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철망 품은 나무 2024 04 18
죽은 듯 앙상한 나뭇가지이지만 곧 파란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 금세 잎으로 가득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팔랑거리리라.
대부분 모양이나 모습을 먼저 보고 글감이 떠올라 찍었지만, 구체적인 글을 쓸 마음이 줄어들면 사진에 맞는 글을 완성하지 못한다. 이 사진을 찍고는 그래도 시작하면 한두 장은 쓸 만했다.
2017년 9월에 의정부로 이사를 왔으니 벌써 만 6년 7개월이 지났다. 이 사진 찍은 곳은 매일 걷는 길목에 있었으니, 그전에도 보았던 나무인데 이렇게 크게 자라도록 모르고 있었나 보다.
처음에는 철망 사이로 나온 가지가 이렇게 굵지 않았으나 자꾸 커지니 철망을 넘을 수가 없었겠다.
내가 가장 잘한 일은 그래도 결혼이요 자식이다. 잘났든 못났든 끊을 수 없는 인연, 혈연이다. 유전자가 어떻고 무엇이 어떻다 하더라도 그냥 아니 그냥 내 아이가 있어서 또 아이의 아이가 생겨 손자가 나오는 이 기막힌 인연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 마찬가지이다.
내가 열심히 보는 방송은 <동물농장>이다. 동물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올린 ‘240화 화남 풍경’도 당나귀 이야기이다. 암탕나귀가 새끼를 밴 채 짐을 싣고 나르지만, 주인은 그 사정을 모르고, 채찍질이다. 어미는 채찍을 맞고 있지만 뱃속의 새끼는 거꾸로 매달린 체 양수 속에서 안전하게 둥둥 떠다닌다. 다 아는 이야기가 시시하지만, 또 한 번 우리를 일깨워 주고 싶은 것이 작가의 마음이다.
나무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물을 올리고 잎이 나온다. 나무 전체 줄기가 90%가 삭아 허옇게 몸이 드러나도록 망가져도 남은 10%의 한쪽 부분이 살아있으면 물이 오르고 잎이 나왔지만 결국 비바람에 지켜내지 못하고 꺾이고 쓰러지면서 부러지고 나둥그러져 나갔다.
위 쓰러진 나무 사진은 3년 전에 찍었더라. 그래도 이름까지 지어서 저장했기에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사진을 잘 찍기는 한다. 눈에 비치는 어떤 일(현상)에서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그냥 지나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사람도 나중에는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고 결국 쓰러지고 만다. 그 과정이 어쩌면 나무나 사람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나무의 모습을 보니 어쩌면 사람보다도 더 현명하고 잘 적응하는 것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한 장의 사진보다 두 나무 두 장씩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생무상(人生無常), 인생이 덧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만 년 동안 결혼이라는 관습이 우리를 이렇게 의미 있는 삶으로 바꾸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개인주의(個人主義)에 독신주의(獨身主義), 거기에 비혼주의(非婚主義)까지 확대되어 간다면 아마도 우리 인류의 종말(終末)이 다가온다니 어찌 우리가 한숨으로만 넘길 수 있으랴!
첫댓글 후손의 명맥을 꼭 지켜야 하는 자연의 법칙 일까요!
오늘도 또 배우고 느끼네요!
정민 성님 늘 고맙습니다.
시력에 조금 문제가 있지만 읽는 재미가 있어요.
늘 고맙습니다!
계속 '무엇을 쓸까?'를 고민하겠습니다.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꼭 ~~합니다!