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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틸드, 식물과 바위와 포도주의 이름이며
대지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이름
그것의 성장 속에서 언제나 새벽이 처음으로 부르는 말
그 말의 여름에 레몬 빛이 넘쳐나네.
나무배들이 그 이름 속을 항해하고
불의 푸른 파도가 그들을 에워싸네
그 이름의 글자들은 말라버린 내 가슴에
쏟아지는 강물이네.
오, 세상의 향기를 향한
비밀 터널로 통하는 문처럼
뒤엉킨 포도넝쿨 속에 드러나 있는 이름이여!
그대 뜨거운 입으로 나를 침범해 주오, 그대 밤 눈빛으로
나를 문초해 주오, 그대가 원한다면, 단지 하나의 배처럼
내 그대의 이름을 항해 할 수 있도록 해 주오, 그곳에서 쉬도록 해 주오.
2
사랑이란, 키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먼 여정인가
그대를 향한 움직임 속에 외로움이라니!
비와 함께 구르며 우리만이 홀로 길을 간다
타탈에는 새벽도 봄도 없다.
그러나 사랑이여, 그대와 나 우리는 함께이다
옷에서 우리의 뿌리까지
가을에도, 물 속에도, 엉덩이에서도 함께이다
그대와 나 따로 따로 우리가 홀로 함께일 때까지.
보로아 삼각주의 물, 그 물이
그렇게 많은 돌을 날랐던 그 노력을 생각하기 위해,
그대와 내가 기차와 나라들에 의해 갈라져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되었다
모든 혼돈, 남자와 여자들
그리고 카네이션을 자라게 하고 그것을 꽃피게 하는 대지와!
3
쓰라린 사랑이여, 그대는 성 마른 열정의 숲 속에
가시왕관을 쓰고 슬픔의 창과
분노의 화관을 들고 있는 제비꽃, 어떻게 그대는
나를 정복하게 되었는가? 슬픔의 길을 경유하여 무엇 때문에 왔는가?
왜 그대는 내 삶의 냉담한 이파리에
그대 부드러운 불길을 그리도 빨리 쏟아 부었는가?
누가 그대에게 길을 일러주었는가? 무슨 꽃이
무슨 바위가, 무슨 연기가 그대에게 내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는가?
그 날 밤, 대지가 진동을 하였기에, 정말로 그랬다,
그때 새벽은 자신의 포도주로 모든 잔들을 채웠고
천국의 태양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편 내 속에서는 맹렬한 사랑이 나를 휘감아 돌았다,
그 사랑이 자신의 가시로, 자신의 칼로 나를 찌를 때까지
내 가슴을 통하는 바싹 말라버린 길을 휘두르면서.
4
달콤한 향기 솟아오르고 그 향기 진동했었던
저 급류의 시냇물을 그대는 기억하리
가끔씩은 물과 느릿함을 지니고 있는 한 마리의 새와
그 새의 겨울 깃털을 기억하리.
그대는 대지의 선물들인,
지워지지 않는 향기들과 황금빛 진흙
덤불 속의 잡초와 기이한 뿌리들
칼처럼 생긴 마법의 가시들을 기억하리.
그대는 그대가 꺾었던 꽃다발을 기억하리
그림자들과 조용히 흐르는 물을
물거품에 덮여있는 돌 같은 모양의 꽃다발을.
그 때는 결코인 것 같았고, 언제나인 것 같았지
그래서 우리는 그리로 가네, 무(無)가 기다리고 있는 곳,
그리고 우리는 그 곳에서 기다리는 전부(全部)를 발견하네.
5
나는 그대의 밤이나 당신의 공기, 또는 그 새벽을 잡지 않았네,
오로지 대지와 알알이 맺힌 과일의 진실을
달콤한 수분을 마시며 부풀어오르는 사과
진흙과 달콤한 향기 나는 그대 영토의 진액만을 지녔을 뿐.
그대의 눈빛이 시작했던 퀸차말리에서
그대의 두 발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프론테라까지
그대는 나의 친숙한 어둠의 흙이라네
그대의 엉덩이를 잡으면서, 나는 다시 그 들판에 있는 밀을 잡는다네.
