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서 읽었던 글]
아! 별이 졌다(思父曲)
지금은 메밀꽃 코스모스 꽃피는 시절이면
기적울리며 구경꾼 모여드는 화사한 그곳
오래전 햇살짧은 이명산 산자락에 하나님
순종하시며 대쪽성격 올곧은이 나셨더라.
일제 강점기 한국동란 거치시며, 좁디좁은
논빼미에의 빈약한 수확, 궁핍을 운명여겨
고단한 학문의 길마져 마다하지 않으셨다.
다섯자녀 잘못 키워 원망일랑 들으실세라
밤낮없이 보살피시고, 인고의 세월속에서
품속 얇은 봉급봉투 만지시고 속셈하셨다.
어느 초노년에 삶에 찌든 심신이 길을 잃어
생사 헤매실적, 묵은 짐들 정리하며 찾아낸
낡은 봉지속 돌려막기 통장만 십여개였다.
자식 키워 내보내시고, 티격태격 쌓인 정의
동반자 세월이 어연 칠십년, 반쪽만 남기고
홀로 떠나시는길 되돌아 서실 것만 같아라.
노년의 외로움 이기시려 강한척 하셨을까?
세월이란 기다리지 않음을 아셨을터이다.
자식이란 품안의 보배일뿐 부모의 마음은
오매불망 자식먼저, 자식은 제식구 우선이다.
천국 따로없고 이생에 곧 천국있다는 세속말,
천날만날 충성하고 예비하신 기도에 하늘문
활짝 안열렸다면 그건 불신의 허상일성 싶다.
안타깝게 별은 졌다. 님은 은한품은 별이셨다.
부디 하나님의 나라에서 편히 거하시옵소서.
* 인척의 장례식 입관 예배때 유족대표(글쎄 대표라고 하기에는...) 인사 순서가 있어 써두었던 글을 낭독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 섰으나 울컥하는 마음으로 끝내 입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침묵과 오열이 이어졌고, 부득이 예배를 주도하는 담임 목사님에게 부탁을 하였습니다.
다행이 관례적으로 하는 순서에서 글을 읽으니 신선한 충격을 느꼈는지 모두가 감격스러워 하고, 감동을 받았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글의 내용이나 수준을 떠나 망자의 삶에 대한 이력을 들추고, 기억하려는 그리움의 의도가 괜찮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어차피 유족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했다는 분위기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