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三國志269)
성공한 마초의 회유~
제갈양은 애초에 마초를 만나러 오기 전에,
주군 유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군사께서 마초를 만나러 직접
가시는 것은 극히 위태로운 일이오.
만일의 경우 어쩌려고 그러시오."
"염려 마십시오. 마초가 장로의 명으로 철군하기
시작했으니 그 뒤를 따라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마초가 장로의 저지로
한중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니,
그때 마초를 만나, 그를 주공께
귀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공명의 고집은 완강하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마초의 귀순을 설득할 사람은 아마도,
저 밖에는 없을 것이니,
부득이 제가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니,
유비도 더이상 공명의 뜻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러면, 호위 병사들이라도
넉넉히 데리고 가시오."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하면,
마초군의 눈에 띄기 쉽습니다.
하인 두,셋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소 ?"
"걱정마십시오. 절대로 마초가 저를 해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준비가 다 되어있으니까요."
공명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유비도 더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관문밖까지 나와서 공명을 전송한다.
"선생, 부디 몸조심하여 다녀오시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공명은 이렇게 대답하고 시종 두 사람만을 데리고,
마초가 철군한 뒤를 따라 말을 달리는 것이었다.
유비는 공명이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있다가 공명이 보이지 않자,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다가 들어왔다.
이렇게 길을 떠난 공명은 마초가 한중 입구의
관애에서 제지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시종을 시켜 마초의 면회를 신청한 것이었다.
공명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는
마초의 군막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좌정하고 있는 마초에게
정중한 예를 표해 보인다.
"제갈양이 마초 장군을 뵈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왔소 ?"
마초의 대꾸는 지극히 냉랭하였다.
그러나 공명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소인 세객(說客: 화친사절)으로 왔습니다. "
하고, 자신을 한층 낮추어 말하였다.
그러자 마초는 좌대의 검(劍)을 가르키며,
"검을 새로 갈아 놓았는데, 아직 시험을 못 해봤소.
선생이 혀를 놀려 날 설득하지 못하면,
머리를 칠 것이오."
하고, 무시무시한 소리를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공명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허허허허 !...큰 화가 곧 닥칠 텐데,
어찌 갈아 놓은 검으로 제 머리를 치신다는
말씀이오. 시험은 나중에 하시지요."
"화가 닥친 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
"전도가 양양한 청년 장군이 왜 이다지도
사리를 가릴 줄 모르시오.
대체 장군의 선친을 모살한 사람이 누구요 ?
선친을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는
조조가 아니고 누구란 말이오 ?"
"...."
"그 조조에게 쫒겨
장로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겠다며
우리 주공에게 칼을 들이댔다가 그나마도
여의치 않아, 한중 양송의 계략으로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는 길에,
이제 가는 길 까지 막혀 버렸으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장군은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지 않았소 ? 그러니 큰일이지요."
"음 !... 선생 말이 맞소 ! 당대 영웅인 이 마초가
졸지에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었소 !."
마초는 신음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제 말을 듣고자 하시면서, 무엇 때문에 아직도
군막안에 도부수를 세워 놓으신 것이오 ?"
공명은 좌우의 도부수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그러자 마초는 즉각 도부수들을 향하여 명한다.
"모두 물러가라 !"
"예 !"
도부수들이 물러가고
, 마초와 마대, 공명만이 남게 되자,
공명은 단상으로 올라가, 새삼스럽게
마초에게 예를 표해 보인다. 그리고,
"마장군 ! 저의 유황숙께서는 유능한 인재를
누구보다 아끼오. 그런 것은 이미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일이오. 그리고 그 이유는
한실의 역적인 조조를 도모하기 위함이오.
우리 주공의 염원은 역적 조조의 제거와
한실의 부흥이오. 장군의 선친께서는 우리 주공과
황제의 옥대 밀서를 함께 받고, 피를 섞어
조조 제거의 혈맹지의를 맹세한 사이오.
그 일은 장군도 아실 것이오."
공명이 이쯤 말하자, 마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명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군은 당대의 영웅이자 투사인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장로 수하에 들어간 것인데,
이는 실로 장군의 불행이건만,
어찌 유황숙께 힘을 합치지 않는 것이오 ?
이제, 유황숙과 힘을 합친다면 선친의 뜻을 이어
조조에게 복수를 하고 역적을 제거하는 것에
한발짝 다가서는 것이니, 하늘에 계신 장군의
선친께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계실 것이오."
마초가 그 말을 듣고, 동생 마대를 건너다 본다.
그러자 마대는 공명의 말이 지극히 온당하다는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마초가 공명의 앞으로 나왔다.
마대도 마초의 옆에 선다. 그순간,
마초가 공명의 앞에 무릅을 꿇으며 말한다.
"마초가 유황숙께 귀순을 하겠습니다 !"
마대도 형 마초를 따라
무릅을 꿇은 것은 말도 할 것도 없었다.
"아 ! 어서 일어나시오 !
맹장을 얻게 되었으니,
익주는 곧 얻게 될 것이오."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마초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암시하였다. 그러자
마초는 공명에게 두 손을 모아 보이며 단언한다.