아라우코에서 온 여인이여, 아마도 그대는 몰랐을 테지
내가 그대를 사랑하기 전에 어떻게 그대의 키스를 잊었는지를.
그러나 나의 마음은 그대의 입술을 기억하며 계속 나아갔다네, 나는 계속 갔다네
상처 입은 사람처럼 계속 거리를 걸었다네
사랑을 이해할 때까지
내가 키스와 화산의 영토인 나의 장소를 발견할 때까지.
6
숲 속에서 길을 잃고 검은 잔 가지 하나 꺾어
그 속삭임을 타들어 가는 내 입술에 댔다
어쩌면 그것은 울고있는 빗소리나
금이 간 종소리 또는 찢어진 마음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무엇, 그것은 대지에 숨겨진 채
나에게는 깊고 은밀해 보였다,
축축한 채 반 쯤 열려있는 잎사귀의 어둠에
거대한 가을에 둘러싸인 외침.
거기 꿈꾸는 숲에서 깨어나 풋개암이
내 혀 밑에서 노래 불렀고, 그 진동하는 향기가
의식을 관통하며 올라갔다
갑자기 뒤에 남겨둔 뿌리들이 나에게 소리치듯
어린 시절과 함께 잃어버렸던 땅이--
그리고 나는 떠도는 향기에 상처 입은 채 멈추어 섰다.
7
“나와 함께 가요” 라고 내가 말했지, 그리고 아무도
나의 고통이 어디에서 어떻게 고동쳤는지를 몰랐지,
나에게는 사랑이 열어놓은 상처만이 있고
어떠한 카네이션도 뱃노래도 없었네.
나는 마치 내가 죽어가듯 “나와 함께 가요”라고 다시 말했지,
그리고 아무도 내 입 속에 피를 흘렸던 달을
또는 정적 속으로 흘러들었던 그 피를 보지 못했다네.
오 사랑이여, 이제 우리는 그러한 가시를 지니고 있는 별을 잊을 수 있다네!
그것이 내가 그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와 함께 가요”라고 반복하는 이유라네
그대가 슬픔과 사랑과 코르크에 막혀있는 포도주의 분노를 해방시켜준 듯 했다네
지하 깊은 곳에서 솟아 넘치는 간헐천,
내 입 속에서 나는 다시 불의 맛을 느꼈다네
피와 카네이션, 그리고 바위와 화상의 맛을.
8
그대의 눈빛이 달의 빛깔이
그리고 진흙과 노동과 불로 가득 찬 하루의 빛깔이 아니라면,
심지어 그대 속에 고요히 공기처럼 민첩한 우아함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대가 호박 빛 주일이 아니라면,
가을이 포도넝쿨 속을 기어오르는
그 황금빛 순간이 아니라면,
그대가 저 향기로운 달이
자신의 가루를 온 하늘에 뿌리며 반죽하는 그 빵이 아니라면,
오 나의 사랑, 나는 그대를 그토록 사랑할 수는 없으리!
내가 그대를 지닐 때면
나는 모래와 시간, 비의 나무와 같은 모든 것을 지닌다네,
모든 것이 살아있어 나는 살아있을 수 있다네,
움직이지 않아도 나는 모두를 볼 수 있다네,
그대의 삶 속에서 나는 살아있는 모두를 본다네.
9
쉴 틈 없는 바위 위로 파도가 흩어지는 그곳에
선명한 빛이 흘러 넘쳐 그것의 장미를 만들어낸다
둥근 바다는 한 다발 봉오리로 오므라들고
낙하하며 한 방울 푸른 소금으로 줄어든다.
오 거품으로 터뜨리는 화려한 목련이여
자신의 죽음이 존재와 무를 영원히 꽃피우고 사라지는
순간적 자성이여
부서진 소금이며 바다의 눈부신 충동인.
그대와 나, 사랑이여, 우리는 함께 침묵을 허락하지만,
바다는 자신의 영원한 모습을 부수어 버리고
자신의 맹렬한 속도와 백색의 탑들을 무너트린다,
그러한 보이지 않는 직물과 질주하는 물살,
끊임없이 펼쳐진 모래의 엮여짐 속에서
우리는 단 하나의 영구적인 부드러움을 만들어 내기에.
