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17] 새똥 전쟁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입력 2023.04.05. 03:00
0405 여론3 차현진
세계화가 후퇴하고 경제안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칩포(chip4) 동맹’이니 ‘프렌드 쇼어링’이니 하는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경제안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석유와 식량 같은 희소 자원은 가격을 불문하고 물량을 확보하려고 발버둥 쳤다. 희소 자원은 국가의 경쟁력도 좌우한다. 화약은 종이, 인쇄술, 나침반과 함께 중국의 4대 발명품에 속한다. 중국이 화약 발명에서 앞선 것은 그 원료인 초석이 중국에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초석의 학술 명칭은 질산칼륨이다. 질산칼륨은 화약뿐만 아니라 비료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농사에서 질산칼륨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것을 많이 함유하는 새똥이 전략자원으로 부상했다. 남태평양의 나우루 공화국은 부산 가덕도 크기의 작은 섬인데, 섬 전체가 새똥 밭이다. 나우루 공화국은 그 새똥을 팔아서 소득 3만 달러의 부국이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새똥이 고갈되었다. 지금 1만여 명의 주민들은 국제기구의 원조를 받으면서 힘들게 산다. 그것을 경제학 교과서는 ‘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새똥 때문에 전쟁을 벌인 적도 있다.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있던 아타카마 사막은 400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다. 그래서 남태평양 갈매기의 새똥이 썩지 않고 겹겹이 쌓여 있다. 두 나라가 그것을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리는데, 칠레까지 뛰어들었다.
1879년 칠레가 페루와 볼리비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새똥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칠레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동맹으로 끌어들여 아타카마 사막을 독차지했다. 반면 페루와 볼리비아는 변변한 동맹이 없었다. 칠레가 점령한 새똥 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세계는 지금 경제안보를 앞세우며 편을 가르고 있다. 이때 동맹을 잘못 고르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외교가 중요하다. 대통령이 미국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