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망카는 스페인 중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인구 15만), 1218년에 설립된 살라망카 대학과 11세기에 짓기 시작했다는 대성당, 그리고 로마 시대에 지어져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다리 등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유서깊은 도시다. 그래서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팀들도 많이 들린다고 하는데, 웬일인지 교통편이 원활하지는 않다. 부르고스에서도 버스로 3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데 직행 버스가 만만치 않아서(크리스마스 영향인가, 한 두 편 있는데 매진) 중간에 있는 바야돌리드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다음 목적지인 레온까지도 직행이 하루 한 편밖에 없어서 역시 바야돌리드에서 갈아타고 갔다.
# 2022년 12월 26일
10시 반에 부르고스 터미널을 떠나 바야돌리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살라망카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배낭을 지고 예약해 둔 호텔을 찾아 걸어가다 보니 성당도 보이고 수도원도 보이고 구시가 중심을 지난다. 골목도 예쁘고 멋진 도신데 왜 여기 1박만 예약했어? 응? 아니 내일 오전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까, 우물쭈물. 게다가 호텔이 참 좋다. 산 에스테반 수도원 근처에 있는 유로스타 라스 클라라스 호텔, 1-3성만 묵다가 4성 호텔에 들어왔으니 당연히 좋아야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설이나 서비스가 맘에 쏙 들었다. 4성이라고 돈을 많이 준 것도 아니었으니 더 그렇지.
우선 밥을 먹어야지. 숙소를 나가 가까운 식당을 물색하다가, 사람들 바글거리는 바에 비집고 들어가서 빈자리를 확보하고 QR로 주문을 시도했다. QR 코드를 찍어서 영어 메뉴를 볼 수 있게 한 식당은 여럿 봤지만 모바일로 직접 주문까지 할 수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시스템이 원활하지는 않았고 나도 익숙하지 않아서 중복 주문을 했다가 직원이 취소해 주기는 했지만, 이만하면 부드럽게 잘 넘어간 셈이지. 오징어 ,연어, 푸아, 치킨... 종류만 많고 양이 적은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넉넉한 양이 나왔다.
대성당을 구경하다가 입구를 잘못 찾아서 본의 아니게 Mistery Man라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전시회를 구경하고 나와서 찾아보니 옥상 올라가는 표를 파는 곳이 따로 있다.
로마 시대 다리에서 일몰과 야경이 멋졌다는 후기가 기억나서 다리를 찾아 나섰다. 로마 시대 다리가 아직 남아 있다고? 가 보니 그냥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길고 넓은 다리 위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이게 정말 천년 넘은 다리야? 천년 아니고 2천년에 가까울 걸? 너무나 튼튼해 보이는 다리를 밟으면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만든 사람들도 대단하고, 남아 있는 것도 대단하잖아.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길을 지나 도착한 다음 목적지는 살라망카 대광장, 플라사 마요르다. 넓은 정사각형의 광장에는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남아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서성이고 있다. 전형적인 유럽 광장의 풍경이 아닐까.
# 2022년 12월 27일
체크아웃 후에 호텔에 가방을 맡겨두고 살라망카를 다시 둘러 보았다.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공원을 거쳐 어제는 스쳐지나갔던 조개 궁전도 찾아 보고,
대성당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살라망카 대학을 찾아가서, 유명한 개구리 찾기에도 도전해 보고
호텔 근처에 있는 산에스테반 수도원도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겹쳐진 아름다운 건축물인데, 내부를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수도원엔 카드 결제 시스템이 없고 우리에겐 현금이 없고 - 왜 이 수도원만 세상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