10
이 미인은 부드럽다, 마치 음악과 나무와, 마노와 옷감, 밀,
그리고 빛이 환하게 통하는 복숭아가
하나의 덧없는 조각을 만들어 놓은 듯.
그리고 그녀는 지금 파도를 마주하며 자신의 신선함을 발산한다.
바다가 물을 튀긴다, 방금 전 모래에 새겨진
발자국 모양을 되풀이하는 햇볕에 그을린 두 발에.
이제 그녀는 여성스러운 불같은 장미,
태양과 바다가 대항하는 단 하나의 거품.
오, 그 냉담한 소금 외에는 아무도 그대를 만지지 않기를!
사랑조차도 그 훼손되지 않은 봄시간을 방해하지 않기를!
끊임없는 거품의 메아리인 아름다운 여인이여,
물 속 그대의 우아한 엉덩이가
백조나 백합같이 새로운 척도가 되기를,
그대가 그대의 형상으로 하여금 저 영원한 수정을 떠다니게 할 때.
11
나는 그대의 입과 목소리 그대의 머리카락을 갈구하노라.
나는 조용히 굶주리며 거리를 서성이노라.
빵이 나에게는 소용이 없고, 새벽은 나를 파열시키고, 하루종일
나는 그대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추적하노라.
나는 그대의 온화한 웃음을 열망하노라
들에서 거둔 곡식 빛깔의 당신 손을,
그대 손톱의 빛 바랜 보석을 갈망하노라
흠집 하나 없는 아몬드 같은 그대 피부를 먹고 싶어라.
나는 그대의 사랑스러운 몸에서 너울거리는 햇빛을 먹고 싶어라
그대 오만한 얼굴의 최고의 코를,
나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대 속눈썹의 그림자를 먹고 싶어라,
황혼의 향기를 맡으며, 나는 굶주림의 주변을 걷노라
퀴트라투에 불모지의 퓨마처럼
그대와 그대의 뜨거운 심장을 갈구하며.
12
최고의 여인, 살-사과, 뜨거운 달,
해초의 짙은 향기, 꾸며진 진흙과 빛
무슨 은밀한 투명함이 그대 기둥을 통과하며 열리는가?
한 남자는 자신의 감각들로 무슨 옛 밤을 느끼는가?
오, 사랑은 물과 별들과 함께
익사시키는 대기와 분말의 폭풍과 함께 하는 여행,
사랑은 번개들의 충돌
하나의 꿀에 정복된 두 몸.
연이어 키스를 하며 나는 여행을 한다, 그대의 작은 무한을
그대의 변방을, 그대의 강물을, 그대의 조그마한 마을을,
그리고 변형된 맛있는 생식의 불이
피의 좁은 길을 따라 미끄러진다
밤 카네이션처럼 그것이 신속하게 자신을 쏟아 부을 때까지
그림자 속에 무(無)가 존재하고, 한 줄기 빛이 존재할 때까지.
13
그대의 발에서 머리까지 솟아나는 빛
그대의 우아한 몸매를 감싸 도는 힘
그것들은 진주의 모체가 아니며, 차가운 은이 아니다,
그대는 빵으로 이루어졌다, 불이 숭배하는 빵.
수확 철 그대 속에서 곡식은 크게 자랐으며
적절한 시간에 밀가루가 부풀어올랐다,
그대의 가슴을 두 배로 크게 하면서 반죽이 부풀어오를 때
내 사랑은 이미 땅 속에서 준비되어 기다리는 석탄이었다.
오, 그대의 이마, 그대의 다리, 그대의 입인 빵이여
내가 아침 햇살과 함께 태어나며 탐식하는 빵
빵집을 알리는 깃발인 나의 사랑,
불이 그대에게 피의 교훈을 가르쳤고
그대는 밀가루에게서 그대의 성스러움을
빵으로부터 그대의 언어와 향기를 배웠다.
14
그대 머리카락을 찬미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오.
하나씩 그대의 머리카락을 열거하며 찬미해야 하거늘.
