 있으면 꽃밭에 물주기도 편리할 거라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안타까웠다.
향아네 집 경계선 쪽에 키가 크고 굵은 가중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아버지는 그 나무를 베어 잠실 짓는데 사용할 거라고 했다.
‘나물이 얼마나 맛있는데 가중나무를 베어 버려?’
미웠다, 가짜배기면서 진짜처럼 구는 아버지가 얄미웠다.
셋째 딸 복이가 자기를 미워하거나 말거나, 아버지는 원래 계획대로 가중나무를 베어 잠실 짓는 데 대들보로 사용했다. 크고 멋진 잠실이 완성되었다. 일테면 동네에서 제일 큰 집, 큰 방이 된 것이다.
잠실은 기와집 한 채가 통째로 방 한 칸의 형태를 갖춘 긴 방이다. 여름에는 잠실 전체에 모기장을 쳤다. 그리고 창문을 다 열어놓고 온 식구가 거기서 잤다. 참으로 크고 널찍하며 시원하였다.
해마다 가을 추잠(가을누에 치는 일)이 끝나면 잠실은 곡식 가마니와 고구마 보관 창고로 사용되었다.
필숙이네 집으로 이사 온 그다음 해 봄이었다.
아침밥을 먹으며 복이가 꽃밭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아버지가 천둥 같은 소리로 뿡뿡 뿡 방귀를 뀌며 벌컥벌컥 화를 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구수하고 듣기 좋은 방귀 소리였겠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그 소리마저도 얄미웠다.
“타작도 하고 짚 볏가리도 쌓아야 되는데 꽃밭을 만들다니 택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말거래이.”
아버지 지엄한 말씀에 식구들 모두 눈치만 볼 뿐 누구 하나 군소리가 없었다.
복이는 마음에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단식투쟁을 하리라고 다부지게 마음먹은 것이다.
‘해 보자! 내가 밥을 굶어 죽어 나자빠져도 저 고약한 가짜 아부지가 꽃밭을 못 만들게 하나 두고 보자꼬.’
그날 점심부터 복이는 안채 중간에 있는 복판방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 먹는 자리에서 미리 선언해놓았다. 꽃밭 만드는 걸 허락하기 전에는 밥을 먹지 않겠노라고…
복이가 단식투쟁을 한 지 하루가 흘렀다. 복이의 고집은 참으로 대단했다. 말리다 말리다가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어서 식구들이 모두 포기했다.
깊은 밤, 복이 엄마 김옥연 씨가 남편 설득 작전을 펼쳤다.
“복이한테 꽃밭을 맹글게 하락해주입시더. 저 외롭고 불쌍한 것이, 꽃이라도 키우면서 마음을 거기다 줄라꼬 그라는 모양인데 마당도 운동장만큼 넓은데, 고마마, 꽃밭 맹글으라고 고마 허락해주입시더.”
“어허이, 택도 없는 소리!”
김원탁 씨는 일언지하에 아내의 말을 잘랐다.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갔다.
복이가 단식투쟁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오후였다.
복이 아버지 김원탁 씨가 복판방 문을 탕탕 두드렸다.
“복아, 내가 니한테 졌데이. 그라이께네 복이 니 마당에 함 나와봐라. 니가 좋아하는 꽃밭 맹글어 놨데이.”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복이는 귀가 번쩍 뜨여 발칵 문을 열고는 맨발인 채 마당으로 내달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향아네 집 경계선 안쪽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앞 경계선까지 울타리, 싸리나무 울타리가 꽃밭을 에워싸고 있었다.
“우와. 진짜 꽃밭이다. 아부지, 고맙심니더. 진짜로 고맙심니더.”
“니가 밥도 안 묵고 참말로 굶어 죽을까봐 걱정이 돼서 아부지가 산에 가서 낫으로 싸리나무를 한 짐 베어왔다. 아부지가 직접 꽃밭을 맹글었는데, 우떻노? 맘에 드나?”
“예에. 지 마음에 쏘옥 듭니더. 고맙심니더, 아부지.”
“이자부터 아부지 안 미워할끼재?”
