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독백하는 여자로부터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As I Lay Dying)>(1930)
윌리엄 포크너가 1930년 발표한 이 획기적인 소설의 여주인공인 애디 번드런은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는 존재의 고립과 무의미, 그리고 자신의 결혼과 모성 경험을 전하기에 불충분한 언어에 대한 고통스러운 독백이다. 번드런은 “사는 이유는 죽을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이해한다고 말하며, 또한 “언어가 쓸모없고 그것이 말하려는 것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이 소설은 번드런의 다른 가족과 이웃들의 관점을 교차시키고 있으며, 애디는 이 열다섯 명의 화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이들은 고향에 묻어달라는 애디의 요구를 존중해 관을가지고 64 킬로미터가 넘는 미시시피 시골길을 가는 몹시 힘든 여정을 준비하는데, 이 여정 자체가 인생길에 대한 은유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그 파편화된 구조는 대단한 실험으로 여겨졌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가 개척한 의식의 흐름 기법에, 그리고 일부 연구자의 추측에 따르면 포크너가 1925년 유럽 여행에서 언뜻 보고 매료된 입체파 미술에 영향을 받은 혁신적인 기법이었다. 포크너는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에서 이런 발상들을 흡수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상징과도 같은 1950년 영화 <라쇼몽>과 아주 비슷한 서사 구성 방식을 만들어낸다. 이후 이 구성 방식은 루이스 어드리크, 말런 제임스, 데이비드 미첼 같은 다양한 작가들과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쇼타임의 <디 어페어> 같은 획기적인 드라마 시리즈에 영감을 주었다.
포크너의 콜라주 방식의 서사는 기억의 주관성, 인식의 한계, 다른 개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립감과 쓰라림을 느끼는 인물이 애디만은 아니다.애디의 네 아들, 임신한 딸, 무뚝뚝한 남편, 애디의 여러 친구들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독백을 통해, 우리는 이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자라는 느낌과 어긋나 있다는 느낌은 인간 조건의 일부라고 포크너는 말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암담하지만은 않다. 어렴풋이 익살스러운 기운이 있으며, 인물들은 썩어가는 애디의 송장을 홍수와 화재를 거치며 고향으로 끌고 가는 여정이 우스꽝스러운 일인 줄 알면서도, 더욱이 애디와 감정이 많이 쌓인 관계인데도, 의리와 헌신에서 인내하며 계속하는 느낌이 있다. 이런 태도는 포크너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도 그랬듯 자주 밝혔던 믿음, 즉 인류가 “견디고 승리하리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