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한신계곡-세석평전(1,570m)
<기본정보>
주소 :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로 373
네비 : 지리산 백무동탐방지원센터주차장
구간거리 : 들머리 - 세석대피소 6.5k
산행시간 : 8시간 30분(왕복)
난이도 : 상
명소 1. 한신계곡
2. 가네소폭포
3. 한신폭포.
4. 오층폭포
5. 세석평전
버릴 때와 버릴 것
기자출신으로 남한산성을 쓴 작가 김훈은 좋아하던 등산을 이제 버린다 하였다. 등산장비를 모두 후배에게 인계하였다 한다. 그는 우리 또래인 1948년 생이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버릴 때가 되었다.
팔십이 턱앞인 사람 누구나 등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애지중지 해 왔던 물건이나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습관, 취미 그리고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생각도 버리거나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힘이 많이 가는 운동이나 등산 특히 가나마나한 모임이나 거만한 말을 해대는 사람과는 이제 이별할 때가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고 사회생활에 참여하기위해서 무릅쓰고 참여해 왔지만 이제 길어야 십년- 남은 인생 내 본성대로 편안히 그리고 남은 인생을 관조(觀照)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버릴 때가 된 버릴 것 제1호인 등산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등산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체면으로 덕담해 주는 말이 진심인줄 알고 우쭐하는 어리석음을 아직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버려야지-
버릴것을 버릴때를 모르고 버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지(指)하고 자신에게도 화(禍)나 손해가 오리라-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신계곡
한신계곡은 한여름에도 찬기운을 느끼게 하고 계곡이 깊고 넓다. 2010.8.18 명승지 제72호 지정되었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계곡이다. 들머리인 백무동에서 세석평전까지 6.5k이다. 계곡에는 첫나들이폭포 가네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등 아름다운 폭포가 즐비하였고, 노각나무 함박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새벽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트는 세석평전까지 올라야하는 나에게 정신을 맑게 해 주었고 몸에 기운을 주었다.
계곡은 온통 물소리로 가득차 있었고 거센 계곡의 물은 웅장한 소리를 내며 폭포에서 떨어지고 바위를 치고 미끄러지며 검은 소(沼)로 떨어져 잠시 잠잠하였다.
유명한 가네소폭포
한신계곡의 제1의 명소인 가네소폭포는 들머리에서 2.7k의 거리에 있었으며 1시간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가네소폭포는 규모는 크지않았으나 가네소자연관찰로가 있었으며 또 재미있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오층폭포와 한신폭포
가네소폭포를 지나니 본격적인 등산로가 이어져 있었다. 아직도 험한 길이 3.8k나 남았다. 길은 닦여져 있었으나 험하였다. 험한길 닦아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길이 험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오층폭포는 주 등산로에서 비켜있었다. 폭포가 크지않아 층수 구별이 어려웠으나 세찬 물줄기가 활기차게 떨어지고 차오르고 있었다.
오층폭포를 멀리하고 급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내리며 험한 돌길을 한 참이나 가니 거대한 바위비탈면이 나타났다. 조심에 조심을 하며 올라서니 저쪽에서 힌 기둥의 물줄기가 길게 떨어지고 있었다. 한신폭포다. 이름답게 최상류에서 웅장하고 길게 떨어지다가 마당 바위에서는 미끄러져 흘렀다. 상류지역인데 어디서 그 많은 물이 모여 흐르는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위험천만 마지막 0.9k
헉헉거리며 조심을 하며 3시간 반 5.6k를 올라와도 정상은 보일기미가 없었고 험한길 옆에 마지막 쉼터가 나타났다. 세석대피소 0.9k라는 표지목도 서 있었다. 평평한 길 0.9k는 별거 아니지만 오르막 산길은 멀고 힘들었다. 위를 쳐다보니 그야말로 경사가 9에 가까웠다. 오늘의 마지막 고비- 올라야만 하는 위험천만한 구간이다. 경사가 문제가 아니라 믿지못한 돌길이었다. 돌길은 엉성하고 험하고 물이 흘렀다. 물묻은 돌은 위험천만하다. 2년전 물묻은 바위에 미끄러져 등뼈를 부러트린 아찔한 생각이 떠올라 조심에 조심을 하며 한 발 한 발 정신을 집중하였다. 허리를 펴니 몸이 뒤로 무너질 뻔도 하였다. 늙으니 중심도 안잡혔다. 아~ 젊었던 시절이여~ 오늘 산행을 끝으로 등산을 쫑(終) 내야지-
드디어 세석평전(平田)
후들거리며 숨 몰아쉬기를 수없이 거듭하니 시간은 흘러 갔고 위험한 길도 짧아졌고 이제 평평한 길이 나타났다. 평탄한 길에 숨이 안정되어지니 세석평전이 나타났다. 길가의 산꽃들이 먼저 반가이 맞이해 주었고 세석평전은 나무와 키근 풀 군락에 덮여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산객들이 숙박하는 세석대피소가 아래쪽에 자리해 있었다. 오늘은 평일이라 산객들이 없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3.4k를 가면 장터목이 나오고 거기서 또 1.7k를 가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이 나온다. 정상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다리가 먼저 후들거렸다. 젊은 시절 성중(성삼재와 중산리)일주를 몇 번이나 하였던 왕년의 열정을 추억해 볼 뿐-
아~ 세석평전! 이제는 다시 못 볼 세석평전-
<끝>
2024. 8. 1 백산 우 진 권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