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말고 민간요법으로 다스리기
계절이 바뀔 때면 아이에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감기’. 아이가 감기에 걸릴 때마다 으레 찾는 병원, 꼬박꼬박 먹이는 감기약이 어떤 성분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처음부터 짚어보는 감기와 감기약에 관한 진실.
지난 6월 말에 방송된 EBS TV프로그램 <다큐 프라임>은 2회에 걸쳐 ‘감기’, 그중에서도 ‘감기약’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방송했다. 한국, 미국, 네덜란드, 영국, 독일에서 진행한 실험이 주요 내용. 실제로 감기에 걸리지 않은 가짜 환자가 한국과 각국의 병원을 찾아 가벼운 감기 초기 증상이라고 얘기하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실험이 진행된 한국의 병원에서는 적게는 2.2개부터 많게는 10개의 약을 처방했다. 반면에 외국의 병원에서는 단 한 개의 약도 처방하지 않았고, ‘휴식을 취하고 비타민을 섭취하라’는 무책임한(?) 충고만을 해줄 뿐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병인데 왜 부작용 위험이 있는 약을 먹느냐며 반문했다. 기침이라도 한 번 하면 너무도 당연히 병원으로 달려가 주사를 맞고, 감기약을 처방받는 우리와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다.
part 1. 감기, 처음부터 다시 보기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코와 목구멍 근처의 인구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 수백 종의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눈부시게 발전하는 현대의학에서도 치료법을 찾을 수 없는 불치병이다. 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병이기도 하다. 인간이 75년을 산다면 3년은 꼬박 감기에 걸려 있을 정도. 그 증상이 심하든 가볍든 한 사람이 1년에 4회 정도 앓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흔한 질병이라는 뜻이다.
감기는 통상 일주일에 걸쳐 발생, 소멸된다. 대부분 2~3일간 증상 악화로 콧물, 코막힘, 기침, 발열, 인후통 등이 나타난 다음 서서히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 큰 합병증 없이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어린 영아들의 경우 중이염이나 기관지염, 모세기관지염,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추운 겨울보다 봄과 가을에 감기에 더 잘 걸린다. 환절기에는 바이러스가 자라기 쉬운데다 사람의 몸이 환절기의 심한 일교차에 잘 적응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과다한 항생제 복용이 다른 질병을 낫는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므로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는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열이 난다는 이유로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약물 남용’인 셈.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2차적으로 세균 감염에 의한 합병증이 유발됐을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아이들의 경우 호흡기 구조가 완성되지 않아 감기로 인해 쉽게 세균 감염이 진행되며 합병증도 그만큼 쉽게 생기므로 어느 정도의 항생제 처방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EBS <다큐 프라임> ‘감기’에서 실시한 가짜 환자 실험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됐던 것도 이 부분. 다른 나라 의사들은 한국의 병원에서 감기약으로 처방한 ‘항생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항생제는 감기로 인한 2차 감염에는 필요하지만 2차 감염 예방 차원으로 처방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고 복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만일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아이 몸에 미치는 영향만큼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한다. 가장 큰 부작용은 ‘내성’. 항생제를 쓰기 시작하면 몸속의 남은 균을 모두 없애며 내성을 만들 틈도 없이 균이 사라지는데, 적당히 사용하다 말거나 약한 농도로 먹으면 몸속에 남은 균이 내성균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병은 다시 재발하고 다음에는 더 센 항생제를 써야 한다. 따라서 일단 항생제 처방을 받으면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 먹인다.
주사도 마찬가지. 감기에 걸리면 일단 병원을 찾아 ‘주사’부터 맞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감기에는 주사가 즉효다’라는 생각해서다. 병원에서 투여하는 감기약 주사에는 항생제, 부신피질호르몬, 해열진통제, 비타민, 포도당 등이 들어있다. 먹는 약의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사에 들어가는 포도당과 빠른 해열지통 효과 때문에 마치 감기가 나은 것처럼 느껴진다. 투여와 동시에 혈관을 타고 직접 흡수되므로 효과가 빠르다. 하지만 그만큼 몸에 가하는 부담도 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
약이 능사가 아니다
결국 병원의 무분별한 약처방이 문제. 따라서 항생제가 든 약을 먹기보다 자연히 낫게 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우리가 감기약을 미리 먹어서 그 ‘자연히’ 나을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어느 정도 자가 치유 능력과 면역력을 지녀 가벼운 질병은 스스로 이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러니 무조건 ‘약’부터 집어 먹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기를 물리칠까? 가벼운 감기 증상에 유용한 케어 방법을 알아보자.
part 2. 엄마 손이 약손, 감기 다스리기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의 케어를 통해 감기의 진행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 초기 증상, 즉 38℃ 이하의 가벼운 열, 맑은 콧물, 단순 기침 증상일 때는 5일 정도 지켜보면서 신경 써 돌봐주면서 아이의 회복을 도와주자.
