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과 더불어 한동안 잠잠해 왔던 산업연수생제도의 위헌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오늘(24일) 오전 관련시민사회단체와의 면담에서 산업연수제를 폐지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적 입장임을 공식 밝혔다.
이날 면담은 지난 11일 국무조정실 외국인력 운영관련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중기청이 '05년도 외국인력 도입과 관련하여 산업연수생 배정 쿼터를 '04년 3만7천명에서 '05년 6만명으로 확대 요구하고 최근 산업연수제 확대를 위한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는 데 대해, 관련시민사회단체인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이, 헌법소원이 제기된 산업연수제 확대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과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면담에 참가한 이철승 외노협 상임대표는 "노동부가 작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통과 당시 산업연수제 병행 실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순수 의미의 연수제를 도입하고, 3년 내 산업연수제를 폐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최근 노동부의 행적을 보면 그 이행 시기와 의지에 대해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하면서, 산업연수제 폐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산업연수제의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다. 정부는 점차적으로 산업연수제를 없애려는 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 다만, 산업연수제의 즉각적인 폐지는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인력난을 고용주들에게 부담시킬 우려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연수제는 점차적으로 없애고(fade out), 고용허가제로 전환시켜서(fade in) 외국인력 정책을 원래 취지대로 시행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고용허가제 시행 초기에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면서 6개월 후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는 양 제도별 특징과 상호 보완적 성격이 없는 한 장기적으로 한 제도는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데 정부나 시민사회단체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연수제가 당초 취지인 중소제조업 등 내국인기피업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개발도상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운영되기보다, 외국 인력을 저임금으로 고용하기 위해 편법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송출비리, 임금체불, 사업장 폭언이나 폭행 등의 인권침해 행위, 불법체류자 양산 통로라는 비판이 계속 불거지면서 폐지 요구가 계속돼 왔다.
법무부는 이러한 산업연수제에 대한 개선안으로, 출입국관리법령을 개정하여 현행 '산업연수(D-3)' 자격을 '기능실습(D-3)' 자격으로 변경하고 '연수취업(E-8)' 자격을 폐지하고 연수 기간을 현행 1년에서 기능실습 2년으로 한다는 입장을 갖고 법 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안에 대해 관련시민단체에서는 명칭만 바꾸고, 오히려 폐지해야 할 산업연수제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 제한, 불법체류자 강제 추방 등과 같은 문제로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함께 한 민변 김진 변호사는 "외국인력 정책이 지나치게 출입국 행정 중심으로 돼 있어, 노동관계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 가령 산업연수생제도 운영전반을 다루는 외국인산업연수위원회는 위원장을 법무부가 맡고(위원장 법무부차관) 있는데, 정부 원칙과는 다르게 산업연수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법무부 이민행정연구위원회에서 나온 산업연수제 개선 방안에 보면, 산업연수제의 명칭만 교묘히 바꾸고, 산업연수제를 고착화시키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며 정부 내 외국인력 운영 현황 관련 의사소통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김 장관은 "사실상 외국인력 종합행정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밝히고 시민사회단체의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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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연수 폐지 촉구 농성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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