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안동에는 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고색 창연한 고택들이 한층 정갈하고 말갛게 다가온다. 안동, 과거로 가는 기행.
>> 토요일 -> 빵빵하게 즐기는 날
뭐니뭐니해도 안동의 매력은 선조들의 손길이 묻어나는 고택에 있다. 퇴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도산서원이나 광산 김씨 종택인 오천 유적지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
:: 볼거리
오천 유적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정자, 탁청정이 있는 곳. 안동 댐 건설로 수몰될 뻔한 광산 김씨 예안파 소유의 문화재들을 현재의 장소로 옮겨왔다.
탁청정, 후조당, 광산 김씨 사당에 유물 전시관인 숭원각 등이 빼곡이 들어 차 있는 모양새가 잘 지은 99칸 부잣집을 연상시킨다.
탁청정은 원래 산비탈에 있던 것을 평지로 옮겨온 터라 네 개의 기둥들 길이가 서로 다른데, 주춧돌을 덧대어 길이를 맞추었다.
40명은 너끈히 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어 시원한 인상을 준다. 한석봉의 명필 현판과 늠름한 기개가 돋보이는 정자의 생김새도 볼거리. 정자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연못과 향나무를 재현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도산서원 퇴계 이황의 혼이 깃들인 명실상부한 안동 유교 문화의 중심지다.
퇴계가 도산서당을 짓고 유생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을, 1574년 전교당과 동·서재 등을 덧붙여 서원으로 승격했다.
이듬해 선조가 사액하여 영남 유학의 본산으로 자리잡았다. 서원의 정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도산서당이 있고, 좌측에는 농운정사가 있으며, 진도문을 지나면 책을 보관하는 동·서의 광명실이 있다.
그 뒤쪽으로 서원의 주건물인 전교당과 동·서재가 나온다. 1970년에 신축한 퇴계 유물 전시관인 옥진각도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퇴계가 사용하던 문구류와 실내 비품, 서책들이 전시되고 있다.
도산서원은 서원으로 걸어가는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눈이 좋은 사람이라면 안동호 건너편에 소나무와 반듯한 비석이 세워진 '시사단'을 놓칠 수 없다. 조선 정조 16년, 퇴계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문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특별과거 '도산 별시'를 치른 뜻깊은 곳이기 때문.
과거가 서울의 전유물로만 여겨질 때의 일이니, 퇴계의 영향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전교당 현판에 쓰인 '도산서원'이라는 글자는 당대의 명필 한석봉이 쓴 것으로, 감히 쓰지 못하겠다는 것을 선조가 한 자, 한 자 불러 쓰게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겨울에 찾아도 도산서원을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 숲이 투명하게 맑은 안동호와 잘 어우러져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도산온천 '온혜온천'이라고도 한다. 도산서원을 둘러보는 동안 꽁꽁 얼었던 몸을 따끈하게 데울 수 있고, 여독을 해소하기에도 좋아서 도산서원 다음 코스로 들리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지하 580m에서 끌어올린 중탄산나트륨천으로, 수온이 25~30℃ 정도라 몸을 담그기에 딱 알맞다.
시설은 깨끗한 동네 목욕탕 수준으로 그리 크진 않지만, 혈압을 강화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할 뿐 아니라, 피부를 매끄럽고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탁월하여 인기 있다.
ㅇ 06:00~20:00 | 요금 4000원 | 054-856-1335
안동 댐 드라이브 안동 댐으로 가는 933번 지방도로는 안동호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안동 댐을 막 지나서 다리를 건너면 민속박물관과 함께 <태조 왕건> 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
좌측으로 방향을 꺾어 계속 가면 <태조 왕건> 해상 세트장까지 볼 수 있는데, 이 길 역시 드라이브 코스로는 최상이다.
:: 맛집
안동 간고등어 본점 안동의 명물 간고등어 전문점. 영덕에서 잡은 싱싱한 고등어도 안동까지 오려면 하루가 넘게 걸리던 시절, 상하기 직전의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독특한 맛을 낸 것이 바로 안동 간고등어다.
상하기 직전에는 고기에서 효소가 나와 한층 부드럽고 고소하기 때문.
물론 지금은 안동에서도 싱싱한 생고등어를 얼마든지 맛볼 수 있지만, 안동 간고등어만의 감칠맛 역시 놓칠 수 없는 별미.
소금을 흩뿌린 고등어를 하루 정도 숙성시키는 것이 비결이다. 이렇게 완성된 간고등어는 감칠맛은 여전하면서도 한결 담백하다. 구이와 조림을 동시에 맛볼 수 있으면서 안동 특유의 다양한 밑반찬을 푸짐하게 차려내는 '간고등어 양반 밥상'이 특히 인기.