집에서 할 수 있는 감기 치료의 기본 원칙은 세 가지. 첫째,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감기는 손, 눈, 코 등의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질병. 우리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플 때는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한다. 둘째, 영양 섭취에 신경 쓴다. 감기에 걸리면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체내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내쫓기 위해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생선, 계란, 육류 등 단백질을 섭취해야 면역 기능이 회복되고 증상이 빨리 가라앉는다. 셋째, 목욕은 가급적 시키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목욕을 시키면 체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물수건으로 가볍게 닦아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꼭 목욕을 시켜야 한다면 짧은 시간에 얼른 씻기고 곧바로 물기를 닦은 후 옷을 입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plus tip. 감기 증상, 이럴 때 병원에 가라
√ 생후 6개월 이전 아이가 감기 증상을 보일 때
√ 열이 38℃가 넘을 때
√ 경련을 일으킬 때
√ 전에 경련을 일으킨 적이 있을 때
√ 감기 증상이 5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을 때
√ 기침을 할 때 컹컹거리거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날 때
√ 호흡이 빠를 때
√ 평소 앓고 있는 병이 있을 때
목이 아플 때
• 스팀 타월로 목을 감싼다 아이가 기침을 한다면 일단 안정이 중요하다. 과격한 운동이나 찬 공기, 찬 음료 등은 멀리하여 기관지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인스턴트식품이나 달고 기름기 많은 음식은 되도록 먹이지 않는다. 아이의 목과 가슴 부위를 스팀타월로 감싸 보온과 습도를 유지하면 도움이 된다. 단, 너무 뜨거우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코가 막혔을 때
• 무즙을 활용한다 맵지 않은 무를 강판에 갈아서 즙을 짠 후 면봉에 적셔 아이의 콧구멍 속에 넣고 조심스레 바르면 코가 뚫린다. 무즙은 살균 작용을 하므로 코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염증에 좋다. 때로 생리식염수를 넣어도 괜찮지만 자주하는 것은 삼간다.
• 실내 습도를 높인다 아기의 코가 막혔을 때 물을 수시로 먹이고 가습기를 틀어 실내의 습도를 높이면 콧물이 묽어진다. 하지만 가습기가 오염된 경우엔 오히려 병균을 옮길 수 있으므로 매일 청소한다. 가능하면 끓였다 식힌 물을 넣는 것이 좋다. 환기도 잘 시킬 것. 콧물이 많이 나거나 코가 막혔을 때는 코를 한쪽씩 막은 뒤 양쪽을 번갈아가며 풀게 한다. 양쪽 코를 한꺼번에 풀면 콧속의 압력이 높아져 코 안의 나쁜 균이 중이로 쉽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쪽씩 코를 풀면 압력이 줄어들어 중이염이 발생할 확률이 낮아진다.
열이 날 때
• 보리결명자차를 수시로 먹인다 겨울 동안 찬 기운을 머금고 자란 보리와 간의 열을 식혀주는 효능을 지닌 결명자는 해열 작용을 한다. 아이가 열이 난다면 보리와 결명자를 1:1 비율로 섞어서 끓인 뒤 수시로 마시게 한다. 보리와 결명자는 성질이 차서 열을 내리게 하고 자연히 물을 많이 마시게 되므로 열로 인한 탈수를 방지할 수 있다.
• 온몸을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는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열이 날 경우 더 덮어주는 경향이 있는데, 열나는 아기를 이불로 싸거나 옷을 껴입히거나 뜨끈뜨끈하게 방 온도를 올리는 것은 금물. 오히려 체온을 더 올려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방 안의 온도를 18℃ 정도로 서늘하게 유지하고 최대한 옷을 가볍게 입혀서 열이 빠져나가게 한다. 더운 날씨라면 기저귀까지 다 벗겨도 괜찮다. 열이 심할 때는 옷을 완전히 벗기고 아이의 온몸 구석구석을 미지근한 물을 흠뻑 적신 물수건으로 닦아준다.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물이 증발하면서 몸속의 열을 빼앗아간다. 열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문지르듯이 닦아주는 것이 요령. 젖은 수건을 덮어두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가래가 끓을 때
• 파인애플을 먹인다 아이가 가래가 끓고 목이 아프다고 할 때는 파인애플을 먹이다. 파인애플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브로멜라인’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가래를 삭여서 나오기 쉽게 만들고, 기관지가 부었을 때 염증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가래가 많이 끓을 때 효과적이다.
part 3. 감기약, 알고 먹어야 효과도 빠르다
‘감기약’만큼 처방도, 복용도 빈번한 약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센 감기약을 먹어야 감기가 빨리 떨어진다’는 사람부터 ‘감기약을 먹어도 감기를 앓는 기간이 단축되지 않으므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감기약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정확히 말해 감기약은 치료약이 아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200여 종.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무쌍한 감기 바이러스가 변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감기 바이러스를 다스릴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감기약’이라고 부르는 약은 감기 증상을 완화시켜 수월하게 감기를 이길 수 있도록 돕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증상이 심해져서 합병증의 우려가 있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처방전에 표시된 약이 어떤 성분인지, 아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알아두자.