다른 연인들은 특별한 눈빛을 지니며 살기를 원하지만
나는 단지 그대를 꾸미는 사람이고 싶다오.
이탈리아에서 그들은 그대를 메두사라고 불렀지요
그대 머리카락의 높이 곤두서는 빛을 보고.
나는 그대를 곱슬머리의, 나의 뒤엉킨 사람이라고 부른다오.
나의 마음은 그대 머리카락으로 들어서는 현관문을 알고 있다오.
그대가 그대의 머리카락으로 들어가는 길을 잃거든
나를 잊지 말아 주오, 내 그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오.
그대의 머리카락도 없이 나로 하여금
그 어두운 세상을 방황하지 않도록 해 주오
세상을 떠도는 슬픔과 어둠을 지닌 공허한 길들에 씌워진 채로,
그대 머리카락의 그 높은 탑을 비추며 태양이 뜰 때까지.
15
대지는 오랜 동안 그대를 알아 왔다,
빵이나 나무처럼 단단하며
그대는 완전한 실체들로 이루어진 한 송이, 한 몸이다
그대는 아카시아의 매력을, 황금빛 야채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그대의 두 눈이 열려 하늘을 날고
활짝 열린 창문처럼 눈빛을 모든 사물에 뿌리기 때문만 아니라
그대가 진흙으로 빚어져
칠란에서, 너무 놀란 아도비 가마에 구워졌기에.
존재하는 것들은 공기나 물, 추위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것들은 모호한 존재이며, 시간이 건들면 사라져 버린다
마치 죽음 앞에서 먼지로 부서져 버리듯.
그러나 그대는 바위처럼 나와 함께 무덤 속으로 들어가리,
결코 사라지지 않을 우리의 사랑 덕택에
대지는 계속해서 살아가리.
16
나는 그대 한 줌의 땅을 사랑하네
하나의 행성처럼 방대한 초원들 때문에,
나는 다른 별은 가지고 있지 않네
그대는 그 수없이 늘어나는 우주에 대한 나의 모사.
그대의 둥그런 눈빛은 소멸한 성운들로부터
내가 구분하는 유일한 빛,
그대 피부는 빗속을 통하는
유성 줄기처럼 고동치네.
나에게 그대 엉덩이는 달 엉덩이,
그대 깊은 입과 그 입 기쁨은 태양의 그것,
긴 붉은 빛으로 정열적인 나의 심장은
그늘 속의 꿀과 같이 열렬한 빛의 그것이었네.
나는 다부지며 행성 같은 그대에게 키스를 하고
그대 이글거리는 형상을 가로질러 가네, 나의 비둘기, 나의 지구여.
17
나는 그대가 마치 소금장미나 황옥
또는 불이 쏘아대는 카네이션 화살인 듯 그대를 사랑하지 않네.
나는 어두운 어떤 것들이 사랑을 받듯이 그대를 사랑하네
그림자와 영혼 사이에서 은밀히.
꽃은 전혀 피지 않지만
그 자체로 숨겨진 꽃의 빛을 지니는 식물 같은 그대를 사랑하네,
어떤 단단한 향기 그대 사랑에 감사하네,
대지에서 나와, 어둡게 내 몸 속에서 살고 있네.
나는 어떻게, 언제,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대를 사랑하네
나는 복잡하거나 자만함이 없이 솔직하게 그대를 사랑하네,
나는 다른 길을 모르기에 그대를 사랑하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그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
너무도 가까워 내 가슴 위 그대의 손은 나의 손이고
너무도 가까워 내 깊이 잠들 때 그대 두 눈은 감겨버리네.
18
그대는 미풍처럼 산 속을 지나난다
그리고 눈 쌓인 아래에서 떨어지는 급류처럼,
숱 많은 그대의 머리카락은 나를 위해 되풀이하는
드높은 태양의 장식처럼 고동친다.
코카서스의 모든 빛이 작은 꽃병 같은
그대 몸을 가로지르며 떨어진다, 무한히 굴절하며
그 안에서 물은 옷을 바꾸고
멀리 떨어진 강물의 모든 움직임으로 노래한다.
