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출근해요/1부]<5>보육시설이 대안이다
“모든 아이 양육은 국가 책임” 육아천국 칠레 르포
일터에 24시간 탁아소… 육아부담 해방되자 출산율 껑충
《엄마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보육시설이 충분하고, 잘만 운영된다면 아이를 더 낳는다. 이 당연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나라가 칠레다. 칠레는 2006년부터 ‘융단폭격’을 하듯 보육시설을 늘렸다. 그 결과 그해 1.50명이던 합계출산율은 3년 만인 지난해 1.95명으로 껑충 뛰었다. 보육시설을 늘리면서 달라진 칠레의 모습을 현장 취재했다.》
취학전 아동 모두 맡아주고… 경비는 기업이 전액 부담
“아이 안심되니 업무도 척척”
“최근 한 뉴스에서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자녀 때문에 부모가 직장을 그만둔다는 얘길 듣고 많이 놀랐다. 하루빨리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부모들의 육아부담이 덜어지길 기대한다.”
아바타보고나서 토를?
대치동급 중계동
장인·사위 강도잡아
칠레 산티아고 레콜레타 지역 다빌라 병원 안에 있는 직장보육시설. 이 시설에는 6명의 보육교사와 5명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다. 칠레는 보육시설을 늘려 출산율을 올린 대표적인 나라다. 산티아고=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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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만 35곳의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비타미아’ 경영이사 크리스토달 브루네티 씨(35)의 말이다. 비타미아는 2012년까지 지점 120곳을 더 늘릴 예정이다. 그만큼 보육시설에 대한 반응이 좋다.
지난달 27일 오후 그를 따라 산티아고 레콜레타 지역에 있는 다빌라 병원을 찾았다. 병원 정원을 지나 안으로 50m쯤 들어서자 한쪽에 ‘비타미아’라고 쓰인 보육시설이 나타났다. 350m² 터에 200m² 규모의 단층 건물이었다. 교사인 이사벨 씨(여)의 안내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파스텔 색상으로 채색된 교실 3개와 사무실, 깨끗한 식당과 모유수유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유수유실에는 엄마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안락의자와 장난감까지 갖춰져 있다.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기 전, 잠시 틈을 내 젖을 먹이도록 배려한 것이다.
교실 한 칸에는 유모차에 누워 잠자는 젖먹이에서부터 2세까지의 아이들이 있었다. 다른 교실에서는 3∼5세의 아이 10여 명이 지점토로 촉각을 키우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사벨 씨는 “생후 84일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5세까지 55명을 돌본다”며 “절반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자녀이며 나머지는 병원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인근 주민의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비타미아 마케팅 부이사인 마에이아 호세 카바다 씨(28·여)는 “0세부터 5세까지는 아이의 두뇌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라며 “두뇌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우리가 자체 개발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국내의 여느 보육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운영방법은 아주 달랐다. 우선 보육료 지원 방법. 한국으로 치면 보육시설 이용료에 해당하는 매달 350달러를 회사가 부담하고 있었다. 브루네티 이사는 “모든 보육 경비는 법으로 기업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며 “보육시설이 생긴 뒤 업무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근무 의욕이 크게 향상됐다는 얘기를 병원 측으로부터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시설 운영시간도 탄력적이다. 보육시간은 아이를 맡긴 부모의 근무시간대에 따라 3종류로 나뉜다. 병원에서 야근을 하는 부모의 자녀는 24시간 맡아준다. 쇼핑몰 등에 다니는 부모의 자녀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맡는다. 시설이 병원 안에 있어 아이가 아프면 바로 진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보육시설에 자녀를 맡긴 크리스토페 씨(34·여)는 “일하다 쉬는 시간에 아이를 보러 잠시 오곤 한다”며 “아이 때문에 직장에 지각하는 경우도 없고 심리적 부담도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女대통령 ‘어머니 친화정책’
3년새 보육시설 2.6배 늘어 출산율 1.5명서 1.95명으로
칠레가 이처럼 ‘보육시설 천국’이 된 것은 2006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어머니 친화 정책’이 큰 몫을 했다. 이혼녀이자 세 자녀를 둔 바첼레트 대통령은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2006년 10월 “0세부터 4세까지 모든 어린이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혁신적인 보육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후 칠레의 보육시설은 1500곳에서 지난해 말 4000곳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국가가 지원하는 보육시설은 대부분 저소득층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육시설 설립 열풍이 불면서 중산층이 사는 지역마다 비타미아와 같은 기업들이 운영하는 일종의 직장보육시설도 늘고 있다.
그 후 출산율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합계출산율 1.95명을 기록해 유럽 제1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프랑스(1.98명)에 육박했다. 몇 년째 1.2명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와 비교하면 놀랄 만한 발전인 셈이다. 육아 부담에서 ‘해방’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참여도 활발해졌다.
브루네티 이사는 “여성들이 직장에 복귀하면서 직장 내 여성의 간부비율도 아시아의 10% 미만보다 훨씬 높은 20%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긴 한 아버지는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나 보육시설이 생긴 후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크게 향상됐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둘째를 낳는 직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가 먼저 나섰고, 기업들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