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랑의 시조 -<이화우 흩뿌릴 제 ~>
이화우(梨花雨) 흣뿌릴 제 - 계랑, 호 매창(梅窓)-청구영언(靑丘永言)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이화우(梨花雨): 배꽃이 마치 비처럼 내림, 혹은 비처럼 떨어지는 배꽃(계절적 배경은 봄) 추풍낙엽 :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잎
천 리 : 정감의 깊이
오락가락하노매 : 오락가락하는구나
<전문풀이>
배꽃이 비 내리듯 흩날릴 때, 울면서 소매를 부여잡고 이별한 임. /
세월이 흘러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는 이때에 임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멀리 떨어져 있기에 외로운 꿈 속에서만 나를 찾아 오셨다가 가시는구나.
▶제재 : 연모(戀慕)의 정(情)
▶성격 : 감상적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
▶배경 : 당대의 시인이며 어진 선비였던 촌은(村隱) 유희경이 작자와 정이 들었는데, 그 뒤 촌은이 상경한 후로 소식이 없어서 수절(守節)의 다짐과 함께 이 시조를 지었다고 한다.
초장은 봄바람에 배꽃이 떨어지듯 이별을 하고만 임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그 뒤 무심하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가을이 되었고, 임을 그리워하는 나처럼 임도 나를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나타나 있다. 초장의 '이화우'와 중장의 '추풍낙엽'은 시간적인 거리감을 나타내며, 종장의 '천리'는 임과의 공간적인 거리감을 표현하고 있다.
2. 홍랑의 시조 -<묏버들 가려 꺾어~>
묏버들 갈해 것거 -홍랑-<오씨 소장 전사본>- 연정(戀情)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자시난 창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묏버들 : 산버들. 옛 시가에서 버들은 이별(離別)을 상징. 여기서는 이별의 정표. '순정'을 비유한 말.
갈해 : 가리어. 골라. (기) 갈해다.
것거 : 꺾어.
님의 손대 : 임에게.
자시난 : 주무시는.
새닙곳 : 새 잎만. '곳'은 강세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전문풀이>
산에 있는 버들가지를 아름다운 것을 골라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방의 창문가에 심어두고 살펴 주십시오.
행여 밤비에 새 잎이라도 나거들랑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
구조 분석 :
1행 : 묏버들을 보냅니다
2행 : 주무시는 창 밖에 심으소서
3행 : 나를 잊지 마소서
배경
선조 6년에 작자가 친하게 연분을 나눈 고죽(孤竹) 최경창이 북해 평사(評事)로 경성에 상경하게 되자, 그를 영흥까지 배웅하고 함관령에 이르러 해 저문 날 비를 맞으며 버들가지와 이 시조를 지어 건네주었다고 한다.
▶연대 : 선조 때
▶형식 : 평시조. 단시조
▶성격 : 이별가(離別歌)
▶표현 : 상징법. 도치법
▶주제 : 이별의 슬픔,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임에 대한 사랑
▶정서 : 이별의 이쉬움. 이별의 슬픔
초장의 '묏버들'은 임에게로 향한 작자의 순수하고 청아한 마음의 표시이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버들가지에 새잎이 돋아나듯, 자신을 기억하며 그리워해 달라는 작자의 아쉬움이 애틋하게 나타나 있다. 벗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비유를 통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는 연정가(戀情歌)이다.
● 감상 추가
임에게 바치는 지순한 사랑을 묏버들로 구상화시켜. 비록 몸은 서로 천 리를 격한 먼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임에게 바치는 순정은 저 묏버들처럼 항상 임의 곁에 있겠다는. 그러면서도 임은 나 이외의 여인에게 한눈을 팔지 말라는 부탁이 깃들어 있다.
3. 황진이 시조 세 수-<동짓달 기나긴 밤을~>, <어져 내 일이야~> , <청산리 벽계수야~>
동짓달 기나긴 밤을 - 황진이(黃眞伊)-청구영언(靑丘永言) 연정(戀情)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한 허리 : 허리의 한가운데.