옛 전사의 길이 구불구불 언덕에 나 있고, 아래로는
병사들의 옛 요새들, 그들이 미네랄 손들에 쥐고 있는 물이
칼처럼 격렬하게 빛난다,
숲이 그대에게 보낼 때까지
갑자기 몇몇 푸른 꽃들의 잔가지, 번쩍이는 번개를
숲 속 향기의 낯선 야생의 화살을.
19
이슬라 네그라의 거대한 바다거품
그리고 푸른 소금과 파도 속 태양이 그대 위로 흩어지며 날고 있을 때,
나는 일을 하고 있는 벌을 본다
그 세계의 꿀에 열광하며.
그는 오고 간다, 자신의 활기 없는 직선 비행에 균형을 잡으며
마치 보이지 않는 줄 위를 미끄러져 가듯,
그 우아한 춤, 마른 허리
작고 초라한 침의 암살들.
그는 오렌지와 가솔린 빛 무지개를 통해
풀 속 비행기처럼 사냥을 하며
대못 같은 한 번의 힌트로 날아가고 사라진다,
벌거벗은 상태로 그대가 바다에서 나오고
소금과 태양, 반향의 형상과 모래 속 칼로
가득 찬 그 세계로 그대가 돌아오는 동안.
20
나의 못생긴 여인이여, 그대는 지저분한 밤 열매이다
나의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바람처럼 예쁘다
추함, 그대의 입은 두 사람의 입만큼이나 크다
아름다움, 그대의 키스는 갓 나온 멜론처럼 신선하다.
추함, 그대는 그대의 젖가슴을 어디에 숨겼는가?
그것들은 빈약하다, 작은 두 숟가락의 밀.
그대의 가슴에서 두 개의 달을
두 개의 크고 당당한 탑을 볼 수만 있다면.
추함, 심지어 바다조차도 그대의 발톱 같은 것들은 지니지 않는다
아름다움, 꽃 옆의 꽃, 별 옆의 별, 파도 옆의 파도
사랑이여, 나는 그대 몸의 목록을 만들었다,
나의 못생긴 여인이여, 나는 그대의 황금 같은 허리 때문에
나의 아름다움이여, 그대 이마 위의 주름 때문에 그대를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는 그대의 투명함 때문에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의 어두운.
21
사랑이 내 몸 전체로 그 맛을 퍼트리기만 한다면!
봄이 없이는 한 순간도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면!
내가 슬픔에게 팔았던 것은 오직 내 두 손뿐,
소중한 이여, 이제 그대 키스와 함께 나를 남겨다오.
그대 향기로 달(month)빛을 막아다오
그대 머리카락으로 모든 문을 닫아다오.
단지 잊지 말아 다오, 내가 울면서 깨어나면
단지 그것은 내 꿈속에서 내가 길을 잃은 아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밤의 이파리 사이를 헤치며 그대 두 손을
밀과 같은 그대의 애무를
그림자와 정력의 번쩍이는 황홀을 찾아 헤매는.
오, 나의 소중한 이여, 그대가 나와 함께 그대 꿈속을 걷고 있는 그 곳에는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없구나,
그대여 빛이 언제 돌아올지를 말해 다오.
22
사랑이여, 얼마나 자주 내 그대를 사랑했던가
그대를 보지도 않은 채, 기억하지도 않은 채,
그대의 시선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뜨거운 오후에 바싹 시들어가며
잘못된 장소에 있는 용담(龍膽)인 그대를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그러나 나는 단지 그 밀의 향기만을 사랑했다.
혹은 여름 달빛으로 내가 그대를 보았을지도 모르지,
앙골에서 포도주 잔을 들어올리는 그대를 상상했는지도,
아니면, 그대는 그림자 속에서 내가 퉁겼던 기타의 허리였는가
사나운 바다처럼 울렸던 그 기타의.
나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고 그대를 사랑했다
나는 그대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내 그대의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대의 닮은 모습을 훔치기 위해 여러 집들을 침입했다, 그리고 갑자기
그대가 나와 함께 거기에 있을 때 나는 그대를 만졌다, 그리고
나의 삶은 멈추었다, 그대가 내 앞에 서 있었고, 그대는 여왕처럼
숲의 들불처럼 통치했다, 그리고 그 불꽃은 그대의 권력이다.
