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건가요
장수골이 환했다
은행나무는
오늘도 거기 그 자리에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어서오너라 어서 와”
함박 웃으며 팔 벌려 맞아 주었다
오늘은 참 많은 사람이 찾았다
웃고 떠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의 북새통
그래도 은행나무는 마냥 기쁜 것 같았다
장수동은행나무는
팔 백년 강물 같은 세월을 살았다
그런데 저 아름다운 모습을 보라
노오랗게 가을옷으로 성장한 모습
눈부신 한송이 거대한 꽃이었다
세상도 품을 것 같은 넓은 품,
위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근엄하지만 인정 넘치는 풍모는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었다
기쁨과 슬픔을
신산한 세월을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한
장수동 은행나무는 자애로운 할아버지였다
노랗게 물든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따듯해지고 편해졌다
나무 들레를 한 바퀴 돌았다
기념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어느쪽에서 봐도 아름답고 멎졌다
빛났다
장수동이 환했다
팔백년을 살고도 이리 멎지다니
누가 나이듦을 서러워하랴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는 것이었다
노오랗게 떨어진 은행잎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팔 백년 강물 같은 세월
거친 바람과 세찬 물결에 맞서
이 땅을
이땅의 사람들을
든든하게 품어 준 장수동 은행나무
장차도 천년은 그러하리라
카페 게시글
장영진(이산,고문)
나이, 먹는 것 가요
이산
추천 0
조회 9
24.11.18 05:5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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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문님 덕분에 편안히 앉아서 멋진 모습 보네요
가보지도 못하고 은행잎이 다 질 뻔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