버혀내어 : 베어 내어. 버히다>버이다>베다
서리서리 : 노끈이나 새끼 등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모양.
어론 님 : 꽁꽁 언 님. 임의 존칭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어져 : 아! 회한의 뜻을 가진 감탄사.
그릴 : 그리워 할. 그리 될.
이시라 : 있으라
하더면 : 했더라면.
<전문풀이>
동짓달 긴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정든 임이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펼쳐 내어 그 밤이 오래오래 새게 이으리라.
▶주제-정든 임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
▶표현 및 발상 :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사물로 형상화하였음.
●표현에 대한 감상 및 반응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
▶겨울밤 임을 그리는 외로운 심경
▶우리말 첩어의 절묘한 구사
▶연모의 심경을 구체적 사물로 변용하여 표현
겨울 동짓날의 긴 밤을 잘라서, 사랑하는 임과 함께 짧은 봄밤을 길게 보내고 싶다는 여인으로서의 애틋한 정념(情念)을 드러낸 연정가(戀情歌)이다. 혼자 임을 기다리며 지내야 하는 긴 '겨울 밤'과 낮이 길어 임과 함께 하는 밤이 짧은 '봄'이 서로 대조가 되어, 임과 오래 있고 싶은 작자의 심정이 잘 묘사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차라리 긴 겨울밤의 한 부분을 잘 정리해 간직해 두었다가 봄에 그 시간을 길게 펴보겠다는 것인데. 황진이 다운 살아있는 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학성을 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예술적인 향취를 풍기는 작품으로, 기교적인면서도 애틋한 정념이 잘 나타나 있다
4. 송이의 시조-<솔이 솔이라 하니~>
솔이 솔이라 하니 - 송이(松伊)-해동가요(海東歌謠)
솔이 솔이라 하니 무슨 솔마 너겻난다
천심절벽(千尋絶壁)의 낙락장송(落落長松) 니 긔로다
길 아래 초동(樵童)의 졉낫시야 거러 볼 줄이 이시랴
무삼 솔만 : 무슨 솔인 줄로만
넉이는다 : 여기느냐
천심절벽 :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
낙락장송 : 가지고 축 늘어지고 키가 큰 소나무
초동 : 나무하는 아이
졉낫시야 : 작은 낫
<전문풀이>
나를 보고 '솔이, 솔이'라고 부르니, 무슨 솔이로 생각하고 있느냐?/
천 길이나 되는 절벽에 우뚝 솟은 큰 소나무, 그것이 바로 나이도다./
길 아래 지나가는 초동의 작은 낫으로 걸어볼 수 나 있는 낮은 소나무인 줄 아느냐?
▶제재 : 소나무
▶성격 : 의지적
▶주제 : 소나무의 절개를 닮으려는 고고한 자존심(自尊心)
작자는 연대 미상의 기생으로, 비록 천한 하류층의 몸으로 선비들에게 술이나 따라 주지만, 아무 생각없이 함부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작자가 가진 정신적인 지조는 높은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고고한 소나무와 같다는 의미로, 선비들이 하찮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하여 냉정하게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작자의 이름이 소나무의 한자음인 '송(松)'으로, 이 시조에서 초장의 '솔이 솔이'와 중장의 '낙락장송'의 표현을 통해서 이중적인 의미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소나무'이기에 더더욱 지조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다짐이 당당하게 나타나 있으며, 표현 또한 문학성이 돋보인다.
5. 매화의 시조-<매화 옛 등걸에~>
매화(梅花) 옛 등걸에-매화 - 청구영언(靑丘永言)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퓌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퓔동말동 하여라.
등걸 : 큰 줄기를 베고 난 다음 남은 나무의 밑동.