23
빛을 위한 불, 빵을 위한 악의에 찬 달
자신의 멍든 비밀들 주변을 문지르는 쟈스민,
그때, 무시무시한 사랑에게서 부드럽고 하얀 손들이
내 눈 속으로 평화를, 내 감각 속으로 태양을 쏟아 부었다.
오 사랑이여, 참으로 빨리도 그대는
상처가 있었던 곳에 달콤한 견고함을 세웠었지,
그대는 끝까지 맹금의 발톱들과 싸웠고, 이제
우리는 세상 앞에 하나의 생명으로 서 있다.
그것이 과거에 그랬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방법이다
내 야생적인 달콤한 사랑, 나의 소중한 마틸드여,
시간이 그 날의 마지막 꽃으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낼 때까지,
그때는 그대도, 나도 어떠한 빛도 존재하지 않으리,
그러나 여전히 대지 너머에서, 그 그늘진 어둠 너머에서
우리 사랑의 광채는 살아 남으리.
24
사랑이여, 사랑이여, 구름들이 하늘의 탑을 올라갔다
승리에 도취한 세탁부들처럼, 그리고 그 모두는
푸른빛으로 반짝거렸다, 단 하나의 별처럼 모두가,
바다와 배와 하루는 모두 추방되었다
와서 폭풍 속의 물버찌들을 보라
그리도 빨리 열리는 우주의 둥근 열쇠를,
와서 이 순간적인 푸르름의 불꽃을 만져 보라
그 꽃잎이 시들기 전에.
여기에는 바람의 은총으로 열려있는 공간과
빛과 수량과 무리들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이 거품의 마지막 비밀을 포기할 때까지.
그리도 많은 푸르름들인, 천상의 푸르름들, 가라앉은 푸르름들 속에서
우리의 눈들은 다소 혼동되어진다, 그것들은 거의 꿰뚫어볼 수가 없다
공기의 힘을, 바다의 비밀을 여는 열쇠들을.
25
사랑이여, 내 그대를 사랑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니었다네,
나는 거리를 방황하며 사물들 속을 헤매었다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거나 이름도 없었다네,
기다리던 세상은 공기로 만들어졌다네.
나는 알고 있었네, 재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을
달이 살고 있었던 터널을
‘잃어버린 채’ 으르렁거렸던 황량한 창고들을
모래 속에서 강조했던 질문들을.
모든 것은 비어 있었고, 죽어 있었고, 벙어리였다네
몰락하고, 포기되어지고, 부패한 채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낯설게 그 모두는
그 밖의 다른 사람의 것이었으며,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었네,
그대의 아름다움과 그대의 가난이
많은 선물로 가을을 풍요롭게 채울 때까지.
26
이끼크의 무시무시한 모래 언덕 빛깔도
과테말라의 리로 둘세의 하구도
어느 것도, 밀 속에 압도되어져, 그대의 모습을 바꾸지 못했네
그대의 포동포동한 포도의 자태를, 그대의 기타-입을.
오 나의 사랑이여, 나만의 사랑, 모든 침묵의 이전부터
울창한 포도넝쿨이 가득한 고지에서
황량한 백금빛깔의 평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수의 풍경으로
대지는 그대를 모방해 왔다네.
그러나 언덕의 수줍어하는 광물 손길들도
티벳의 흰눈도, 폴란드의 돌들도
그 어느 것도 그대의 떠도는 밀 이삭, 그대의 자태를 변화시키지 않았네,
마치 진흙이나 밀밭, 기타나 여러 송이의 칠란 열매들이
그대 안에 자신들의 위치를 깨닫기라도 하듯, 야생 달의 의지를 이용하여
그들이 그대 안에 속하는 것을 정당화하네.
27
옷을 벗은 그대는 그대 두 손 중 하나인 듯 수수하고,
부드럽고, 흙빛이며, 작고, 투명하며, 둥글다
그대는 달의 윤곽을, 사과 오솔길을 지니고 있다
옷을 벗은 그대는 완전히 드러난 밀 이삭처럼 날씬하다.
