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족할 일이 있다.
결혼식 주례가 그렇다.
결혼시작 15분전에 가서 주인공들과 그 가족들과 인사하고,
식이 시작하면 30분간 결혼식을 진행하고,
마치면 15분 정도면 식사도 가능하니 모두 합해서 1시간이면 족할듯하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늘상 해오던대로 '1시간이면 마친다'는 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 나는 1시간 안에 그 일을 충분하게 해내는 것일까 아니면 1시간어치만 하는데 익숙해져있는 것일까.
그날부터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시간보다 '충분히' '잘'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해보았다.
예식 15분전에 도착하면 될 것을 2시간 전에 도착해보았더니 예식장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왔다.
축가를 부르러 나오는 팀이 서기에 너무나 협소한 피아노 앞 공간,
미리 발견해서 피아노의 위치를 조금 벽으로 더 밀면 예식도장 축가팀이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뿐이 아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 조그만 잔손질이 필요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정작 신랑신부 당사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하기에만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결혼식장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 주례다.
결혼식 전날 주례사 작성은 물론 끝내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두시간 전에 간다.
그래서 이렇게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고,남들이 못보는 것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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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목사와 사랑이 넘치는 교회>라는 책에서 김연희 목사님이 한 말이다.
그는 자칭 그것을 바보 목사의 시테크라고 말한다.
1시간이면 될 것을 굳이 2-3시간 쓴다는, 그렇게 정열을 쏟는다는 원칙이 그 나름의 시테크원칙이다.
멋있다.
세상을 거꾸로 사는 것같은, 작금의 세태와는 안맞는 것같은,
정말 겉보기엔 바보같은, 바보처럼 멍청해보이는 그런 그에게서 예수님의 사랑,
훈훈한 애정이 물컥 솟아오름은 나만의 느끼는 감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