“헤헤헤. 하모요. 이자부터 아부지 참말로 안 미워할낍니더.”
“하나님과 부처님, 여러 신과 귀신들한테 퍼뜩 우리 아부지 좀 잡아가라고 안 빌 끼재?”
“헤헤헤. 그걸 아부지가 우째 알았능기요? 지 맘속으로만 빌었는데.”
“내가 니 마음속까지 다 들여다보고 있능기라. 이자 꽃밭을 요래 멋지게 맹글어놨으니까 복이 니가 요런조런 꽃들로 멋지게 꽃밭을 채워봐라.”
그러며 빙그레 웃는 김원탁 씨, 복이는 마치 딴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걱정되었다.
‘엄마가 펭소에 그랬는데,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캤는데, 우리 아부지가 혹시 죽을라꼬 변한 기가? 아이구, 하나님 부처님 우리 아부지 이자 쪼매 착해진 거 같으니 쫌 더 살려주시면 안 되겠능기요?’
하나님께서 그런 내용의 복이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복이 아버지는 그 후로도 오래 더 살았다.
복이는 아버지가 손수 꽃밭을 만들어주신 그날부터 온 동네로 돌아다녔다. 다니며 꽃모종 한 가지씩을 얻어다 부지런히 심었다.
꽃밭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옷을 입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일부러 들어와 구경하고 갈 정도였다.
복이는 눈만 뜨면 꽃밭에 나와 있었다.
잡초도 뽑아주고 떡잎도 떼어내 주면서 어떻게 하면 꽃밭을 더 아름답게 가꿀까, 날마다 그 생각에 골몰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 무렵 박정희 대통령께서 전국에 새마을 운동을 펼치자 복이가 사는 마을도 초가집을 걷어내고 산뜻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다. 상수도와 전기시설도 들어왔다.
사람들은 새 세상을 만났다고 좋아했다.
복이네 집에도 상수도와 전기시설이 들어와 복이는 꽃밭에 물 주기가 편리해서 너무 좋았다.
복이의 꽃밭은 동네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밭이 되어 갔다.
그랬다, 복이와 아버지가 꽃밭 하나로 화해한 거였다.
복이네가 아랫말 필숙이네 집을 사서 이사하기 전 윗말에 살 때의 일이다. 참으로 멸치가 귀하던 시절, 단짝 친구 사이인 혜순이와 유경이가 일을 저질렀다. 혜순이 어머니가 중멸치 한 포 사서 아껴 먹으려고 감춰둔 것을 혜순이가 뜯어서 둘이 주머니에 한가득 씩 넣고 나와 밖에서 신나게 먹어치웠다.
혜순이 어머니는 혜순이와 유경이가 절반가량 먹어치운 걸 알고 혜순이 아버지에게 일러바치며 부엌과 마당을 연신 드나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모내기나 추수할 때 아껴 먹으려고 이로꾸(멸치)를 한 포 사서 감춰뒀는데, 혜순이하고 유경이가 절반이나 묵어삐릿니더. 그게 어떤 이로꾼데 참말로 기가 막힌데이.”
“고마해라. 내 딸이 먹었고, 내 딸 친구가 먹은 걸 가지고 그게 어디 떠들 일이가? 이제 고마 조용히 입 다물어라.”
쉴 새 없이 중얼거리던 혜순 어머니는 이윽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우전양반의 말에 움찔한 거였다.
복이가 초등학교 6학년 봄을 맞이했을 때였다.
얼굴도 뽀얗고 머리도 길고 성격도 얌전하고 목소리도 얌전하고 걸음걸이도 얌전하고 앞뒤 모습이 함께 얌전하기 그지없던 양순이 언니 혜순이는 한두 해 시름시름 앓았다. 그렇게 신부전증으로 앓더니 꽃다운 나이 열아홉 살에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물론 결혼도 못해보고 그만 일찍 죽었다. 혜순이 언니가 죽기 전날 밤 복이에게 걸음마를 시켜주던 스승 양순이 아버지가 복이의 큰 언니 유경이를 데리러 왔다.
“유경아, 우리 혜순이가 마지막으로 니를 보고 싶다꼬 니를 찾는다. 어서 가자.”