옷을 벗은 그대는 쿠바의 밤처럼 파랗고
그대는 그대의 머리카락 속에 포도나무와 별들을 지니고 있다
황금빛 교회 안 여름처럼
옷을 벗은 그대는 광대한 노란 빛깔이다.
옷을 벗은 그대는 그대 손톱들 중 하나처럼 자그마하며
굽어지고, 섬세하며, 장미 빛깔이다, 하루가 시작되고
그대가 지하 세계로 물러날 때까지,
마치 그대의 선명한 빛이 희미해지고,
잎이 떨어져 옷이 입혀지고, 또 다시 벌거벗은 손이 되는
옷가지와 허드렛일로 가득 찬 긴 터널을 내려가듯.
28
사랑이여, 씨앗에서 씨앗까지, 행성에서 행성까지
바람은 어두워지는 나라들에 펼쳐진 자신의 그물과
전쟁은 자신의 피묻은 신발들과
혹은 하루마저 가시투성이 밤과 함께였다.
여러 섬과 다리, 깃발들, 우리가 어디를 가든
탄알 레이스가 달린 쏜살같은 가을의 바이올린,
포도주잔 가장자리에서 울려오는 행복,
눈물의 교훈으로 우리를 지체시키는 슬픔이 있었다.
그 모든 공화국들을 통해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그 오만한 건물들과 그 냉담한 머리카락에,
바람은 나중에 그들의 노력에 꽃들을 주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들어 가는 어떠한 가을도 우리를 건들지는 못했다.
이슬처럼 정당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채
우리의 견고한 장소에서 사랑은 싹트고 자라났도다.
29
그대는 흙으로 만들어져 신들이 몰락하여 죽음에 이른 후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주었던
가난으로부터, 남부의 가정으로부터,
추위와 지진으로 얼룩진 거친 풍경으로부터 왔지.
그대는 검은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말,
어두운 진흙의 키스, 내 사랑, 흙 양귀비
길들을 따라 날아간 황혼의 비둘기
가난한 우리의 어린 시절로부터 온 돼지모양의 눈물 저장소.
자그마한 사람, 그대는 가난의 진수를 마음 속에 간직해 왔지
그대의 두 발은 바위를 깎아 내곤 했었고,
언제나 빵이나 달콤한 것을 먹어 보지 못했던 그대의 입.
그대는 가난한 남쪽에서 왔지, 내 영혼이 시작된 그 곳,
그 드높은 하늘에서 그대의 어머니는 여전히 빨래를 하고 있네
나의 어머니와 함께. 그것이 내가 그대를 선택한 이유이네, 동반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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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다도해에서 온 낙엽송 같은 짙은 머리카락을 지녔다네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살갗
삼림의 바다를 알고 있었던 혈관
하늘에서 기억 속으로 떨어진 초록 피를.
아무도 나의 잃어버린 심장을 되찾지는 못하리
그 모든 뿌리로부터, 물 위에 수없이 늘어난 태양의
신선하고 쓰라린 반짝거림으로부터.
그곳이 나를 따르지 않는 그림자, 그것이 살고 있는 장소.
그것이 깃털과 목재로 왕관을 쓰고 북적거리며
그대가 하나의 섬처럼 남쪽에서 솟아오른 이유,
나는 떠다니는 숲들의 향기를 맡았으며
그 숲 속에서 내가 알고 있던 거뭇한 꿀을 발견했지,
나는 나와 함께 태어나고, 나의 영혼을 형성했던
그 칙칙한 이파리들을 그대 엉덩이에서 느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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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강물과 안개에 흠뻑 젖은
내가 감탄했던 모든 별들 중
내가 사랑하는 그 것만을 선택했고
그 때 이후로 나는 그 밤과 잠을 잔다.
파도 그리고 또 다른 파도, 푸른 바다
푸른 한기, 푸른 지류들, 그 모든 파도들 중
나는 오로지 하나의 파도만을 선택했다
분리할 수 없는 그대 몸뚱이 파도를.
모든 물방울, 모든 뿌리
모든 빛줄기가 이 곳 나에게
신속히도 몰려들었다.
