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파야 죽는다요?”
어떤 할머니가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고 식은땀이 많이 났다. ‘아 이제 죽으려는 모양이구나, 이제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몸을 씻은 다음,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었다.
아이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이대로 죽는 것이 최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 응급실이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텔레파시가 통하는 모양이다. 평소 전화 한 번 하지 않던 아들이 무엇엔가 끌려 어머니 집을 찾았다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응급실 방문이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였다. 다행히 응급조치만으로도 정신을 다시 차렸는데, 회진 가서 할머니를 뵈니 “얼마나 아파야 죽는다요?”라고 말씀하신다.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잠자듯이 조용하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죽는 순간에는 얼마나 통증이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가면 좋겠다고 한다.
조상님들 중에 그렇게 가는 것이 가장 좋게 보였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팔순 생일상을 잘 드시고 나서 다음 날 돌아가셨다든지, 잔치 음식을 잘 드시고 나서 가셨다든지, 소위 급체해 돌아가셨다는 경우가 이런 사례다.
“할머니, 그 정도 아파가지고는 돌아가시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아들네들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119에 전화하세요. 심장병 환자는 때가 되면 그냥 숨지기도 한답니다.”
심장병 환자는 돌연사라고 해서 갑자기 숨지는 경우가 많다. 통상 증상이 발생하고 24시간 내에 숨지는 것을 돌연사(급사)라고 하는데, 대부분은 증상 발생 후 15분 내에 사망하다보니 손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119 등 응급구조체제가 많이 좋아지고 응급의학과가 많이 활성화되다 보니 이전보다는 많은 환자들이 소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심폐기능은 돌아왔으나 뇌기능이 손상을 받아 의식을 못 찾거나 사지 마비 등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심장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증상이 서서히 심해지다가 사망에 이르지만, 사망하는 사람의 반수 정도는 증상이 호전돼 퇴원할 정도로 회복된 상태에서도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운 좋게 돌연사 상황에서 회복이 된 다음에도 1∼2년 안에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복된 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장모님께 죄를 많이 지은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 장모님은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뇌동맥류라고 해서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있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 원인은 대부분이 선천성이기도 하지만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서 생기기도 한다. 언젠가 많이 어지럽다고 해 병원에 오셔서 뇌 컴퓨터촬영으로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하기에는 위험한 부위이기도 하고 연세가 많기도 해 혈압을 잘 조절해가면서 관찰하기로 했다. 그런데 장모님은 몇 년 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중에 이웃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성당에 다녀오다가도 주저앉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이웃들은 “아들네 집으로 가시지, 사위가 의사라면서 그러고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다. 다른 분들은 죽을 복을 받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구구팔팔이삼사’라고 이삼일은 아파야 아들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무리 심한 환자라고 해도 죽는 시간을 예측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무병장수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체중도 조금 덜 나가는 것이 좋다.
실제로 비만역설이라고 해서 심장병 환자나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경우 체중이 조금 더 나가는 사람(과체중 혹은 비만)이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것을 말이 있다. 이는 체중이 조금 더 나가는 사람은 사지 마비가 와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빨리 숨지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말일 뿐이다.
많이 걷는 것이 좋고, 음식은 총량을 줄여야 한다. 가능하면 가공하지 않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밀가루·설탕·소금 등 삼백음식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 감사합니다.
어머님도 혼자 계시기에 늘 걱정입니다.
항상 멋진 시간 되시고 행복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