ㅇ 10:30~21:00 연중무휴(명절 제외) | 안동간고등어구이·조림·찜 각각 6000원, 양반밥상 1만원, 쌈밥 8000원, 신용카드 가능 | 054-855-9900
:: 숙박
수애당 안동의 가장 큰 장점은 수애당과 같은 전통 고택에서 하룻밤 잘 수 있다는 것.
수애 류진걸이 세운 개인 사택을 화장실과 부엌 정도만 개조해서 후손인 류효진씨와 그 안주인이 함께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하호를 마주한 운치 있는 자리에 예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외관이 고풍스런 느낌을 준다. 절절 끓는 온돌방인데도 이불을 덮고 누우면 코끝에 살짝 찬 기운이 돈다.
이곳이 어쩔 수 없는 한옥임을 말해 주는 듯해 오히려 정겨울 뿐 아니라, 아침에는 맑고 상쾌하게 잠에서 깰 수 있다. 손끝 야무진 안주인 덕에 침구며 방은 언제나 깨끗하고, 입에 딱 맞는 맛깔스런 식사도 가능하다.
ㅇ 054-822-6661 / 숙박요금 2만5000~3만원, 식사 5000원부터 / www.suaedang.co.kr
지례 예술촌 수애당과 같은 스타일이지만 조금 더 깊은 산중에 자리잡았다. 접근은 다소 불편하지만 덕분에 행랑채 옆문을 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내다볼 수 있다. 지촌 김방걸의 종택인 지촌 종택과 지촌 제청 및 지산서당이 임하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이곳으로 이전해서 예술촌으로 조성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ㅇ 054-822-2590 / 숙박요금 2만5000~3만5000원, 식사 5000원부터 / www.chirye.com
:: 출발 아침 : 아침 일찍 출발하면 막히지 않고 여유 있게 귀가할 수 있다. 그냥 돌아오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천동 석불(제비원 미륵) 정도만 들러보자. 길가에 있어 지나는 길에 차 안에서도 볼 수 있다.
점심 : 안동만큼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도 없다. 돌아오는 길에는 신세동 7층 전탑과 이천동 석불, 봉정사를 둘러보고 안동 시내에서 진짜 '안동찜닭'도 맛보자.
:: 볼거리
봉정사 마치 봉황이 내려앉은 듯한 가람 배치라 하여 '봉정사'로 불리는 절.
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밝혀진 극락전(국보 제15호)은 섬세한 생김, 고운 빛깔이 단연 으뜸이다. 극락전에서 발견된 상량문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덕이 봉정사를 창건하였으나, 조선시대까지 여러 차례 새로 보수하였다고 전한다.
극락전 옆에 자리한 대웅전(보물 제55호)은 조선시대 양식이라 극락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대비를 이룬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배경이 되었던 영산암은 신발을 벗지 않고 옆 건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마루가 연결된 점과
아기자기한 일본 스타일의 정원이 독특하다. 2003년까지는 보수 공사중이라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단아하고 한적한 맛은 여느 사찰에 비할 바가 아니다. ㅇ 입장료 1300원
신세동 7층 전탑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탑으로 원래는 법흥사에 소속된 탑이었으나 절은 사라지고 절터에는 고성 이씨 법흥 종택이 들어서 있다.
돌로 만든 석탑과는 달리 흙을 빚은 벽돌로 쌓아 '전탑'이다. 고성 이씨의 세력을 시기한 일제가 중앙선 철도를 억지로 고성 이씨 종택 앞으로 놓는 바람에, 사람뿐 아니라 탑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기차가 다닐 때마다 일어나는 진동과 소음에 시달리는 탑의 모양새가 지치고 피로해 보여 애처롭다.
하지만 17m에 달하는 웅장한 크기와 탑 기단부에 섬세하게 조각된 사천왕상과 12지신의 모습에서 통일신라시대 탑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다.
이천동 석불 흔히 '제비원 미륵'이라고 한다. 원래는 안동을 거쳐 서울이나 충청도로 가는 사람들이 묵어가던 '제비원'이 있던 곳이었다.
전설에는 이곳에서 일하던 '연이'라는 처녀가 불심이 깊어 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비원 석불 역시 연이가 죽어 탄생한 것이라고 전한다.
불상은 10m 석벽에 몸을 새기고 2.5m 크기의 두상을 얹어 완성한 거대한 석불로, 얼굴 생김이 투박하고 개성 있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두상과 달리 몸통은 비바람에 깎여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다. 자세히 보면 입술에 살짝 붉은 기가 도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부처의 신비라는 말도 있고 인근 주민의 장난이라는 말도 있다.