나는 오로지 그대의 머리카락을 원했다
나의 고국이 베풀었던 모든 은총들 중
나는 오직 그대 야생의 심장을 선택했다.
47
뒤돌아 가지들 속 그대를 보고 싶소
조금씩 그대는 과일로 변해 갔지요
수액으로 된 그대의 음절을 노래하며
그대가 뿌리에서 솟아나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요.
이 곳에서 키스의 우아한 모습으로 변하면서
그대는 먼저 향기로운 꽃이 될 것이오
태양과 대지와 피와 하늘이 그대 안에
그들이 달콤함과 기쁨에의 약속을 충족시킬 때까지.
그 잎들 속에서 성숙해 가는 그대의 모습을
그 가지들 속에서 그대의 머리카락을 인식할 것이오
나의 갈증에 더욱 가까이 그 꽃잎들 가져오면서
또한 나의 입 가득 찰 것이오, 그대를 맛보며
대지에서 솟아난 키스
연인의 과일의 피인, 그대의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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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두 연인이 하나의 빵이 되고
하나의 달이 풀 속으로 떨어진다
걸으면서 그들은 함께 떠도는 두 그림자를 놓아주고
깨어나며 그들은 침대 위에 태양 하나 공허하게 남겨둔다.
모든 가능한 진실 중 그들은 그 날을 선택했고
그들은 밧줄이 아닌 향기로 그것을 묶어놓았다
그들은 평화를 깨지 않았고 단어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그들의 행복은 하나의 투명한 탑.
대기와 포도주가 그들과 함께 하며
밤은 자신의 기뻐하는 꽃잎들로 그들을 즐겁게 한다
그들이 모든 카네이션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행복한 두 연인들, 어떤 끝도 없고 죽음도 없이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수 없이 태어나고 죽는다
그들은 영원한 자연의 생명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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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든 어제는 사라져 버렸다
빛의 손가락들과 잠자는 눈들 속으로
내일은 자신의 푸른 발걸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무도 새벽의 강물을 멈출 수 없기에.
나의 사랑이여, 아무도 멈출 수 없다
그대 두 손, 그대의 두 눈과 졸음의 강물을
그대는 시간의 떨림
강렬한 햇살과 어두워지는 하늘 사이를 지나가는.
하늘이 그대 위로 날개를 접는다
엄격하고 신비스러운 예절로
그대를 들어올리고, 그대를 나의 품으로 데려오며.
그것이 내가 노래하는 이유이다, 날을, 달을
바다를, 시간을, 모든 행성을
그대 일상의 목소리를, 그대 밤의 피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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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에서 날리는 매처럼
그대 웃음소리가 떨어진다고 코스타포스가 말했지, 그건 사실이야
하늘의 딸, 그대 한 번의 번갯불로
세상과 그 푸른 잎사귀들을 갈랐지
떨어지며 천둥치고, 이슬의 혀
다이아몬드의 광천수, 벌들을 지닌 빛이 뛴다
긴 수염의 침묵이 살았었던 그 곳
빛의 작은 폭탄들이 터진다, 태양과 별들이
하늘이 내려온다, 짙은 어둠의 밤과 함께
여러 개의 종과 카네이션이 보름달 안에서 반짝이고
안장제작자들의 말들이 질주를 한다.
그대가 작기에, 웃음을 돌진하게 하라
그대 웃음의 운석이 날아오르게 하라
사물 본래 이름들을 놀라게 하라.
첫댓글 skynest님이직접 번역한 네루다 시군요. 이렇게 귀한 것을 선뜻 내보여주시다니...감사하는 마음으로 두고두고 천천히 읽겠습니다. 제가 두루두루 소문내서 다른 님들도 많이 읽어볼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다시한번 감사....
주말 저녁, 왠 포식입니까. 네루다의 시 50편씩이나. 많이 새롭습니다.
야금 야금 읽겠습니다. 조심 조심 읽겠습니다. 땀방울의 냄새가 향기로 올테니까 skynest 님 감사를.. 편지 드립니다.
보물을 또 건졌군요 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달콤한 과일 향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쏟아지는 폭포에서 무지개가 뜬것처럼 감사합니다..
이해갈때까지 반복해서 읽겟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