녯 퓌던 : 예전에 피었던
픠염 즉도 : 핌 짐도, 필 것 같기도
난분분(亂紛紛) : 이리저리 흩날림
필동말동하여라 : 필 듯 말 듯 하구나
<전문풀이>
매화 옛 등걸에 봄 계절이 돌아오니
예전에 피던 가지에 꽃이 핌직도 하다마는
봄 눈이 어지럽게 흩어지니 꽃이 필듯말듯 하여라.
▶성격 : 감상적
▶주제 : 늙음에 대한 한탄
▶표현 : 중의법
초장의 '매화'는 작자 자신을 나타내는 말로, 노쇠한 자신을 표현한 '녯 등걸'과 함께 중의법을 사용하였다. 중장의 '피엄즉도 하다마는'은 지난 시절에 함께 했던 정든 임이 올 듯 하다는 뜻이다. 그 임이 있기에 희망을 갖고 남은 여생을 보내려 하는데, '춘설'이라는 '어지러운 세상살이(늙어가는 삶에 대한 무상)' 때문에 자신의 사랑하는 임과 행복한 나날들이 찾아올 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의 늙어가는 처지를 새삼스럽게 돌아보면서, 삶에 대한 느낌을 읊은 노래이다
6. 명옥의 시조-<꿈에 뵈는 님이~>
꿈에 뵈는 님이 - 명옥(明玉)청구영언(靑丘永言)
꿈에 뵈는 님이 신의(信義)업다 하건마는
탐탐(貪貪)이 그리올 졔 꿈 아니면 어이보리
져 님아 꿈이라 말고 자로자로 뵈시쇼.-
신의 : 믿음과 의리
탐탐이 : 탐탐(貪貪)이. 탐탁히. 매우 그리워 하는 모양.
그리울제 : 그리울 때
어이 : 어찌
자로자로 : 자주자주
뵈시쇼 : 보이시오.
<전문풀이>
꿈에 보는 임은 믿음과 의리가 없다고 하지만,/
못견디게 그리울 때 꿈에서가 아니면 어떻게 보겠는가?/
임이시여, 꿈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주자주 보이소서.
▶제재 : 꿈에 뵈는 임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
▶성격 : 감상적
▶정서 : 간절한 그리움.
초장은 '꿈에 보이는 임은 인연이 없다'는 내용으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속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꿈에서조차 그리운 임을 보지 못할 것을 걱정하면서, 임이 그리울 때 그나마 꿈에서 자주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초장과 종장의 '꿈'은 임과 작자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는 의미의 꿈이지만, 중장의 '꿈'은 보다 가까이 할 수 있는 임에 대한 그리움의 결정체이다. 그것은 바로 작자의 믿음과 기원이 간곡하게 깃들여진 꿈인 것이다. 가까이하기 어려운 임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꿈'이라는 무한하고 신비한 세계를 선택한 점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7. 소백주의 시조-<상공을 뵈온∼>
상공(相公)을 뵈온 후에 - 소백주(小栢舟)-해동가요(海東歌謠)
상공(相公)을 뵈온 후에 사사(事事)를 믿자오매
졸직(拙直)한 마음에 병들가 염려이러니
이리마 저리차 하시니 백년(百年) 동포(同抱)하리이다
<전문풀이>
상공을 뵈온 후는 모든 일을 (상공만) 믿고 지내왔으나
옹졸한 마음에 (혹시 상공께서 그만 마음이 변하여) 병이 들까 염려하였더니
이렇게 하마 저렇게 하자고 그러시니, 백년을 함께 살고자 하나이다
<해동가요>의 기록에 의하면, 이 시조는 광해군 때 평양 감사로 있던 박엽(朴燁)이 손님과 함께 장기를 두면서 자기가 아끼고 사랑하던 기생 소백주(小栢舟)에게 명하여 짓게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시조는 장기를 비유하여 대감에 대한 소백주(小栢舟) 자신의 연정(戀情)과 믿음을 노래하였다. 비유와 어휘의 적절한 구사가 매우 뛰어나다.