:: 맛집
유진찜닭 한때 서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안동찜닭의 원조집. 찜닭 골목을 이룬 이곳에서도 그 맛이 단연 돋보이는 집이다.
허름한 실내와 노란 장판지를 깐 나무 탁자들이 시장통 통닭집 모양새지만 원조는 역시 원조. 푸짐한 양도 기분 좋지만 비결을 알 수 없는 쫄깃한 면발이 특히 맛있다.
불고기 양념처럼 달콤한 간장 양념이 매콤하게 잘 배어서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찜닭 속에 들어가는 닭이나 야채, 양념의 비율, 그리고 적절한 불 조절이 이 집만의 독특한 맛을 완성했다. 안동 사람들은 "서울에서 먹는 것은 다 가짜"라며 대단한 자부심을 보인다.
ㅇ 09:00~23:00 매달 둘째 넷째 화요일 휴무 | 찜닭 1만5000원, 공기밥 1000원, 신용카드 불가 | 054-854-6019
낮 : 중앙고속국도를 타면 서울에서 안동까지 3시간. 서안동IC를 나오자마자 바로 안동으로 달려갈 일이 아니라, 부용대부터 하회동 탈박물관, 병산서원, 하회마을 등을 먼저 보는 것이 순서다.
밤 : 늦게 출발해서 심야 운전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원주 정도에서 1박 하고, 이른 아침에 안동으로 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 볼거리
하회마을 맞은편 기암절벽, 부용대에 서면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풍산 류씨의 집성촌으로 물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돌아나간다 해서 '물돌이동' 또는 '하회(河回)'라고 불리게 되었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이 모두 이곳 출신.
200개가 넘는 기와집과 초가집 가운데 양진당, 충효당, 북촌댁 등은 꼭 들러봐야 할 고택들이다. 전깃줄 하나도 눈에 띄지 않도록 땅에 묻고 돌담을 고스란히 남겨둔 정성에 예스런 느낌이 한층 묻어난다.
마을 입구에는 1996년에 개관한 '하회동 탈 박물관'이 있다. 탈 박물관에는 한국 탈 19종 200여 점과 15개국의 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ㅇ 하회마을관리소 054-854-3667 | 하회마을 입장료 1600원, 주차요금 4000원, 탈 박물관 입장료 1200원
병산서원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병산서원을 일컬어 "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했다. 누구라도 병산서원을 마주하게 되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서원으로 향하는 길이나 서원이 앉은자리, 그리고 서원 건물 자체까지 감탄의 연속이기 때문.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마루인 '만대루'에 올라 굽이치는 강과 아름다운 병산의 조화를 감상하면 그 아름다움에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
병산서원은 풍산 류씨의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을 병산으로 옮겨 지은 것으로, 지금도 서애 류성룡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관광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하회마을에 비해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진입로를 포장하지 않이 사람들의 손이 덜 탄데다가 류성룡의 후손이자 서원 관리자인 류시석씨가 주야로 공을 들여 관리하는 덕분이다. 일명 '머슴 뒷간'이라고 하는 지붕도 문도 없는 독특한 화장실이 서원 입구에 있어 눈길을 끈다.
:: 맛집
옥류정 안동 음식의 대명사인 '헛제삿밥'을 맛볼 수 있는 집. 제삿밥처럼 3색 나물에 전과 산적, 탕이 차려져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산적에 간고등어와 상어가 나오는 것이 독특하다. 밥을 비빌 때는 일부러 고추장을 넣지 않고 깨소금과 간장으로만 간을 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이 포인트. 밥을 다 먹은 다음 디저트로 안동 식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안동 식혜는 무와 고춧가루 물이 들어가는 독특한 음료로 흔히 알고 있는 식혜와는 달리, 단맛보다 맵고 시큼한 맛이 강하다. 한겨울 찬바람에 살짝 얼리면 맵지만 알싸한 맛이 몸 속까지 상쾌하게 일깨운다.
ㅇ 08:00~21:00 연중무휴(명절 제외) | 헛제사밥 5000원, 선비상 1만원, 안동식혜 2000원, 신용카드 가능 | 054-854-8844
:: 숙박 원주 시내 천온장여관 033-742-2765, 뉴코아모텔 033-748-4472 숙박료 3만원대
하회마을 내 민박 하회마을을 온전히 느끼려면 하회마을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제일 좋다. 겨울철에는 어느 집이든지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방을 따뜻하게 준비해 둔다. 조용한 민박(054-853-2207)이나 가장 큰 민박(054-853-2388)이 인기. 숙박료 2만5000~4만원
photorapher 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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