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보다 더 빛났다..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이 2020 도쿄올림픽 결승전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 애런 울프(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의 모토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다 함께’로 바뀌었다. 선수들의 정정당당하고 뜨거운 경쟁을 상징한다. 하지만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림픽 정신의 가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림픽 정신의 3가지 가치는 탁월함(Excellence), 우정(friendship), 존중(respect)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와 문화를 증진하는 것이 올림픽의 목표다.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선 대한민국은 선수단은 전에 비해 적은 메달을 땄지만 그 어느 대회 보다 올림픽 정신을 잘 구현했다. ‘원 팀’의 우정과 승자와 대회에 대한 존중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여자 배구는 잇달아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4강까지 올랐다. 멋진 승리와 아쉬운 패배 모두 많은 영감을 줬지만 가장 큰 가치는 12명의 대표 선수들이 보여 준 끈끈한 우정이었다. 모두가 성치 않은 몸을 마지막까지 이끌고 서로를 위해 코트에 몸을 날렸다. 우정과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뭉친 여자 배구는 세계랭킹 14위 팀이 4강에 오르는 탁월함으로 이어졌다.
배드민턴 여자 복식 김소영-공희영, 이소희-신승찬은 잔인했던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 뒤 서로를 끌어안고 우정을 확인했다. 하나의 메달을 놓고 한국 팀까지 싸워야했던 경기, 메달 보다 더 중요한 우정의 가치를 보여줬다.
태권도의 이다빈과 이대훈, 유도의 조구함은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엄지척’을 하거나 상대의 손을 번쩍 들었다. 올림픽을 위한 모든 선수의 노력을 잘 알기 때문에 나온 진정한 ‘공감’이었다. 상대 선수의 노력의 가치도 ‘존중’하는 태도였다.
올림픽 출전 자체에 대한 존중도 이번 올림픽에서 자주 보였다.
여자 유도 강유정은 계체량 통과에 350g을 초과했다. 쉴 새 없이 움직여 한 방울의 땀이라도 더 덜어냈지만 여전히 150g이 넘자 주저없이 머리를 박박 밀었다. 한창 외모에 신경쓸 나이, 스물다섯의 강유정은 “머리카락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 더 중요했다. ‘참가’는 올림픽과 유도 종목에 대한 존중이었다.
여자 마라톤 최경선은 지난 7일 레이스 막판 결승점을 600m 남겨두고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일어나 결승점을 지난 뒤 다시 쓰러졌다. 마지막 힘을 다 쓰는 바람에 휠체어를 타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순위를 넘어 ‘완주’를 향한 노력은 마라톤이라는 종목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