열을 내리고 통증 줄이는 해열진통소염제
‘해열제’ 혹은 ‘소염제’라고 불리는데, 사실 해열진통소염제로 분류되는 약은 크게 3가지 작용을 한다. 약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이 약이 작용을 막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인체에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프라스타글란딘은 염증과 통증, 체온 조절과 혈액 응고에 관여한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날 뿐 아니라 머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쑤시며 목도 붓는데 해열진통제만 먹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주로 타이레놀과 부루펜을 처방한다.
콧물을 줄이는 항히스타민제
가장 많이 쓰이는 콧물감기 치료제. 항히스타민제는 코가 간지럽고 콧물이 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감기가 막 시작되는 첫날이나 다음날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미 코가 막힌 후에는 효과가 없다. 다음은 먹는 항히스타민제에 많이 처방되는 성분과 대표 약제다.
• Homochlorcyclizine 호모크로민정(한일약품)
• Hydoxyzine 유시락스 시럽(한국 유씨비)
• Mequitazine 소아용 프리마란 시럽(부광약품)
• Piprinhydrinate 푸라콩(영진약품)
• Chlorpheniramine 페니라민정(유한양행) : 콜디 시럽 외의 어린이용 종합감기약에 다수 함유
• cetrizine 지르텍액(한국 유씨비)
• loratadine 클라리틴 시럽(유한양행)
• ebastine 에바스텔 내복액(보령제약)
• fexofenadine 알레그라정(한독약품)
• mizolastine 미스탈린정(갈더마코리아)
코막힘에는 비충혈제거제
감기에 걸려 콧속 혈관이 늘어나 부어서 코가 막혔을 때 비충혈제거제는 콧속 혈관을 수축시켜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먹는 약과 코 점막에 직접 뿌리는 외용약이 있다. 코 점막에 뿌리는 것은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의사의 지시 없이 72시간 계속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6세 이하의 소아도 쓸 수 있는 약으로는 ‘오트리빈’이 유일. 너무 어린 아기의 경우 콧구멍이 작아서 콧속에 뿌리기 어렵고, 아기가 숨을 조절하기 힘들므로 적어도 만 1세 이상일 때 시도하는 것이 좋다. 먹는 약은 가슴 두근거림, 불면, 소화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코감기약은 대부분 항히스타민제와 비충혈제거제가 섞인 복합제제다. 코가 맹맹하고 콧물이 약간 나는 초기 코감기에 사용한다.
• 국소용 외용제 - xylometazoline 오트리빈(한국 노바티스)
• 경구제 - pseudoephedrin 슈다페드액(삼일제약) 외 다수 종합감기약에 함유
•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코감기약 - pseudoephedrine+triprolidine 액티피드 시럽(삼일제약), 코스펜에이시럽(한미약품)
기침을 줄이는 진해거담제
흔히 진해거담제라고 묶어서 말하는데, 크게 진해제와 거담제로 나눌 수 있다. 진해제는 말 그대로 기침을 멈추게 하는 약이고, 거담제는 가래를 제거하는 약. 기침을 할 때 가래가 있는지에 따라 약 처방을 결정한다. 가래가 없는 마른기침은 기도 자극에 의해 일시적인 경우가 많아 진해제가 도움이 된다. 그렁그렁 가래가 끓으면서 기침이 나올 때 거담제를 복용하면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은 먹는 진해·거담제에 많이 처방되는 성분과 그 대표 약제다.
• 진해제
oxolamine 페브론 시럽(삼일제약), 카록스 시럽(동성제약)
Zipeprol 레스피렌 시럽(한화제약)
• 거담제
S-carboxymethylcysteine 리나치올 시럽(현대약품)
acetylcysteine 뮤테란 과립(한화제약)
Ambroxol 뮤코펙트 시럽(한국 베링거인겔하임)
Ivy leaf dried extract 푸로스판 시럽(안국약품)
Erdostein 엘도스 시럽(대웅제약)
아이에게 절대 쓰면 안 되는 항생제 List
√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아이의 치아를 변색시키고, 치아의 에나멜 형성과 골격 형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8세 이하 소아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 퀴놀론계 항생제 건과 관절의 연골 파괴로 성장에 손상을 줄 수 있어 18세 이하에게 거의 처방하지 않는 약이다. 그럼에도 때때로 아이에게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 클로람페니콜 1세 미만의 소아는 약물을 대사하는 효소가 미성숙하여 회색증후군(피부 팽창, 구토, 설사, 호흡 정지 등)으로 사망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 설파계 항생제 황달이 나타날 위험성 때문에 신생아와 미숙아, 2개월 이하의 소아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