"선생, 이 마초가 익주를 취해 유황숙께 바치겠소 !"
...
그로부터 며칠 후에 성도의 유장은
마초가 군사를 이끌고 성문 밖에 도착했다는
황권의 보고를 받고, 의관을 정제한채,
마초를 맞으러 성루로 올라가면서 크게 기뻐하였다.
"하하하 ! 그거 보게 ! 내가 그랬잖나,
마초가 유비를 격퇴할 거라고 말야 ! "
유장은 장로에게 요청한 지원군을 끌고
나타난 마초가 가맹관에서 유비와 싸워
승리하고 성도에 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성루에 올라 기쁜 마음으로 성밖을
내려다 보니, 유장이 나타난 것을
발견한 마초가 창을 들어 외친다.
"익주목 유장은 나오시오 !"
"마 장군 ! 기다리시오 ! 곧 성문을 열어 드리겠소 !"
아무것도 모르는 유장은 기쁨에 넘친 소리를
성밖으로 내질렀다. 그런데, 돌아온 마초의
대답은 전혀 딴 판이었다.
"속히 성문을 열어라 ! 안 열면 공격하겠다 !"
"으,응 ?..뭐라고 했소 ?"
아직까지 사태파악이 안 된 유장이
오히려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마초는,
"난 유황숙께 귀순했다. 하여, 명을 받들어
익주를 치러 왔으니,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속히 성문을 열어라 ! 그렇지 않으면
반나절 안에, 성도는 백성들을 포함해
초토화 될 것이다 !" 하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
"엥 ?...
유장은 마초로부터 놀라운 소리를 듣자,
그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주공 ! 주공 !..."
유장은 황권을 위시한 주변에 의해
급히 내실로 옮겨졌다.
내실로 옮겨진 뒤, 정신을 차린 유장은
주위를 물리치고 황권과 단 둘이 만났다.
봉두난발(蓬頭亂髮)의 유장이
침울한 어조로 황권을 부른다.
"이보게 공형(黃權의 字), 모두가 나를 버리고
떠나갔는데 자넨 왜 안가고 남았는가 ?"
그러자 역시 침울한 표정의 황권이 아뢴다.
"주공께서는 서천에
충신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
"유비를 서천에 불러 들이자고 했을 때,
자네가 반대했었지 ? 지금은 후회 막급일쎄.
그때, 자네 충언을 들었어야 했는데..."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
"대세가 기울었으니, 투항을 하는게 맞네,
백성들이라도 구해내야지..."
"주공 ! 성내에는 대장 동화(童和)와
삼만 대군이 남아있고,
일 년을 버틸 군량이 남아 있는데,
어찌 때를 기다리지 않고
항복 하려 하십니까 ?"
"공형 ! .. 모두가 자네처럼 충성스러웠다면,
삼만 군사가 아니라 삼천 군사만 있더라도
싸웠을 것이네. 허나, 세상엔 충신이 너무 적어 !...
앞서, 장송과 법정, 후에 이엄과 비관,
엄안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나를 배반하고
유비에게 투항하지 않았는가 말야 !
모두가 떠나고 난 지금.. 다른 선택이 없지않은가?..
이제 나를 위해 나설 줄 서천의 인물은 없네, 없어 !...."
유장이 이렇게 말을 하였을 때,
병사 하나가 황급히 뛰어 들어오며 아뢴다,
"보고드립니다 ! 보고 드립니다 !~...
큰일입니다 ! 큰일입니다 !
주공 ! 동문의 수문장이 투항해,
유비군이 성안으로 들어왔습니다 !"
그 말을 듣자, 황권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유장은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달려들어온
병사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해보인다.
그런 뒤에, 하늘이 꺼질 듯이 탄식한다.
"흐, 흑 !...어떤가, 내 말이 맞지 ?
성문은 내가 열어주지 않아도
누군가는 연다네...모든게 하늘의 뜻이야 !..."
"주공 ! 제가 주공을 모실테니,
서문으로 나가시죠 !"
황권이 엎드려 청한다.
그러자 유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늘, 서문으로 나간 들...
내일은 또 어디로 가겠나 ? ...
선친과 나는 이십 여년, 서촉에 살면서
백성들에게 베푼 것이 없네. 더 싸운다면
민가는 피로 물들 것인데, 그걸 어찌 보겠나...
이제 그만 투항하세. 투항해 !...어 ! 흐흐흑 !..."
유장은 이렇게 독백하듯 뇌까리
밖으로 나갔다.
"주공 ! 주공 ! 주공 !...."
황권은 눈물을 뿌리며 그 뒤를 따라 나갔다.
...

첫댓글 공명의 화술이 대단합니다.
역시 말 한마디의 위력이 대단함을..
우리네 인생도 말을 적소적소에 잘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쉽게 장수를 얻다니..
과연 공명의 지혜로움은 어디까지인지....?
과연 공명입니다,
공명의 지식과 지혜로 마초를 손쉽게
적군에서 아군으로 만들어 버리는군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