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어느 술집에서3
허름한 벽 한 귀퉁이
우리가 마시는 소주병을 움켜쥔
어느 유명 연예인 왼쪽 눈에는
붉은 싸인펜으로 덧칠한
거친 눈빛이 에돌고 그 옆,
쓰다가 만 낙서에는 어느 중년의 고독이
저주처럼 박혀
하필이면 맞은 편 반쯤 얼룩진 거울에
담겨있다
가끔씩 떠돌던 제집 고양이는
제 명을 다했는지 기척이 없고
우리는 희망인지 절망인지를 주절거리고
흐릿한 창 밖에는 그나마 석양이 기웃거리고
누군가는 연신 노안을 꿈벅거리며
울리지도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세상일이야
열심히 살았다지만
여지껏 뜻대로 된 적 없고
우리가 놓쳐버린 소주잔처럼
다시금 잡으려는 세월처럼 공허하다
당산역 어느 술집
다 닳아버린 메뉴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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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당산역 어느 술집에서3
노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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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
14.03.18 10:5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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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 그대로인데 우리가 변하고 있는건가 봅니다
자꾸만 나이테를 그리며 ~
노수현 시인님!
가히 대표작이라 할만큼 수작임을 알겠습니다... 배독하였습니다. ^^*
당산역 어느 술집, 아직도 있나? 문학기행을 한번 가든지 해야겠구만.^^
다 닳아버린 메뉴판에 얼른 새 메뉴를 추가 해야겠습니다.ㅎㅎㅎ
정겨운 풍경 속에 평정된 삶을 봅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