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과연 짝퉁 천국일까?
청도에서 가장 유명한 짝퉁시장인 '지모루' 시장.(북경 홍치아오 시장, 시우쉐이 시장과 함께 대표적인 중국내 짝퉁시장) 액세서리와 수입품을 파는 이 곳에 가면 시계, 옷, 신발, 가방, 지갑 등 우리 몸에 걸치는 모든 걸 짝퉁으로 살 수 있다.
짝퉁과 진짜를 판별하기가 쉽진 않다. 조잡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제품이 적지 않다. 진짜는 아주 운이 좋아야 살 수 있다.
나는 올해로 중국 생활 17년째다. 현재 중국 산동성 청도시 이창구라는 곳에서 한국 휴대폰 수리 전문점을 하고 있다. 이 곳에 온 지는 4년 됐다.
언젠가 손님 중 한 분이 중국 휴대폰 가게에서 휴대폰을 산 뒤 번호 가입하러 왔다. 그 손님은 한 달 뒤 고장 난 휴대폰을 들고 수리하러 왔다. 휴대폰 상자를 열어본 결과 사용설명서와 액세서리는 없었다. 부품 중 메인보드, LCD(액정화면), FPCB(LCD 연결 케이블), 배터리는 한국제, 배터리는 중국제였다. 일명 짝퉁 휴대폰이었다.(한국산 제품이라고 속여 파는 중국산 조립품.)
자세히 살펴보니 고장 원인은 케이스가 본체와 맞지 않은데 있었다. 한국산 정품 케이스는 절연체가 붙어 있는데, 중국제엔 그게 없었던 것. 억지로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고장이 난 것이다.
그 손님은 중국 가게에 가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중국 상인은 분명히 한국산 제품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잡아뗐기 때문이다.
짝퉁 휴대폰 구별법
짝퉁 휴대폰의 경우 배터리는 대만에서 만들고, 배터리 케이스는 광주(광동성 성도)에서 찍는다. 본체 또한 광주의 소규모 가내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조립하는 것은 광주에서 이뤄진다.
배터리의 경우 진짜와 구분하기 힘들지만 배터리 라벨, 용량, 표시 글씨가 흐리고 칠 상태는 광이 없다. 진짜는 칠 상태가 아주 부드러우면서 명확하다.
가장 쉬운 판별방법은 손톱으로 살짝 긁어보면 된다. 살짝만 해도 긁힌다. 진짜는 손톱으로 잘 긁히지 않는다. 또한 배터리 바코드 부분이 이상하다.
정확한 확인방법은 전화로 엔지니어 모드(시스템 정보)에 들어가서 가입날짜를 확인해보면 된다.
휴대폰을 열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일반인은 열어보기 힘들 것이다. 언젠가 우리 엔지니어가 짝퉁 휴대폰을 열었을 때 메인보드가 모두 한글로 돼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짝퉁 휴대폰, 한국 부품 60% 중국 부품 40%
그렇다면 짝퉁 휴대폰 부품은 어떻게 조달되는 것일까.
짝퉁 휴대폰은 대부분 한국 부품 60%, 중국 부품 40% 비율로 구성된다. 즉 모든 부품이 다 가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부품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부품 중 약 70%가 중국산 것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들여오는 부품의 경우, 우선 한국의 서비스센터나 택시기사 등을 통해 들어오는 분실폰을 들 수 있다. 또한 중국 상인이 서비스센터를 돌면서 교체된 메인보드 등을 사기도 한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메인보드, LCD, FPCB 중 판별하기 힘든 건 조금 비싸고 쉽게 판별 가능한 부품은 조금 싸게 판매된다.
휴대폰은 가짜지만 박스, 사용설명서, 휴대폰에 들어가는 액세서리 등은 모두 진짜다.
아무튼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짝퉁이 넘치는 나라 중국. 한국에서 로밍해온 휴대폰을 함부로 맡기면 손해다. 잘못 맡기면 비밀번호나 핵사번호(일명 ESN번호)를 도용당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핵사번호, 코드번호, 전화번호 세 가지를 조합하는데 비해, 한국은 핵사번호와 전화번호만으로 통화가 된다. 핵사번호와 전화번호를 알아내긴 매우 쉽다. 단 20초면 알 수 있다.
휴대폰을 맡기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그러나 꼭 맡겨야 한다면, 경험 많은(2년 이상) 한국 상인에게 맡길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