유경이는 한달음에 달려 혜순이에게 갔다. 혜순이는 할머니 방에 누워있었는데, 속이 덥고 답답한지 블라우스 단추를 다 풀어헤치고 힘없이 말했다.
“유경아, 그동안 고마웠데이. 나는 죄가 많아서 먼저 간데이. 니는 재밌게 연애도 해보고 행복하게 결혼생활도 해 보고 아~도 낳아보고 여행도 많이 해 보고 천천히 오너래이.”
그랬다, 혜순이는 그 유언을 마지막으로 다음날 새벽에 죽었다.
복이는 우연히 보았다. 뒷산에 큰딸 혜순이를 묻고 송이송이 진달래 우거진 꽃그늘 아래 앉아 소리 내어 슬피 우는 양순이 아버지를 보았다. 친구들과 진달래꽃을 따 먹겠다고 뒷산에 갔다가 우연히 본 거였지만, 복이는 양순 아버지를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그냥 숨어서 양순이 아버지랑 똑같이 눈물 흘리며 한참 지켜보다 조용히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아이들을 몰아 양순 아버지가 앉아 있는 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먼 곳으로 데리고 갔다.
복이가 스무 살 되던 해 여름, 복이 아버지 김원탁 씨는 소 먹일 풀을 한 망태기 베다 놓고는 오전에 친척 집에서 제삿술을 한 잔 얻어 마셨다. 그리고 농수로에 목욕하러 갔다가 미끄러운 물이끼를 밟아 넘어졌고, 넘어지며 머리가 돌에 먼저 부딪히고는 물에 빠짐으로써 갑자기 세상을 버렸다. 환갑을 막 넘긴 나이였다.
집에서 초상을 치르는데 먼 곳 가까운 곳 각처에 사는 친척들이 다 모여들었다.
복이네 친척 아주머니가 복이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목 놓아 서럽게 서럽게 울고는 말했다. ‘집안 조상 중에 아이 때 물에 빠져 죽은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귀신이 복이 아버지를 잡아갔다’그 말을 옆에서 들으며 복이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진 물에 빠져 죽은 시신답게 얼굴을 비롯해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친구의 시신을 염하면서 양순이 아버지가 넋두리처럼 통탄했다.
“아이구, 여보게 이 친구야. 우째 이래 흉한 모습으로 죽었는가? 나무는 썩으면 불쏘시개로라도 쓰지만, 사람은 죽으면 나무보다 못하구먼.”
세월이 흘러 마음씨 좋던 양순이 아버지도 저세상으로 돌아갔다. 석바우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갔고 귀숙이 아버지도 병으로 돌아갔다.
복이네 집 아름답던 꽃밭도 지금은 없다.
복이 친척인 뒷집 경복이네가 복이네 집을 구입해서 다 허물고 멋지게 다시 지었다는 소식만 들렸다.
그 좋던 감나무도 베어지고 집도 팔렸다는 소식에 서울 사는 복이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고향도 어릴적 살던 집도, 아버지가 만들고 복이가 가꾸던 아름다운 꽃밭도 다 추억 속에 묻혔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복이의 유년 시절은 세계나 사물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가끔 주방 개수대에 서서 설거지를 할 때나 샤워 후 편안하게 누워서 잠을 청하노라면 생각지도 않았던 유년의 기억 하나가 슬며시 떠올라 복이를 빙그레 웃게 한다. 사이상에 대한 추억으로써, 복이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언제 한 번이라도 결혼한 적은 있는지, 가족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언제나 착하고 부지런했던 김씨 댁 머슴이란 것밖에는 모른다.
복이는 이제 시를 쓰고 동화를 쓰고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귀숙이와 양순이는 간호대학을 나와서 간호사를 하고 있고 석바우는 대학 졸업 후 여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추억을 소환할 때 등장하는 아버지를, 복이는 더는 미워하지 않는다. 유년 시절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모든 사람은 이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추억을 먹고 사는 복이는 누구보다 행복한 부자다.
첫댓글 이종길 작가님,
이렇게 홍보해주시고,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