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바오로(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원주노숙인센터장)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노숙인 아우의 주검을 떠올리며 마지막 글을 쓴다. 그 아우는 간경화 환자였다. 평소에도 종종 피를 토할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그 정도면 너무 증세가 심한 것 아니냐”며 술을 마시는 것을 그만두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
외려 그는 “형님! 죽을 줄 알면서도 술 먹는 놈은 바보가 맞지요?” 하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끝내 끊지 못해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다.
그를 보면서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마약이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로 한 번 머리를 다치면(중독되면) 주위에서 욕을 하든 좋은 말로 타이르든 무조건 마신다. 알코올 중독자들 말을 들어보니, 처음에는 분명 내 손으로 술을 마셨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술이 목숨 줄을 잡고 놓아 주질 않는단다.
컵라면 한 젓가락 남기고 쓰러져 간 노숙인, 역류성 식도 파열로 피를 토하며 떠난 노숙인, 비닐을 덮고 상자 속에서 잠들었는데 청소차에 밟혀 죽은 노숙인, 기차역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며칠간 문이 열리지 않아 굶어 죽은 노숙인 등 노숙인들의 죽은 사연은 노숙하는 이유만큼이나 많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나 자신이다. 머리도 좋지 않으면서 그들 죽음의 현장 곁을 지날 때면 왜 그리 그들이 생각나는 걸까? 세상을 떠난 그 친구들이 인간의 정을 남기고 간 것만은 맞는 것 같다.
처음 노숙인들과 생활할 땐 ‘인간말종이 노숙인’이라고 단언하고 사회복지사라는 본분도 잊은 채 흥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정말 힘든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정신적인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도 모르게 기도하고 있다.
한 줌의 재로 영원히 술이 없는 나라로 떠나간 친구요 형제들은 적어도 내 기억 속에 항상 살아 있다. 그들이 비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내 추억 속에서 영원히 함께 있다.
강추위에도 다리 밑, 공원 한쪽 구석, 폐가 등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이 관심 가져주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