곧, '상공(相公)'은 장기의 상(象)과 궁(宮)을, '사사(事事)'는 사(士)를, '졸(拙)'은 졸(卒)을, '병(病)'은 병(兵)을, '동포(同抱)'는 포(包)를, '이리마'는 마(馬)를, '저리차'는 차(車)를 뜻한다. 이렇게 음이 같음을 이용하여 중의적(重義的)으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즉홍적인 착상이 대단하다.
8. 천금의 시조-<산촌에 밤이∼>
산촌(山村)에 밤이 드니 - 천금(千錦)-화원악보
산촌에 밤이 드니 먼딋 개 즈져온다.
시비를 열고 보니 하늘이 챠고 달이로다.
뎌 개야 공산 잠든 달을 즈져 므삼하리오
먼딋 : 먼 곳의
즈져 온다 : 짖어 온다
시비 : 사립문
공산 : 인적이 끊긴 고요한 산중
무삼하리요 : 무엇하겠느냐
<전문풀이>
산촌에 밤이 깊어 가니 먼 곳에서 개 짓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립문을 열고 보니 하늘 기운이 차갑고 호젓하게 달이 떠 있다./
저 개야, 빈 산에 잠든 달을 보고 짖어서 무엇하겠느냐?
▶종류 : 평시조
▶성격 : 감상적, 연정가, 애련(愛戀)의 노래
▶제재 : 연모(戀慕)의 정(情)
▶표현 : 감정이입법
▶주제 : 임을 기다리는 외로움
한밤 중에 고요한 산촌의 하늘에는 차갑게 느껴지는 달이 휘엉청 밝아 있고, 어디선가 멀리서 개가 짖어대는 소리만이 산골을 울린다. 한적한 밤하늘 아래에 서서 임을 기다리며 느끼는 외로움이 종장에서 '개가 짖는 소리'와 '잠들어 있는 달'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 시조에서 초장의 '산촌'이나 중장의 '달' 그리고 종장의 '공산'과 '개가 짖는 소리'등은 작품의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자아내고 있는 시적인 요소들이다. 결국 '므삼하리오'에는 임을 기다리는 작자의 자탄의 마음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노래는 시적인 정서와 배경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9. 한우의 시조-<어이 얼어 자리∼>
●어이 얼어 자리-한우(寒雨)-해동가요(海東歌謠)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 어듸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 비 맛자신이 녹아 잘까 하노라
어이 : 어찌
얼어 잘이 : 얼어 자랴.
원앙침 : 원앙을 수놓은 베개
비취금 : 비취색 비단 이불. 곧 신혼 부부의 화려한 이불
<전문풀이>
어찌하여 얼어서 주무시려고 합니까, 무슨 일로 얼어 주무시렵니까?/
원앙새를 수놓은 베개와 비취색의 이불을 어디에 두시고 얼어 자료 하시나이까?
오늘은 찬 비를 맞고 오셨으니, 따뜻하게 녹여 드리며 잘까 합니다.
▶성격 : 서정적
▶주제-'한우가'에 대한 화답으로 구애를 허락함
▶배경 : 조선 선조때, 임제가 평양 기생인 한우에게 읊어 보낸 '한우가(寒雨歌)'에 대하여 한우가 화답한 노래이다.
한우와 함께 술잔을 나누던 임제가 '찬 비 맛잣시니 얼어 잘까 하노라'하는 노래를 읊었다. 그러자 한우는 그 마음을 모르는 척 '어이해서 무슨 일로 얼어 주무시려고 합니까?'하며 노래를 보낸 임제의 마음을 슬쩍 떠 보았다. 그리고 찬비를 맞은 임제를 따뜻하게 녹여 자겠다는 한우의 표현에서 서로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오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직접적인 표현이기보다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의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명기들의 시조를 좋아한다.풍류남아라 할 것가?
얼킨 세상 잊음에 좋은 처방일래라.
겨울밤 깊은 잠 청해 꿈 속에서 임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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