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해 《아리랑》에 이어 《한강》까지 영향력 있는 대하소설을 완성해 대한민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소설가 조정래 님.
직접 주문 제작한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는 그는 오른쪽 어깨가 통째로 마비되기도 하고 하도 오래 앉아 있어 엉덩이에 종기가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탈장 수술까지 받으면서도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그런 그에게 소중한 동행은 원고지도, 세라믹 펜도,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도는 거리만큼의 취재 여행을 기록한 노트도 아닌, 부인 김초혜 여사라고 단번에 밝혔다.
“나의 동행이자 평생 동반자는 나의 아내, 김초혜입니다. 함께 문학을 하는 내 문학의 동반자이면서 내 작품의 최초 독자이며 열독자이기도 하고요. 그뿐 아니라 감시자, 감독자, 교정자, 조정자이기도 하지요. 아내가 잘못된 부분이나 어색한 표현을 지적하면 100% 수정합니다. 책 제목을 지을 때도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항상 의논해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것이지요. 그의 지성, 학식, 품격을 믿고 시가 소설보다 고차원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지적해 주는 부분을 전부 받아들여 고칩니다. 글을 쓰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때, ‘영욕(榮辱)은 반반이다’라는 말을 자주 해 줬어요. 그럴 때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지요. 이런 아내의 역할이 내가 작품을 계속, 잘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첫 번째 요인입니다.”
베스트셀러 시집 《사랑굿》으로 잘 알려진 부인 김초혜 시인과는 동국대 재학 시절 처음 만나 3년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올해로 40주년. 환갑 넘은 부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신비롭고 사랑스럽다며 미소 짓는 조정래 님에게 부인 김초혜 여사는 그를 여전히 순수 문학청년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필자 : 김선주님 기자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